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50
“그럼요. 첫인상이 중요하죠. 기획안은 다시 제출하겠습니다. 말씀 주신대로 조금 더 2030에 타깃을 맞춰서 구상해보죠.”
지선하는 가볍게 묵례하고는 쌩하니 대표실 문을 닫고 나왔다.
* * *
“이게 그렇게 유치해? 뭐가 유치해?”
퇴근 직후 청담동 동생의 아지트를 찾은 지선하.
그녀는 선오를 앞에 두고 푸념을 잔뜩 늘어놓았다.
손창기 대표와 나눈 대화를 전부 전하면서 말이다.
선오는 피식 웃으며 누나의 투덜거림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건넨 기획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냥 나나 우리 집이 싫으니까 지랄하는 거지. 개천 용들 중에 그런 놈들 많잖아. 고생해서 자수성가했다고 결핍에 찌든 놈들 말이야.”
“흐음···.”
선오가 미간에 주름까지 만들며 기획안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집중하자, 지선하는 푸념을 멈춘 채 물었다.
“왜? 뭐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
“누나네 대표 말도 조금은 일리가 있네.”
“뭐어?”
“그 사람이 J-jeans로 뭘 하고 싶은지, 왜 다이스를 마음에 안 들어 했는지 알 거 같아.”
“그래? 왜? 왜 마음에 안 들어 한 건데?”
지선하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고,
선오는 기획안에서 눈을 떼며 그녀를 향해 빙긋 웃더니, 대답 대신 손에 펜을 들었다.
“이렇게 바꿔보자, 누나.”
* * *
똑똑똑——
– 네.
이튿날 오전, 지선하는 출근하자마자 바로 대표실을 다시 찾았다.
그녀의 손에는 동생 선오의 도움을 받아 수정한 기획안이 들려있었다.
“대표님, 어제 지도편달 해주신 사항들 반영해서 수정한 기획안입니다.”
손창기 대표는 짐짓 놀란 기색을 감췄다.
하지만 지선하는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유학파치고는 손이 빠르네요. 유학 학벌 내세운 낙하산들이랑 여러 번 같이 일 해봤거든요.”
지선하는 저런 눈빛과 말투가 싫었다.
마치 자신을 다 안다는 듯한, ‘너도 그렇고 그런 재벌 2, 3세지?’ 하고 말하는 듯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건네는 눈빛과 말투 말이다.
그렇게 여유롭게 기획안을 살피던 손창기.
그런데 손가락으로 기획안을 한장 한장 넘기는 속도가 점차 느려지더니, 표정 또한 바뀌어갔다.
어느덧 손창기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지고 짐짓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입술을 내밀더니 입술이 마르는 듯 침을 바르기도 했다.
“··· 뭐, 나쁘지 않네요.”
기획안을 덮은 손창기의 첫 마디에 지선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젯밤 선오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누나, 2030이 타깃이라고 해도 그 연령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결국 젊음을 유지하는 거야. 성숙해 보이는 게 아니라.’
‘으음···. 우리 잘난 대표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동시에 간과하고 있는 것도 있다?’
지선하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 선오는 곧바로 예리한 지적을 내놓았었다.
‘어. 2030은 지금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서 청바지를 입는 거야. 그러니 신인 걸그룹은 오히려 좋은 전략으로 쓸 수 있어.’
‘그러네···.’
지선하 또한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던 선오였다.
‘우리 다이스 애들이 가진 발랄함과 신선함에,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섹시미를 강조한 모습을 런웨이에서 보여주자.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 오프닝 음악을 내가 새로 작곡할게. 청바지 라인이 강조되는 춤이랑 J-jeans 로고를 안무로 만들 수 있는 음악으로.’
동생에게서 답을 얻은 지선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밤새 기획안을 수정했고,
그 결과물을 이렇게 출근하자마자 손창기에게 내민 것이었다.
“근데 중요한 건 실행이죠. 이 기획안에 써놓은 대로 ‘2030의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욕망을 가지고 J-jeans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가’”
첫 마디는 나쁘지 않았지만 손창기 대표답게 태클을 덧붙이는 것도 있지 않았다.
“글쎄요···. 쉽지 않을 텐데···. 오프닝 음악도 사실 말은 쉽지. 여기 적힌 목표가 잘 구현이 되는 게 중요하고요. 동생분께서 가요계에서는 이름을 날릴지 몰라도 우리 패션계나 런웨이에서 쓰는 음악에 대한 이해나 경험은 전무하지 않나요?”
부하 직원인 자신을 두고 도발을 하는 것은 참아줄 만했지만, 동생 선오를 향해 저렇게 함부로 속단하는 태도에 지선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리를 치고 싶었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뭐, 동생 분과의 협업···. 어디 한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 팀장.”
또다시 특유의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는 손창기였다.
자신은 결과를 다 꿰뚫어 본다는 듯, 결국 자신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듯 확신에 찬 눈빛과 말투로 말이다.
‘그 재수없는 표정. 내 앞에서 다시는 짓지 못하게 해줄게.’
지선하는 이같은 결심을 속으로 삼키며 꾸벅 인사를 하고는 대표실을 나섰다.
* * *
어느덧 8월이 되었다.
장마는 끝나고 이제 매미가 곳곳에서 우렁차게 울기 시작하는 여름의 한복판.
이제 데뷔한 지 막 두 달이 다 되어가는 ‘다이스’는 후속곡 활동들을 이어가며 인지도 굳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다이스, `초통령’을 넘어서 ‘언니·오빠·이모·삼촌 팬덤’까지 스타덤 굳히기」
「[무서운 신인 다이스①] 지선오의 진심, 담대함과 자신감」
「신인 돌풍에 휘청이는 연예계 ‘다이스에 치일라’ 일부 걸그룹 컴백 가을로 미뤄」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아이돌 대전, “신인 ‘다이스’의 이유있는 선전”」
「129(지선오) PD의 프로듀싱이 또 통(通)했다」
다이스가 타이틀곡에 이어 2개의 후속곡도 모두 모든 음악방송에서 1위를 1번 이상은 차지할 때마다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선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선오가 원하든 원치 않든, 다이스의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이제 연예계와 언론은 선오를 주목하고 있었다.
다이스에 대한 광고계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여섯 색깔 여섯 주사위의 매력 ‘다이스’ 광고계 블루칩 등극!」
「’다이스 이펙트’ 다이스가 떴다하면 매출 UP↑」
「다이스,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3위··· 데뷔 100일도 안 된 신인의 저력」
광고 섭외가 끊이질 않는 덕에 유은주 팀장이 바빠졌고, JK엔터의 홍보마케팅팀 경력직 사원들 일부를 스튜디오129로 데려와야만 했다.
이제 스튜디오129의 덩치는 점점 커져갔다.
스튜디오129에 속한 직원수로 보나 매출액으로 보나, 세운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레이블인데 대단한 성장세였다.
덕분에 스튜디오129나 지오홀딩스에 대한 투자 문의도 빗발쳤다.
차도경 대표는 선오가 지금 다이스로 바쁜 것을 알고 있기에 잡무는 자신이 처리하는 한편,
차도경 대표 [대표님, 일단 홀드해두긴 했는데 이거 일일이 답변하기가 힘들 정도로 문의가 많습니다. 투자 설명회를 따로 열어야 할 정도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어떤 형태로든 보고를 올리는 그였다.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차 대표님. 노선을 정리해야 할 시점이 닥친 거 같긴 하네요. 지오홀딩스, 스튜디오129, 그리고 JK엔터까지 말입니다.] [네, 대표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기하겠습니다.]차도경 대표와는 손발이 척척 맞는 파트너십이 쌓인 상태였기에 선오는 든든했다.
[움직이기에는 선선한 가을이 좋겠네요. 다이스 이번 활동이 여름 안에 마무리되고 가을에는 휴식기에 들어갈 겁니다. 그때 진행하죠. 그전에 신사동 건물 준공까지 남은 일정 부탁드립니다, 차 대표님.]선오는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하는 잡무나 결재 및 연락 업무를 전부 마친 뒤, 서둘러 대표실을 나섰다.
세단에 올라타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애들은 지금쯤 촬영장에 도착했으려나?”
오늘은 J-jeans 지면 광고와 CF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누나의 부탁으로 선오가 J-jeans의 런칭 쇼케이스의 런웨이와 공연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로 했으나, 오늘 찍는 지면 광고와 CF는 사실 선오가 뭔가 나설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무 일이 없더라도 일단 가야지. 가서 현장 분위기도 살피고 CF 나오는 분위기 보면 새로운 쇼케이스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일단 지평그룹에서 받은 광고에는 직접 얼굴을 비추는 게 마음이 편했다.
이제 지평그룹 일가라는 것을 다들 알기 때문에, 선오에게도 책임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다른 광고도 중요하지만, 지평그룹 관련 광고는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네.”
그렇게 1시간 남짓 차를 몰아 도착한 하남의 어느 광고 세트장.
선오는 그곳에 조용히 발을 들였다.
“컷! 좋아요. 방금 했던 각도로 다시 한번 갈게요. 이번에는 원테이크로.”
CF 감독의 신이 난 목소리가 세트장 입구까지 들렸다.
선오는 자신을 알아본 스텝들에게 조용히 인사하며 손으로 ‘쉿!’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뒤쪽에서 다이스 멤버들이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광고도 찍으면 찍을수록 실력이 느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다이스 멤버들은 긴장한 기색 없이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한 채로, 감독의 디렉팅을 한껏 소화하고 있었다.
“애들은 정말 빨리 크는구나.”
나중에 딸이 생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다이스 멤버들이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선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안심한 선오의 시선이 이제는 주변 스텝들과 세트장 환경으로 향했다.
‘지평패션에서 이번 청바지 브랜드 런칭에 신경을 많이 쓰긴 쓰나 보네.’
확실히 돈을 많이 들인 티가 나는 세트장이었고, 스텝 수가 적지 않았다.
‘쇼케이스도 중박으로는 안 되고 대박을 만들어내야 해.’
어느덧 런칭 쇼케이스 생각에 눈빛이 달라지는 선오였다.
그렇게 세트장을 둘러보며 파악하던 선오의 눈에 스튜디오129 홍보마케팅팀 직원들이 몇몇 보였다.
고가의 카메라와 자체 조명기를 든 채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선오의 입가에 또 한 차례 미소가 그려졌다.
‘잘 하고 있네. 역시 유은주 팀장이야.’
선오는 지난 달 유은주 팀장을 따로 불러서 대대적인 마케팅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유 팀장님, 예전에 저랑 같이 시작하셨던 SNS마케팅 기억하시죠?’
‘그럼요. 그때 이후로 제가 작곡보다 홍보마케팅에 더 잘 맞는다는 거 깨닫고 이렇게 대표님 곁에 딱 붙어있는데요?’
‘이번에 그것의 업그레이드 전략을 사용해서 지금껏 없었던 방식으로, 다이스 애들과 팬들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방식이 바로 브이로그였다.
멤버들이 연습하는 모습, 방송 준비하는 모습 그리고 오늘처럼 광고 촬영하는 모습의 비하인드를 카메라로 담아 팬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다가, 나중에는 유료 팬클럽 회원들만 볼 수 있는 영상을 따로 제작할 계획이었다.
이를 들은 유은주는 곧바로 무릎을 쳤고, 실행에 옮겼다.
유은주의 실행력을 지금 광고 세트장에서 직접 목도하고나니,
‘저런 장비까지는 내가 따로 지시하지 않았는데···. 유은주 팀장은 정말 끝까지 같이 가야 할 팀원이야.’
선오는 양쪽 입꼬리를 말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모로 더는 자신이 신경쓸 게 없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는 세트장이었으니까.
* * *
며칠 후, 선오는 출근하자마자 어제 다이스 공식 SNS에 올라간 ‘비하인드 브이로그’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ㄴ 오늘부터 스튜디오129 방향으로 하루에 절 세번씩 한다! 덕잘알! 팬잘알! 일잘알!
ㄴ 이거 몇번째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ㄴ 나까지 상쾌하고 기분 좋아지는 브이로그네
ㄴ 다이스는 진짜 성공 못 하는 게 이상한 그룹
ㄴ 멤버들 매력이 다 달라~~
ㄴ 희나로 입덕했다가 지금은 지율→유이→세미→그냥 6명 다..
ㄴ 앞으로 이런 영상 계속 올려줘!!
ㄴ 다른 기획사는 여기 좀 본받자ㅋ 일해라 일ㅋ
ㄴ 우리는 다이스의 시대에 살고있다!
예상만큼 아니 예상 이상의 뜨거운 반응에 선오가 흐뭇한 미소를 짓던 찰나,
똑똑똑——
누군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고,
“네.”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은,
“대표님···.”
눈을 끔뻑이며 선오를 부르는 유은주 팀장이었다.
“네, 팀장님.”
“그···. 광고주한테 직접 전화가 왔는데요···.”
“광고주? 누구요?”
“아쿠아스웨트 지평칠성음료요.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근데 목소리가 너무 심각해서···.”
유은주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기에, 선오 또한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광고 반응은 계속 나쁘지 않은 걸로 아는데, 혹여 예상치 못한 논란이라도 터진 걸까 싶은 생각이 스쳤다.
“··· 무슨 일이죠?”
“모르겠어요. 여쭤봤는데, 그냥 계속 대표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만 하셨어요. 시종일관 진지하고 심각한 목소리로요.”
“전화 바로 넘겨주세요.”
선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고,
유은주가 빠르게 움직였다.
“네, 사장님. 전화 바꿨습니다. 스튜디오129 대표 지선오입니다.”
선호가 전화를 이어받자마자, 전화 너머에서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예상 밖의 말에 선오는 어안이벙벙하면서도 동시에 안도할 수 있었다.
* * *
바로 어제. 지평칠성음료 사장실.
사장과 본부장들 및 몇몇 팀장급이 모인 임원 회의가 한창인 가운데,
“사장님, 7월 그리고 8월 초까지 한 달 반 만에 이번 3분기 목표 매출을 전부 달성했습니다!”
“아쿠아 스웨트 덕분이지?”
“네.”
사장은 기획본부장의 보고에 껄껄껄 거리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7월까지 별로 안 더워서 아쿠아스웨트는 길게 봐야겠다 싶었는데···. 이게 전부 광고의 힘이지?”
“네, 마케팅팀장과 직원들이 애써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이스의 인기에 편승한 효과가 상당합니다.”
기획본부장이 끝자리 마케팅팀장을 흘깃 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이지. 다이스가 이렇게까지 초대박을 터뜨릴 줄은 몰랐습니다.”
“데뷔 전에 미리 계약한 터라 광고 효과 대비 굉장히 저렴한 단가로 광고비를 지출했습니다. 덕분에 매출 대비 순이익이 상당합니다.”
마케팅팀장이 보고를 마저 이어나갔다.
“그래?”
“그래도 앞으로도 매출이 커질수록 순이익 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는 더 가속화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이제 진짜 덥다. 여름이 여름다워졌어. 껄껄껄.”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여름 음료 품목의 매출 또한 올라가는 법이었다.
껄껄껄 시원한 웃음소리가 사장실에 울려 퍼지던 중, 생산본부장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요즘 다이스 몸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우리 계약이 1년이었나?”
“네.”
“이럴 줄 알았으면 2년 하는 거였는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사장.
“그땐 정말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 줄은 몰랐죠.”
“몰랐지. 부회장님이 부탁하듯 건네신 제안이라 더더욱 예상을 못 했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다.
사장의 말에 동의하듯 임원들은 밝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못내 아쉬운 눈빛을 했다.
“내 전에 달달 핫초코 때, 쿼드스텔라로 재미 좀 봐서 이번에도 의심은 없었어. 프로듀서가 같다고 했거든.”
“저도 그래서 흔쾌히 진행했습니다. 근데 그 프로듀서가 오너 일가였을 줄이야···.”
마케팅팀장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장의 말을 거들었다.
“그러니까. 129프로듀서, 아니 지선오 대표라고 해야 하나? 달달 핫초코 때도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숨겼는지···.”
“회장님도 대단하십니다. 그런 대성한 아들을 두고 있으면 자랑하고 싶은 게 부모 욕심일 텐데요.”
다른 임원들도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러니까 말이야. 게다가 백호그룹보다 유일하게 좋게 평가받는 게 자식 농사잖아.”
사장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게다가 지평그룹 내에서 금기어로 치부되는 ‘백호그룹’을 입 밖에 꺼내고 말았다.
“아, 내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바를 좀 했네. 껄껄껄. 우리 지평그룹의 미래가 그만큼 밝다는 의미야.”
임원들은 분위기를 무마시키려 사장의 웃음에 동참하여 미소를 지었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스튜디오129에 뭐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감사 인사라도 말이야.”
사장이 던진 말에 마케팅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술을 뗐다.
“통상적으로는 광고 재계약을 위해 모델 쪽에서 뭔가를 보내온 적은 많지만, 광고주인 저희가 나서서 그렇게 한 적은 없습니다.”
“광고 단가에 비해 매출액이 어마어마하니 하는 소리지.”
사장의 이 말은 핑계임을 몇몇 본부장은 눈치챘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사장이 답답하다는 듯 진심을 돌직구로 던졌다.
“감사 인사할 명분이 생겼으니, 자연스럽게 오너 일가에 접대라도 하자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