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34
“으음···. 혹시 곡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곡 전체는 아니더라도 인트로나 코러스 파트만 짧게도 괜찮아요.”
선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다.
웃음의 의미는 2가지였다.
익히 알던 음하나 답게 다른 조건보다 작업할 곡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모습이 나쁘지 않아서, 그리고 곡을 들려주면 바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
“그럼요. 대표실로 올라가서 들려드릴게요.”
선오는 팀원들과 어제 막 정리한 다이스 싱글 1집 수록곡을 하나하나 재생하기 시작했다.
차례로 30초 내외씩 들려주었는데,
대표실 쇼파에 앉아서 이를 듣던 그녀는 어느덧 눈을 감고 귀에만 온 감각을 의존한 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선오는 그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음하나의 눈썹이 꿈틀대다가,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입술을 오므렸다가, 짧은 시간 동안 다채로운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 입니다. 이렇게 4개의 곡이 데뷔 앨범에 수록될 곡이에요.”
“구성이 좋네요. 그리고 어떤 컨셉을 그리고 계신지 명확하게 캐치가 돼요.”
“어떤 컨셉이 그려지시던가요?”
선오의 물음에 음하나는 잠시 단어를 골랐고,
“으음···. 파워풀한 여성미랄까요? 이렇게 말하면 섹시 컨셉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국한하지 않으실 생각이신 듯해요. 맞나요?”
“네, 잘 보셨습니다.”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여성미를 잃지 않는···. 뭐랄까 곡선미를 안무로 구현한 그런 무대가 떠올랐어요.”
입이 트인 듯 오늘 만난 중 가장 많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음하나였다.
선오는 그 말들에 집중한 채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장르로는 팝과 걸스힙합의 조화랄까요? 근데 어떤 곡은 레게팝도 있었고요. 장르는 다채롭지만 4개의 곡이 명확한 컨셉으로 묶여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곡들을 잘 살려줄 일류 작사가를 모시려고 하는 겁니다.”
이전의 삶에서 음하나는 댄스 음악, 틴 팝, EDM,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클럽 뮤직, 록 음악과 힙합, 미디움 템포 발라드, R&B 등등 세부 장르를 막론하고 K팝 전방위에 이름값을 떨쳤다.
그것은 그녀가 그만큼 다양한 시도와 다채로운 장르를 추구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 잠시 대답을 고르던 음하나의 두 눈에는 이채가 서려 있었다.
“제가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대표님. 저 할게요.”
곡을 들려주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던 선오의 확신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좋습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실 테니까요. 그리고 세부 조건이나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 같이하시면서 나누시죠.”
선오는 코트를 챙겨입고 그녀와 함께 대표실을 나섰다.
* * *
걸그룹 ‘다이스’의 수록곡과 타이틀곡이 정해지고, 음하나를 스튜디오129의 전속 작사가로 기용한 후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덧 새해가 밝아왔다.
고세미와 윤설은 음유음악경연대회에 지원서와 데모를 넣었으며, 코스피 지수는 1월 초부터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여 2070을 찍기도 했다.
[대표님, 수익이 상당합니다!]때문에, 선오는 차도경 대표와 안 실장의 문자를 여러 차례 받았다.
작년 초부터 국내 주식에 야금야금 투자금을 밀어 넣었던 지오홀딩스였다.
특히 유성전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러다가 유성전자 조만간 100만 원 터치할 것 같습니다!]그렇게 희소식으로 가득한 1월을 보내고 나니 설 연휴가 닥쳐왔다.
선오에게 올해 설 연휴는 곧 ‘혜성쇼 첫방 날짜’였다.
상당히 각별한 의미였다.
이는 다이스 멤버 중 3명이나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계기였으니까.
그래서 설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장충동 본가로 향하는 선오의 머릿속에는 ‘혜성쇼’ 생각이 가득했다.
설 바로 다음 날인 금요일, 바로 오늘.
저녁에 방영될 첫 방송만 생각하면 긴장이 되는 선오였다.
부우우우우웅———
선오의 세단은 올림픽대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설 이튿날이라 그런지, 저녁이 다 되어가는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했다.
‘이전의 삶에서 성공했던 예능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어.’
전방을 주시하면서 머리로는 생각에 잠기는 선오였다.
패널로 나오게 될 천희나는 물론이고, 전생에서보다 더 일찍 K팝에 발을 들인 나디아와 유이에 대해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우우우웅—부우웅———
선오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엑셀을 밟자, 남산 자락의 경사로를 타고 올라가던 고급 세단이 속도를 내었다.
장충동 본가의 정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들이 진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오야!!!”
선오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달려 나온 이는 윤희애 여사였다.
뒤이어 형 지선재가 보였다.
“잘 지내셨어요? 형이랑은 종종 연락하고 밥도 먹었는데, 엄마는 진짜 오랜만이네.”
“그래! 우리 막내 얼굴 까먹겠어!”
“죄송해요. 그동안 너무 바빴어요.”
“죄송하긴 너 바쁜 거 다 아는데. 스튜디오129도 만들고 걸그룹도 준비 중이라며.”
선오가 대답대신 미소를 지어보였고,
“건강 챙겨가면서 해. 엄마가 바라는 건 딱 그거 하나야.”
“네, 엄마.”
가슴 속에 따스한 무언가가 쫘악 번지고 선오의 안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번 생이 다시 주어졌을 때,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가족. 지난 삶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과 든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가족이라는 존재 말이다.
“아버지 기다리신다. 들어가자.”
그렇게 들어간 집 안.
“아버지.”
선오가 들어가자 지평학이 보던 신문을 내팽개치며 벌떡 일어났다.
“선오야! 이게 얼마만이냐!”
껄껄껄 웃으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지평학이었다.
“잘 지내셨죠? 우리 아부지랑 엄마는 어째 더 젊어지신 것 같어.”
선오의 농담에 윤희애는 눈을 흘겼고, 지평학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선하 다시 나가고 조용했던 집안에 활기가 도는구나.”
“누나 곧 졸업이니까 완전히 들어오는 거죠? 올해 말쯤인가?”
“모르지.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더 오래 걸릴지. 거긴 입학보다 졸업이 힘들다고 하니···.”
선오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는 윤희애였다.
“선하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세배부터 받자.”
지평학의 말에 부부는 거실 소파에 앉았고, 선오와 지선재가 그들의 앞에 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희도 건강하고, 준비하는 일들 다 잘 되길 바라마.”
봉투에 두둑하게 담긴 세뱃돈을 건네는 지평학이었다.
“아유, 아버지. 이제 저희 둘 다 벌만큼 버는데···.”
“그래도 내 눈에는 아직 애새끼들이다.”
윤희애가 그냥 받아넣으라는 듯 손을 슬쩍슬쩍 휘저으며 눈빛을 보냈고,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아껴 쓸게요.”
“그래야지. 이제 식사하자.”
장충동의 저녁 식사 또한 따뜻하고 든든했다.
떡국과 전. 익숙한 명절 음식들 사이로 신선로까지 등장하며 푸짐하게 가득 메운 상차림 앞에서 선오는 잠시 혜성쇼는 잊은 채로 식사에 열중할 수 있었다.
“우리 선오는 참 복스럽게도 먹는다.”
“그러니까요. 선오 덕분에 엄마도 입맛이 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선오와 가족들은,
잠시 후 거실 테이블에 놓인 과일 앞에 다시 모였다.
더 정확하게는 TV 브라운관 앞에 모였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메론이 달고 시원해요. 얼른 드셔봐.”
윤희애에게 메론이 먹음직스럽게 꽂힌 포크를 받아 든 지평학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선오도 메론 좋아하지. 과일 도시락 만들어놨으니까 집 갈 때 챙겨가.”
누구 하나 입 밖에 꺼내지 않았지만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방송되는 ‘혜성쇼’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선오가 런칭할 걸그룹 멤버가 3명이나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아까 연신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와 달리 거실에 침묵이 이어졌다.
– 이제 여러분의 금요일 저녁을 책임집니다! 놀랍고 놀라운 혜성들을 만나볼 시간, 혜성쇼쇼쇼쇼!!!
그렇게 시작된 혜성쇼.
네 가족의 이목이 TV로 빨려 들어갈 듯 쏠리기 시작했다.
– 매주 2명의 혜성들을 만나볼 건데요, 오늘 첫 번째 혜성은 ‘평양 꾀꼬리’ 입니다.
평양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일반인의 등장.
그녀가 이런저런 노래를 부르고, 북한의 문화와 실상에 대해 털어놓는 동안 연예인 패널들의 감탄과 탄복이 이어졌다.
이윽고, 북한 사투리 이야기로 넘어가던 중 MC의 진행으로 평양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3명의 대화가 이어졌고, 천희나가 메인으로 잡혔다.
– 팽양 꾀꼬리 언↗니↘도 한국 사람 아이가?
“저 아이 맞지?”
“귀엽다. 잘 뽑았네.”
지평학과 윤희애가 먼저 반응했다.
지선재가 이미 설명을 다 해둔 건지, 선오는 이야기 한 적이 없는 것까지 속속들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 그래, 내 갱상도 사투리 쫌 쓴다! 뭘 쓰든 우리 같은 한민족 아이가아~~?
마치 손녀나 어린 조카의 재롱을 보는 것처럼 함박웃음을 짓는 지평학과 윤희애였다.
선오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고,
“끼가 있는 친구예요.”
이렇게 부모님 연배의 대중들에게 어필 되는 것은 청신호로 여겨졌다.
천희나가 내세운 매력은 ‘무해함과 친근함’이었으니까.
– 다음으로 만나볼 오늘의 혜성은 ‘K팝 유학생’ 인데요.
혜성쇼 팀 내부에서 반응이 좋았는지 촬영 순서와 다르게 나디아와 유이는 첫 방송에서 먼저 공개된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선오가 침을 꼴깍 삼키는데,
“오오, 또 나오는 거냐?”
어느새 지평학과 윤희애는 흡사 방청객 모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디아와 유이가 등장했고, 자기소개를 이어 나갔고,
“저 태국인 애는 한국말을 또박또박 어쩜 저렇게 잘 하니?”
“유이? 저 친구 괜찮다. 말만 안 하면 완전 한국인처럼 생겼어.”
지선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유이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추어 한 마리의 백조처럼 발레를 선보였고,
“우와, 그냥 프로 발레리나네?”
“근데 그동안 했던 발레 포기하고 한국에 온 거야? 걸그룹 하러?”
이제 가족들은 완전히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있었다.
뒤이어 나디아가 파워풀한 걸스힙합을 췄다.
“우와! 여자 마이클잭슨이야 뭐야!”
이에 거의 환호를 하다시피하는 지선재였다.
TV속 연예인 패널들도 잔뜩 흥분한 반응을 보였다.
– 이런 재능있는 친구들이 우리 한국에 유학을 왔다는 말이죠? K팝 유학?
MC가 나디아와 유이를 인터뷰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천희나까지 합세하여 3인 군무를 보여주는 그들이었다.
선오는 이를 모니터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미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점령한 상태였다.
1. 나디아
2. 유이 국적
3. 천희나
4. 경상도 여동생
5. 다이스
.
.
선오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고,
손가락을 움직여 아이돌 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뭐야···.”
선오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잔뜩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특집 기사
“다이스 팬카페야 뭐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에 몇 페이지가 ‘다이스’로 전부 도배가 되어 있었으니까.
「스튜디오129 연습생 5인 정리 (feat.다이스)」
「129와 스튜디오129에 대하여」
「다이스가 누군데?? (혜성쇼 불판)」
「이주-배지율-천희나-나디아-유이-??」
「눈정화하러 드루와 – 이주 뮤비짤」
「이 시점에서 다시 복습해보는 배지율 인터뷰 내용 (다이스 데뷔 시기 궁예)」
「갱상도 여동생 개귀엽ㅋ 떡상 예상한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