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26
지평학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오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고,
이에 지선재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아버지, 허락해주는 거예요?”
“뭘?”
“선오가 하려는 엔터 사업이요.”
“허락하고 말고 할게 뭐 있냐? 지가 지돈으로 하겠다는데.”
“여보! 막내가 재능도 있겠다, 열심히 해보겠다는데 좀 도와줘요.”
지평학의 고약한 심보를 읽은 윤희애 여사가 한마디 했지만,
지평학은 다시 젓가락을 들고는 신경도 안 쓴다는 투로 말했다.
“내가 전에 분명히 말했다. 내 돈으로 음악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선오 너, 내 돈 필요하거든 대학 졸업장부터 가져와라.”
지평학은 역시 지평학이었다.
선오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실망도 없었다.
하지만 지선재와 윤희애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아버지! 선오 이번에 음유 음악경연대회 1차도 붙었대요!”
“··· 음유 음악경연대회?”
이는 지평학과 윤희애도 알만한 대회였다.
그들이 젊었을 적 좋아하던 가수들도 이 대회 출신들이 꽤나 있었으니까.
“1차 통과 가지고 뭐? 1등이라도 하면 모를까.”
지평학은 밥과 국을 숟가락질하며 무심히 말했다.
지선재와 윤희애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열심히 해볼게요.”
오히려 선오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이렇게 맛있는 갈비찜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기분이 금방 좋아졌다.
먹는 둥 마는 둥 깨작대는 지선재나 윤희애와 달리, 지평학과 선오는 밥그릇을 거의 다 비우는 중이었다.
지평학은 어느새 식사를 마쳤는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오늘 갈비찜 한 거 싹 다 포장해서 막내 편에 보내라. 남기지 말고 싹싹.”
부엌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심히 말을 던지고는, 안방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지평학이었다.
* * *
“많이 먹어요, 129 후배님.”
오늘도 선오는 먹을 복 터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은 JK엔터 앞의 딤섬 집이었다.
일전에 김록기 이사가 금일봉 돌리던 날 던졌던, 밥을 산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잠시 슈퍼노바 팀에 투입됐던 박철 팀장과 정기석 선배도 함께였다.
“129는 뭐든지 항상 복스럽게 잘 먹어서 보기 참 좋아.”
박철 팀장의 말에 김록기 이사도 동의한다는 듯 웃으며 물었고,
“식사량에 비해 살이 안 찌는 체질인가 봐요?”
“그러게요. 오히려 좀 마른 편이잖아?”
정기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선오를 위아래로 살폈다.
“저도 20대 때는 저렇게 호리호리했어요. 조심해. 그러다 나이 먹으면 한 방에 훅 간다. 나처럼.”
박철 팀장이 자신의 두둑한 뱃살을 내려다보며 푸념하듯 말했다.
“그나저나 조규태 팀장은 왜 휴직서를 낸 거예요?”
“오늘 1팀에 남민수는 사직서도 냈던데···. 저희 슈퍼노바랑 작업하는 동안 1팀에 무슨 일 있었어요? 분위기가 무슨 초상집이더라고요.”
박철과 정기석의 물음에,
선오는 조용히 샤오롱바오를 집어 입에 넣었고,
‘참교육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알아서 사라져줬네.’
김록기 또한 4개의 술잔에 고량주를 채울 뿐이었다.
“별일 아니에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김록기가 술잔을 들었고, 4개의 술잔이 테이블 위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많이들 들어요. 특히 129 작가, 많이 먹어요. 맛있는 건 마음대로 편하게 더 주문하고.”
선오는 대답 대신 그저 씨익 웃으며 슬며시 묵례를 건넸다.
이미 너무나 잘 먹고 있어서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런 선오의 속내를 읽었는지 김록기가 피식하고는 진지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129 작가는 더 많이 먹을 자격이 있어요. 다음에 또 내가 살게요.”
김록기 이사는 샤오롱바오를 맛있게 먹는 선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얼마 전 1팀 팀장실에서 엿들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 새끼들이 그렇게 대놓고 덫을 놨는데도, 실력으로 이겨 먹고···. 팀에 피해 하나 없게 혼자서 다 잘 처리하고···.’
선오를 보는 김록기의 눈빛은 마치 기특하고 안쓰러운 자식을 보는 듯했다.
“음유도 잘 해봐요. 회사 차원에서도 도움 될 수 있는 건 물심양면 아끼지 않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에 옆에서 정기석 선배도 선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잘해봐라. 그동안 그렇게 외부에서 큰 상 타오는 놈들은 대표님이 꼭 승진을 시켜줬거든.”
선오도 기억이 났다.
그렇게 선오보다 늦게 입사한 후배 녀석이 선오를 제치고 승진하는 것을 몇 번 봐왔으니까.
“그래. 우리 조영준 대표님께서 또 실적이나 타이틀을 엄청 중시하시잖냐.”
박철 팀장도 거들었고,
김록기 이사도 대화를 이어나갔다.
“만약 음유에서 큰 상 타면 주니어 단지 6개월도 안 돼서 시니어 달게 될 수도 있겠는데요?”
남은 샤오롱바오 찜그릇을 선오 앞으로 스윽 밀어주는 김록기였다.
“2차 실연이 언제라고 했죠?”
“1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딱 유리아이 초동 성적표 받은 다음이겠네.”
“네.”
“떨려요?”
지난 생에 그렇게도 열망했지만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타이틀곡 크레딧의 꿈. 그리고 음유 경연대회.
그 꿈들이 목전에 다가왔는데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떨립니다.”
드디어 반나절 후면 유리아이 정규 1집과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
김록기 이사가 심호흡을 작게 후 내뱉었다.
“나도 떨리네요.”
달라진 운명
* * *
「유리아이, ‘포텐셜’ 음원공개 3일 만에 음악차트 ‘평정’」
「JK엔터 ‘유리아이’, 신선함과 익숙함 그 사이 어딘가 우리를 사로잡는 ‘포텐셜’」
「유리아이, 정규 1집 ‘레트로 복고’로 화려하게 컴백!」
「JK엔터의 역작 ‘유리아이’ 걸그룹 왕관 자리 넘보나?」
「‘유리아이’, 4명의 국민 여동생 등극! “저희의 포텐셜을 기대해주세요!”」
「‘포텐셜’ 유리아이, 발매 첫주 ‘뮤직시티’ 1위」
「유리아이, 뮤직차트 1위 등극으로 정규1집 신고식!」
「 ‘유리아이’, 중독성으로 무장! “가요계는 우리가 접수한다”」
유리아이의 정규 1집이 발매된 초동 주간.
반응은 뜨거웠다.
각종 1위 기사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내일이면 초동 판매량 집계되는데 6만 장 정도 뜰 것 같습니다.”
발매 첫 1주 동안의 앨범 판매량.
이는 가요계에서 성적표나 마찬가지였다.
음반은 첫 주에 가장 많이 팔릴뿐더러, 이때 잘 돼야 계속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이슈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동 판매 6만 장은 걸그룹 중에서 단연 1위였다.
유리아이의 지난 2장의 싱글 앨범보다도 압도적인 기록이었으며, 작년과 올해 통틀어 초동 성적이 가장 좋은 걸그룹 음반이었다.
“이사님, 음원 성적은 더 기대해봐도 될 듯합니다! 걸그룹이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이 약한 게 여기서도 드러나네요. 아무래도 음원이 대중 장사니까 수익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보고를 전달 받은 김록기 이사는 안도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 기세로 계속하면 올해 연말 시상식도 휩쓸 수 있겠네요. 수고 많았어요. 오늘은 일찍 퇴근들 하세요.”
이제야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김록기 이사의 머릿속에 그간 앨범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후보곡 선정을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 첫 번째 주에서, 1팀의 내부고발로 트릭을 발견했던 것.
R&B를 버리고 ‘레트로’ 장르로 앨범 컨셉을 변경하게 된 과정.
안무를 외부 팀에, 그것도 2개 팀에 맡기는 새로운 시도. 그리고 수록곡과 타이틀곡 선정.
박황이 사고로 부재한 동안 129를 두고 벌어진 권모술수. 그 증거를 손에 넣은 것까지.
“많은 일이 있었네.”
유리아이 앨범 결과가 좋게 나온 지금에야 편안하게 돌이켜볼 수 있지만, 그 순간에는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던 난관의 연속이었다.
김록기는 한번 피식하고는 의자를 당겨 앉으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유리아이 앨범 반응을 모니터하기 위함이었다.
「 유리아이 신곡 계속 듣고 있음 」
계속 들어도 안 질려. 아무래도 JK가 음악에 마약탄듯;;
ㄴ 너님=나
ㄴ 숨겨왔던 우리 안의 포텐셜~~~
ㄴ 춤까지 따라 추고 있는 사람 손!
ㄴㄴ 22222
ㄴㄴ 333333
ㄴ 879번쯤 들었다 너무 좋다!
「 (유리아이) 이제 고인물 아웃인가? 」
유리아이 초동이 심상치 않잖아. 이 기세면 올해 가요상은 얘네가 휩쓸 거 같은데. 앨범 보니까 듣보 작곡가더라.
ㄴ JK 입장에서는 모험이었을 듯ㅎㅎ
ㄴ 그래서 칭찬해! 굿엔터는 반성해라. 맨날 공무원 작곡가 쓰다가 굿보가 폭망한 거ㅋ
ㄴㄴ 여기서 굿보가 왜 나옴? 분란 조장 멈추셈
ㄴㄴ 굿보 망한 건 아니다..ㅅㅂ
ㄴ 작곡가 이름이 129ㅋㅋ 듣보인데 독특하네
ㄴ 가사도 좋음 한두 번 들었는데 외워짐. 나 좀 천재인 듯?
ㄴㄴ 음하나? 작사가도 듣보야. 둘 다 이게 데뷔인가 봐.
김록기는 이러한 반응을 눈으로 좇으며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대중들도 금방 아는구나. 이번 유리아이의 성공에 129 그 친구 공이 상당하지.’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기는 그였다.
‘129가 역량을 계속 발휘할 수 있게 서포트해줘야 겠어. 혹여 조영준, 조규태 같은 놈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게.’
김록기는 129의 방패나 방파제가 되고 싶었다.
아직 20대 초중반의 젊다 못해 어린 재능이 끝까지 만개하여 화려한 꽃을 피울 때까지 바로 옆에서 지켜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으니까.
129가 성장하면서 JK엔터와 대한민국 가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됐다.
‘고작 데뷔 크레딧부터 이 엄청난 반응과 기록이라니···. 정말이지 어디까지 커나갈지 궁금한 친구야.’
같은 시각,
선오 또한 청담동 아지트에서 노트북을 끼고 앉아 실시간으로 반응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 (유리아이) 수록곡 중에 뭐가 제일 좋음? 」
난 유성우. 이거 후속곡으로 활동해줬으면 좋겠다..!
ㄴ 유성우 좋음♡♡♡
ㄴ 샤이걸도 좋지 않냐? 가사는 조금 유치하긴 한데 그래도 자꾸 듣게 됨
ㄴ 아묻따 ‘휘슬’이지!!! 존멋♥ 유리아이 애들이 이걸로 무대해주면 좋겠.. 걸스온탑 느낌!
ㄴ 나도 유성우. 개취로 포텐셜보다 더 좋앙
뿌듯했다.
선오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와서는,
치이이익—— 탁!
시원하게 들이켰다.
탁 트인 한강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진 이곳에서, 유리아이 앨범 반응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크으···.”
그동안 애썼던 보람이 느껴졌다.
전생에는 없던 3개의 곡으로 유리아이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게다가 JK엔터 내에서 김록기 이사의 입지가 단단해지고, 반대로 조영준 대표는 신임을 잃어가는 추세였다.
물론 선오의 운명 또한 달라지고 있었다.
* * *
“여기 2차 실연에 참가하는 20팀 명단입니다.”
음유 음악경연대회의 회의실.
총괄 감독인 이고은이 심사위원과 제작팀 및 싸이랜드 관계자들을 앞에 두고 브리핑을 하는 중이었다.
이는 이번 토요일에 있을 2차 실연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총 382개 팀 혹은 개인이 지원해주었고, 1차 서류 및 데모 심사로 20팀을 추렸습니다.”
PPT 화면에 20개 팀 혹은 개인의 명단이 촤르르 떴다.
“2차 실연 심사를 통해 이 중에서 상위 10개팀을 뽑습니다. 딱 50프로의 확률이죠. 그리고 이 10개 팀은 모두 최종 수상자 명단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10개 팀은 최종 3차 경연을 거치면서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중 어떤 상을 가져갈지를 가립니다.”
올해 음유 음악경연대회가 처음인 싸이랜드 관계자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PPT 화면을 보았다.
음유 음악경연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주최사가 바뀌었다.
그동안은 ‘음유 재단’에서 이 대회를 운영하고 관리해왔으나, 재단의 재정난으로 한때는 음유 음악경연대회가 중단될 위기까지 처했었다.
허나, 싸이랜드가 후원을 자처하면서 주최까지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싸이랜드 역시 음유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따로 있었다.
“어쨌든 저희 주최 측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제성입니다. 싸이랜드 동영상 탭의 유저를 늘리고 음원 이용률도 높이려는 취지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