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20
‘사생활 관리가 전혀 안 돼서 언론 막느라고 홍보팀에서 고생 많이 했었지. 재벌 3세들 스폰서 모임 터지고 필로폰 검출되면서 완전 나락 갔고···.’
그 기억이 떠오르자 선오는 그녀의 프로필을 뒤집어 멀리 치우고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5년 차 연습생 이주 입니다.”
“안녕하세요, 5년 차 연습생 배지율 입니다.”
대신 다른 2명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JK엔터 연습생의 평균치인 5년의 입사 기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배지율: 보컬 A- 춤 A 랩 B+ 연기 B]선오는 까만 웨이브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배지율을 물끄러미 보다가,
‘배지율은 펄레빗으로 데뷔도 했고 무난무난했지. 그리고 이주는···.’
옆자리 이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단발 머리를 하고 있는 미소녀, 이주.
지난 삶에 펄레빗 데뷔 조까지 들었으나 안타깝게 최종에서 탈락하고는 나중에 SYP엔터에서 데뷔했던 케이스였다.
‘SYP가서 오히려 펄레빗보다 잘 됐고, 이주는 그 안에서도 센터였었어.’
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뿐만 아니라 훗날 배우로 더더욱 대성했으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학폭이 터졌었나? 그래, 주연급으로 올라가서 이제 전성기구나 싶었을 때 학폭이 터졌어.’
문제는 그것이 가짜 폭로였다는 것.
하지만 당시 언론과 대중들은 이주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나중에 다른 동창들과 담임 선생님의 증언이 나왔을 때는 이미 버스가 지나간 후였다.
이주의 배우로서 이미지는 완전히 실추된 후였고, 주연에 낙점됐던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하차한 다음이었으니까.
대중들은 논란이 터졌을 때는 벌 떼처럼 몰려들어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고 결국 논란의 진위가 어떻게 밝혀졌는지에는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때문에 그 뒤로 그녀가 무고함을 알리고 원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에는 몇 년이 더 걸렸다.
‘이번에도 이주를 놓치면 SYP로 가겠지···.’
센터가 될 멤버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중에 배우로도 두각을 나타낼 인물이었다.
‘이주를 데리고 가려면 페이크 학폭 논란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할 텐데···.’
잠시 고민을 하는데, 머릿속에 묘안이 떠오른 선오였다.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이주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이주: 보컬 A 춤 A 랩 B 연기 C]선오의 미간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뭐야? 이주 연기가 C라고?’
이에 의문을 품는 사이,
다른 팀장들이 3명의 연습생에게 질문을 끝내고는 선오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선오의 말을 기다리는 듯했다.
“저는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
선오가 처음으로 입을 열자, 앞에 나란히 앉은 3명의 연습생이 긴장한 얼굴을 했다.
“이주 씨.”
“네?”
“연기를 한번 보고 싶은데요. 최근에 레슨 받았던 연기나, 좋아하는 장면 연기 하나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잠시만요.”
이주는 잠시 감정을 가다듬더니 곧바로 연기를 시작했다.
“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
!!!!!
순간, 선오를 비롯한 팀장들의 얼굴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영화 의 한 장면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연기력은 훗날 갑자기 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배우로 대성했던 아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도 연기에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것이 분명했고, 선오의 이같은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김혜자 선생님이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아들 원빈을 면회하면서 했던 그 대사 맞나요?”
유은주 팀장이 놀라워하며 물었고,
“네, 맞습니다.”
이주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본인 나이보다 훨씬 연배가 있는 배역인데도 소화를 잘하셨네요. 짧은 대사에서도 모성애의 호흡과 절박함이 느껴졌어요.”
유은주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금 팀장들의 시선이 다들 이주의 프로필에 머물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이다.
‘연기 C’라고 적힌 평점에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이걸로 되었다. 이주를 반대할 명분을 없앤 것이었으니까.
팀장들을 지켜보던 선오가 목표한 바를 이룬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세 분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그렇게 마지막 연습생 그룹이 들어왔으나,
안타깝게도 프로필에서도 지난 삶에서도 그렇다할 특징이나 이력을 보인 이들은 또 없었다.
모든 연습생을 만나본 후,
선오의 손에는 이제 4장의 프로필이 쥐어져 있었다.
고세미, 천희나, 배지율 그리고 이주.
다른 팀장들도 자신이 눈여겨본 프로필을 내밀었다.
고세미와 이주는 모두가 만장일치로 뽑았을 만큼 이견이 없었다.
선오는 미래에 문제를 일으킬 연습생을 추천한 팀장들의 마음을 돌려놓아야만 했다.
“이 친구는 사생활 이슈가 걱정됩니다.”
“아···. 네, 안 그래도 트레이너들 말이 얘는 남자 연습생들과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다행히 김태웅이 거들면서 쉽게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래요? 처음 듣는 데다가 인상만 봐서는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어우, 반성해야겠네요. 대표님께서도 벌써 이렇게 연습생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계신데 말이에요.”
선오는 졸지에 세심하고 안목 좋은 대표가 되어버렸다.
그다음은 팀장들이 반대하는 연습생을 어필해야 하는 일이 선오에게 남아있었다.
“대표님, 천희나는 실력으로나 외모로나 다른 멤버들에 비해 부족한 것 같은데요···.”
공희주 팀장이 조심스레 꺼낸 말에 선오가 차분히 대답했다.
“이런 외모가 의외로 팬들한테는 먹힙니다. 편하고 무해해보이잖아요. 친근하달까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할 말은 더 없지만···. 솔직히 다른 애들보다 조금 딸리는 건 사실입니다···.”
유은주 팀장도 만류하는 듯 말끝을 흐렸다.
“천희나 이 친구는 저를 믿고 한 번 넣어봅시다. 아직 2년 차라 성장의 여지도 있고요.”
선오가 눈을 빛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자, 팀장들이 곧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은 믿을 수 있으니까요.”
지난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선오에게 단단한 신뢰를 쌓게 된 그들이었다.
때문에 선오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이라면 뭐든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배지율은 딱히 흠을 잡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확실히 픽하기에는 뭔가 아쉬운데···. 그래도 대표님이 고르신 연습생이니 넣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데뷔조 연습생 중 최종 4명의 멤버가 추려졌다.
고세미.
갈색 머리와 연한 눈동자 그리고 화려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로, 음악적으로 천재성을 지니고 있으나 자살 이슈가 있었던 멤버.
천희나.
현재는 실력이 아쉬우나 지난 삶에서 인기몰이를 담당하며 점차 실력이 향상됐던 멤버. 포니테일이 잘 어울리는 새하얀 피부의 소유자.
배지율.
검정색 긴 웨이브 머리칼을 늘어뜨린 무난무난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멤버.
이주.
전생에 SYP엔터로 이적하여 걸그룹 센터로, 배우로서도 두각을 나타낸 미소녀. 훗날 학폭 이슈에 연루되어 나락을 갈 뻔했으나 그녀의 무고함이 밝혀지며 다시 배우로 재기했던 멤버. 상큼한 단발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이제 이 친구들은 연습생이 아니라 ‘멤버’라고 부르겠습니다.”
선오의 말에 팀장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걸그룹 육성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한 마디였으니까.
“그리고 고세미와 이주. 이 두 친구는 제가 조금 더 신경 써서 관리하려 합니다.”
이유가 있겠거니 고개를 끄덕이는 팀장들이었다.
선오는 이제 이 걸그룹의 승패는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했다.
‘고세미의 자살을 막는 것 그리고, 이주의 학폭 시한폭탄을 미리 제거하는 것.’
이 두 가지 미션이 생긴 셈이었다.
팀장들에게 그 다음 업무를 지시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여는 선오였다.
“이제 걸그룹 팀명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오디션을 준비해주세요. 국내외 오디션을 통해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3명까지 충원하려 합니다.”
지금까지는 순수 국내파로 이루어진 아이돌이 대세였지만, 앞으로의 시장은 달라질 것이다.
세계 무대로 뻗어갈 장수 아이돌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본 멤버나 동남아 멤버가 필요했다.
* * *
고세미와 이주를 특별 관리하겠다고 했던 선오는 이 말을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 일환으로 고세미의 작곡 레슨을 자처한 것이었다.
그녀의 음악성에 대한 욕심을 채워주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곁에서 돕기 위해서 말이다.
“음악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네요. 잘 썼어요. 그런데 기술적인 거, 그러니까 사운드적인 요소만 잡아줄게요.”
대표실에서 격주로 작곡 레슨이 이루어졌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일전에 윤설에게 내주었던 것과 비슷한 과제를 내주었는데 고세미가 가져온 결과물은 상당했다.
“여기서 터질 것처럼 빌드업을 하다가, 터트리지 않고 리듬을 잡아버리고 싶은 거잖아요. 맞죠?”
“네! 맞아요.”
“이런 형식의 드랍을 안티드랍이라고 해요.”
고세미가 눈을 빛내며 필기했다.
“그런데 안티드랍을 쓰려면 드럼과 베이스의 뼈대가 정말 중요해요. 이 뼈대를 잘 못 세우면 아예 곡 자체가 구현이 안 되거든요.”
“아···. 제가 그 부분이 부족했네요.”
고세미는 자기가 가진 것에 비해 쉽게 주눅 드는 타입의 멤버였다.
고개를 푹 숙이자 그녀의 갈색 생머리가 촤르르 찰랑이며 같이 쏟아졌다.
“아뇨 아뇨. 지금도 뼈대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더 단단하게 세울수록 이 곡에서 프로 냄새를 풍길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러한 작은 칭찬에도 고개를 번쩍 들고는 빙긋 웃는 그녀였다.
“킥 소스가 나쁘진 않은데 이게 베스트라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더 잘 어울리는 거, 이 곡을 더 잘 살려줄 수 있는 킥 소스가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러면 악기를 더 넣어볼까요?”
어느새 침을 꼴깍 삼키며 선오에게 빨려들 듯 집중하는 고세미였다.
선오는 그 모습이 귀여워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으음···. 악기를 많이 넣는다고 사운드가 차는 건 아니에요. 악기가 별로 없는 미니멀한 구성으로도 꽉 차는 느낌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베이스의 서브를 채워주면 어떨까 해요.”
“아, 베이스! 리듬을 더 잡아줘야겠네요.”
쉬운 이야기가 아닌데도 바로 알아듣는 고세미였다.
그동안 작곡과 미디 공부에 얼마나 열을 올려왔는지가 느껴졌다.
“그래요. 이런 실력을 올리기 위해 연습하고 싶으면 드럼 카피를 더 많이 해보면 돼요.”
“드럼 카피···. 넵! 이거 잘 수정해볼게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써온 곡이 더 좋아질지를 알게 되자 고세미의 목소리가 잔뜩 상기되었다.
“그리고 대표님.”
“네?”
“저한테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그게 저도 더 편해요. 다른 트레이너 쌤들도 그러시는데 대표님이 이렇게 존댓말 쓰시면···.”
“아···. 그럼 그럴까? 하하하.”
선오가 멋쩍은 듯 웃자, 고세미도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세미..야, 오늘 미디 레슨은 여기까지인데 나랑 어디 같이 갈 데가 있어.”
“어디를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고세미였다.
선오는 미리 지선재에게 수소문해둔 곳을 향해 고세미를 데리고 나섰다.
끼이이이익———
그녀를 옆좌석에 태운 선오의 세단이 미끄러지듯 JK엔터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그렇게 얼마 안 가 도착한 곳은,
“대표님···. 여긴···.”
‘정신건강의학과’ 간판이 걸린 병원이었다.
주사위
“아, 그냥 데뷔 전에 거치는 절차야.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따로 데려올 거거든.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선오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는 듯 말하며 앞장서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고세미가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고,
다행히 병원 대기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선오는 지선재에게 믿을 만한 의사를 소개받았고, 미리 연락해 앞뒤 진료 시간을 모두 비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만큼을 전부 상담 시간으로 쓴 것으로 해달라면서 말이다.
접수한 후, 세미와 진료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말을 편하게 잇는 선오였다.
“첫 타자가 세미인 것뿐이야. 세미는 내가 데뷔 확정 멤버로 생각하고 있거든.”
이 말에 눈을 빛내며 선오를 올려다보는 고세미였다.
“그리고 여기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표인 나 빼고 세상 모두에게 비밀로 할 거야. 그러니 편하게 건강검진의 일환이라거나 치과, 피부과, 필요하면 성형외과 도는 것처럼 생각해주면 좋겠어. 연예계는 외모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멘탈이 좋아야 버티는 업계니까.”
이제야 안심을 한 듯 긴장이 역력했던 표정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고세미 환자 보호자님.”
간호사가 선오를 먼저 호명했고,
선오는 세미를 향해 빙긋 웃어 보이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재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끼는 동생분이 걸그룹을 만드는 프로듀서신데, 아티스트들 정신 건강을 챙기고 싶어하신다고요?”
의사는 반색하며 선오를 맞이했다.
“네, 맞습니다. JK엔터 산하의 스튜디오129, 지선오 대표입니다.”
선오의 명함을 받아든 의사는 연신 흡족한 얼굴이었다.
“선재한테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 깨어 있는 분이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희 병원 위치상 연예인 분들도 많이 오세요. 조금 더 일찍부터 치료했다면 싶은 분들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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