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15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지오홀딩스 같은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될 수 있었냐는 질문.
이제 처음의 충격은 가시고 이성적인 판단을 시작한 듯한 김록기였다.
“첫 번째 주신 질문에 대한 답은, 제 엔터사를 차리기 전에 JK엔터에서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작곡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노하우, 음반 유통 및 홍보와 관련된 카르텔, 아티스트 프로듀싱, 하다못해 부하 직원을 다루는 법, 그리고 엔터사이기 전에 한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까지 모든 것을 말입니다.”
선오는 차분하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건넸다.
더는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김록기가 두 입술을 굳게 오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주신 질문에 대한 답은···. 제 아버지가 지평그룹 지평학 회장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은 얼굴로 두 눈을 끔벅이더니, 곧장 입을 떡 벌리고는 할 말을 완전히 잃은 듯한 표정이 되어버린 김록기였다.
이렇게 털어놓자 선오는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다시 두 입술을 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사회의 진짜 주인공
“형이나 누나와 달리 저는 어릴 때부터 언론 노출이 없다시피 했어서 제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선오의 말에 여전히 입을 떡 벌리고만 있던 김록기가 가까스로 턱을 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제 내가 그 거의 없는 사람 중에 하나가 되는 거군요.”
“당분간은 이 비밀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지오홀딩스도, 지평그룹도요.”
“당분간이라면···.”
선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고는 대답했다.
“제 레이블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말입니다.”
“레이블이요?”
“네, 공동 대표 자리에 앉아도 회사 경영에 관한 예산 관련 및 각종 서류 업무는 계속 김록기 대표님께서 맡아주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예전 조영준 전 대표와 분업을 하셨던 것처럼요.”
“좋습니다.”
김록기도 애초에 이러한 그림을 생각하면서, 차도경에게 ‘음악을 잘 알거나 업계 경험이 있는 공동대표’를 요구했었기에, 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과는 다른 비교 우위가 있는 공동대표와 일하는 것이 서로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JK엔터의 미래에 유리하리라 판단했으니까.
“저는 JK엔터 안에 제 별도의 레이블을 차려서 제 이름을 건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고 싶습니다.”
“굳이 별도의 회사를 차리지 않고 레이블 정도로 하는 건, JK엔터의 연습생이나 인력을 일정 부분 가지고 만들기 위함입니까?”
“맞습니다. 아직 기반이 없으니 JK엔터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선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일까.
역시 김록기는 이해가 빨랐다.
김록기로서도 수긍할만한 생각이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선오 정도의 자금력이면 JK엔터의 정보나 인력을 빼내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JK엔터는 그대로 두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레이블을 안에서 따로 차린다는 것 자체가 윈윈을 도모하는 전략이라 보여졌다.
때문에 김록기로서는 반색하며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록기가 자기 뜻을 제대로 이해한 듯한 표정을 하자, 선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튜디오 129. 이 레이블에서 첫 아티스트가 탄생하고 첫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때 지선오로서 세상에 나갈 생각입니다.”
“지평그룹 2세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스튜디오 129부터 알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뜻인가요?”
선오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김록기는 그런 선오를 보며 빙긋 웃었다.
“좋습니다. 지금은 129 대표의 옆에서, 그때가 되면 129 대표의 아래에서···. 그렇게 나도 계속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역시 이 같은 선택을 내리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오였다.
선오의 앞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었다.
그중에는 JK엔터를 아예 삼키거나 배제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선오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커다란 그림 안에 김록기 대표를 넣기 시작했다.
콘서트 본부를 이끌고, 데미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말이다.
김록기가 보여준 신뢰와 지원은 선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찻잔을 마저 비웠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그러니까 내가 ‘129 대표’가 아닌 ‘지선오 대표’라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땐 JK엔터도 스튜디오129도 지오홀딩스나 새로운 회사에 편입되는 겁니까? 일종의 레이블처럼요?”
“지금 생각은 그러합니다.”
이제 선오가 그리는 큰 그림의 실체를 모두 파악했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짓는 김록기였다.
“알겠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 되겠죠. 129 대표가 그리는 그 그림에 나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오홀딩스든 지오 엔터든, 어디까지 올라갈지 어디까지 해낼지···. 내가 지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겠죠? 하하하.”
이제 두 사람은 완전히 한 배를 탔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 대표님.”
“내가 잘 부탁드립니다, 129 대표.”
어느새 서로의 손을 맞잡은 두 사람.
선오를 향하고 있는 김록기의 양손과 두 눈에서 뜨거운 열기 그리고 신뢰가 전해졌다.
그가 씨익 미소짓자,
선오는 지원군을 얻은 것 같아 든든했다.
* * *
며칠 후, JK엔터.
전 직원에게 오늘 하루 유급 휴가가 주어졌고,
사내에서는 오전부터 사전에 예고된 대로 이사회가 소집됐다.
[ JK엔터 대표이사 김록기 해임안 ]안건이 안건인 만큼 이사회 분위기는 진지하고도 엄숙했다.
지분이 통합되면서 이사회 멤버들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들은 이사회 장소에 들어오면서 한번씩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처음 보는 얼굴의 사내가 상석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이사회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임시 의장으로 이사회를 진행하게 될 지오홀딩스의 차도경입니다.”
이에 장내가 잠시 술렁거렸다.
지오홀딩스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회사 일에 나서거나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얼굴을 내비친 적이 없었으니까.
‘제1 주주니까 자격은 충분한데···.’
‘생각보다 젊네?’
‘우리의 프리미엄 제안에 하도 답이 없길래 면상 좀 보고 싶긴 했는데···. 오늘은 무슨 꿍꿍이로 행차한 거지?’
‘뭐야···. 설마 지오홀딩스 지분이 김록기 우호 지분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돌연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연하게 지오홀딩스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 세력들이었다.
김록기의 우호 지분은 그저 김록기가 쥔 지분뿐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차도경의 등장이 어쩌면 반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한편,
앞쪽 가장자리 구석 한쪽에 앉아있는 김록기는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때문에 다른 이들은 김록기와 차도경의 관계를 파악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차도경이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급작스럽게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이사회에 공유하는 것 없이 무리한 콘서트를 벌이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많은 이사회 멤버들이 등을 돌리면서, 우리 JK엔터의 지분은 크게 양분되고 말았습니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어투.
이에 굳어있던 장내 분위기가 탁 하고 풀어졌다.
대다수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군.’
‘지오홀딩스가 기관 지분을 모으면서 점점 몸집을 불리길래 반대 세력인가 싶어 긴장했는데···. 기우였네.’
‘오늘 해임안은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겠어.’
‘지오홀딩스 입장에서도 김록기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었겠지.’
언뜻 듣기에는 철저하게 중립 노선을 취하고 있는 듯한 차도경의 말에, 그를 오늘 처음 본 이들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오늘 안건에 관한 질문 있으십니까? 없으면 바로 의결 진행하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사람들 사이로, 차도경이 말을 이어나갔다.
“화면을 봐주십시오. 지금 이 시각 우리 JK엔터의 지분 구조입니다.”
꽤나 단순한 그래프가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지오홀딩스 34.6%] [굿파트너스 33.1%] [김록기 16.5%].
.
차도경도 김록기도, 굿엔터와 조영준 그리고 여의도의 큰 손의 연합 세력이 ‘굿파트너스’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굿파트너스가 물밑 작업을 하는 동안 차도경 역시 선오의 지시대로 기관이 갖고 있는 JK엔터 지분을 받아 모았다.
차도경이 전면에 나서서 기관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얻어낼 수 있었다.
“여기 적힌 지분 소유주 전원이 모였기 때문에, 지분에 비례해서 거수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해임안에 찬성하시는 분. 거수해주십시오.”
숫자를 세어볼 필요도 없었다.
단 두 사람만 빼고 모두 번쩍 손을 든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굿파트너스 대표자 자격으로 온 자와, 그 외에 소수의 기존 이사회 멤버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손을 들지 않은 이 중에 지오홀딩스 차도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이번 해임안에 반대하는 분, 거수해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김록기 그리고 차도경.
두 사람만 손을 든 상황이었으나, 둘의 지분을 합치면 51%가 넘어갔으니까.
* * *
같은 시각, JK엔터 주차장.
검정색 최고급 세단이 주차장에 들어섰고, 곧이어 누군가 뒷좌석에서 내렸다.
“오랜만이네.”
멀끔한 수트 차림을 한 그는 조영준 이었다.
JK엔터를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조영준이 수트를 매만지며 성큼성큼 JK엔터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대회의실로 향하는데,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몇 년 전 겪었던 수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그 이사회에서 반대로 김록기의 목이 잘릴 거라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오늘 이사회의 주인공! 위기의 JK엔터를 구할 백기사! JK엔터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 나 조영준의 화려한 복귀! 보도 자료는 뚝딱이겠어.”
이렇게 혼잣말을 하자니 자신의 이름이 각종 언론사 연예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상상이 되었다.
콧노래를 이어가며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쫙 펴는 그였다.
띵——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대회의실에 있는 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그런데,
대회의실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이가 따로 있었다.
“··· 129 작가?”
이에 선오가 조영준을 돌아보고는,
그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그동안의 활약상은 잘 봤어.”
“감사합니다.”
“여긴 어쩐 일이야?”
129 같은 평사원이 오늘 같은 날 여기에 있는 게 이상했으니까.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운 채 물어오는 조영준이었다.
선오는 아무 말 없이 다시 한번 씨익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일순간 조영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야, 이 새끼는···.’
그때,
끼이이이익——
대회의실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지오홀딩스는, JK엔터가 갑자기 커지면서 김록기 대표님 혼자 회사를 이끄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판단 했습니다. 오늘과 같은 해임안이 다시 나오지 않기 위해서, 김록기 대표님과 함께 힘을 합칠 공동 대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같은 소리에 조영준의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눈을 끔벅이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그였다.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잔뜩 와있었고,
굳은 표정으로 이를 확인해내려가던 조영준의 얼굴이 삽시간에 사색이 되기 시작했다.
– 저는 이분이 JK엔터를 가장 잘 아는 분이라 확신합니다. 우리의 백기사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공동 대표로 힘써주실 129 대표님을 모시겠습니다.
선오가 조영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으며 그를 그대로 스윽 지나치고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선오의 등장에 이사회 장내가 술렁였다.
‘129라면 이번에 콘서트를 이끌었던 그 본부장?’
‘지오홀딩스는 뭘 믿고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놈을 공동대표에···.’
‘이건···. 반전의 반전인데?’
오늘 이사회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그들이었다.
이 안에서는 지분이 곧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선오가 단상에 오르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복도의 조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사회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 채 문 앞에서 이를 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상황 파악을 마친 조영준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제는 선오를 보며 붉으락푸르락 변해가고 있었다.
선오는 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평온한 얼굴로 단상에 올랐다.
선오가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대자 모두가 저마다의 표정을 지으며 선오를 주목했다.
오늘 이사회의 진짜 주인공은 선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