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32
“크하하하. 그런 말도 아세요? 맞아요.”
센스 또한 상당한 나디아를 향해 장영호 PD는 흡족한 웃음을 터뜨렸고,
멀리 뒤에서 듣고 있던 선오 또한 조용히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는데,
유이가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이며 순수함과 순진함이 가득 어린 얼굴로 물었다.
“국뽕..이 뭐예여?”
“우음. 그러니까 ‘국’은 나라라는 의미고, ‘뽕’은 마약이라는 뜻인데, 애국심이 들게 하는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것들을 국뽕이라고 불러. 외워야 해. 유행어야.”
이렇게 나디아가 진지하게 조곤조곤 유이에게 설명해주는 상황 또한 눈을 빛내며 컨텐츠로 보는 장영호였다.
그 모습을 포착한 선오 또한 조용히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잠시 후,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각.
촤악———
슬레이트 치는 소리가 세트장에 울려 퍼지며 세 번째 촬영이자 오늘의 마지막 촬영이 시작되었다.
MC가 다시 텐션을 끌어올리며 문을 열었고, 곧이어 나디아와 유이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여, 영국에서 발레 유학하다가 한국에 온 18살 일본인, 카와구치 유이 입니다.”
“안녕하세요! 걸그룹 하고 싶어서 한국에 유학 온 19살 태국인, 나디아 분미 입니다.”
MC가 두 사람을 인터뷰하더니, 이윽고 유이는 발레를 나디아는 걸스 힙합을 추기도 했다.
이어서 둘이 함께 한국의 걸그룹 댄스를 선보이며 촬영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 실제 모습과 모니터 화면을 번갈아 지켜보던 장영호 PD의 얼굴 광대가 높이 치솟고 있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하나? 원래 오늘 처음 찍으려던 출연진보다 이 친구들 반응이 훨씬 잘 나오겠어. 역시 129 대표 기획력은 남다르다니까.’
예전에 M프라임에서 추석 특집 음악 예능을 함께 준비하던 시절에도 이 비슷한 감탄을 느꼈던 장영호였다.
자연스레 그때의 생각과 감정이 겹쳤다.
‘희나도 그렇고 이런 애들을 어쩜 이렇게 잘 찾아냈대? 실력도 좋고 센스나 감각도 상당하잖아. 다이스···. 3명이나 이 정도면 얘네 중박 이상은 가겠는데?’
고수를 알아볼 수 있는 것 또한 고수였다.
이제 이 바닥에서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장영호의 눈에 선오의 안목과 기획력은 수준급으로 비쳤다.
‘암튼 129대표가 내 구세주야, 구세주! 첫 촬영부터 출연진한테 교통사고가 나서 무슨 액땜을 이렇게 크게 하나 싶었는데···. 완전 전화위복이다.’
카메라가 잘 돌아가는 사이,
장영호가 고개를 돌려 선오가 있는 쪽을 보았다.
선오 또한 그의 시선을 느껴 그를 보자, 장영호가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흔들어 보였다.
선오도 빙긋 미소로 화답했다.
‘장 피디님이 마음에 들어하시니 편집 걱정은 안 해도 되겠고. 천희나 캐릭터도 잘 잡혔겠다, 나디아랑 유이도 생각보다 안 떨고 선방하고 있네.’
모든 것이 선오가 짜놓은 판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멤버는 딱 하나구나.’
* * *
며칠 후, 스튜디오129의 대표실.
[음유 음악경연대회]– 당신의 음악이 세상을 울릴 수 있다면 –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글귀를 본 순간, 선오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미 몇 년 전 대상을 거머쥔 선오였지만 그래도 심장은 반응했다.
조금 전 선오는 공희주 팀장에게 보고를 하나 받았다.
‘대표님, 내년 음유경연대회 공고가 떴습니다.’
‘벌써요?’
‘네, 싸이랜드가 연이은 부진으로 적자가 쌓이면서 주최사가 태양일보로 바뀌었습니다.’
‘아···.’
이 같은 보고에 선오는 탄식을 터뜨림과 동시에 지난 삶을 떠올렸다.
한때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싸이랜드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동시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점유율을 완전히 빼앗기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일단 이번 공고에서 달라진 건 크게 없습니다. 일정이 봄으로 당겨졌다는 것과, 연령 제한이 낮아졌다는 것 뿐입니다.’
공희주의 서론을 들으면서 선오는 일찍이 알아차렸다.
그녀가 음유경연대회 공고를 선오에게 가져온 이유를 말이다.
‘여기에 세미를 한번 내보내 보자는 생각이시죠?’
자신의 의중을 단번에 읽은 선오의 물음에 공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렇다고 답했고,
선오는 고민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공희주를 내보낸 후 홀로 남은 대표실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한 것이었다.
“1차 서류 심사, 2차 심사위원들 앞에서 실연, 3차는 작곡 및 공연 경연. 그대로네.”
몇년 전에 떨리는 가슴을 붙잡고 출연했던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세미가 음악적 욕심을 표출시킬 기회가 될 것 같다.”
고세미의 작곡 실력도 그사이 많이 늘었고, 우울증 치료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주치의가 약의 용량을 서서히 줄이겠다고 말했으니까.
선오는 곧바로 고세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미야, 너 음유음악경연대회 나가볼래?”
“음유에요? 제가..요?”
역시나 음유음악경연대회의 존재와 그 무게를 아는 고세미였다.
선오는 요강과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는,
“대상 수상자가 전략 짜주고 코칭해주면 승산이 있지 않겠어?”
“··· 저 해볼래요! 상을 못 타더라도 해보고 싶어요! 전략이랑 코칭 짜주시는 대로 열심히 해볼게요, 대표님!”
고세미의 입에서 이렇게 상기된 하이톤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지난 삶과 이번 삶을 통틀어 지금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러자. 세미 너 지금까지 썼던 미디 파일 싹 다 보내봐. 내 메일 주소 문자로 보내줄게.”
“미디로 찍진 않았고 제가 만든 노래 불러서 녹음해둔 음원도 있는데···. 같이 보낼게요.”
“그래. 다 보내봐. 어떤 곡들을 보내야 1차를 통과할지 전략을 짜 보자.”
선오의 목소리도 덩달아 상기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선오는 고세미에게 메일 주소를 찍어주고는, 휴대폰 연락처를 뒤져보며 생각에 잠겼다.
‘방형만 선생님, 이번에도 심사 패스하시나? 한국에 계시면 하실 거 같은데···. 태양일보가 이번에 어떻게든 최고로 꾸릴 테니까.’
직접 연락을 하려다가,
이슬 선배의 연락처를 꾸욱 눌러 메시지를 썼다.
[선배, 혹시 방형만 선생님 아직 하와이에 계세요?]지이잉——
이슬의 답장은 속도도 내용도 다이렉트였다.
[형만이 오빠 지난달에 한국 들어왔어요. 이번 달은 내가 너무 바빠서 다음 달에 신년회 같이 하기로 했는데, 129 대표도 나올래요?] [네, 불러주시면 가겠습니다!]선오의 입꼬리가 저절로 씨익 올라갔다.
다시금 음유음악경연대회의 홈페이지 요강을 살피며 머릿속으로 전략을 세워보는 선오였다.
그러던 선오의 시선이 ‘참가 자격’의 ‘만 13세 이상’부분에 머물렀다.
“원래는 만 17세 이상만 지원 가능했었나? 그래서 이든이가 최연소 수상자였고.”
지난 삶에서 이 최연소 기록은 이후에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삶은 이야기 달랐다.
그때는 없었던 129와 스튜디오129가 활약하고 있는 세상이니까.
“만 13세 이상이라···. 이번에 이든이의 최연소 수상자 기록을 한 번 깨볼까?”
선오는 또 다른 흥미가 생긴 듯 피식 웃으며 다시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 목록을 찾았다.
후끈거리는 열기
– 네, 쌤!
선오가 전화를 걸고 나서 신호가 울리기 무섭게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윤설이었다.
“어, 설아. 너 혹시 음유음악경연대회 알아?”
– 알죠. 몇 년 전에 쌤도 거기서 대상 타셨잖아요. 저도 18살 되면 거기 바로 나갈 생각이···
“그거 이번부터 지원 나이 제한이 많이 풀렸더라고.”
– 진짜요?!
“공고일 시점 만 13세 이상.”
– 네네! 저 만으로 13세예요! 우와아!!!
윤설이 연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선오는 휴대폰을 귀에서 멀찍이 떨어뜨렸다.
– 근데 쌤, 내년 공고가 벌써 나왔어요?
“이번에 주최사가 바뀌면서 다음 주부터 지원받더라고 2차, 3차 경연은 3월에 하고.”
– 그럼 저! 저 할래요!
잔뜩 상기된 윤설의 반응에 선오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그래, 링크 보내줄게. 서류 준비하고, 제출할 데모 레퍼토리는 나랑 상의 좀 하자.”
– 이번에도 곡 3개 제출하는 거죠?
앞선 윤설의 말대로 음유음악경연대회가 그녀의 꿈이었는지 기존의 공고나 기준은 거의 외우고 있는 그녀였다.
“어. 보통 1차는 너무 상업적인 것보다는 실험적이거나 다양한 시도를 한 곡을 좋게 봐줘. 거기에 완성도와 음악성까지 제대로 갖춘 곡이면 돼.”
– 쌤은 무슨 완성도랑 음악성이 덤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평소의 패기는 어디로 가고 갑자기 왜 약한 컨셉이야, 윤설?”
– 그야, 제 또래들이랑 비교하면 자신감이 있다는 거지, 언니 오빠들이랑 경쟁할 생각 하면 떨리잖아요···.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는 윤설.
선오는 설이의 반응이 귀여워서 다시금 피식 웃고 말았다.
“쌤이 도와줄게. 곡은 네가 써야 하지만, 래퍼런스 잡는 거나 음유에서 더 먹힐 곡 고르는 거, 2차와 3차 전략 짜는 거 정도는 도와줄게.”
– 헤헤···. 든든한데요, 쌤? 저 열심히 해볼게요!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보여주겠어요!
윤설은 의지를 다졌고,
“쌤 메일로 지금까지 쓴 곡들 전부 빠짐없이 미디 파일로 보내봐. 네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곡도 보내. 다듬으면 괜찮은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선오는 고세미에게 했던 주문을 똑같이 하고는 통화를 마무리했다.
코트를 입고 사무실을 나선 선오는 혼자서 이른 점심을 먹으러 건물 밖으로 향했다.
길거리에 익숙한 캐럴이 흘러나오고 저 멀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가게들이 여럿 보였다.
“어우, 춥다 추워. 캐럴의 계절이구나.”
그러다 문득,
“그날도 이렇게 캐럴이 들리는 날이었는데···.”
지난 삶의 마지막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 캐럴 작곡가는 좋겠어. 죽는 날까지 펑펑 써도 될 연금이 연말마다 나오니.’
‘연금 정도겠어요? 저작권료로 3대가 먹고 살 수 있을걸요?’
정기석 선배와 나눴던 대화였다.
“이번 삶은 나도 그런 곡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캐럴만큼 전 세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곡.
캐럴만큼 매년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찾는 곡.
선오는 JK엔터의 공동대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만들었어도, 이러한 목표 때문에 아직 목이 말랐다.
“그 목표의 시작은 이번 걸그룹 다이스가 될 거야. 그렇게 만들어야지.”
골목길 안의 식당가를 둘러보며 이 같은 상념에 빠져있다가,
“어? 샤브샤브 먹을까?”
선오가 얼른 발을 들인 곳은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는 샤브샤브집이었다.
오늘은 식사를 하며 생각을 정리해야했기에 혼밥을 자처했다.
주문하고, 식사하는 동안,
선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윤설과 고세미에게 작곡 레슨을 하며 같은 내용을 가르쳐줬을 때를 떠올렸다.
‘가만보면 세미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편이야. 반면 설이는 질문도 많고 시행착오도 겪지만, 그건 내 가르침을 그냥 흡수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갖고 있는 것과 융합하고 응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과정이었어.’
두 소녀의 작곡 스타일은 많이 달랐다.
보컬 또한 서로 다른 강점을 보였다.
‘2차에서는 보컬도 중요해지는데···. 기교나 안정성, 고음 처리는 세미가 월등하지만 설이는 음색이 독보적이지.’
이러한 생각까지 미치자 선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2차나 3차에서 둘이 같이 붙으면 정말 재밌겠어.’
어느덧 후식으로 나오는 우동까지 싹싹 비운 선오는 다시 코트를 여미며 JK엔터 건물 안의 스튜디오129 사무실로 향했다.
‘어쨌든 두 아이 모두 객관적으로 작곡보다는 보컬에 강점이 있으니까 이걸 살릴 수 있는 곡으로 데모를 선별해야지.’
대표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고세미와 윤설이 보낸 메일이 와 있었다.
딸깍———
이를 열어 첨부파일 하나하나를 확인해보는 선오였다.
연달아 곡들을 들어보는 데 쓸만한 곡들이 하나둘 들리기 시작했다.
“3개 곡을 잘만 골라서 어필하면 1차는 걱정 없겠는데?”
선오의 귀에는 음유음악경연대회에서 먹힐 곡이 들렸다.
이를 골라 따로 만든 폴더에 선별해보는데,
그때,
똑똑똑———
누군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
“네.”
문이 열리며 등장한 이는 공희주 팀장이었다.
“대표님, 오늘 타이틀곡 선정 회의 시간을 혹시 조금 당길 수 있을까 해서요.”
조심스레 묻는 그녀.
“아, 팀장님들 모두의 의견입니까?”
“네, 중요한 회의인 만큼 모두들 더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고 지금 회의실에 모여있습니다.”
“하하하. 다들 정말이지 의욕적이시네요.”
선오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흡족한 마음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회의 시간을 못 당기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럼 저희끼리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고 했습니다.”
대답 대신 필기구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는 선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