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29
“어우, 어떻게 찾으셨어요? 고생 많으셨네요.”
걱정하는 투로 반응한 김태웅이었지만 목소리에서는 어쩐지 안도감이 느껴졌다.
유이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었으니까.
– 그리고 중국인 애는 대만 출신이라서 걸려요. 국내 활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 아이를 기용하는 거라면 오히려 방해될 거 같거든요. 이 부분 대표님께 한번 여쭈어주세요.
“네, 잘 전달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공 팀장님.”
전화 너머에서 피식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수고는 김 팀장님이 하고 계시는데요 뭐. 지금 런던은 한밤중 아니에요?
“네, 오늘 유이 부모님이랑 이야기 잘 됐고요, 그거 바탕으로 계약서 정리 중이에요.”
– 와, 다행이네요! 별 소식이 없길래 아직 설득을 못 한 건가 싶었는데···.
“그게···.”
공희주가 상기된 투로 말해오자 김태웅은 머뭇거렸다.
“유이 부모님이 계약서에 단서 조항을 요구하셨거든요.”
– 단서 조항?
“내년 이맘 때까지 정산 못 받으면, 유이 데려가서 다시 발레 입시 시키신다고요.”
– 헐···. 그걸 대표님께서는 오케이 하셨고요?
“이 구체적인 조건 자체를 대표님께서 먼저 제시하셨다니까요.”
– 정말요?
전화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잠시 후 공희주가 다시금 피식 웃음을 흘렸다.
– 기대되네요. 우리 대표님, 그만큼 다이스에 확신이 있으시다는 뜻이잖아요.
공희주의 이 말은 그저 예의상 건넨 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 예전에 JK엔터 밖에서 지켜볼 때부터, 대표님 이름이 걸린 프로젝트에서 성공하지 못한 걸 본 적이 없거든요.
그녀는 굿엔터에서 일하던 시절, 정글오디오에서 129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부터 129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 왔었다.
지켜봐 왔다는 표현보다는 129가 눈에 띄고 눈에 밟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 그 단서 조항은 일단은 함구할게요. 우리 대표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뒷말 나오기 십상이니까.
“아···. 네, 저도 공 팀장님과 공유한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고, 함구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김태웅의 생각은 공희주와 조금 달랐다.
손으로는 노트북으로 계약서를 정리하고 있었으나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너무 위험하고 섣부른 단서 조항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우리 대표님 실력과 능력을 믿는 것과 별개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하지만 김태웅이 생각해도 이것밖에 대안이 없었다.
‘유이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려면 이게 최선이었어.’
때문에 김태웅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유이 아버지가 말한 대로 모호한 단서 조항만 달아놓으면 오히려 나중에 문제가 생길 테니, 이렇게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도 맞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이게 최선이었다는 결론을 내는 동안,
김태웅의 손은 어느새 계약서를 완성했다.
띵동——
김태웅은 이를 들고 옆방 벨을 눌렀다.
자정이 되기 전에 완성하면 벨을 눌러달라는 선오의 주문이 있었다.
이윽고, 방문이 열렸다.
김태웅이 앉아서 건넨 노트북 화면을 찬찬히 보던 선오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대로 유이 부모님 측에 전송해주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 팀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표님, 혹시 서울에서 온 연락 받으셨어요?”
“메일로 확인했어요. 전화는 아까 무음으로 돌려놔서 못 받았고요. 곡 쓰고 있었거든요.”
“아···.”
“찬찬히 확인해봤는데, 아무래도 문제 있는 두 친구는 제외하고, 나디아랑 유이로 최종 결정하게 될 것 같네요.”
선오는 이렇게 말하며 후련한 감정을 느꼈다.
데뷔 멤버 6명이 꾸려졌고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게다가 글로벌 오디션으로 선발한 태국인 멤버 ‘나디아’와 일본인 멤버 ‘유이’는 지난 삶의 기억을 통해 선오 안에 확신이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선오가 씨익 웃으며 김태웅을 향해 입을 열었다.
“고세미, 천희나, 이주, 배지율, 나디아, 유이. 정예 멤버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꼼꼼하게 선발한 이 6명을 데리고 만들 그룹 ‘다이스’.
어쩌면 실패하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 * *
“훠후! 나이스샷입니다, 형!”
짝짝짝짝짝——
시원하게 날아가 안착한 조영준의 골프공.
이를 두 눈으로 좇던 하동욱이 박수를 쳤다.
“것봐. 내 실력 아직 쓸 만하지?”
오랜만에 나온 필드였다.
조영준은 어느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골프채를 매만졌다.
그때,
지이이이이잉———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고,
발신인을 확인한 조영준이 얼른 이를 받았다.
“어.”
전화를 받은 조영준의 얼굴에 기대감이 비추기 시작했고,
“벌써 글로벌 오디션 최종 선발을 끝냈대?”
이 말에 하동욱도 조영준 가까이 다가섰다.
조영준이 두 눈을 빛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 뭐어?”
이내 잿빛으로 안색이 변해버린 조영준이었다.
“··· 확실한 거야?”
하동욱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고는 안절부절못한 얼굴을 했다.
“··· 번복 가능성은 없고?”
골프장 잔디가 꺼질 듯 크게 한숨을 내쉬는 조영준.
“··· 그래, 수고했다. 또 변동사항 생기면 연락줘.”
조영준은 전화를 끊자마자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골프채를 냅다 던져버렸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무슨 일인데요, 형···.”
하동욱이 팔자 눈썹을 그리며 묻자,
“씨이발···. 17%의 확률. 129가 그걸 택했단다.”
욕을 섞어가며 건넨 조영준의 대답.
처음에 하동욱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다가,
“아···. 그러니까 글로벌 오디션 최종 후보 4명 중에, 아무 문제 없는 2명을 골랐다는 말이에요? 129 그 미꾸라지 같은 새끼가?”
되물어오는 하동욱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아오! 씨발!! 그 재수 없는 새끼!!”
이제 조영준은 잔디를 밟아 없애려는 듯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쿵쾅거리기까지 했다.
옆에서 캐디들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멀찍이 몸을 피했다.
“내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그 새끼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내 편으로 만들지 않으면 뒤통수칠 새끼인 거 딱 알아봤는데!!”
“··· 형,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랬잖아요.”
“뭐?”
조영준은 지금 그 어떤 말도 다 거슬렸다.
“내가 하이에나처럼 끈질긴 기자 녀석들을 좀 알거든요. 그래도 형보다 현직에 더 오래 있었으니까.”
“그래봤자 찌라시에 있는 애들이잖아.”
“찌라시에 있던 애들 중에 어느새 커서 3대 언론사로 들어간 놈들도 있죠.”
하동욱이 이렇게 말해오자 조영준이 관심이 생긴 듯 표정을 누그러뜨리기 시작했다.
“3대 언론사?”
“네, 두세 놈 있어요. 그중에는 태양일보도 있고···. 원하는 기삿거리 만들 때까지 아주 끈질기게 뒤를 파는 놈들이요.”
“그래? 찌라시에서 태양일보까지 간 놈이 있어? 난 놈이네? 믿을만하긴 하고?”
“한 번씩 만나보고 영입할 만한 싹수가 있는 놈으로 데려올게요.”
“··· 그래라.”
조영준은 조금 전 자신이 노발대발했던 게 멋쩍었는지 듯, 캐디를 슬쩍 살피더니 머리를 쓸어 넘기며 카트에 올라탔다.
하동욱도 뒤따라 그의 옆자리에 몸을 싣고 말했다.
“걸그룹 뒤를 캐는 건 이제 그른 것 같고요. 저번에 형이 말한대로 본격적으로 본진을 치죠. 129라는 본진을···. 제대로 된 기자랑 힘 합치면 시간 문제 일 겁니다.”
두 사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 올렸다.
한결같은 사람
* * *
첫눈이 펑펑 내리는 12월 초의 어느 날.
JK엔터 지하에 있지만 ‘스튜디오129’의 푯말을 달고 있는 연습실.
오늘 이곳에서 ‘다이스’의 여섯 멤버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안녕하세여. 유이.. 카와구치 유이 입미다. 한국 나이로 18살 이에여.”
“저는 나디아 분미. 19살이고요. 이름이 나디아라서, ‘나디아’나 ‘디아’ 라고 불러주세요.”
한국어를 배운 지 1주일밖에 되지지 않은 일본인 멤버 유이, 그리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덕에 상대적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태국인 나디아까지.
2명의 새로운 멤버를 만난, 기존 4명의 멤버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반가움이 가득했다.
팀명이 ‘다이스’일 때부터 6명의 멤버로 꾸려질 거라는 예상은 다들 했기에, 그동안 이 2명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반가워요. 나는 고세미. 21살이에요.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줘요.”
어느새 밝게 웃는 표정도 지을 줄 알게 된 고세미가 갈색 생머리를 매만지며 인사하자,
천희나가 머리를 높게 치켜올려 묶으며 고개를 살랑거렸다.
“나는 천희나 20살. 앞으로 파이팅하면서 잘 지내봐요.”
다음은 이주가 단발 머리를 찰랑거리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이주. 외자예요. 성이 이씨고 이름이 한 글자. 19살이고 나디아랑 동갑이네요.”
마지막으로 배지율이 까맣고 기다란 웨이브 머리를 손가락으로 베베 말면서 인사했다.
“저는 배지율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이는 유이랑 동갑! 18살이에요. 유이는 생일이 몇 월이에요?”
생일이 빠른 편이었던 배지율이 자신이 더 언니일 거라 생각했는지 의기양양하게 묻자,
유이는 한국어로 전환하는 데에 아직 시간이 걸리는지 느릿느릿 대답했다.
“저 생일.. 메이.. 5월? 이여.”
“앗 진짜요? 나두 5월인데! 5월 5일! 어린이날에 태어났어요.”
“저는 5월.. 4.. 4일이에여.”
배지율과 유이의 대화를 지켜보던 4명의 언니들이 탄성을 질렀다.
“우와! 신기하다! 하루 차이야!”
“그럼 하루 차이로 지율이가 막내네?”
“그러네요···. 내가 막내네···.”
풀이 죽은 배지율.
그 모습을 웃으며 보던 고세미가 입을 열었다.
“우리 그냥 다 말 놓자. 그래야 얼른 친해지지. 한국어 서툰 멤버들도 존댓말이 더 어려울 거 같아.”
“그럼 뭐라고 불러? 이름?”
나디아가 시원시원한 성격을 금방 드러내며 곧바로 말을 줄이고 물어왔다.
이에 천희나가 나긋나긋 설명을 이었고,
“그냥 세미 언니, 희나 언니, 이주 언니 이렇게 부르고 말만 편하게 반말하자는 거야.”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된 다이스 멤버들.
조금은 편해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나오는 찰나,
똑똑똑——
누군가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고세미가 먼저 선오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소리쳤고,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다들 인사 나눴어?”
“네!”
“내가 미리 따로 세미한테 리더를 부탁했거든. 다행히 세미가 흔쾌히 답을 줬어. 그래서 오늘부터 우리 ‘다이스’의 리더는 고세미인 걸로.”
선오의 말에 멤버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그냥 지금처럼 누가 리더든 상관없이 각자 의견 편하게 내는 그런 팀이 되었으면 해. 나는 그냥 팀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 정도를 맡고 싶어.”
“세미 언니 든든해.”
고세미가 쑥스러운 듯 건넨 말에 나디아가 엄지를 치켜세웠고,
천희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성격도 언니가 제일 차분해서 예전부터 리더감이라고 생각해왔어.”
“너희들 벌써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한 거야?”
선오는 이들의 친화력에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물었다.
“이제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니까요. 좋든 싫든.”
“싫든? 넌 언니들이 싫을 때가 있어?”
배지율의 농담에 이주도 툭 치며 장난을 쳤고, 이내 연습실에는 6명의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오는 그들을 보며 그 어떤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런던에서부터 작업해오던 신곡을 오늘은 마무리할 수 있겠어.’
인트로, 벌스, 프리코러스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추었으나 가장 중요한 싸비, 즉 코러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류해두었던 곡이었다.
어서 대표실로 올라가 로직을 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건물 꼭대기, 선오의 대표실 책상 한켠에는 작곡을 할 수 있는 컴퓨터에 키보드가 연결된 간이 작업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영감이 떠오르면 여기서 언제든 작업을 이어 할 수 있었으며, 이는 선오의 아지트 작업실 컴퓨터와도 연동이 되어 있었다.
“12월 말까지는 타이틀곡이랑 앨범 수록곡 윤곽이 나올 거야. 이제 진짜 시작이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