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36
“어? 이게 뭐야···.”
란에 태영은의 잠을 확 깨게 해주는 헤드라인 하나가 들어왔다.
「프로듀서 ‘129’(JK엔터 및 스튜디오129)와 대표 ‘지선오’(지오홀딩스) 그리고 지평그룹의 막내아들의 삼각관계」
특집 기사의 경우 미리 데스크에서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헤드라인 및 기사의 요약을 보고 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연예부 기사의 경우 태 회장의 지시대로 이렇게 태영은에게도 사전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 경제부와 협업 요망 –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는 기사.
이 요약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태영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 새끼 누구야? 저의가 뭐야?”
기자의 이름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다급하게 연예부 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 * *
한편, 광화문 근처 중구에 있는 태양일보 본사.
이곳 연예부에는 퇴근 후에도 야근을 자처하며 다음 주에 특집 기사를 낼 생각으로 들떠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 기자였다.
“영준이 형님, 제가 드린 파일 보셨습니까?”
그는 아무도 없는 소회의실에 들어가 조영준에게 걸려 온 전화를 상대하고 있었다.
– 어어. 수고 많았어. 그러니까 129와 지오홀딩스 지선오가 동일 인물이었고, 게다가 그 새끼가 지평그룹의 막내아들이라는 뜻이야?
조영준의 물음에 김 기자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건넸다.
“경제부와 협업해서 후속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그렇게 보입니다. 일단 주민번호 앞자리가 같아요.”
– 지선오라는 흔치 않은 이름에 생년월일도 같으면 빼박이지···.
허나 이 같은 결론을 확인하던 조영준의 목소리가 어쩐지 시원치 않았다.
“실망하셨습니까? 그렇게 젊은 놈이 JK엔터의 공동 대표가 되고 지오홀딩스를 소유한 데에는 숨겨진 비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요?”
– 크흠···. 진짜 돈 많은 집 아들일 줄이야···.
이에 김 기자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형님, 제 이야기 들어보십시오. 그 집 첫째 지선재는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둘째 지선하는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유학 중입니다. 근데 셋째는 어릴 적부터 언론 노출이 일절 없었습니다.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 막내아들한테 하자가 있나 보지 뭐. 숨겨야 할 이유가 따로 있거나.
“근데 우리가 만난 129는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멀쩡하지 않습니까?”
– 그래서?
“사생아인 것 같습니다. 첫째, 둘째와는 다른 배에서 나온 자식인 것 같아요.”
– ··· 그게 뭐? 재벌가에 그런 스캔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태양일보는 다르거든요.”
전화 너머의 조영준이 갸웃하는 게 느껴졌다.
“오래전에 백호그룹의 막내가 따로 나와서 차린 게 지평그룹입니다. 지금 백호그룹의 3세들은 감방도 가 있고 난리인 데 반해, 지평그룹의 자제들은 엘리트이기로 유명해요. 지선재, 지선하의 성장 스토리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죠. 지평학 회장이 화목한 가장 코스프레도 많이 했고요.”
– ··· 대중들이 배신감을 느낄 거라는 거야?
이제 구미가 당기는 듯 조영준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죠. 이건 이제 연예면을 넘어서 경제면에 실릴 특집 기사가 되는 겁니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계 아닙니까? 설사 129가 아무 잘못이 없다해도 더러운 출신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딱 좋습니다.”
– 좋아. 늦은 시간까지 수고가 많아, 김 기자. 취재비 더 필요할 텐데 기사 다 쓰고 한 번···
똑똑똑——
“어? 자..잠시만요 형님.”
기분이 좋아져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려던 조영준의 말을 끊어버린 김 기자였다.
이곳 회의실 문을 누군가 노크했기 때문이다.
“아..아직 퇴근 안 하셨습니까, 부장님?”
문을 열며 발을 들인 이는 바로 연예부 부장이었다.
“여기 있었어? 잠깐 나 좀 봐.”
짐짓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그에 김 기자는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고,
“형님, 저 잠깐 끊어야겠습니다. 이따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부장을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김 기자였다.
“김 기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라고 했지?”
“기자가 기사가 아닌 사..람에게 충성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까.”
띵———
그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부장은 굳은 얼굴로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쾅———
부장실로 김 기자를 데려온 그는, 문을 세게 닫았다.
그리고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모양인지 셔츠의 윗 단추를 풀렀다.
답답하다는 듯이 말이다.
“후···. 근데 뭐야?”
“··· 네?”
“너 아까 회의실에 숨어서 통화하던 건 누구며, 다음 주 특집 기사랍시고 내놓은 기사는 저의가 뭔데?”
부장의 추궁에 김 기자는 당황했으나 이를 애써 숨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
“부장님! 저..저의라뇨···. 그냥 JK엔터의 새 공동대표가 발표됐길래 그 사람을 조사 하다가, JK엔터의 대주주 지오홀딩스의 대표와 동일 인물인 걸 알게 됐고, 그 사람과 지평그룹 막내아들의 이름은 물론 주민번호 앞자리까지 같은 것을 확인하면서 기사를 쓰게 된 겁니다.”
“네가 경제부 기자야?”
“아닙니다.”
“근데 그런 기사를 취재원 없이 너 혼자서 시작했다고? 연예부 기자가?”
“······.”
“엔터사 대표가 사생아든 고아든 그게 연예부 기자한테 무슨 상관인데?”
연예부 부장은 호락호락한 이가 아니었다.
때문에 되도 않는 핑계는 여기서 멈추는 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 기자였다.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너 같은 놈 한 두번 봤을 것 같아?”
“······.”
“너 그 기사 그만둬. 다음 주 네 특집 기사 자리는 없어.”
“부..장님!”
김 기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이 되고 말았다.
“다른 기사가 그 자리에 들어갈 거야. 그렇게 알고 더 이상 토 달지 마. 그러면 나도 네 취재원이 누군지, 네가 지금 누구한테 충성하고 있는지 끝까지 파헤칠 테니까.”
“··· 네 알겠습니다.”
“퇴근이나 해.”
김 기자는 속수무책으로 부장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내려와 자기 자리에 돌아온 그는,
치익— 촤악— 치익—
촤악— 촤악——
교정을 보기 위해 인쇄해 둔 기사를 찢기 시작했다.
저 멀리 다른 파티션에서 야근 중이던 다른 동료들이 놀란 눈을 하고는 김 기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김 기자는 그런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씩씩대며 다시 전화를 걸었고,
“형님, 저 술 좀 사주셔야겠습니다. 지금 바로요.”
* * *
강남 역삼동.
지하에 룸들이 즐비한 어느 술집.
이곳 가장 구석진 룸에 조영준, 하동욱 그리고 김 기자가 모여 양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곳의 어두운 조명만큼이나 분위기 또한 어두웠다.
“그게 뭔 소리야? 다 된 밥에다가···.”
김 기자에게 푸념 섞인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조영준과 하동욱 또한 굳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부장님 말씀은 핑계고, 데스크에서 막은 것 같습니다.”
“왜? 무슨 이유로?”
“뻔하죠. 지평그룹이 손을 쓴 거겠죠.”
조영준의 물음에 하동욱이 이처럼 답하고는 남은 양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이럴까 봐 일부러 지평그룹 홍보팀에 확인차 연락하는 것도 안 하고 진행했는데···. 어차피 사실 확인 제대로 안 해줄 게 뻔하고, 지평그룹 귀에 들어가기 전에 기사를 낼 생각이었거든요.”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는 김 기자에게 조영준이 차분히 물었다.
“태양일보가 지평그룹이랑 친한가 봐?”
“글쎄요. 광고주이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라이벌인 백호그룹 광고도 많이 받고요.”
잔뜩 얼굴을 구기고 있는 김 기자나 하동욱과 달리 조영준은 입을 오므리며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듯했다.
“김 기자 작품, 다른 신문사에 팔자.”
이윽고 다시 입을 연 조영준의 말에, 김 기자가 놀라며 되물었다.
“기사를 넘기자는 말씀이세요? 그건 기자로서···.”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기자가 공들여 취재한 기사를 말이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데스크에서 막았는데, 이대로 가만히 당할 거야, 김 기자? 기자 정신 어디 갔어!”
조영준이 힘주어 말했고,
김 기자 또한 수긍이 됐는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때 돼서 큰소리치면 되겠네요. 나 말고도 조사한 기자들이 이렇게 있었는데 왜 내 기사 막았냐고.”
“그래. 두세 군데에 풀어버리자. 찌라시에는 기사 일부분만 팔고, 다른 1군 언론사에는 기사 전체를 팔고.”
김 기자의 반응을 보며 조영준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설사 들킨다 해도 우리 김 기자 정도면 갈 데 많잖아.”
“에이, 동욱아 무슨 소리 하냐. 우리가 김 기자 들키지 않게 끝까지 도와줘야지. 너 태양일보 다니는 기자 동생 만나기가 어디 쉬운 줄 아냐?”
하동욱과 조영준의 대화 사이로, 김 기자가 잔에 남은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두 사람은 김 기자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대화를 마저 이었다.
“그럼 기사를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취재원이 되어서 제보하는 형태면 괜찮겠네요?”
“그렇지. 혹시 나중에 김 기자네 부장이 뭐라 하더라도, 그건 취재원인 우리가 다른 신문사에 다른 기자랑 접촉한 거지. 김 기자는 아무 것도 안 한 거야. 실제로도 그럴 거고.”
“거기에 양념을 하나 더 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 기자도 대화를 거들기 시작했다.
“양념?”
“네, 129이자 지선오. 그 새끼 군대를 면제받았더라고요.”
“오오, 병역 비리!”
“그래? 그 집 첫째는 현역으로 다녀오지 않았나?”
김 기자가 던진 새로운 화두에 하동욱과 조영준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네, 그래서 이 부분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아 데스크에 올린 기사에서는 빼놨습니다만···. 기사 팔 때 이것도 같이 끼워 넣는다면, 회사에서 저를 의심할 때 할 말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 심증만으로는 함부로 내쫓지는 못하겠지. 그래도 명색이 태양일보인데.”
조영준이 고개를 끄덕였고, 김 기자는 이제 화가 좀 누그러졌는지 표정을 풀고는 세 개의 잔에 얼음을 담고 다시 양주를 다시 채웠다.
‘이번 기회에, 내가 찌라시 출신이라고 무시하던 부장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어.’
이 같은 생각에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말이다.
* * *
같은 시각.
장충동 지평그룹 본가.
침대에 누워 책을 읽던 지선재는 몰려드는 졸음에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책을 덮고 스탠드를 끄려 손을 뻗는 그때,
지이이이이이잉———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는 그였다.
“누구야, 이 시간에···.”
하지만 발신인을 확인한 지선재의 미간 주름은 곧바로 펴졌고, 대신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영은아!”
– 어, 오빠. 늦게 미안. 자고 있던 건 아니지?
“아니. 책 읽고 있었지.”
– 다행이다. 아니···.
무슨 일인지 뜸을 들이는 태영은.
– 우리 연예부 기자 하나가 129 프로듀서랑 지평그룹 막내아들인 걸 알아낸 모양이더라고.
“아···. 사실 선오의 뒤를 캐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나도 감지하기는 했어. 홍보팀에서 선오의 신상을 조회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보고가 올라왔거든.”
지선재의 미간에 다시 주름이 잡혔고,
전화 너머의 태영은은 투덜거리며 말을 이었다.
– 아니, 우리 태양일보가 무슨 찌라시야? 그 기래기 새끼가 특집 기사를 낸답시고 올린 기사를 봤는데, 글쎄 사생아라는 루머를 만들어놨더라고? 자기랑 선하 언니랑 닮지 않은 데다가, 두 사람과는 달리 선오 씨는 언론 노출도 전혀 없었다면서···.
“선오를 경계하는 세력이겠지?”
– 그런 것 같아. 젊은데 잘 나가니까. 최근에 선오 씨가 JK엔터 공동 대표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적이 생겼겠지?
지선재는 태영은이 무슨 말을 이어 나갈지 짐작하고 있었다.
때문에 일단은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스튜디오129의 첫 아티스트 ‘다이스’가 6월쯤 데뷔한다고 했다.
‘다이스’가 자리를 잡고 나면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그것을 ‘다이스’의 유명세를 부채질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선오의 뜻을 떠올리는 지선재였다.
“이제 선오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지만···. 아직은 일러, 영은아.”
– 우리 기사를 막긴 했지만 다른 신문에서 또 터질 거야. 그 기래기가 기사를 팔든, 선오 씨를 노리는 취재원이 제보하든.
“7월쯤···. 그때까지만 미룰 수는 없을까?”
지선재는 동생 선오의 뜻과 결정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잠시 전화 사이로 정적이 흘렀고,
– 오빠, 그럼 이렇게 하자.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상기된 투로 다시 말을 건네오는 태영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