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28
조영준은 자신의 정보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래도 JK에 있을 때 아래 직원들한테 잘했거든.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내부 정보를 물어다 주는 놈들이 있잖냐.”
“형이 의리의 사나이신 거 제가 잘 알죠.”
하동욱도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조영준의 비위를 맞춰줬다.
“그래서 오디션 결과는 언제 나온대요?”
“이미 나왔지. 최종 후보 4명.”
조영준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툭——
서류 파일을 꺼내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하동욱은 입맛을 다시며 이를 꺼내보았다.
“조금은 뻔한 구성이네요? 동아시아나 동남아 쪽 멤버들···. 이질감이 없는 얼굴들로 골랐나 봅니다.”
“어. 그래서 얘네를 어떻게 털까, 각을 좀 재어봤거든?”
이에 침을 꼴깍 삼키며 집중하는 하동욱.
“탈세, 종교, 정치, 역사. 이런 이슈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게 연예인들이잖냐.”
“그렇죠.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 데뷔한 신인 걸그룹의 집안이 일제 우익이다? 아니면, 반한 운동에 앞장서던 중화 보수주의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하동욱도 조영준을 따라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게임 끝이죠. 데뷔하자마자 이미지 나락 가는 거죠.”
“이 4명 중에 2명이나 그런 식으로 대단한 집안 출신이더라고?”
조영준이 이렇게 말하며 먼저 잔을 들었고,
짠——
와인잔 2개가 허공에서 부딪히며 핏빛으로 빛났다.
“4명 중 2명이면 50%의 확률이잖아요.”
“멍청한 새끼. 그게 어떻게 50%냐.”
“··· 50% 맞지 않아요?”
조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서랍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내왔다.
“걔네가 4명 중에 2명을 뽑을 텐데, 문제의 멤버는 2명이야. 그 둘 중에 한 명만 걸려줘도 나락가는 거지.”
“그렇죠.”
“그러면 4명 중에 2명을 뽑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냐?”
“형, 저 수포자였어요.”
조영준이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젓더니, 메모지에 펜으로 그림을 마저 그려가면서 설명을 이었다.
“4명 중에서 2명을 뽑는 방법은 6가지의 조합이 나와.”
“6개의 조합···.”
“그리고 그 문제의 멤버 2명 중에 한 명이라도 걸려드는 경우의 수는 5가지야.”
하동욱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겠네요! 문제없는 2명만 뽑히는 경우가 1가지니까! 전체 6가지 조합 중에 그 1개를 제외한 나머지 5가지 조합에, 문제의 멤버가 최소 1명은 들어있겠네요.”
“짜식, 너 이해는 빠르다?”
“숫자에만 약할 뿐이지 제가 잔머리는 꽤 하잖아요.”
조영준이 흡족한 얼굴로 하는 말에 하동욱이 자신감이 생겼는지 조영준의 펜을 빼앗아 메모지에 끄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문제의 멤버가 섞여있을 확률이 5/6네요?”
“그렇지. 거의 84%의 확률이지.”
“문제 없는 2명만 골라 뽑는 건···. 1/6밖에 안 되는 확률이고요? 반올림해도 17%의 확률?”
“어. 게다가 그 문제의 2명이 실력 면에서 2,3위 하는 애들인 것 같더라고. 스튜디오129 내부 평가까지는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말이야.”
“그럼 무조건이네요.”
하동욱의 반응에 의기양양한 얼굴로 와인을 홀짝이는 조영준이었다.
“이제 시간문제인 거 같은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형님.”
“그래. 내 자리 빼앗은 놈이 잘되는 꼴은 절대 못 보지. 129부터 무너뜨리고, 김록기한테 복수하고, 하나씩 전부 되찾을 거다.”
쪼르르르르르———
하동욱은 대답 대신 조영준의 빈 잔을 채워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11월 말 런던의 하늘은 푸르렀다.
하지만 공기는 춥고 삭막했다.
“어우 한국보다 더 추운 것 같습니다, 대표님.”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부르르 떨며 겉옷을 여미는 김태웅이었다.
김태웅이 자처하며 짐을 챙겼고,
선오는 블랙캡 택시를 잡아서 그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런던 시내의 한 호텔.
선오가 로비 소파에 앉아서 일정을 정리하는 사이, 김태웅이 체크인을 했다.
“대표님, 방이 2개인데요?”
“네, 따로 잡았습니다. 나는 중간중간 곡도 써야 하고, 김 팀장님도 업무 거리 바리바리 가져오셨잖습니까?”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했을 때 김태웅은 당연히 같은 방을 쓰게 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김태웅은 JK엔터에서 간혹 지방 출장을 다닐 때도 늘상 선배와 같은 방을 썼었다.
신입 일때도 출장에서는 팀장급, 본부장급과 함께 지냈으니까.
하지만 129는 이런 곳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 그렇죠. 대표님도 편하게 개인 업무 보셔야 하니까요.”
걸그룹 다이스에 들이는 총투자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여러모로 JK엔터에 있을 때보다 스튜디오129의 업무 환경이 더 쾌적하다고 느끼는 김태웅이었다.
덕분에 저절로 애사심이 생겨나는 듯했다. 다이스를 반드시 성공시켜야한다는 의지도 함께 말이다.
“내일 점심에 유이랑 부모님 뵙기로 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도 확인했습니다.”
“설득이 쉽진 않을 겁니다. 교육열이 대단한 집안 같아요. 입시 기간이라 부모님이 휴가 내고 영국에 와 있다는 거 자체가···. 유이한테 거는 기대가 크겠죠.”
“네, 게다가 외동딸이라고 합니다.”
선오와 김태웅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관을 직감하지만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결연한 표정 말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룸으로 들어가 여독을 풀고 시차 적응을 위해 애썼다.
그렇게 이튿날이 밝아왔고,
“(안녕하세요, 스튜디오129의 대표입니다.)”
런던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유이와 그녀의 부모님을 마주한 선오였다.
선오의 유창한 영어에 김태웅은 소리 없는 감탄을 내뱉었다.
“(이건 저희가 미리 보내드린 자료이긴 한데요, 더 자세하게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그동안 프로듀싱한 아티스트들입니다.)”
유이의 부모님은 시큰둥한 얼굴이었지만,
유이가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로 부모님에게 설명을 곁들였다.
일본어로 열심히 피력하는 그녀였다.
“(여기 쿼드스텔라라는 보이그룹에도 현대 무용을 전공하다가 진로를 바꾼 멤버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을 하던 유망주였고요.)”
이제야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부모님들을, 선오는 놓치지 않았다.
“(적응 기간을 거친 후에는 K팝 댄스에 뛰어난 강점을 보이는 멤버로 성장했습니다. 이 친구가 가진 현대 무용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안무도 넣으면서 아티스트의 장점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프로듀싱을 해왔습니다. 유이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겁니다.)”
묵묵부답으로 입술을 꾹 닫고 있던 유이의 부모님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 유이는 유치원생 때부터 발레만 해온 아이예요. 지금은 전 세계 발레리나들이 꿈꾸는, 영국 로열 발레 스쿨의 입시를 앞둔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이고요.)”
먼저 아버지가 천천히 영어로 말을 건넸고, 옆에서 유이의 어머니가 조금은 흥분한 투로 말을 이었다.
일본어 말투가 섞인 발음이었지만 선오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이가 지금껏 쌓아온 인생을 모두 버리고 아이돌로 데뷔했다가 망하면요? 그럼 우리 유이의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날카로운 물음.
부모님 입장에서 충분히 할만한 걱정이었다.
순간 선오의 머릿속에 지난 삶 유이가 누렸던 글로벌 스타로서의 인생이 떠올랐다.
유이의 부모님과 이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오는 이 같은 생각을 하며 다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유이가 가진 에너지를 전부 표출하기에 발레라는 무대는 너무 작습니다.)”
이 말에 입술을 꾹 닫는 부모님.
선오는 유이가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꺼냈다.
“(이거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유이는 언젠가부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평생 발레만 하고 살아도 정말 괜찮을지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유이가 이런 마음으로 계속 발레를 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요?)”
선오의 말에 유이는 말없이 부모님 두 분의 손을 꼬옥 잡으며 입술을 뗐다.
“(이 길을 가지 않으면 더 후회할 것 같아요, 엄마 아빠. 설사 실패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진지해요.)”
“(실패는···. 하지 않을 겁니다. 적지 않은 자본을 들여 제 인생을 걸고 만드는 걸그룹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오는 이어서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이가 스튜디오129와 계약한다면 앞으로 어떤 숙소에서 어떤 스케줄로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될지, 그리고 데뷔 전에 먼저 어떤 루트로 얼굴을 알리고, 언제 데뷔하게 될지, 이후에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활동은 어떤 순으로 예정되어 있는지 말이다.
이 중에는 김태웅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우리 대표님, 이렇게나 거창하고 장기적인 계획이 있으셨구나···.’
옆에서 김태웅 또한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춰야 했다.
“(말은 쉽죠. 솔직히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회사에서 우리 애를 왜···. 그것도 한국말 한마디도 못 하는 애를···.)”
“(그 말씀이 전부 사실이라도 한들. 그렇게 큰돈을 들이고 만든 그룹도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지 않습니까? 회사에선 그냥 돈을 날리고 마는 문제지만, 우리 유이는 인생을 날리는 문제라···.)”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쉬는 부모였다.
“(만에 하나, 정말 만약에 이 걸그룹 ‘다이스’가 실패한다고 해도, 유이는 글로벌 모델로서 저희가 따로 매니지먼트 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발레로 다져진 몸매와 큰 키를 강점으로 내세워서요.)”
블랙사인의 멤버 중에서도 특히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이 끊이질 않았던 그녀의 전생을 떠올리며, 확신에 찬 설명을 잇는 선오였다.
“(나 이번 기회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아빠.)”
유이의 간절한 말과 눈빛.
선오 또한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테이블 위에 묵직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양측 모두 더는 각자의 주장과 신념을 굽힐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후,
유이의 아버지가 다시금 입술을 무겁게 떼었다.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129라는 본진
“(조건이요?)”
“(네, 내년 이맘때까지 성과가 없으면, 유이가 다시 발레를 할 수 있게 놓아준다는 조건이요.)”
아버지가 건넨 조건은 생각보다 센 것이었다.
사뭇 진지한 그의 두 눈을 마주한 채로 선오가 되물었다.
“(말씀하신 ‘성과’라는 게 어떤 기준까지를 생각하시는 걸까요?)”
“(우리 유이가 아이돌 가수로서 보람을 느끼고, 능력을 인정받고, 무대를 즐기는 거면 됩니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는 말이었다.
이에 선오는 빙긋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모호한 조건입니다. 1년 후 이 시점에 유이가 아이돌 생활에 만족해한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면 두 분께서 만족을 못하거나 유이의 의견을 믿지 못할 수도 있고요.)”
선오는 자신이 있었기에 먼저 이 같은 문제점을 짚어 내려갔다.
이 말에 유이의 어머니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동조했고, 아버지는 굳은 두 입술을 내민 채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입술을 떼는 선오였다.
“(이렇게 하시죠. 내년 이맘때에 ‘다이스’가 정산금을 받게 된다면, 유이는 계약기간 7년 만기까지 계속 저희가 매니지먼트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한국의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아이돌을 육성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훗날 이들이 데뷔한 후에 나오는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그렇게 정산을 마친 후에 발생하는 수익금부터 멤버들에게 정산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내년 이맘때라고 하면 ‘다이스’가 데뷔한 후 반년 정도 되는 시점입니다. 반년 만에 정산을 받을 수 있는 그룹이면 누가 봐도 성공했다는 뜻이니까요.)”
선오가 확신에 찬 어조로 건넨 말.
이에 옆자리 김태웅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대표님···. 너무 무리수 같은데···. 반년 만에 정산이라니···. 그렇게 되면 너무 좋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으신 건가?’
한편, 맞은 편에서 어머니가 비로서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아버지 역시 유이를 한 번 지그시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구체적인 조건을 먼저 말씀해주시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1년 안에 유이가 아이돌의 인생을 살아도 좋을지 판가름이 난다는 의미기도 하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내년에 발레 스쿨 입시를 준비할 수도 있으니···.)”
부모님의 반응에 유이 또한 양 볼이 붉게 상기된 채로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끝내 그녀의 부모님 입에서 승낙이 떨어진 것이다.
“(방금 대표님께서 구두로 하신 약속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주세요.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약하겠습니다.)”
“(네, 계약서는 모레까지 드리겠습니다. 계약 시작일은 12월 초로 하겠습니다.)”
유이의 아버지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잘 부탁합니다. 내 딸.)”
“(믿고 맡겨주신 것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선오도 망설임 하나 없이 응수했다.
* * *
그날 저녁.
김태웅은 선오가 시켜준 호텔 룸서비스를 먹으며, 오늘 점심에 이야기 나눈 대로 유이의 계약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이이이이이잉——
돌연, 서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네, 공 팀장님.”
발신인은 공희주 팀장이었다.
– 대표님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아, 방을 따로 쓰고 있어서···. 무슨 일이에요? 제가 전해드려도 되는 거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 대표님께서 최종 후보자들 집안 조사하라고 하셨잖아요.
“네.”
공희주의 말에 집중하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는 김태웅이었다.
– 넷 중 2명이 문제가 좀 있더라고요. 중국인 후보자랑, 일본인 후보자 중 하나요.
“일본인 후보자가 2명인데···. 혹시 유이 인가요?”
– 아뇨. 유이는 깨끗하고요. 다른 한 친구 조부모님이 우익 단체 회원이더라고요. 자기네 조부모가 하는 짓을 모르고 지원 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