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4
이에 조규태가 방송국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출출하지 않으세요? 여기 그늘집 낙지볶음이랑 만두가 죽이는데, 드시고 마저 하실까요?”
그렇게 그늘집으로 향하는 카트 안.
일부러 방송국 사람들끼리만 카트를 태우고 이곳에 조영준과 단둘이 탑승한 조규태가 그사이를 못 참고 물었다.
“형, 무슨 일인데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조영준 대표는 구태여 자기 입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없이 회사에서 온 문자를 조규태에게 보여주었다.
요컨대 얼마 전에 들어온 수습 작곡가 하나가 사실은 SYP엔터에서 보내온 스파이였으며, 음악제작 1팀의 하두식도 한 패였음이 밝혀져서 김록기 이사가 법무팀을 소환했다는 내용이었다.
“미친. 하두식? 그 개새끼···. 백희연 걔는 인상은 싹싹하고 좋더니만 미친 년이네 아주. 우리 JK가 우스웠나? 씨발···. 생각할수록 빡친다. 완전 좆같은 새끼들이잖아?”
같은 1팀 소속이었던 조규태는 기가 차서 노발대발 열을 냈다.
“1팀장도 사표 냈단다.”
“팀장님이?”
“누구 하나 책임은 져야지. 하두식이 딴지꺼리 하는 거 눈치 못 챘으니 1팀장 잘못도 맞고.”
조영준 대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좋지 않다 못해 더러웠다.
음악제작 1팀은 자신의 라인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만큼 조영준이 아끼는 부서였다.
이번 사고가 1팀에서 유발된 것이고, 그 사고를 발견하고 수습한 것이 김록기와 2팀이라는 게 몹시 못마땅했다.
특히나 2팀의 팀장 박철은 대표적인 김록기 이사 라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팀장 자리 공석이네?”
“빨리 채워야지. 1팀 헤드 작가 중에 누가 연차가 제일 높더···”
“형, 그러지 말고 그 자리 나 주라.”
조규태의 당돌한 요구에 조영준 대표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너?”
“어. 나도 헤드인데 안 될 게 뭐가 있어? 그리고 내가 형 친척 동생인 거 다들 아는데 뭐.”
“하긴. 팀장이 작곡 실력이 좋을 필요는 없지.”
놀리려는 말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뭐?”
“맞잖아.”
“그래, 막말로 팀장 능력은 팀원들이 능력 발휘하게 이끌고, 팀 화합하는 거 아니겠어? 내가 그건 자신 있지. 카드 팍팍 긁으면서 팀원들 사기 끌어올려 줄게, 내가.”
당돌하다 못해 뻔뻔하게 나오는 조규태가, 조영준 대표로서는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친척 동생인 조규태가 1팀 팀장으로 있으면 조영준이 음악제작팀을 입맛대로 관리하기는 편할 테니까.
“생각해볼게.”
“아싸! 고마워, 형.”
조규태는 이런 반응이면 승낙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2팀 누가 알아낸 거래? 우리 팀장님도 계속 속고 있었던 걸?”
“이번에 들어온 수습이 두 명이잖아. 그중에 다른 놈. 걔가 먼저 눈치를 챘나 봐.”
“다른 애면··· 129?”
“어.”
“이야, 똘똘하네 그 새끼? 안그래도 우리 1팀으로 데려오고 싶었는데.”
“걔를?”
“형도 정글 오디오 종종 들어간댔지? 거기서 유명했잖아, 걔.”
“아···.”
조영준 대표는 일전에 김록기 이사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작곡만으로 정글 오디오에서 맨날 순위권에 오르던 놈.’
‘실력은 괜찮은 거 같더라.’
‘난 오히려 더 흥미가 생기는데? 129같은 친구가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음악을 할지 기대도 되고.’
다들 자신에게 129에 대한 칭찬을 해오고 있었다.
“규태야, 129 걔가 계약할 때, 개인 활동 보장해주는 조건 요구한 건 알아? 신입 주제에.”
“그래서 들어줬고?”
“2팀장 권한으로 해줬대.”
“뭐, 그럴 만 할지도. 129 정도면 잡고 싶었겠지.”
조영준은 조규태가 이렇게 나오는 게 의아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냐. 그런 놈이 입안의 혀처럼 굴겠냐고. 딱 봐도 피곤한 타입이지.”
“형, 이 바닥은 실력이 인성인 거 아는 사람이 왜 이래? 129는 내가 딱 찍었으니까 우리 1팀으로 데려와서 형 라인으로 만들어줄게.”
“그 정도냐? 걔가 그렇게 욕심나?”
“어.”
“그래 뭐, 그렇게 재수 없는 놈은 내 등에 칼 꽂기 전에 차라리 내 발밑에 두고 길들이는 게 편할지도.”
두 사람의 대화가 일단락되는 동안, 두 대의 카트는 그늘집에 도착했다.
잠깐 사이 팀장으로 승진한 조규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층 더 상기된 투로 앞장서며 방송국 사람들의 접대를 이어나갔다.
* * *
며칠 뒤 오후.
JK엔터의 음악제작팀 회의실.
선오가 박철 팀장과 함께 모두의 앞에 섰다.
“내일부터 129님은 수습이 아닌, 정규직 주니어 작가가 되어 우리와 일하게 됐습니다.”
짝짝짝짝짝———
일련의 사건이 있었던 터라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인사가 이루어졌다.
“129님은 당분간은 1팀, 2팀 소속 따로 없이 일해 줄 겁니다. 1주일마다 두 팀을 돌며 순환 근무를 할 거고, 양쪽 팀에서 하나씩 두 명의 사수가 업무 적응을 도울 거고요.”
박철의 눈짓에 정기석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2팀에서는 우리 정기석 작가가, 그리고 1팀에서는···”
“1팀에서는 내가 직접 맡겠습니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다름아닌 조규태였다.
“조규태 작ㄱ.. 아니, 팀장님이 직접이요?”
“네, 특별히 욕심 나는 후배님이라서요.”
팀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보여준 조규태의 행보에 2팀은 물론 1팀 사람들도 소곤소곤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규태는 눈을 빛내며 선오를 바라보았다.
‘조규태 팀장님, 오랜만이네요. 젊은 시절도 그대로 신데요?’
선오는 그 눈빛을 지그시 쳐다보며 잠시 지난 삶을 떠올렸다.
조규태는 지금 팀장에 올라서 나중에 음악제작팀이 퍼블리싱팀으로 바뀔 때까지 잘 먹고 잘살며 자리보전을 한다.
든든한 조영준 대표의 그늘에 있으니 당연했다.
조규태. 조영준 대표와 함께 오선지를 고스트 라이터로 부리고 표절을 종용했던 사람.
그래서 끝내 사표를 내게 만들었던 그 사람이었다.
‘앞으로 당신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그게 뭐든.’
선오는 그를 향해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때, 박철 팀장이 선오를 잡아끌며 말했다.
“잠시 같이···. 김록기 이사님이 따로 보자십니다.”
그 말에 박철을 향해 도끼눈을 뜨는 조규태.
선오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이전의 삶에서는 기가 빨리고 치를 떨던 사내 정치가 어쩐 일인지 이번 삶에서는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실력 발휘할 기회
선오가 박철 팀장 및 정기석과 함께 먼저 자리를 뜨자, 회의실 안은 술렁였다.
“그 소문 진짜인가 봐요?”
“확인 사살이지. 그 인사 잘하던 백희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129만 혼자 정규직 됐잖아.”
백희연이 더블비 새 앨범 정보를 타 회사로 빼돌리려 했고, 그걸 선오가 바로 잡았다는 소문은 이미 알게 모르게 음악제작 팀에 퍼져있었다.
“더블비 팀이 다 작업실에 처박혀있으니 확인할 길이 없네.”
“근데 129야 원래 정규직은 따놓은 거 아니었나?”
“그래도 초고속이잖아요. 한 달도 안 돼서 수습 딱지 뗀 건 전무후무하죠?”
“이례적이긴 해.”
다들 선오를 향한 의견을 쏟아냈고,
조규태 팀장은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더블비 팀이 그러던데요? 129가 작곡만 잘하는 게 아니라 믹싱도 수준급이라고.”
“믹싱도 잘한다고?”
“그 정글 오디오에 올라온 곡도 믹싱 나쁘지 않았잖아요.”
“그 정도가 아니라 마스터링 많이 할 것도 없이 거의 그냥 앨범에 실어도 될 정도로 될 정도래.”
그때, 어느 시니어 작곡가가 한마디 던졌다.
“제가 들은 게 있는데요. 다들 이거 진짜 음악제작팀 내에서만 알고 있으세요.”
그의 말에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대화를 멈추며 그에게 집중했고,
“백희연이 스파이 맞았고 곡 빼돌리다가 들켰는데···. 사실 그렇게 빼돌린 곡이 진짜 곡이 아니라 페이크 곡이었대요.”
이에 회의실이 술렁였다.
“페이크?”
“그니까 그 페이크 곡이라는 게, 우리 선배들이 쓴 더블비 곡 아니고···. 그럼 129가 직접 쓴 건가?”
“그렇대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타격감 제로였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죠.”
대답을 듣자,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다시금 동요했다.
“와, 그럼 그 페이크 곡이 진짜 수록곡으로 착각할 만한 퀄이었다는 거잖아?”
“정글 오디오 루키 129잖냐.”
“그래도. 아무리 정글 오디오에서 날고 기어봤자 언더인데, 프로 세계랑은 또 다르잖아요.”
“며칠 전에 정기석 선배가 지나가는 말로 129가 발라드도 잘 쓴다고 그랬는데···. 그게 그 소리였나?”
다들 갑론을박을 벌이며 회의실을 떠날 줄을 몰랐다.
한편,
회의실을 떠나는 척하며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 복도에서 이를 모두 듣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직접 작곡까지 해가면서 덜미를 잡은 거였어? 정성 마음에 든다. 129.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놈이야.’
조규태였다.
그는 간만에 회사 일에 흥미가 생긴 참이었다.
꼭 갖고 싶은 게 생겼기 때문이다.
* * *
같은 시각,
JK엔터 근처의 어느 한정식집.
선오는 박철과 정기석을 따라 가장 구석진 룸으로 향했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어서 들와요. 이른 저녁이나 같이하자고 불렀어요.”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 가운데 김록기 이사가 먼저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선오와 박철, 그리고 정기석은 자리에 앉았다.
“그간 수고 많았습니다. 특히 129씨.”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이사님.”
“더 친해지면 그렇게 하죠.”
김록기 이사는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남의 선을 함부로 넘는 법이 없거니와 자신의 선 또한 중시했다.
‘이번 생에는 배신 안 당하셨으면 좋겠다.’
그랬다.
지난 삶에서 김록기는 결국 조영준 대표에게 배신을 당하고 만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했던가.
선오가 봤을 때 JK엔터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 김록기 이사가 더 괜찮은 상사였지만, 어쨌든 과거의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져야지.’
선오는 JK엔터에 들어올 때 마음먹었더랬다.
JK엔터라는 발판이 선오의 앞길에 도움이 되게 만들겠다고.
‘그러니 내 사수, 내 상사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선택해.’
선오는 이러한 생각을 상기해보며 김록기 이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다들 드세요. 신선로 제대로 하는 집이 별로 없는데 여기가 진국입니다.”
김록기의 말에 모두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신선로, 통통하게 먹음직스러운 전복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회 그리고 빈틈없이 채워진 각종 반찬.
선오의 눈, 손, 입은 바삐 움직였다.
‘와, JK엔터에 20년 가까이 다니는 동안 한 번도 못 와봤던 집인데, 이렇게 맛있는 곳이었다니.’
잘 먹는 선오를 보며 김록기 이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상사 앞이라고 긴장해서 깨작깨작하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잘 먹어서 보기 좋네요. 주니어 작곡가 된 거 축하합니다. 잘 부탁해요.”
선오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 숙였다.
“박 팀장님, 법무팀 쪽은 팔로우업 하고 있죠?”
“네, 안 그래도 방금 연락 왔는데요, 두식이랑 백희연 걔들 자기들이 가져간 곡이 진짜 곡인 줄 알고 술술 불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업계에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버릴 겁니다.”
김록기의 물음에 박철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답했고,
“그 곡 진짜 더블비 꺼 아니었다고, 너네 허튼짓 한 거라고 섣불리 귀띔 안 해주길 잘했네요.”
정기석이 상기된 투로 덧붙이자,
박철도 김록기 이사를 향하여 한 차례 더 거들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주라고 지시해뒀습니다. 우리가 놓은 덫이었다는 걸 알면 열 좀 받으라고요.”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129씨가 한 일이죠. 다시 말하지만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내가 이번 공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김록기가 정확하게 짚고 넘어갔다.
“사실 129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이런 자리 마련하자고 했어요. 솔직히 아직 애사심도 없을 수습 직원이 그렇게 일 처리를 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이렇게 말해오며 선오를 지그시 보는 김록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