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51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스튜디오 129 홍보팀에 연락해서···”
“아냐아냐. 내가 직접 하지.”
사장은 눈치가 느린 마케팅 팀장이 미덥지 않은 듯, 손사레를 쳤다.
“내가 내일 직접 지선오 대표한테 연락해야겠어.”
그렇게 임원 회의가 마무리됐고,
이튿날.
사장은 출근 후 급한 업무를 처리하자마자 스튜디오129에 전화를 걸었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면서도 깍듯한 목소리가 되고 말았는데,
그 때문에 상대도 덩달아 긴장한 투로 응대했다.
– 네, 정 그러시다면···. 자, 잠시만요. 대표님 곧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몇 분 후,
– 네, 사장님. 전화 바꿨습니다. 스튜디오129 대표 지선오입니다.
사장은 지선오와 직접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상당히 젊은 목소리.
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껄껄껄. 안녕하세요, 대표님. 지평칠성음료 사장입니다.”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지만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투로 자기소개를 잇는 사장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이번에 다이스 광고 효과를 너무나 톡톡히 봐서 3분기 목표 매출액을 이미 돌파했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저희도 아쿠아스웨트 덕분에 다이스가 시원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굳혔네요. 윈윈이 된 것 같습니다.
흔들림 없고 자신감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겸손함도 느껴지는 목소리.
분명 다른 재벌가의 20대 자제들과는 달랐다.
30대가 되어 철이 든 후라면 모를까, 20대의 재벌가 자제가 이렇게 성숙하면서도 중심이 분명하게 선 목소리를 지니기란 쉽지 않았다.
덕분에 사장은 자기도 모르게 더 예의를 차리게 되었다.
“시간 내어 주시면 직접 접대라고 하고 싶어서, 바쁘신 줄 알지만 직접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 아, 그러셨군요. 사장님께서도 한창 바쁜 시기일 텐데 이렇게 손수 전화를 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접대를 승낙하는가 싶어서 진도를 더 나가보려던 찰나,
– 외람되지만 접대는 괜찮습니다. 다이스 애들이 데뷔하기 전부터 믿고 계약해주셨는데, 저희가 접대받을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그간 마음 쓰고 고생하신 지평칠성 직원분들끼리 회포를 푸시는 게 맞지 싶습니다.
사장은 이에 대응할 말을 잠시 말문이 막혔다.
경우가 밝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께서 첫째 아들, 둘째 딸 잘 키우신 건 알았는데, 이 집은 막내까지 이렇게 완벽하다니···.’
이같은 상념이 절로 들게 만드는 통화였다.
– 사장님?
“아, 네···.”
사장은 가까스로 머리를 다시 굴리기 시작했고,
“그래도 저희가 뭔가 해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저희 마음도 그렇고요···.”
– 아···. 정말 괜찮습니다.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스튜디오129의 탕비실에 구비해둘 각종 음료를 저희가 다이스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 무상으로 제공해드려도 될까요?”
이제는 오너 일가에 점수를 따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단지 이 젊은 대표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연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진 사장이었으니까.
– 네, 그 정도는 저희도 마음 편하게 부탁드릴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조금 전 연락드렸던 홍보팀장분과 저희 직원 연결해서 당장 내일부터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선오의 승낙에 사장은 굉장한 결재라도 떨어진 것처럼 반색했다.
* * *
연이은 무더위에도 그 누구도 지치는 기색이 없는 스튜디오129.
지이잉———
대표실에서 선오의 휴대폰이 퇴근 시간에 맞춰 울렸다.
누나 지선하에게서 온 것이었다.
[지면광고랑 CF 1차 편집본 들어왔는데 대표 반응이 나쁘지 않네?]선오는 빙긋 웃었다.
데뷔 직후와 달리 2030에게서도 반응이 오고 있는 다이스였기에, 선오는 지평패션 대표를 딱히 걱정하지 않았었다.
지금 선오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오늘 밤 안에 쇼케이스 공연 때 쓸 오프닝 음악 3개 보낼게. 회의해 보고 피드백 줘.]선오는 이렇게 답장을 보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쇼케이스는 광고와 또 달랐다.
다이스 멤버들의 몸을 빌려 J-jeans 실물을 직접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고, 누나 지선하의 데뷔 신고식의 의미도 있었다.
“누나가 지평패션을 잘 장악해줘야 지평그룹에 잡음이 없지. 그래야 내 회사에도 도움이 될 거고.”
대표실의 반투명 벽면 뒤로 직원들이 하나둘 퇴근하는 모습이 스쳤으나, 선오의 시선은 모니터에만 고정되었다.
그동안 생각날 때마다 메모해둔 멜로디와 트랙을 꺼내어 로직 프로그램에 옮겼다.
선오의 오른 손은 마우스에서, 왼손은 키보드 위를 계속해서 딸깍거리는 동안,
‘사람들이 J-jeans를 보면 내 음악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모니터 속 로직 프로그램 안에서는 트랙이 추가되고 파장이 이어지며 음악이 완성되고 있었다.
‘J-jeans로 영원한 젊음 얻는다···. 잃어버리지 않을 열정을 유지한다···.’
머릿속에 솟구치는 영감은 선오의 손을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이 세상에 오직 음악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얼마나 지났을까.
“다 됐다.”
선오는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썩 마음에 드는지 씨익 웃었다.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는, 지선하의 메일로 3개의 곡을 전송했다.
“패션업계랑 하는 음악은 처음이라 신경 쓰였었는데···. 막상 완성하고 보니 재밌네. 물론 결과가 좋아야 더 재밌겠지만.”
기지개를 켜며 상쾌한 기분으로 퇴근길에 나서는 선오였다.
* * *
같은 시각, 다이스의 숙소.
“근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팬 분들 재미없는 거 아니죠?”
멤버들은 간만에 스케줄 없는 날을 팬들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오전과 오후에는 푹 쉬고, 저녁이 되어 라이브 방송을 켠 것이었는데,
“저희 같은 신인이 이런 거 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설직히 저눈 말실수라도 할까바 걱정임미다···.”
파자마 차림의 여섯 멤버가 팔자 눈썹을 만들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에, 라이브 댓글 창은 폭주하기 시작했고 하트가 날아다녔다.
ㄴ 너희들은 얼굴만 보여줘도 유잼이야!
ㄴ 귀하다.. 파자마 다이스..
ㄴ 울애기들 너무 사랑스러워
ㄴ 숨만 쉬어도 재밌어!! 자신감 갖자!!
ㄴ 우리는 다이스의 시대에 살고 있드아♥
ㄴ 밥먹으면서 보는 중인데, 너네랑 같이 밥 먹는 거 같고 넘 좋으네
“이렇게 팬 분들이랑 소통하는 거 저희도 재밌어요!”
“대표님이 이렇게라도 팬분들 사랑에 보답하라고 라이브 방송 자율권을 주셨는데 솔직히 너무 어려워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처음이라 우왕좌왕하는 통에 속상한 얼굴을 하는 다이스 멤버들과 달리,
화면 너머의 팬들은 그렇게 헤매는 모습이 인간미 있고 귀엽다며 오히려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접속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저희 129 대표님 말씀이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팬들과 최대한 가까이에서, 자주 소통하는 문화가 발달할 거라고 하셨거든요.”
“오늘은 처음이라 미숙하지만, 저희가 그 문화에 선두 주자가 되는 그룹이 되어볼게요. 이쁘게 지켜봐 주세요!”
한편,
모니터 너머로 차갑게 쏘아보듯 다이스의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백호그룹 첫째 아들이었다.
도피성 유학을 다녀온 이후로는 한국 아이돌이나 가요에 일절 관심이 없던 그였으나,
최근에는 달랐다.
백호그룹 회장, 즉 아버지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모니터를 노려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그가 휴대폰을 쥐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어, 손창기 대표! J-jeans 런칭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으신가 해서···.”
깍듯하게 전화를 받은 상대는 구구절절 보고를 시작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 크하하하! 손 대표가 고생이 많아. 지선하 그 여우 같은 기집애 성질머리는 나도 익히 들었지.”
백호그룹의 첫째 아들은, 세간의 비교에서 늘상 자신보단 우위에 있던 지선하의 뒷담화를 듣자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 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전화 너머의 상대가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하자,
“크하하하! 조금만 참으라고.”
상대가 지평패션에 대해 투덜대고 불만을 호소할수록, 그의 광대는 하늘로 치솟았다.
“우리 백호그룹 안에 손창기 대표한테 걸맞은 자리를 내가 손수 마련 중이니까 임기 1년만 채우고 나와.”
통화를 마친 백호그룹 첫째 아들의 안색은 조금 전과 달리 환하게 피어나 있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다이스 라이브 방송 화면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리는 그였다.
“지평그룹 새끼들 잘난 척하는 꼴, 내가 더는 못 봐주겠어.”
재계와 사교계는 물론, 각종 언론,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까지 한동안 지선오.. 지선오.. 맨날 입에 달고 사는 통에 아주 노이로제가 걸릴 뻔했다.
“지선하 잡으려고 친 덫에 지선오까지 남매가 사이좋게 걸려주니 나로서는 감사 땡큐지. 일이 무사하게 척척 진행되려고 이러는구나 싶다.”
기분 좋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휘파람을 흥얼거리며 골프 약속에 나서는 그였다.
* * *
“식지 않는 젊음···. 꺼지지 않는 열정···. 이런 게 떠오르는 음악입니다.”
지선하는 기획2팀의 팀원들을 모아놓고 선오가 보내온 음악 3곡을 들려주었다.
“음악만 듣고도 그런 이미지가 떠올라요?”
작곡가가 누구인지, 음악의 출처는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네···. 아, 제가 너무 오바했나요?”
“아뇨아뇨. 예리하고도 구체적인 감상이라 되물은 것뿐이에요. 박 대리님이 우리 중에서 패션 업계 근속연수가 가장 높으신 것 같아요, 맞죠?”
자신을 알아주는 지선하 팀장의 물음에 쑥쓰러운 듯 고개를 긁적이며 대답하는 박 대리.
지선하 또한 사실 선오가 보내온 음악을 들으며, 방금 박 대리가 내놓은 평과 같은 것을 느꼈었다.
영원한 젊음과 열정 같은 것 말이다.
다만, 동생이라서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보기 위해, 팀원들에게는 정보를 주지 않고 음악만 들려준 채 평을 들으려 했었다.
그런데 3개의 곡 재생이 모두 끝나자마자 자신과 똑같은 감상을 내놓은 이가 있자, 놀란 속내를 감추고 되물은 것뿐이었다.
“와, 근데 3곡 너무 좋아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는데요?”
“이 중에 한 곡만 오프닝으로 쓰는 거예요?”
“으음···. 1곡은 1부 런웨이 오프닝, 1곡은 2부 공연 오프닝, 그리고 나머지 1곡은 런웨이 중간에 하이라이트로 삽입하면 어떨까요, 팀장님?”
뒤이어 의견을 쏟아내는 팀원들에 지선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 곡들이 그 정도인가요? 그리고 1부 오프닝과 런웨이에 쓸 음악들은 이미 셋 리스트 정리가 끝나지 않았나요?”
이번에도 속내를 감추며 되묻는 지선하였고,
팀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아직은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기존의 곡 구성은 전형적인 런웨이 음악이었다면, 이 곡들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더 대중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쇼케이스 런웨이의 메인이 전문 패션모델이 아니라 아이돌인 만큼, 지금 들려주신 곡들이 톤앤 매너에 훨씬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해오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지선하는 의견을 굳힐 수 있었다.
“좋습니다. 이 3개 음악은 전부 사용하는 걸로 하죠. 1부 런웨이 오프닝, 런웨이 하이라이트, 그리고 2부 공연 오프닝. 각각 어떤 음악을 배치하면 좋을지는 각자 메신저로 적어서 보내주세요.”
지선하의 말에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입꼬리를 말아 올리기 시작했고,
“수합해보고 의견이 갈리면 다시 모이겠지만, 이견이 크지 않으면 득표수로 결정하겠습니다.”
이렇게 결정이 나기 무섭게 또 다른 질문들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팀장님, 이 곡은 어디서 사용권을 구입해오신 건가요?”
“유럽 쪽 음악이..죠? 파리나 밀라노 런웨이에서 들어봤을 법한 음악이긴 한데···.”
“에이, 이건 뉴욕 음악이지. 세련됐잖아요.”
팀원들은 당연히 해외의 패션 업계에서 사용했던 음악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업계의 관행이 그러했으니까.
“아뇨. 기존에 있던 음악 사용권을 사 온 건 아니고요. 우리 J-jeans 런칭 컨셉에 맞춰서 새롭게 작곡된 곡입니다.”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지선하를 보던 팀원들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어쩐지···. 너무 찰떡이다 싶긴 했어요.”
“와우! J-jeans CF 음악 말고도 따로 또 의뢰하신 거구나···.”
다들 예상 밖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 음악이 추가됐다고 해서 쇼케이스 제작비가 추가된 건 아니니 예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선하가 차분히 건넨 말에 손사레를 치는 팀원.
“아뇨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완전 고퀄이어서 혼잣말이 튀어나와 버렸습니다.”
“혹시 팀장님 뉴욕에 계실 때 인연으로 의뢰하신 건가요? 아니면···.”
“아, 혹시···.”
이제 팀원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서로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지선하 또한 그들이 무엇을 물으려 하는지 알아챘다.
“네, 맞아요. 제 동생 지선오가 작곡한 음악이에요.”
“아···. 대중음악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원래 이런 쪽 음악도 하시는 분이세요?”
“으음, 드라마 OST나 광고 음악은 종종 했던 것 같은데 패션 런칭쇼 음악은 처음일걸요?”
팀원들은 다시금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평범한 런웨이 음악보다 대중적인 색채가 느껴졌나 보네요.”
처음부터 음악을 좋게 평가했던 박 대리가 상기된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대중적인 브랜드를 표방하는 만큼 좋은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네, 대중적인 모델과 음악을 쓰지만 쇼케이스 비주얼은 고급화 전략. 이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었거든요.”
싱긋 웃는 지선하를 보는 팀원들의 눈빛에 어느새 신뢰가 가득 어려있었다.
“이제 정말 런칭이 코앞으로 다가온 게 느껴집니다.”
“막바지 힘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팀장님, 좋은 팀원들 만나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데 J-jeans가 잘 돼야 우리 기획2팀도 계속 이런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죠?”
지선하가 길게 말을 하지 않아도 자가발전처럼 사기를 충전하며 의욕을 보이는 팀원들이었다.
어느덧 팀원들은 새로운 팀장인 그녀를 오너 일가로서가 아니라 상사로서 업무적인 믿음을 얻은 듯했고, 지선하 또한 오늘 회의로 인해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온전히 싹 텄다.
‘대표는 이상한 놈을 만났지만, 팀원 복은 있네.’
지평패션을 향한 애정이 더욱더 공고해진 지선하였다.
* * *
몇 주 후, 여름과 가을 사이 어딘가.
지평패션의 J-jeans가 런칭되었다.
오후에 열린 J-jeans 런칭 쇼케이스에는,
각 분야의 VIP들과 언론들 그리고 패션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귀를 사로잡는 오프닝 음악으로 연 런웨이 무대,
J-jeans의 청바지를 입은 다이스 멤버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고세미, 이주, 천희나, 배지율, 유이 그리고 나디아.
이들은 이어 런웨이를 활보하는 전문 모델들에 크게 뒤지지 않았으며, 그들 특유의 생기어린 미소를 머금은 채로 런웨이를 휘젓고 있었다.
‘이 런웨이에서 다이스만 빛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청바지가 돋보인다···.’
‘다이스 애들도 어쩐지 평소 무대보다 달라 보여.’
‘런웨이는 런웨이네···. 지평패션이 스타 마케팅에 빠진 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했구나.’
프레스석에 앉아 노트북에 손을 올려놓고 있던 기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특히 처음에 자리했을 때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로 시큰둥한 모습이던 패션 전문 기자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돌이라 스타성에 옷이 가려질 줄 알았는데 의외잖아?’
‘대중성과 브랜드 구축. 2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애썼네.’
그들이 쓰는 기사는 실시간으로 온라인 언론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에 업로드되었고,
높은 클릭수를 얻어내기 시작했다.
「[J-jeans 런칭 런웨이]여섯 빛깔로 ‘다이스’ 완성된 브랜드 런칭 쇼케이스」
ㄴ「①다이스 세미, ‘세미가 세미 했다’」
ㄴ「② 다이스 이주, ‘단발 찰랑이며 런웨이 질주’」
ㄴ 「③다이스 지율, ‘잡지모델 출신의 저력’」
ㄴ「④다이스 희나, ‘갱상도 여동생의 런웨이 데뷔’」
ㄴ「⑤다이스 유이, ‘발레로 다져진 라인’」
ㄴ「⑥다이스 나디아, ‘K팝 유학생 런웨이도 접수’」
관련 기사는 연예면뿐만 아니라 경제면에도 빠르게 올라왔다.
「[J-jeans 런칭] 이토록 빛나는 청바지가 또 있을까?」
「이거 입으면 나도 다이스? ‘J-jeans 런칭 현장’」
「새로운 계열사 선보이는 지평그룹의 주가 붉게 우상향 중 – 어제자 종가보다▲」
「평소보단 성숙해진 다이스의 런웨이, “다이스가 J-jeans 빨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2부 공연.
오프닝은 기존의 다이스 음악이 아니었다.
처음 듣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청중들 특히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고,
‘J-jeans’의 상징과도 같은 알파벳 J모양을 손으로 그리며 청바지 핏을 뽐내는 다이스 멤버들에게, 어느덧 모두가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1부 런웨이부터 지금 이 2부 공연까지 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