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46
「지오홀딩스가 공개한 재무재표와 내부자료는 ‘자수성가형’」
이번 이슈의 시작은 연예면이었으나 그 불씨는 점차 경제면과 사회면까지 뒤덮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쌤이 나 엄청 밀어주는 건가? 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집에 생활비지원에, 무려 개인 레슨까지 해줄 정도면···.”
계속해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기사를 보던 윤설의 얼굴에 어느새 화색이 돌았다.
“나 엄청난 분한테 레슨 받는 엄청난 제자가 된 기분이야!”
곧바로 방문을 열고서 거실로 뛰쳐나가는 그녀였다.
“엄마!”
“응?”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있던 윤설의 어머니는 딸의 부름에도 빨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만 했다.
“있잖아. 우리 쌤. 작곡 레슨 쌤 말이야.”
“어.”
“그분이 요즘 계속 뉴스에 나오는 지평그룹 막내아들이래.”
“으응??”
“아니. 요새 난리잖아. 지평그룹 막내아들이 정체 숨기고 K팝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상도 많이 받고, 스타 아이돌도 많이 배출했다고.”
빨래를 개던 그녀의 손이 멈췄고,
딸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종종 우리 집에 오던 그 선생님이?”
“그렇다니까.”
“아···. 어쩐지 뉴스에서 보는데 낯이 익더라니···. 우리 집에 올 때는 대학생 차림으로 와서 몰랐지.”
“쌤이 최근에 또 다이스라는 걸그룹도 만드셨거든? 데뷔하자마자 대박났어 지금.”
“그래, 젊은 사람이 대단하더라. 여느 재벌가 놈들이랑은 다르던데···.”
“그치? 우리 쌤 진짜 최고인 것 같아. 돈이나 배경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실력도 인성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이 완벽한 사람.”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우리 집까지 와서 설이 너를···.”
이는 분명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윤설의 재능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에게는 그러했다.
자연스레 몇 년 전 129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 저를 비롯한 지평 키다리의 시스템과 다른 후원자들이 설이를 도울 겁니다. 비밀 유지조항만 신경 써서 잘 지켜주시고요.
설이의 후원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던 그날의 기억을 말이다.
–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쓸 그런 아티스트가 될 겁니다, 설이는.
그때는 반신반의하며 들었던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선생님께서 설이 너를 정말 좋게 본 모양이네.”
“그치? 엄마가 봐도 그렇지? 무려 지평그룹의 막내아들이자, 지평 키다리 재단의 이사장이자, JK엔터의 대표 그리고 각종 작곡상을 탄 스타 아이돌 프로듀서한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는 거야, 엄마 딸이!”
어깨를 쫙 펴고 농담 섞인 자랑을 늘어놓는 윤설이었다.
“엄마 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야. 나만 잘하면 못 할 게 없을 것 같거든! 우리 쌤 커리어에 나도 보란 듯이 한 줄 그어드릴래!”
* * *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의 힘은 강력했다.
기사의 논조와 여론이 뒤집힌 것은 순식간이었다.
선오가 차도경 대표와 함께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했지만, 지평학 회장이 직접 움직인 덕분에 폭풍우의 방향이 매우 쉽고 빠르게 바뀐 것이다.
「[단독]지평그룹 지평학 회장 인터뷰 “처음에는 막내아들이 하는 일을 심하게 반대했다”」
무려 대기업 총수의 인터뷰가 이른 아침부터 공개되자, 출근길의 사람들은 모두들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할 것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 내가 아들의 엔터 사업을 쌍수 들고 반대했었다. 대학 졸업장부터 따오라고 밥상 앞에서 호통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선오가 무일푼에 혼자 힘으로 말단으로 입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 JK엔터에서 면접을 보고 수습부터 시작한 걸로 안다. 작곡에 재능이 있는지 음유 대회에서 대상도 타오고 승진도 빨랐다. ··· 」
태양일보에서 난 이 기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이를 받아쓰기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연예부 기자는 물론 경제부와 사회부 기자들까지 합세한 모습으로 말이다.
「··· 처음에는 반대했던 나도 막내가 계속 고생하는 거 보기가 안쓰러워서 지원을 해주려했지만 선오가 극구 거절했다. 집안의 이름을 떼고 오직 본인의 힘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 내가 해준 것은 지금 그 녀석이 모는 세단 한 대 뿐. 혼자 사는 집도 온전히 본인 힘으로 마련한 것이며, 지오홀딩스도 그렇다. 종잣돈을 불리는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다.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나보다 낫다. 이건 지오홀딩스의 투자 내역을 조사해봐도 금방 나올 것이다.」
선오 또한 이 기사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접하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치 서프라이즈로 받은 깜짝 선물 같은 기사였으니까.
“이런 기사를 내려고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구나.”
최근에는 자신과 관련 기사라면 작은 것에도 상의해오던 태영은과 지선재 형도, 심지어 아버지도 일언반구 없던 내용이었다.
지평학과 지선재가 그저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건 하겠다는 말만 해왔었고, 각 언론사에 내용증명이나 정정보도 요청을 뿌리며 대응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마지막 대미를 이런 대형 기사로 장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행히 타이밍이 죽이네.”
기사의 논조나 내용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오늘 아침에 이런 기사가 터진 것에 흡족한 선오였다.
「스튜디오129, “지금껏 그랬듯 지평그룹과 독자적인 행보에는 앞으로도 변함없다”」
「지선오 측, “사실 확인만 가능할 뿐 개인 인터뷰는 어려운 상황. ‘다이스’의 프로듀싱에만 집중할 것.”」
「뮤직시티, “오늘 다이스의 첫 1위 후보 방송 앞두고 업계의 이목 집중”」
오늘은 ‘다이스’가 처음 1위 후보로 음악 방송에 나서는 날이었다.
선오의 지평그룹 이슈 덕분에 다이스의 음원 스트리밍도 월등하게 뛰었다.
일반인들은 음반을 사는 적극성은 없어도 클릭 몇 번에 궁금증을 해결하겠다는 호기심은 있었다.
선오의 이름과 지평그룹, 그리고 다이스까지 엮어서 어그로성 기사들이 터진 그날부터 다이스의 타이틀 곡 ‘레이지 헤븐’이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고, 다른 수록곡들도 모두 15위권 안에 머물렀다.
특히 5Lines라는 얼굴없는 가수의 피처링으로 궁금증을 자아낸 ‘주사위를 던져’는 2위와 3위를 오르내리며 더욱더 주목받기도 했다.
이제 폭풍우는 걷혔다.
대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형국으로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래도 아직 1위를 속단하기는 일러. 여름을 맞아서 컴백한 보이그룹들이 너무 많아.”
그날 오후,
생방송 뮤직시티의 방영 시간쯤, 선오는 각종 배달 음식과 케이터링 서비스를 동원해 스튜디오129 사무실 내에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초밥, 스테이크, 피자, 파스타, 까나페, 갈비, 칠리새우 그리고 맥주와 와인 등등.
사무실을 가득 메운 알찬 구성에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여론과 기사에 대응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스튜디오129에 다시 찾아온 평화를 기념하는 자리이자, 다이스의 첫 1위 후보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예전 같으면 대표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지 걱정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선오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지평그룹의 막내에게 이 정도는 지갑과 통장에 기별도 안 갈 테니까.
다만, 선오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든든하게 먹고 밥값 하겠습니다.”
딱딱해졌달까. 눈치를 본달까.
정확하게 뭐라고 콕 집어 표현하기는 힘들었지만, 선오가 느끼는 이 복잡 미묘한 딱딱함과 경직된 분위기가 그 반증이었다.
게다가 가까이 모여든 직원들이 선오의 옆에 선뜻 다가오지 못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그러했다.
“아시죠? 저는 그냥 똑같이 129예요. 저희 집안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고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시면 저 너무 섭섭합니다.”
“그럼요. 대표님은 한결같죠. 지금 후광 때문에 눈이 부셔서 쳐다보기 힘든 것만 빼면요. 하하하.”
선오의 말에 공희주가 농담을 던지며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선오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이런 게 싫어서 그동안 공개를 꺼려왔던 것이지만, 그다음 스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도약을 위해 지평그룹이라는 날개가 필요한 시점이 왔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생길 것임을 각오했던 선오였다.
– 생방송 뮤직시티! 오늘도 무더위를 뚫고 찾아온 MC 인사드립니다.
곧 방송이 시작됐고, 다들 대화를 멈춘 채 식사에만 집중하며 다 같이 뮤직시티를 보기 시작했다.
대회의실 앞에 걸린 커다란 브라운관으로 모두의 시선이 꽂혔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 이제 마지막 두 팀! 오늘 1위 후보들의 무대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 네, 두 팀의 무대에 이어 바로 1위 발표까지 이어가 볼게요. 뮤직시티!
스튜디오129의 직원들 모두 먹던 음식 접시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 먼저, 다이스가 부릅니다. 레이지 헤븐!
시작부터 세미의 안정적인 고음이 무대를 장악했다.
다른 멤버들이 연이어 바톤을 넘겨받았고, 어느새 6명의 소녀들은 무대에 흠뻑 몰입하며 즐기고 있었다.
척척 합이 맞는 파워풀한 걸스힙합 군무는 물론, 이제 데뷔한 지 몇 주 안 된 신인이라고 보기 힘든 라이브까지.
그 열정과 에너지는 무대 밖과 그 너머의 브라운관 밖까지 전해졌다.
뒤이어 1위 후보에 오른 다른 보이그룹의 무대까지 끝난 후,
– 이번 주 뮤직시티. 1위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결과, 보여주세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다같이 손을 맞잡고 있는 여섯 소녀의 모습과 함께 각종 점수 차트가 뜨기 시작했다.
화면에 두 팀의 점수가 나란히 띄워지며 디지털 음원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방송 점수, 음반 점수가 차례로 떴다.
– ··· 네, 다이스! 1위 축하드립니다!
무대 위로 폭죽이 크게 터졌다.
고세미가 자지러질 듯 깜짝 놀라자, 양옆에 서 있던 이주와 천희나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와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브라운관으로 지켜보고 있던 스튜디오129 식구들의 함성이 회의실 가득 울려 퍼졌다.
리더인 고세미에게 마이크가 쥐어졌고,
멤버들의 이름과 부모님을 언급하는 수상 소감이 이어졌다.
– 무엇보다 저희 아껴주시는 팬 여러분들, 그리고 저희의 조물주 129 피디님이자 지선오 대표님 가장 감사드립니다!
감격한 목소리로 이어 나가던 세미의 수상 소감 마지막에는 선오의 이름이 터져 나왔다.
이제 회의실 안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선오를 향해 함성을 질러댔지만,
“······.”
정작 주인공인 선오 본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 이름은 굳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안 그래도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름 석 자였다.
선오는 당분간 다이스가 안정적으로 정상에 안착하는 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에, 굳이 다이스 아이들의 입으로 자신의 이름을 꺼내어 불씨를 키우지 않기를 바랐었다.
“1위 했는데 대표님 이름을 말 안 할 수가 있나요. 저 감격한 얼굴들 좀 보세요.”
“특히 세미는 연습생 생활 정말 오래 했잖아요. 10년 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을 텐데···.”
어느새 브라운관 속에서 앵콜 무대를 이어가는 다이스 멤버들.
그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특히 그들의 고생을 아는 오래된 직원들의 경우 더 그랬다.
“세미는 여기 우리들 누구보다도 JK에 오래 있었잖아요. 세미한테는 대표님이 구세주일 거 같아요.”
그때,
띠리리리리리———
회의실 밖 유선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홍보팀 막내가 이를 받으러 가려 하자,
“지금 업무 시간 끝났으니까 자동 음성으로 넘어가게 두세요.”
선오가 말했고,
홍보팀 막내는 우물쭈물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곧이어,
지이이이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이이이잉———
무슨 일이라도 생긴 듯 연달아 울려대는 휴대폰 진동음.
이는 홍보팀 직원들의 휴대폰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전화의 발신인과 메시지를 확인하던 유은주 팀장이 말까지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대..대표님.”
“네?”
“대표님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전부 고사하지 않았었나요?”
선오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반응했고,
“그게···. 그때는 지평그룹 일가의 지선오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섭외였다면, 이번에는 ‘다이스의 성공 비결’을 취재하고 싶다는 취지의 요청들입니다.”
“······.”
이에 선오는 잠시 입술을 오므렸다.
거절할 명분이 없었으니까.
아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좋습니다. 대신 지평그룹에 대한 질문은 일절 불가하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주세요.”
“네, 그렇게 회신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최종 섭외 들어온 언론사 추려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초이스하실 수 있게요.”
“그럴 필요 없이 그냥 라운드 인터뷰로 하죠.”
선오는 이제 특정 언론사를 가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에 지평그룹의 손길이 닿은 후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이스’의 성공 스토리에 관해서는 뭐든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했으니까.
“내 인터뷰까지 홍보팀이 일일이 신경쓰는 건 인력 낭비죠. 그 에너지는 우리 다이스 애들한테 집중해주시고, 나는 그냥 장소만 하나 대관해서 라운드 인터뷰로 진행하세요.”
선오의 주문에 유은주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신 울려대는 휴대폰이었지만, 유은주는 오히려 힘이 솟는 것 같았다.
‘나는 상사 운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처음에는 같은 프로젝트팀에 몸담았고, 그다음은 같은 부서, 그리고 이제는 같은 레이블까지.
유은주에게 선오는 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닮고 싶고 모시고 싶은 그런 동료이자 상사였다.
그녀의 선망 어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선오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의 진동음을 느끼고는 슬며시 이를 꺼내 보았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대표니임♥ 사랑해요!! 저희 더 열심히 할게욥!] [ㅠㅠㅠㅠ 대표님 덕분이에요ㅠㅠㅠ 다이스 열심히 하겠습니다ㅠㅠㅜ]다이스 멤버들이 보낸 메시지들이었다.
다같이 모여서 보내고 있는 것마냥 연달아 도착한 문자들.
이를 본 선오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지이잉———
[대표님, 손편지에 적어 드렸던 약속 지켰어요! 제 인생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 때면 대표님 떠올리면서 힘낼게요..!]마지막으로 도착한 가장 긴 문자는 고세미의 것이었다.
선오는 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지난 생을 떠올렸다.
‘이번 생은 달라져야지. 나도 너를 만났고, 너도 나를 만났으니까.’
* * *
다이스는 첫 1위 후, 다른 음악 방송에서도 1위를 거머쥠과 동시에 예능과 라디오 등등 빗발치는 스케줄을 소화해가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이스의 인기는 자연스레 선오에 대한 프로듀서로서의 인정과 관심으로 이어졌고,
「[인터뷰] 지선오 스튜디오129 대표 “나는 공식을 깨고 싶은 사람”」
「지선오 “다이스와 대중들이 음악 안에서 행복하길 바라요”」
「이름값한 지선오, 6인 6색 다이스가 궁금해」
「”걸그룹이 데뷔부터 레게팝에 힙합?” 다이스, ‘지선오’라서 가능했던 파격」
선오의 라운드 인터뷰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고,
꽤나 성공적인 인터뷰였음이 기사를 통해 증명됐다.
한편,
“··· 우리가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없었나 보다.”
“그러게요. 애초에 상대를 잘못 골랐네···.”
다 쓰러져가는 구축 건물의 10평 남짓한 사무실.
이곳에서 선오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이들이 있었으니,
“형 때문에 이런 괴물 같은 놈을 쓰러뜨려 보겠다고 시간이랑 돈 낭비한 거 생각하면···. 씨발···.”
바로 조영준과 하동욱이었다.
“야, 그게 왜 나 때문인데?”
“기억 안 나요? 형이 김록기 대표 비웃으면서 이렇게 새파랗게 어린 새끼랑 어떻게 공통 대표로 일하냐며 비웃었잖아요. 형은 김록기랑 다르다면서 129 새끼 콧대를 밟아주겠다고.”
하동욱의 신경질 섞인 핀잔에 조영준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 씨···. 형, 이거 계속 읽으니까 소주가 너무 당기는데요?”
모니터에서 고개를 돌리더니 마우스를 신경질적으로 툭 놓아버리는 하동욱.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하동욱. 보면서 넌 뭐 느끼는 거 없냐? 지선오는 술 먹을 시간에 작업한다잖아.”
“··· 보고 있으면 더 술이 당기는 걸 어떡해요. 너무 넘사벽이라 의욕도 안 생긴다니까요.”
조영준의 핀잔에 하동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애꿏은 구형 에어컨만 툭툭 쳐댔다.
“오래돼서 그런가 왜 이렇게 시원하질 않아?”
“너랑 나 이런 곰팡내 나는 사무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인마.”
“······.”
“야, 사람 말하는데 어디가?”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요. 여기서 피우면 또 건물주한테 민원 들어와요.”
쾅——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나가는 하동욱.
조영준은 그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조영준이 다시금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자 멀끔한 인상의 지선오가 눈에 들어왔다.
“록기 형이 그때 왜 흔쾌히 공동대표로 인정했는지 알 것 같네···.”
지금은 그저 입맛 다시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29 이 새끼 보통 아닌 건 신입 시절부터 진작에 알아봤었는데···.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내 라인으로 포섭했으면 지금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후회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영준은 알지 못했다.
애초에 후회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모니터 속에 웃고 있는 새파랗게 어린 그 친구는, 시간을 되돌린대도 자신이 절대로 포섭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