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24
ㄴ 맏형은 맞네.. 으른 섹시 그 잡채!
ㄴ 뮤비 컨셉 진짜 존멋존섹ㅋㅋ
ㄴ 저 여자애도 사마귀상이라서 컨셉에 찰떡
ㄴㄴ 그니까ㅋㅋ 어디서 구했대? 이슬피디가 준비 중인 차기 걸그룹임?
ㄴㄴ 지금 탄산 수사대가 엄청 찾는 중일 듯
ㄴㄴ 솔직히 존예임ㅋ 철웅이랑 넘나 잘어울리고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은 역시나 이주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팬심 어린 시선 반, 질투 어린 시선 반으로 말이다.
커뮤니티에서 이를 살펴보던 ‘지누러버’라는 아이디의 한 팬은 이와 같은 댓글 반응에 뮤직비디오를 다시 한번 돌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 여자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지누러버’는 탄산보이즈 중에서도 ‘지누’의 열렬한 팬인 여고생이었다.
그녀가 뮤직비디오를 여러 차례 돌려보던 사이.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 수사대, 아니 탄산보이즈 수사대가 그 여자 출연자에 대한 탐색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철웅 뮤비에 나온 애 신상」
이름: 이주
소속: JK엔터 연습생
이번 철웅이 뮤비가 데뷔. 지누랑 드라마 상대역으로도 같이 나올 예정이라 함.
ㄴ 엥? 갑자기 JK엔터?
ㄴ 거기 스튜디오129라고 차려서 걸그룹 런칭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있긴 함
ㄴ 이슬 피디가 키우는 애가 아니라 129피디? 무뜬금이네ㅋㅋㅋ
ㄴ 어쩐지ㅋ 이슬은 남돌만 잘 만들고 여돌 보는 눈 존나 없잖아ㅋ 저런 애를 이슬이 키우고 있을 리가 없지..ㅋ
ㄴ 근데 이슬은 이 여자애를 왜케 우리 탄산이들이랑 엮어댐?
ㄴ 이슬피디가 129피디한테 약점 잡힌 거 있나? 돈 빌렸나??
지누러버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흐름을 지켜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주···.”
지누러버의 머릿속에 몇 년 전 중학생 때의 기억과 함께 이주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고,
“그때 그 오지라퍼?”
피식 웃더니 순간, 씨익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표정이 싹 바뀌는 지누러버였다.
이제 그녀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이주.. 얘 나 왕따 시켰던 애임..」
철웅이 솔로 뮤비보는데 어쩐지 묘하게 기분 나쁘고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거든.. 중2 때 같은 반이었고 얘나 나 왕따 시킴.. 어쩌지ㅜㅜ 나는 트라우마 떠올라서 이제 철웅이 뮤비는 물론이고 노래도 다시는 못 들을 거 같다..
이 글의 조회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했고, 댓글 또한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ㄴ 레알임? 와;; 어쩐지 눈빛이 무섭더라
ㄴ ㅅㅂ 존나 난년이네?
ㄴ 우리 탄산이들한테 이런 애를 엮는다고?
ㄴ 와씨.. 이건 아니다..
ㄴ 이슬피디는 이런 년인 거 모르고 쓴 거겠지?
ㄴ 이건 어디로 항의 전화 넣어야 함? 탄산이들 회사? 아니면 JK?
탄산보이즈 팬들이 있는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 팬들이 서식하는 게시판, 그리고 기사화까지 된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순식간이었다.
「철웅 솔로MV속 그녀, 얼굴알리자마자 학폭논란?」
「”나를 왕따시킨 그 얼굴이었다” 철웅 뮤비에 등장한 신인에 누리꾼 관심↑」
「”철웅 뮤비로 트라우마 자극” 왕따 가해자 논란으로 번지는 탄산보이즈의 1st솔로 앨범」
「철웅의 그녀 ‘이주’, “왕따 가해자를 내 가수 뮤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주’ 얼굴도 인성도 논란, “소속사 스튜디오129는 사실 확인 중”」
선오 또한 실시간으로 이 같은 기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드디어 덫에 걸렸구나.”
곧장 유은주 홍보마케팅 팀장을 호출한 선오였다.
“유 팀장님, 이제부터는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해주세요.”
“왕따 시킨 적 없다고 보도자료 만들겠습니다.”
갑자기 비상이 걸린 유은주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선오는 그녀에게 얼음물을 건네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네, 오히려 이주는 왕따 피해자의 편에 서서 가해자들에게 대항했던 경험만 있기 때문에, 소문의 진위와 저의가 의심된다.. 우리 스튜디오129에서는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강력 대응 준비 중이다.. 라는 식으로요.”
“알겠습니다. 보다 강경한 스탠스로 대응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증빙이 포함된 해명 보도자료는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 아침에 낼 겁니다.”
흔들림 하나 없는 선오의 태도에 유은주는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이주는 어때요?”
“아까 통화했을 때는 풀이 죽어있어서 너무 걱정 말라고 해줬는데···. 방금 여기 들어오기 전에 한 번 더 전화하니까 안 받았어요.”
“오늘 다이스 연습 있나요?”
“아뇨. 지율이 잡지 촬영도 있고해서 모처럼 쉬는 날이에요.”
유은주의 대답에 선오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킷을 걸쳤다.
“그럼 숙소에 있는 거죠?”
“네.”
그 길로 다이스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숙소로 향하는 선오였다.
* * *
다이스의 숙소 앞.
모자를 푹 눌러쓴 단발 소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선오의 차로 걸어오고 있었다.
디이이이이잉——
조수석 쪽의 창문을 내린 선오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쪽으로 타.”
조수석에 타자마자 모자를 벗은 이는 이주였다.
눈이 퉁퉁 부어있는 얼굴이었다.
“이주 네가 왕따시키지 않았다는 거 알아.”
“흐흑···. 대표님···.”
선오의 한 마디에 서럽게 눈물을 터뜨리는 이주.
“네가 도와줬다던 동창이랑은? 연락됐어?”
“그게···. 전에 말씀하셨을 때 페메로 연락처 주고받았거든요.”
“근데?”
“그래서 이거 기사 뜬 다음에 이렇게 연락을 했는데···”
이주는 더욱더 서럽게 울면서 휴대폰을 꺼내 선오에게 내밀었고,
이주와 동창이 나눈 메시지 화면이 보였다.
[너는 알잖아. 내가 왕따 시킨 적 없다는 거] [왜 대답이 없어ㅠㅠ 이번에는 네가 나 좀 도와줘! 네가 한마디만 해주면 돼!]이주의 메시지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 상대였다.
[중2때 내가 너 도와줬을 때 기억나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너한테 못되게 굴던 그 애들 짓인 거 같아.. 도와줘!] [미안..]그러다 상대는 딱 한 마디만 던지고는 다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주가 지금 눈물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이것인 듯했다.
“그만 울자, 이주야. 지금 모함당하고 있는 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울면 더 억울하지.”
“그렇지만···. 흐흑···. 저 이제 데뷔도 해야 하고···. 주말에 드라마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 다이스 팀에 피해가···. 흐흑···.”
선오는 조수석 박스에서 생수를 하나 꺼내 따주었다.
이주한테는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으니까.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선오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이번 일이 이주나 다이스한테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생각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렇거든. 논란이든 뭐든 한 번이라도 더 대중들한테 이름이 오르내리면 좋아. 특히 신인은 더 그렇지.”
이주는 여전히 서럽게 훌쩍였다.
“그런데, 가해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피해자를 도와준 의리녀였다? 대중들은 이런 서사를 굉장히 좋아해. 반전과 감동까지 있잖아.”
선오의 이러한 말에 이주의 훌쩍임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고,
“그러니까 우리는 결백만 증명하면 돼. 중2때 담임 선생님부터 만나러 가자. 그 동창도 내가 해결해볼 테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 감사합니다. 제 일로 괜히···.”
“네 일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일이지. 나는 ‘다이스’의 성공에 내 모든 걸 걸었거든.”
선오가 빙긋 웃으며 시동을 켜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주도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심호흡을 했고,
부우우우웅———
선오의 고급 세단이 힘차게 출발했다.
이주의 진실과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곳으로.
* * *
“아, 어서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주의 매니지먼트를 맡은 스튜디오129의 대표입니다.”
선오가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넨 이는 이주의 옛 담임 교사였다.
“이주,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안녕하세요, 쌤.”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들었지? 힘드셨죠?”
교사가 교무실 냉장고에서 주스 두 병을 꺼내왔다.
이곳은 수도권을 한참 벗어난 충청도 청주의 어느 중학교였다.
“작년에 결혼했거든요. 남편 따라 이직하는 바람에.”
이전의 삶에서 훗날 학폭 논란이 터졌을 때 담임 교사가 처음에는 나서지 못하고 뒤늦게 이주의 결백을 증명해주었던 이유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지면 소식도 만남도 대응도 느려질 수밖에.
이번 생에서는 일찍이 이 담임 교사의 거취를 파악해두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중2때 이주는 자세도 참 바른 아이였어요. 표정도 항상 밝고 눈도 반짝반짝 빛나고. 그래서 연예인 준비하러 강남으로 전학 간다고 했을 때 놀랍지 않았죠. 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대표님께서 직접 저를···.”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모른 채로 마치 학부모 상담을 하는 것처럼 이주의 과거 행실에 대해 설명해주던 교사에게,
선오는 휴대폰을 꺼내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여주었다.
“중2때 이주가 왕따 당하던 반 친구를 도운 일이 있다는데 맞나요?”
“아, 네···. 그때 제가 반 아이들한테 그 친구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다들 등을 돌렸거든요. 근데 이주만 챙겨줬어요, 그 애를.”
이렇게 대답을 해오던 담임 교사의 얼굴이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럼, 대표님. 지금 보여주신 그 기사가···.”
다시금 교사는 선오의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가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 그 왕따 주동자 무리 중에 한 명이 악의적인 루머를 퍼뜨린 것 같습니다.”
자신의 반에서 일어난 일로 기사화가 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제자로 추정되는 이가 거짓으로 제보하여 논란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교사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그래서 선생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네···. 제가 돕겠습니다. 뭐든지요.”
“4년 전의 진실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선오가 휴대폰을 꺼내어 녹음 어플을 켰다.
“제가 지금부터 선생님과의 대화를 녹음할 거고요. 이걸로 언론에 정정 기사를 요청할 겁니다. 물론 음성 변조 처리를 해서···.”
“아뇨, 제 목소리 그대로 나가도 됩니다. 제 실명도 같이 밝혀주세요. 그 아이들, 생각보다 영악해요. 그때도 너무 영악해서 담임인 저도 어쩌지 못했거든요.”
선오와 이주를 번갈아 보던 담임 교사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교사는 큰 결심을 한 듯 침을 꼴깍 삼키고는,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는 실로 놀라웠다.
더 확실하게
“차라리 폭력을 쓴다든지, 돈이나 물건을 훔쳤으면 티가 나니까 교사 입장에서 오히려 지도하기 수월했을 텐데. 그 녀석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애들이 아니었죠.”
교사의 말에 이주는 그때의 사건들이 떠오르는 듯 고개를 푹 숙였고,
“피해자 아이의 교과서나 숙제, 수행평가를 몰래 다른 곳에 숨겼다가 그걸로 혼나게 만든 후에 나중에 다시 갖다 놓는다든지···. 체육 시간에 피구 하면서 그 아이만 노린다든지···.”
선오는 낮은 한숨을 쉬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늘상 만들어두고 물증은 절대로 들키지 않는 수법이었어요. 이게 장기간 반복되다 보니까 그 피해 아이도 저도 심증이 굳어진 거죠. 그밖에도, 피해 아이만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놀거나, 혹여 피해 아이와 같이 밥을 먹는다든지 말을 섞는 애는 같이 싸잡아서 왕따시키고···. 나중에는 이주도 그렇게 같이 따돌림을 당할 뻔했어요.”
가만히 교사의 말을 듣던 이주가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아이들한테 화를 내면서 맞섰거든요. 그래서 더 안 좋게 보였을 거예요. 저한테까지 그런 짓을 시작하던 찰나에 제가 강남으로 전학을 가게 돼서 일단락되었지만요.”
교사가 이주를 향해 쓴웃음을 짓고는 말을 마저 이어나갔다.
“그래도 이주가 그 녀석들한테 끝까지 맞서는 모습이 피해 아이나 반 아이들한테도 자극이 된 모양이에요. 이주가 그렇게 뒤집어놓고 전학 간 다음부터는 왕따까지는 아니고 은따 정도로 수위가 약해졌거든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선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시는 그따위 못된 버릇으로 이주나 다이스에게 피해 주지 못하게 참교육을 시킬 참이었으니까.
이 사회는 학교라는 울타리와는 다른 혹독한 정글이라는 것을 톡톡히 일깨워줄 생각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증언해주신 이 녹취록, 정의롭게 쓰겠습니다.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를 찾아와주셔서 도리어 제가 감사드려요. 이렇게라도 해야 오랫동안 품어온 제 부채감, 죄책감이 덜어질 것 같거든요.”
교사가 다시금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교사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힘이 없어요. 가끔 그 녀석들이 꿈에 나와요. 꿈속에서의 저는 그때 왕따를 당했던 아이를 더 적극적으로 돕고, 가해자 녀석들을 혼쭐내고 있죠. 그저 꿈이지만요···.”
이에 선오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힘을 보태주셨으니, 그 꿈이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교무실을 빠져나온 선오와 이주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이주야, 왕따 당했던 그 동창한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문자랑 전화해볼래?”
고개를 끄덕인 이주는 휴대폰을 꺼내어 메시지를 썼다.
“네···. 담임쌤 만나서 증언 녹취록 받은 이야기도 할게요.”
“그래야지.”
삐빅——
차에 올라탄 선오, 그리고 조수석의 이주.
두 사람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도 내내 각자의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선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동창한테 답장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