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154
선오의 말에 이주는 다시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왔고,
“없으면 우리가 만들면 되지.”
좋은 생각이 있는 듯 씨익 웃는 선오였다.
* * *
그날 오후, 여의도 M본부 로비의 카페.
“허허허. 캐스팅 오케이 해주신 것만으로 감사한데, 이렇게 대표님께서 직접 M본부까지 발걸음 해주시다니요.”
선오는 예전 을 연출했던 주만수PD와, 단막극 으로 연출 입봉을 앞둔 주영수PD를 찾았다.
“선덕여왕 한창 연출하실 때 뵙고 처음 뵙는 거죠?”
“그땐 수염도 못 깎고 다니고 너저분했는데 오늘은 깔끔하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허허허.”
두 손을 주먹 쥔 채로 양 무릎에 올린 주만수 PD는 어쩐지 그때보다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다.
더 정확한 표현으로 선오를 어려워하는 게 느껴졌다.
허나 선오에게는 이런 것도 이제 익숙했다.
선오가 지평가의 막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 대부분의 이들이 선오를 대하는 태도가 이런 식으로 미묘하게 달라졌으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주세요, 감독님.”
“허허허. 그 사이에 대표님이 되셨고···. 여러모로 제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분은 아니라···.”
“그러시면 제가 섭섭합니다. 앞으로 감독님과 저희 아티스트 데리고 더 오래, 더 편하게 뵙고 싶거든요.”
이에 주만수 PD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옆에 있던 주영수가 명함을 내밀며 끼어들었다.
“바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영광입니다. 주영수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영수가 제 오랜 조연출이자 친척 동생입니다.”
주만수가 주영수를 툭 치며 멋쩍은 듯 말했다.
성도 돌림자도 같은 2개의 이름.
지난 삶의 기억으로 보건데, 주만수 PD는 계속해서 웰메이드 드라마를 쌓아갈 감독이었다.
그에 비해 ‘주영수’라는 이름은 그닥 기시감도 없었고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번 단막극 에서 중요한 것은 감독보다는 작가였다.
“이번에 우리 이주 잘 부탁드립니다. 대본이 정말 좋더라고요.”
“네, 공모전 당선작인데, M본부 내에서도 기대가 큰 작품입니다.”
선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주가 저희 에 합류하는 대신 부탁하실 게 있다고요?”
주영수 PD의 말에 선오는 눈빛을 달리하며 본론을 꺼냈다.
“단막극 의 OST를 저희가 제작하고 싶습니다.”
“네? OST요?”
옆에서 주만수PD가 먼저 반문했다.
공중파 단막극은 보통 광고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수익은 포기하고 신인 작가와 감독을 배출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였다.
때문에 최소한의 예산이 편성되어 OST는 불가능할뿐더러, 만들 이유가 없었다.
보통은 1~2화, 길어봤자 4화가 2주 안에 방영되는 것으로 끝나는 단막극이니까.
그래서 그저 사용료가 저렴한 BGM 정도만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작 단가는 BGM 사용료 정도만 지불해주시면 됩니다. 기존에 있던 곡을 사용료 지불하고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실 겁니다. 다만, 단막극 의 서사나 캐릭터에 맞는 음악을 저희가 제작해드린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선오의 설명을 들은 주만수와 주영수의 눈이 더더욱 더 커졌다.
‘왜?’라는 풍선이 그들의 머리 위에 크게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선오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설명을 이었다.
“사실 이주가 단막극 과 끝까지 고민했던 다른 작품이 있었는데, 그 제작사에서 저희한테 OST 제안도 같이했었거든요. 그래서 이주의 출연과 OST를 같이 패키지로 놓고 고민했습니다.”
여전히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주영수의 옆에서,
주만수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에서도 OST를 부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저희 작품을 선택하셨다는 말씀이신데···. 문제는 제작비를 따로 안 받고 OST를 만들어주시겠다는 말씀이신 거잖아요?”
“네, 제작비는 저희 스튜디오129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선오의 확신에 찬 대답.
“그러니까···. 왜요?”
“투자라고나 할까요? 지금껏 제가 믿고 투자한 것에서 손해를 본 일이 거의 없어서요.”
이에 주만수와 주영수에게 떠올랐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듯했다.
‘아, 맞다. 이분 재벌가였지!’
싶은 얼굴.
선오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저희 아티스트들이 OST에 관심이 많거든요. 다이스도 그렇고, 오엘이라는 신인 가수도 그렇고요.”
“아, 오엘! 그 아쿠아스웨트 광고 음악에도 나오는 그 분이죠?”
“네, CM송에 목소리만 나왔었죠.”
이제 주영수는 두 눈을 빛내며 의욕에 찬 표정을 했다.
“오엘? 그게 누구냐?”
“형은 드라마밖에 몰라서 문제야···.”
혀를 차는 주영수와 휴대폰을 들어 검색해 보는 주만수.
선오는 두 사람을 보며 빙긋 웃었다.
주영수는 어느새 잔뜩 상기된 얼굴이 되어서는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선오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제 입봉작에 이런 은혜를 내려주시고···. 열심히 찍겠습니다!”
사실 주영수 연출보다는 임태춘 감독을 염두에 두고 내린 선택이었다.
첫 미니시리즈부터 시청률과 평단의 호평까지 놓치지 않았던, 그리하여 백상예술대상 ‘작가상’은 물론 ‘대상’까지 거머쥐게 될 대작가 임태춘의 첫 단막극이라는 것만 본 것이었으니까.
‘이왕 모험하는 거라면, 될 판에 판돈을 걸고 투자하는 게 맞지.’
때문에 선오는 그저 빙긋 웃는 얼굴로 일관했고, 그런 선오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주영수가 싱글벙글 물었다.
“대본 리딩에 오실 거죠?”
“네, 제가 직접 작곡할 거라 참석할 듯합니다.”
“촬영 잘해서 가편집본 나오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도 멜로디 라인 나오면 드리겠습니다.”
선오의 말에 주영수는 손사래를 쳤다.
“아뇨아뇨. OST는그냥 대표님 마음대로 완성해주셔도 됩니다.”
그러자 옆에서 주만수가 주영수를 쥐어박았고,
“녀석이! 야, 너는 명색에 메인 연출 입봉하는 놈이.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데!”
“하하하. 그럼요. 멜로디 라인 보내드릴 테니까, 톤 조절 같이 해주세요.”
선오도 웃으며 거들었다.
“다이스가 부르는 이주 테마 1곡이랑, 이 드라마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곡 1개는 오엘이 부르게 될 겁니다.”
“와···. 2곡이나 제작해주시는 건가요? 열심히 찍겠습니다!”
이에 주영수는 잔뜩 감격한 듯 보였다.
선오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선오 또한 가벼운 묵례로 화답하며 생각했다.
‘연출진도 협조적이고 느낌이 좋다. 오엘의 첫 솔로곡이 임태춘 작가의 드라마라니. 오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 * *
며칠 후,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선오는 안전모를 쓴 채로, 거대한 건물을 둘러보았다.
널찍한 도산대로 한복판의 코너 목에 우뚝 선 건물을 말이다.
“뒤쪽 필지랑 합필한 티가 하나도 안 나죠?”
선오는 지금 완공을 앞둔 자신의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선오의 옆에서는 역시나 안전모를 쓴 차림의 차도경 대표가 보고를 이어 나갔다.
“처음부터 같은 필지의 동일한 건물이었던 것처럼 지으려고 설계사부터 엄청 신경 썼습니다.”
필지를 합하여 연면적을 넓히고, 신축 공사를 통해 용적률을 높인 거대한 빌딩의 모습이 완성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올해 안에 준공까지 계획입니다.”
선오가 흡족한 얼굴로 둘러보았다.
차도경 대표는 선오를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지상 10층, 지하 3층의 건물을 한층 한층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이 사옥에 스튜디오129와 JK엔터 그리고 지오홀딩스를 어떻게 배치하실 계획이신지만 결정되는 대로 말씀 주시면, 나머지 층은 임대 맞추는 작업도 진행하겠습니다.”
“임대는 1층만 주시면 됩니다.”
선오는 이미 결정했다는 듯이 대답했고,
“김록기 대표님과 이야기해봤는데요, JK엔터는 레이블화 시켜서 ‘스튜디오JK’로 바꿀 예정입니다.”
차도경 대표는 휴대폰을 꺼내어 메모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레이블과 관련 자회사를 한 데 품게 될, 이 건물에 어울릴만한 거대하고 새로운 엔터 회사를 만들 겁니다.”
“새로운 엔터 회사요?”
놀란 기색을 숨기며 묻는 차도경에게,
선오는 또박또박 대답을 이었다.
“네, 호리즌 엔터.”
* * *
도산대로 빌딩을 둘러본 선오는, 차도경 대표를 데리고 스튜디오129의 대표실로 자리를 옮겼다.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이따가 오후 회의에도 같이 들어가시고, 무엇보다 엔터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차 대표님이 직접 둘러보고 가시는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소파 맞은 편에 앉은 차도경이 짐짓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리즌 엔터라고 하셨습니까?”
“네.”
“호리즌이라···. 지평선이죠? 대표님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이름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선오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평그룹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적절한 느낌이 듭니다. 엔터사 이름에 걸맞게 세련된 느낌도 들고요.”
그때, 비서가 차를 내왔고,
두 사람은 이를 홀짝이며 각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사옥에는 ‘지오홀딩스’와 ‘호리즌 엔터’라는 2개의 큰 기둥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 ‘호리즌 엔터’ 안에 스튜디오129, 스튜디오JK와 앞으로 다른 레이블이 추가된다는 말씀이시죠? 사옥에는 미리 여유 공간을 배치해서 이를 대비해야한다는 거고요.”
차도경은 수긍이 된다는 듯 선오의 말을 받았다.
선오가 임대를 1층만 주면 된다고 했던 말의 뜻을 이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된 그였다.
지금의 지오홀딩스, JK엔터, 그리고 스튜디오129의 규모를 다 합쳐도 신축 사옥의 9층과 지하를 전부 쓰기에는 공간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네, 그리고 향후에 음반 유통 회사같은 다른 계열사들도 하나씩 인수하거나 직접 만들 계획입니다.”
거대 엔터사의 탄생.
선오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그림이었다.
이는 신사동 사옥의 완공과 함께 하나씩 차례차례 현실로 구현될 예정이었다.
“회의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선오는 의욕에 가득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이곳의 건물 구조나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같이 둘러보시죠, 차 대표님.”
성큼성큼 앞장서는 선오였다.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르게 개방적인 구조의 사무실이나, 최고급 방음 장치가 필요한 지하 연습실 및 녹음실을 차 대표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우리 사옥의 세부 인테리어나 방음 장치는 최고급으로, 돈 아끼지 않고 하고 싶습니다.”
이 말에 선오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차도경이 여부가 있냐는 듯 짧고 굵게 대답했다.
“그럼요.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엔터사 사옥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표님.”
* * *
오후의 JK엔터 대회의실.
김록기 대표가 상석에 앉아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지선오 대표와 내가 먼저 결정한 사안이지만, 본부장들이나 팀장들 의견을 들어보고 우리가 간과한 게 있거나 더 나은 안이 있다면 보완 및 번복할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간만에 이곳에는 모든 본부와 스튜디오129의 임원급들이 한 데 모였다.
“그저 여러분들의 명함이 JK엔터에서, 스튜디오JK로 바뀌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오도 한 마디 보탰고,
김록기 대표가 나서서 말을 이었다.
혹여 있을지 모를 반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우리 회사가 레이블화 된다는 건, 규모가 축소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그대로이지만, 같은 팀을 이루는 거대 모회사 집단, 즉 ‘호리즌 엔터’안에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 엔터 업계에서 아직은 ‘레이블’의 개념이 생소했기에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선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규모의 경제라고 하죠? ‘호리즌 엔터’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의 시선은 이제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향할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국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시간 문제가 될 거라고 봅니다.”
선오와 김록기가 말을 마치자,
회의실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저 끝 쪽에서 이 모습을 참관하고 있던 차도경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때 정적을 깬 것은,
“그럼 저희 퍼블리싱 본부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계약도 그대로 이관되는 겁니까?”
박철 퍼플리싱 본부장의 말이었다.
“네, 본부장님. 기존에 진행 중이시던 프로젝트나 아티스트의 계약은 그대로 이관되며, 계약 기간이나 계약 조건 또한 변동 없습니다. 다만, JK엔터 시절보다 더 거대한 자본과 투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니 보다 공격적인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선오는 박철 선배의 눈을 바로보며 대답했다.
자신감이 깃들어 있는 말투로 말이다.
이에 박철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자리잡았고,
“좋습니다. 그럼 우리 스튜디오JK가 호리즌 엔터 안에서 매출 1위를 찍을 수 있게 달려보겠습니다.”
선오를 향한 박철의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이에 선오는 피식 웃으며 미소로 화답했다.
JK엔터 식구가 직접 ‘스튜디오JK’라는 레이블 이름을 처음으로 내뱉은 순간이었다.
이는 ‘호리즌 엔터’와 대표직에 앉을 선오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선오 대표님.”
박철의 옆에 앉아있던 정기석 2팀 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고,
자신을 향한 감격어린 그의 시선을 보던 선오는 순간 울컥할 뻔 했다.
지선오의 입사부터 함께 했던 선배가 보내오는 응원의 시선, 그리고 오선지의 인생을 토닥여주었던 유일한 아군의 아직은 젊은 시절.
선오는 그런 정기석을 바라보며 과거가 혼재되는 묘한 느낌과 함께,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님.”
허나 이를 가까스로 삼켜내고는, 다시 입술을 떼는 선오였다.
“스튜디오JK는 제게 고향입니다. 저를 키워주고, 저를 성장시켜준 곳이죠. 저를 아껴주셨던, 제가 존경해마지 않는 선배님들이 계신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제가 이끄는 호리즌 엔터에 속한 레이블이 된다해도, 스튜디오JK의 독자성은 유지시킬 것입니다. 내부의 결정권 또한 존중할 거고요.”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일부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선오가 스튜디오JK를 좌지우지 하려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JK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 및 존중해주면서, 정말로 ‘규모의 경제’를 꾀하여 합심하려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이 회의실 안은 하나의 배였다.
다같이 한 배를 탄 일원이 된 눈빛과 공기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저희 스튜디오JK는 내년에 리원과 쿼드스텔라의 컴백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박차를 가하려는 중에 있습니다.”
박철 퍼블리싱 본부장이 말하자,
김록기 대표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네, 조금 전 지선오 대표님이 말씀하셨듯 거기서 변하는 건 없습니다. 두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이 확충되는 것밖에는. 구체적인 예산 확충안은 제가 이번 주 내로 공지하겠습니다.”
회의실 안에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었고,
기대감이 잔뜩 어린 얼굴들이 되었다.
“저희 스튜디오129는 이번 달에 다이스의 첫 정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본부장으로 승진한 공희주가 말했다.
어쩐지 스튜디오JK를 의식하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이에 선오와 김록기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발표에 집중했다.
“내년 컴백 앨범을 준비 중이며, 그전까지는 데뷔 전에 얼굴을 비췄던 방식으로 멤버 개인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좋습니다. 스튜디오JK에서 내는 리원이나 쿼드스텔라 컴백 앨범 시기와 겹치지 않게 조율이 필요할 것 같네요.”
김록기 대표가 덧붙이자, 공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박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박철 본부장님과 조율하겠습니다. 다만, 다이스는 내년 하반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상반기 중에 앨범을 낼 수 있게 협조 부탁드린다는 말씀 먼저 드려봅니다.”
이에 박철은 가볍게 묵례를 했고, 공희주 또한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했다.
회의 분위기가 생산적이면서도 기분 좋게 무르익어갔다.
턱을 매만지던 선오가 분위기를 타고 한 마디 던졌다.
“다이스, 리원, 쿼드스텔라 컴백 시기가 결정되면 보고 부탁드립니다. 스튜디오129에서는 내년에 신인을 하나 내보낼 생각이거든요.”
“아, 혹시 오엘입니까?”
선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온 물음.
“아, 아뇨.”
예상치 못한 반응에 선오는 살짝 놀랐다.
“오엘은 당분간 얼굴없는 가수로만 활동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공희주가 재빠르게 말을 건넸다.
그녀와 잠시 눈이 마주친 선오는, 다시 화재를 돌렸다.
“내년에 스튜디오129에서 낼 신인은, 여자 솔로 아이돌입니다.”
이에 회의실에는 소리 없는 파장이 일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사람들,
“여자 솔로 아이돌?”
혼잣말 하듯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선오는 이같은 반응이 놀랍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했었으니까.
아직은 그룹, 그것도 보이그룹이 대세인 시기였다.
물음표를 띄운 사람들 가운데, 평온한 표정을 하는 이들이 선오 말고도 몇 명 더 있었다.
바로 선오를 입사 시절부터 지켜봐온, 선오를 잘 아는 선배들이었다.
“기대가 되네요. 우리의 대표님이자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프로듀서님의 여자 솔로 아이돌이라니.”
박철 본부장을 비롯하여 정기석 본부장, 박황 본부장 그리고 김록기 대표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있었다.
한편, 회의실 끝자리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차도경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대표님이 드디어 윤설 카드를 꺼내시는 건가?’
선오가 윤설에게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윤설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각별한지 잘 아는 차도경이었기에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였다.
* * *
회의가 끝난 후,
선오는 다시 스튜디오129의 대표실로 올라가기 전에, 차도경 대표에게 공희주 본부장을 붙였다.
“우리 사옥 완공 앞두고 이 건물을 좀 둘러보러 오셨어요. 엔터사 사옥에 필요한 것들, 공희주 본부장이 잘 알려드려주세요.”
이미 굿엔터에서도 오랜 시간 몸담았던 그녀였다.
현재 업계 1위와 2위를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굿엔터와 JK엔터의 사무실 및 건물 구조를 비교하여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들을 배웅하 듯 보내고 올라온 대표실.
선오는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유은주 마케팅 본부장과 마주했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오늘 선약은 없는데···.”
“그게, 돌려보내기가 좀 그런 손님이라서요.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표님을 잠깐이라도 뵙고 가시겠다고···.”
유은주가 난처한 얼굴을 하며 선오의 가까이로 다가서 속삭였다.
“유이 부모님이 직접 찾아오셨어요.”
“유이 부모님이요?”
일본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러 갔던 유이가 며칠 전에 입국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부모님도 함께 한국에 들어온 줄은 몰랐다.
“그리고 손님 일행이 한 분 더 계세요.”
그러자 유은주의 뒤로,
선오를 발견한 3명의 일본인이 다가왔다.
“(잘 지내셨어요, 대표님?)’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유이의 부모님 옆에는 어느 중년의 일본인 여성이 있었는데,
‘어? 누구지?’
선오의 눈에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