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42
– 암튼 그래서 내가 형님한테만 안부 인사차 연락 드렸다. 뭐, 형님 입장에서도 이런 거 알려져야 좋을 건 없을 거 같고.
당연했다. 이건 아무도 몰라야 했다.
그 집 막내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대서 천만다행이지.
이건 백호그룹과 지평그룹의 관계를 아는 이들이 안줏거리로 삼기 딱 좋은 가십이었으니까. 지춘학의 자식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 우리 막내 조카는 출소 반년쯤 남았나? 너무 마음쓰지 말아라. 어차피 군대도 면제 받은 거, 군대 간 셈 치면 되지 뭐···. 첫째도 잘 있지? 요새는 음주 운전 같은 거 안 하고?
“개새끼···. 끊는다.”
지춘학은 책상을 내리쳤다.
쾅—— 쾅쾅——
한 번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서 여러 번 큰 소리가 났다.
똑똑똑——
–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놀란 비서실에서 회장실 문을 두드렸다.
“괜찮다! 일들 봐!”
버럭 소리를 지른 지춘학이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어 곧장 첫째 아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이 자식은 왜 전화를 또 안 받아!!”
몇 번을 걸어도 부재중이었기에,
이번에는 첫째 아들의 수행비서를 호출했다.
“지금 어디야? 첫째 놈은 왜 전화를 안 받아?”
전화 너머의 수행비서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대낮부터 회식? 미친놈 지랄하고 자빠졌네. 지 부하직원들은 다들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회식은 지 혼자 해?”
지춘학은 결국 휴대폰을 던졌다.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대면서 말이다.
“정말 지평그룹 막내가 쓴 거라고? 말도 안 돼! 그 애물단지로 소문났던 놈이? 말이 안 되잖아!!”
* * *
같은 시각,
지평학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지평물산 회의실로 향했다.
지평물산 레저부문의 사장, 본부장, 마케팅 팀장이 모인 자리였다.
“틀겠습니다.”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푸릇푸릇 지평 파크로 모여들잖아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겨울이면 지평 설원에서 스키를 타지
광고 대행사에서 보내온 CM송이었다.
이를 들으면서 모두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거나 킥킥거리기도 했다.
“요즘 경기가 심상치 않아서 진지한 거보다는 재밌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긴 했는데. 정말 재밌네요.”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고,
“이게 가사는 쉽고 재밌는데, 음악은 세련되고 퀄이 좋아서 마냥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본부장도 진지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지평학 회장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제일 젊은 우리 마케팅 팀장. 어떻게 들었어?”
팀장은 젊은 여성으로, 딱 지평물산이 광고의 타겟으로 삼는 대상이었다.
“가사만 서면으로 받아 봤을 때는 조금 느끼하거나 오그라들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이든킴의 청아한 음색으로 들으니 좋았습니다. 약간 간드러지는 부분도 재미 요소고요.”
“그래?”
“네,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싸이랜드에서 음유 경연 과정을 전부 지켜봤거든요.”
지평학은 팀장의 이야기에 귀를 세웠다.
“그때도 대상, 금상 나란히 탄 129와 이든킴의 조합이 인기가 많았는데, 이 CM송도 둘의 합작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광고 비하인드로 나중에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의 중에 129라는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자,
지평학은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야만 했다.
‘그 129가 내 막내아들 선오다. 지선오.’
라는 말이 목젖까지 차올랐으나 애써 눌러 삼켰다.
“그래. 나도 이 곡 참 마음에 든다. 친근감도 주면서, 가수도 잘 부르고. 무엇보다 노래 자체가 좋아.”
지평학의 반응에 사장, 본부장, 팀장이 반색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곧장 연락해서 이 컨셉으로 지면 광고, CF, 뮤직비디오 진행하라고 이르겠습니다.”
“그래라. 잘 나오겠지? 곡도 허니팝보다 이게 더 좋다. 안 그러냐?”
지평학 회장이 먼저 ‘허니팝’ 이야기를 꺼내다니, 사장과 본부장은 사뭇 놀랐다.
“네, 요새 CM송 마케팅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광고 대행사는 다르지만 허니팝도 JK엔터에서 작업한 곡이라고 하고요.”
“허니팝 매출액 소식 듣고 나니 저희도 기대가 큽니다.”
지평학은 환하게 핀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선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수고 많았다, 129.]흥미로운 일거리
* * *
11:57
이든킴의 팬카페에서 ‘온리든’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대학생은 점심 학식도 거르고서 학교 도서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헤드셋을 낀 채로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연신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는 중이었다.
오늘 정오.
이든킴의 첫 광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고 했다.
어젯밤 그가 팬카페에 손수 인사까지 남겼었다.
「 팬 여러분들, 가을 잘 즐기고 계신가요? 겨울맞이 전에 반가운 소식이 있어서 인사드려요. 기사 통해서 이미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JK엔터에 들어가자마자 광고를 찍게 됐어요.
내일 정오에 뮤직비디오부터 공개되고요, 음유 경연대회에서 만난 129형이 작곡한 곡이라 신나게 작업했습니다.
평소에 보여드렸던 모습이랑은 많이 달라서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요즘 경기도 뒤숭숭한데 웃음 드리고 싶어서 열심히 작업했으니 맘껏 웃고 즐겨주세요!
뮤직비디오 공개 기념으로 내일부터 1주일간 지평 리조트, 스키장, 파크, 온천 회원권과 이용권 세일도 들어간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리든은 이 글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무려 대기업 광고란 말이지.’
드디어 12시가 땡 되자,
포털사이트에 일제히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온리든은 그 누구보다 먼저 보기 위해 빛의 속도로 클릭했는데,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푸릇푸릇 지평 파크로 모여들잖아
내 가수가 앨프 복장과 화관에 메이크업까지 하고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게 아닌가.
뮤직비디오는 앨프 이든킴이 화관을 쓰고 숲속에서 버스킹을 하는 컨셉으로 시작됐다.
!!!!!!
“푸하하핰!! 이게 뭐야.”
온리든은 순간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것도 잊은 채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 이든이가 누나들 웃겨주려고 작정했구나. 진짜 대박이다. 아오···. 배 땡겨.’
이든킴의 이런 모습도 마음에 드는 온리든이었다.
‘웃기지만 귀엽고 이쁘고 멋있잖아. 지평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이런 영상 남겨주셔서.’
그녀는 곧장 지평 자연 패키지 회원권 세일 배너를 클릭했다.
‘겨울방학에 조카 데리고 이모 노릇 좀 하지 뭐.’
참으려 해도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해 큭큭거리며 회원권을 결제했다.
그리고는 네이온판 같은 각종 커뮤니티를 둘러보았다.
‘아직 안 올라왔네? 좋은 건 여럿이 보라고 배웠는데···.’
이제 커뮤니티 곳곳에 영상을 퍼다가 게시물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온리든이었다.
「 (웃긴 영상) 이든킴 –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소리 주의) 뮤비, 근데 이제 코미디를 곁들인」
「(웃고싶은사람) 이것은 광고인가 개콘인가」
‘널리널리 퍼트려야지. 이든이가 맘껏 웃고 즐겨달라고 했으니까.’
반응은 몹시 빨랐다.
댓글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ㄴ ㅋㅋㅋㅋㅋ 얘 홍대 아이돌 맞죠?
ㄴ 미쳤넼ㅋㅋㅋ 약 빨고 만든 뮤비닼ㅋㅋ
ㄴ 덕분에 크게 웃고갑니다.. 과장님한테 등짝도 맞고 갑니다..
ㄴ 미녀는 자연을 좋아한댘ㅋㅋㅋ 광고가 무슨 개콘이얔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병맛같은데 계속 보게 되네요
ㄴ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안 들은 귀 삽니닼ㅋㅋㅋ
ㄴ 노래가 아예 귀에 이식된 듯ㅋ 뭐지? 영상 꺼도 계속 들리는 거 같앜ㅋ
온리든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내 정신 좀 봐!”
그러다가 부리나케 도서실에서 나와서, 남아있는 오후 강의 하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뛰었다.
강의에는 늦지 않았지만 강의 내내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앨프 이든킴이 화관을 쓰고 숲속에서 버스킹하는 모습, 설원의 눈보라 속에서 루돌프 분장을 하고 버스킹을 하는 모습과,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이 멜로디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강의를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게 캠퍼스를 나서는 온리든이었다.
지이잉———
[야, 이든킴 광고 뮤비 떴더라? 개웃겨ㅋㅋ] [이든킴 뜬 거 봤어. 귀엽던데?ㅋㅋㅋㅋ]온리든이 이든킴의 팬이라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보낸 문자였다.
친구들에게는 오랫동안 일코하다가 지난 음유 음악경연대회 때 투표를 구걸하기 위해 일코 해제를 해버렸다.
덕분에 이든킴 소식이 생기면 꼭 한발 늦게 온리든에게 연락을 해왔다. 지금처럼 말이다.
“일반인들한테도 반응이 좋네.”
내 가수가 이렇게 알려지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것도 최애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129와 함께 작업한 것이니, 이 광고이자 뮤직비디오의 성공은 온리든의 성공과 마찬가지였다.
심미안으로 미리 알아보고 찜해둔 저평가 우량주가 떡상을 앞둔 기분이랄까.
* * *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광고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1주일 후.
지평학 회장은 점심시간을 틈타 아들 지선재와 함께 따로 단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우 오마카세 식당의 프라이빗한 룸.
치이익——
종업원이 손수 스테이크를 구워주고 스키야키를 만들어주는 사이,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이런 걸 허락하실 거라 예상 못 했습니다.”
“이런 게 뭔데? 물산 CM송 마케팅? 아니면··· 허니팝?”
“둘 다요.”
지평학은 잘 구워진 살치살을 기름소금에 찍어 입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
“허니팝이야 출가한 다 큰 놈한테 내가 하라마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물산 CM송은···.”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말을 고르는 그였다.
“선오 그 녀석이 처음으로 회사에 직접 찾아와서는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구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하고선 말이다.”
이를 듣던 지선재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비슷한 걸 봤었다.
선오의 집에 가서 허니팝 광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봤던 그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땐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애초에 마케팅 비용에 크게 투자할 생각도 없었고. 허락하고 나서도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제 지선재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허니팝이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나지 않았냐? 그때부터는 오호라? 기대를 좀 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우리 물산도 초초초대박이 났죠. 회원권이랑 시즌 패스가 5일 만에 마감될 줄이야···. 수량도 넉넉하게 풀었는데 말이에요.”
지선재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지평학 또한 껄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거들었다.
“그래. 이용권 결제도 기대치보다 한참 웃돈다. 이번 겨울 시즌은 매출액이고 영업이익이고 가뿐히 업계 1위 찍을 거 같다. 껄껄껄···.”
두 사람은 종업원이 서빙해주는 스키야키를 기분 좋게 노른자에 찍어 입어 넣었다.
살살 녹는 게 꿀맛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도 잠자코 선오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응원하면서.”
지평학의 입에서 ‘응원’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지선재의 눈이 커졌다.
아들의 그러한 반응을 눈치챈 지평학은 쑥스러운 듯 다른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말인데 선재야···. 애비가 선오 그놈이 다니는 회사에서 그애 체면을 좀 세워주고 싶은데···. 뭘 하면 되겠냐?”
“글쎄요···.”
테이블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 광고! 선오한테 광고를 주는 건 어떠세요?”
“또 광고를?”
“아뇨. 이번에는 선오한테 광고 모델 제안을 하는 거죠.”
“우리 선오를?”
“지선오로 말고 129로요. 지선오로는 절대 나서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요.”
“괜찮지···. 그래, 그거 괜찮다! 선오가 인물도 좋은데 너네랑은 다르게 어릴 때부터 언론 노출을 안 했으니까···. 그리고 그 음유 영상 보니 노래도 엄청 잘하더만?”
지평학은 아예 젓가락을 내려놓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고,
“그런데 올해는 제가 알기로 새 광고는 힘들 것 같고요.”
지선재도 휴대폰에 저장해둔 스케줄을 살펴보며 머리를 굴렸다.
“내년 초에 광고 계약 끝나는 거 있고···. 신제품 출시 앞두고 새 광고 런칭도 가능하겠네요.”
“그래? 그러면 아직 선오한테는 말 꺼내지 말고. 내년 초에 한번 기회를 보자. 걔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걸로 골라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