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47
불쾌지수가 치솟는 7월의 무더위 속.
신문에 화풀이해대는 이가 또 있었다.
백호그룹 회장실.
촤악———
이른 아침부터 회장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일간지 신문들이었다.
「‘다이스’의 젊은 아빠 지선오는 어떤 기획자가 되길 꿈꾸는 걸까? 그가 그리는 다이스 그리고 K엔터의 꿈과 미래!」
「아이돌 성공 공식? 또 다른 역사는 ‘프로듀서의 철학’이 만든다 」
늘상 새벽같이 출근하면 사회면부터 신문을 훑어보던 백호그룹 지춘학 회장.
오늘도 어김없이 루틴대로 신문을 보던 그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심기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애써 화를 누르며 경제신문을 펼쳐보았지만,
「[특집] 자수성가 DNA 파헤치기 ‘지평그룹 지평학 & 스튜디오129 지선오’」
「부전자전 부자가 궁금하다! ‘지평학 그리고 지선오’」
이곳에도 온통 보기 싫은 이름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때,
띠리리리리리——
책상 위 인터폰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버튼을 누르는 지춘학 회장.
“뭔데.”
– 회장님, 오늘 아드님 면회 일정에 앞서서 변호인단과 오찬이···
“면회?”
그랬다. 오늘은 지춘학이 구치소에 수감되어있는 애물단지 아들을 면회하고, 아들의 사면 기회를 얻어내기 위해 변호인단과의 오찬을 마련한 날이었다.
하지만 신문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막내 동생 지평학과 그 아들을 보면서 이런 보고를 듣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됐다. 비서실에서 알아서들 가라. 면회는 무슨! 아들 같지도 않은 새끼, 내 꼴도 보고 싫다!”
인터폰을 던지다시피 하며 끊어버린 지춘학.
불현듯 동생 지평학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 막내 동생 등쳐먹고 잘 살고 있나 형님 안부도 궁금도 하고, 허니팝 광고도 잘 봤다 인사도 할라고 연락했다.
몇년 전, 백호전자의 신제품 휴대폰 허니팝이 대박을 터뜨렸을 때,
– 허니팝 CM송 만든 놈이 내 막내아들이라고, 형님네 막내 조카라는 거 알려주고 싶어서.
간만에 먼저 전화를 해온 지평학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건넸었다.
– 원래 내 마음 같아서는 깔끔하게 언론 통해서 알리고 싶었지. 음유 대상 타고 허니팝 CM송 쓴 아이가 내 아들이요, 하고. 근데 우리 막내가 나서는 걸 좋아하지를 않아. 첫째, 둘째랑은 좀 다르다. 지평그룹 후광보다 온전히 자기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나? 껄껄껄···. 그래서 예명도 쓴다. 형님이 듣기에도 웃기지?
쾅———
지춘학은 지평학의 목소리를 떨쳐내고자 책상을 쾅 내리쳤다.
“계속 정체를 숨길 것이지···.”
화가 났지만 기사 찾아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지춘학이었다.
인터넷 포털 메인에 오른 경제탭 기사에도 지평학과 지선오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해있었다.
「(인터뷰) 지평그룹 지평학 “선오는 외모와 달리 성향만큼은 나를 가장 많이 닮은 자식”
「요즘 재벌가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킬까? 」
지춘학은 이같은 기사들을 연이어 홀린 듯 클릭하여 읽어 내려갔다.
맨 아래 댓글 창까지 다다랐을 때,
ㄴ 백호그룹이 이 기사를 싫어합니다
ㄴ 요즘 젊은이들을 모르겠지만 지평학이 원래는 백호가 집안 싸움의 패자였는데.. 인생 오래살고 볼 일임ㅎㅎ
ㄴㄴ 자식농사는 지평학의 압승인 듯
ㄴ 백호가 왕따였던 지평학이 최종 승자네ㅋㅋ
ㄴ 첫째부터 거긴 술집 여자랑 기사나고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 됐잖아
ㄴㄴ 막내가 더 비교됨ㅋ 마약에 폭행으로 감빵 vs 자수성가로 성공한 프로듀서
ㄴ 솔직히 이건 지선오가 잘못함;; 평범한 재벌 2세, 3세답게 사고 좀 쳐줘야 하는데 재벌가 돌연변이임
마우스를 잡은 지춘학 회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연관검색어에 뜬 지평그룹 주가를 클릭하자마자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작년 3분기부터 실적이며 주가며 재계 서열 3, 4위로 떨어지고만 백호그룹과는 달리,
“지선오 그놈 효과야?”
주가가 연일 상승 랠리를 타고 있는 지평그룹이었다.
“이러다 재계서열 10위권 안에 안착하겠어···.”
떨리는 목소리로 이 같은 혼잣말을 되뇌던 지춘학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분명 백호그룹과는 경쟁할 깜냥도 되지 않았던 지평그룹이었으나 어느새 그 격차는 좁혀져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거는 지춘학. 상대는 아내였다.
“첫째 놈 맞선은 어떻게 되고 있어?”
지춘학의 호통 섞인 물음에 전화 너머 여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고,
“왜? 왜 파토를 냈어? 태양일보 정도면 괜찮은데! 거기 첫째 딸도 우리 애 마음에 들어 했다며!”
답답한 듯 되물었지만,
– 당신 심기 거스를까 봐 말 안 하고 조용히 매듭지으려고 했는데···. 태양일보 둘째 딸이 이미 지평그룹 맏이랑 혼사 진행 중이라고 해서요.
돌아온 대답에 지춘학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 그걸 왜 우리 쪽에서 매듭을 지어? 우리 집안이 지평가보다 못한 게 뭔데!”
– 네?
지춘학은 급기야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렇잖아. 백호그룹, 지평그룹. 양자택일하라고 하면 태양일보 입장에서도 우리랑 사돈 맺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왜 우리 쪽에서 먼저 매듭을 짓냔 말이야!
– 우리 쪽에서 먼저 매듭을 지은 게 아니라요, 여보···.
백호그룹 안주인은 전화 너머에서 이 같은 상황이 익숙한 듯 놀라지도 않고 그저 말끝을 흐렸다.
– 사실상 태양일보가 지평그룹을 택한 거예요.
“······.”
– 요새 거기 이미지가 좋잖아요. 그 집 막내아들 때문에, 덩달아 그 집안이랑 삼 남매가 다 주목받고 있고요.
지춘학은 대꾸할 말을 잃어버린 듯했다.
아내가 해오는 말은 자신 또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 있었다.
지평그룹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던 지춘학으로서는 충격이었다.
“지평학이 그놈이 기업 경영은 내보다 한참 아래인데 자식 농사는 잘 지었다···. 화딱지 날 만큼···.”
– ······.
이번에는 전화 너머의 안주인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자식 농사’라는 말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백호그룹 내외였다.
부부는 전화를 사이에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다가,
“··· 솔직히 부럽다, 평학이가.”
– 그 집 막내가 분명 어릴 때는 애물단지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잘 크긴 컸더라고요.
어느새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 * *
같은 시각,
“껄껄껄···. 지평그룹은 알면 알수록 참 괜찮은 집안이야.”
태양일보 본사 건물의 꼭대기 층.
이곳의 주인인 태 회장의 흐뭇한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한층 전체를 통째로 자신의 집무실과 회장실로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둘째 딸 태영은과 독대하던 중이었다.
“처음에는 재계 서열도 그렇고 영은이 너를 데려가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었거든?”
사교 모임에 내놓은 첫째 딸 만큼은 아니지만 둘째 딸에게도 여러 곳에서 혼사가 들어왔는데, 태영은이 직접 택한 것은 지평그룹의 지선재였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선재 오빠 진짜 괜찮다고요. 주선해준 선하 언니도 되게 따듯한 사람이고요.”
“지선오 그 집 막내는 어떻디?”
“우리 신문에 기사 난 그대로예요.”
“그래?”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태 회장.
그 모습에 태영은은 피식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 놀라실 일이에요, 아버지? 그럼 제가 기사 허투루 내보냈을까 봐요?”
“그런 뜻은 아니고···.”
태 회장은 태영은의 말이라면 꼼짝 못 했다.
둘째 딸 한정으로 딸 바보였으니까.
“솔직히 이번 사건은 굉장히 의외였어. 그 집 막내도 그렇고 지평학 회장도 그렇고.”
“선오 씨가 재벌가 배경을 숨겨온 게요? 아니면, 일 터지고 나서 지평가 부자의 대처 방식이요?”
“둘 다.”
태 회장은 숨을 고르려는 듯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들더니 호로록 마시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배경을 일부러 감춘 채 엔터 업계에서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려 했다던 패기부터 마음에 들어. 실제로 초고속 승진에 공동 대표 자리까지 앉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
선오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태 회장이었다.
“그 정도는 재벌가 배경을 달았어도 거의 불가능하지. 영은이 너도 알겠지만, 그 업계가 돈만 많다고 되는 업계가 아니잖냐.”
“그렇죠. 엔터 업계가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돈만 많으면 길게 못 가죠. 반짝스타 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요.”
태영은이 싱긋 웃으며 동조했고,
태 회장은 흡족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혼자 힘으로 자기 이름을 건 회사도 차렸더만?”
“네, 지금은 레이블 정도의 규모지만, 아마 선오 씨가 JK엔터 자체를 인수 합병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오홀딩스로?”
“그럴 수도 있고요, 지오홀딩스 계열사로 새로운 엔터사를 차릴 수도 있을 거 같고요.”
태영은의 설명에 태 회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돼.”
이에 태영은은 피식 웃어버렸다.
“아버지 막내딸 하나 더 있었으면 겹사돈이라도 맺으실 기세인데요? 그렇게 마음에 드세요?”
“내가 평생 아들 있는 집들을 부러워 해본 적이 없었거든? 왜냐? 나한테는 아들 역할 딸 역할 다하는 영은이 네가 있으니까. 근데 이번 사태 지켜보면서 지평학 회장은 좀 부럽더라고.”
태 회장의 반응에 태영은은 깔깔대며 크게 웃었다.
사람을 함부로 믿지 않는 태 회장이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신뢰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재밌었기 때문이다.
“뭐가 그렇게 부러우신데요?”
“지선오 그 친구 패기도 그렇고, 요즘 엔터 산업이 뜨고 있잖냐? 중국, 일본, 동남아 해외 진출로 천장도 높아지고 있고. 보아하니 엔터 회사 하나 보기 좋게 차려서 나중에 제 아비한테 갖다 바칠 모양인데, 당연히 부럽지.”
“으음···. 근데 아버지, 선오 씨는 자기 회사 키워서 지평가 계열사로 만들 생각 없을걸요?”
이에 태영은은 바로 반응하지 않고, 커피를 홀짝이며 말을 골랐다.
“제가 보기에는 엔터 재벌. 그런 걸 꿈꿀 수도 있는 세상이 올 거 같거든요. 선오 씨는 스튜디오129를 시작으로 지평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회사로 키워갈 사람이라고 봐요. 저는.”
태영은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아버지 너무 하시네. 정작 사위 될 선재 오빠는 처음에 별로 안 내켜 하셔놓고선···. 섭섭해요, 저.”
“섭섭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네 사돈 집안사람인데. 그리고 만약 네 말대로 지선오 그 친구가 자기가 키운 엔터사를 지평가 계열사로 만들 생각이 없다면 더욱더 좋지.”
슬며시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태 회장.
태영은은 그를 보며 물음표를 띄웠다.
“우리한테도 기회가 있다는 거니까.”
태 회장의 의미심장한 한마디에 태영은의 얼굴에 드리웠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태영은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아버지.”
“그래, 수다는 이쯤 해두고. 네 용건은 뭐냐?”
태영은은 긴히 2가지 용건이 있다며 어제 미리 선전포고하고는 아버지와의 독대를 청했었다.
“하나는 공교롭게도 방금 말씀 주신 엔터 사업과 연관된 이야기예요. 80년대 언론 통폐합 때 할아버지께서 인수하신 동양방송 말인데요.”
태영은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자, 태 회장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집중했다.
“그리고 이번 정부가 미디어법을 개정했잖아요. 논란이 있긴 했지만 결국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의 손을 들어줬고요.”
“그랬지.”
“이제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참여가 허용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거죠.”
딸이 무슨 말을 건네올지 눈치를 챈 태 회장은 눈빛은 더욱더 흥미롭게 빛났다.
“동양방송 재개국을 위해 우리 태양일보가 힘을 써봤으면 해요.”
“안 그래도 언론사 조찬 모임 때 그 이야기가 나오더구나. 다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낼 생각이던데?”
“그럼 아버지께서도 이미 생각 중이셨겠네요?”
태 회장은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우리 태양일보의 종편 사업자를 정부에서 선정해준다면, 그래서 방송 쪽으로 바운더리를 넓힌다면···. 영은이 네가 맡아볼래?”
“네! TYBC 어때요? 뉴욕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쉽게 흘러가자, 태영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TYBC?”
“태양&동양 Broadcastion Company 이요.”
뒤이어 상기된 투로 재잘거리는 딸을, 태 회장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TY는 ‘태양’이기도 하지만 ‘동양방송’의 이니셜이기도 하니까 선정될 때 더 유리한 조건이지 않을까요? 명분을 만들 수 있잖아요. 동양방송의 후신이라는!”
“마음에 드네, TYBC. 그럼 영은이 네가 오늘부터 당장 준비해봐. 하기로 했으면 우리 태양이 다른 언론사 재치고 어떻게든 따내야지.”
태영은은 기쁜 나머지 태 회장을 와락 껴안았다.
“감사해요, 아버지! 제가 보란 듯이 정부 승인장 따내서 아버지한테 안겨드릴게요! TYBC!”
“나한테 안겨주기는···. 영은이 네가 꾸려나가야지. 껄껄껄.”
태 회장은 둘째 딸을 신뢰와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평소에도 워낙 엔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태영은은 방송사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푼 얼굴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용건은 뭐냐?”
“그···. 이번 특집 기사 단독으로 터뜨렸던 우리 연예부 기자 말인데요.”
“아, 안그래도 연예부 부장 놈이 한 번 인사시킨다고 했었는데···. 김 기자라고 했나?”
“네, 김진우 기자요.”
“그 친구는 왜?”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아버지의 고견을 듣고 싶어서요.”
태영은이 주도적으로 이번 지평그룹과 지선오의 특집 기사를 관리해왔음을 전부 전해 들은 태 회장이었기에, 지금 태영은이 묻는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기자 정신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새끼를 거두자니 께름칙하고, 그렇다고 내치자니 해가 될까 싶고···. 그런 거냐?”
“네···.”
“영은아, 진실보다 사람에 충성하는 그런 놈이 오히려 다루기 쉽다. 기자 취급하지 말고 그냥 충견으로 삼아.”
태영은이 눈을 깜박였다.
“충견..이요?”
“그래. 더러운 일만 전담시키는 그런 충견 말이야. 영은이 네가 콜롬비아에서 기자 정신, 언론 정신에 심취했던 건 이 아비도 안다만. 이 바닥은 학교와 달라.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판에서 기자 같지 않은 기자도 자기 몫을 할 때가 있는 법이야.”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태영은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쓸모가 있다. 김진우 그놈은 그 쓸모에 맞게 개처럼 부리면 돼.”
“그러네요. 제가 그 새끼를 기자로 봐서 마냥 내치고 싶었던 거네요···. 그냥 개 취급해서 충견으로 만들면 될 것을···.”
태영은은 금방 깨달음을 얻은 얼굴을 했다.
“내가 직접 정리해주마.”
태 회장은 더러운 뒤처리까지 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곧바로 인터폰을 눌러 연예부 부장을 연결했다.
“다른 게 아니라. 김진우 그 기자 오늘 내근이지? 그래, 그 친구가 쏘아 올린 특집 기사 마무리도 잘 돼가고 있는데 내가 한 번 만나고 싶어서. 그 친구랑 같이 셋이서 오늘 점심이나 하자고.”
태 회장이 이렇게 인터폰에 대고 지시하며, 태영은을 향해 빙긋 웃었고,
태영은 역시 아버지를 보며 든든하다는 듯이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인터폰을 끊자마자 태 회장은 딸에게 당부하듯 다시 입술을 뗐다.
“영은이 너는 TYBC 승인장 따내는 일에만 집중해. 이런 건 너 신경 안 쓰이게 아비가 처리하마.”
“네! 아, 저 이제는 정말 시집갈 준비도 해야돼요.”
태영은이 양 볼을 붉히며 건넨 말에 태 회장은 다시금 껄껄껄 웃었다.
“그래야지. 좋은 집안도 만났고···. 정부에서 TYBC 승인장 따내서 잘 키워내면, 지선오 그 친구랑 시너지도 날 것 같으니 잘 해봐라. 전부 영은이 네 복이다.”
* * *
그날 저녁, 신사동 어느 호텔의 중식당.
“고마워. 형수도 고마워요.”
선오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채쟁—— 짠——
허공에서 와인잔 3개가 경쾌하게 부딪혔다.
잔의 주인은 선오와 지선재 그리고 태영은이었다.
최근 자신의 이름이 헤드라인에 걸리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가 일단락되자, 선오는 그동안 최전방에서 자신의 아군이 되어준 두 사람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고 있었다.
“형수는 우리 집에 언제 인사 올 거예요?”
선오와 태영은은 어느새 친해져 말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선오와 태영은은 서로 가족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곧 초대해야지. 우리 집안 시끄러운 일도 끝났고, 영은이도 귀국하고 나서 정신없다가 이제야 숨 좀 돌릴 수 있게 됐으니까.”
지선재는 선오에게 대답하면서도 두 눈은 태영은을 향해있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선오 오빠도 이제는 여유 좀 생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