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5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내가 새 삶을 살게 된 이유, 이 몸에 들어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자신의 꿈이자 지선오의 꿈을 이루라는 계시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필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냥 우연일지도 모른다.
신의 실수로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 같은 것 말이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나한테 이건 기회야.”
전에는 없었던 높은 곳까지 올라갈 기회, 전과는 다른 음악 그리고, 전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그런 기회 말이다.
이제 선오는 재능과 돈을 모두 움켜쥔 채로,
내 인생이라는 음악의 컨트롤러를 다시 잡게 된 것이다.
흥분감이 일었고, 머릿속에 새로운 비트가 떠올랐다.
선오는 얼른 로직을 켜서 트랙을 찍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흘러넘치기 시작한 영감을 따라잡으려면 손을 바삐 움직여야만 했으니까.
* * *
약 2주간의 시간이 흘렀고,
연말의 정글 오디오는 더욱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느새 메인 화면의 인기글 랭킹이 ‘129’라는 신입 회원이 올린 음악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 「[평가원함] 129 – 」
2. 「[녹음곡] 129 – 」
3. 「[번개곡] 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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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도 수십 개씩 달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유게시판에서도 ‘129’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129님 곡 들으러 자주 출첵 하네요!」
ㄴ 요즘 디깅할 거 없었는데 너무 좋아요
ㄴ 매번 놀라는 중임! 비트 미친 듯ㅎㅎ
ㄴ 비트도 좋은데 탑라인 예술이지 않나요?
ㄴ 흥미로운 분이긴 한 듯. 가사가 살짝 아쉽긴 하지만.
ㄴㄴ ㅇㅇ 가사가 없거나, 있어도 좀 아쉽긴 함
ㄴㄴ 네? 비트랑 탑라인 퀄이 넘사벽인 거지 언더에서 이 정도 가사면 고퀄이죠ㅋㅋ
선오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신의 음악을 좋게 들어주고 폭발적인 댓글이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이렇게 관심을 받는 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몫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 129에 대하여 」
가입하자마자 저런 곡들을 쏟아낸다?
솔직히 냄새가 납니다.
욕먹을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소신 발언할게요.
몇 달 전에 표절 논란 일으켜서 강퇴당했던 정글러 냄새가 나요.
ㄴ 저도 잠깐 그런 생각하긴 했음
ㄴ 뭔소리? 전혀 다른데;
ㄴ ‘비로소’라는 곡 화성 진행이 강퇴당한 정글러랑 비슷하긴 함
ㄴㄴ 아마추어 티 좀 내지마셈ㅋㅋ
ㄴㄴ 화성 진행 비슷한 걸로 표절, 자기 복제 취급하는 거임? 어이 상실;;
ㄴ 다시 분석해봐라ㅋ 어그로 끌면 좋냐?
ㄴ 화성 진행이 어디가 비슷하다는 거죠?
ㄴㄴ 내 말이ㅋ 공통점은 존나 좋다는 것 뿐
ㄴ 역하다.. 질투 작작해
ㄴ 표절 논란 있었던 정글러로 몰아가는 건 너무 간 거 같음.. 하지만 둘 중 하나는 맞는 듯.. 고인물이거나 천재거나
ㄴㄴ 둘다 일수도?!
어찌 보면 언짢을 수 있는 글이었다.
허나 선오는 이러한 것마저도 기분이 좋았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선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쪽지함도 터져나가는 중이었다.
[형, 중딩 지망생인데요 팬이에욧!!!] [레슨생 구하시면 연락주세요!! 011-***..] [안녕하세요. 혹시 콜라보 관심 있으실까요? 제 아이디 레벨 확인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글러 네임드 입니..] [어제 올라온 곡 가상 악기 뭐 쓰신 건지 문의드립니다. 댓글은 안 보시는 거 같아서 쪽지 드립..]이를 읽던 선오는 실실 웃음이 났다.
솔직히 재밌었다.
반응이 좋고 관심을 많이 받아서 재밌는 것을 넘어선 그 이상의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음악 자체에 심취해서 곡을 써 본 게 진짜 오랜만이긴 하다.”
회사, 클라이언트 혹은 아티스트의 비위를 맞추거나 뒤치다꺼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곡을 마음껏 쓰는 일. 즐겁고 행복했다.
어린 시절 보육원 출신이라고 따돌림당할 때도 곁에는 음악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늘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다녔다.
음악이 친구였고 가족이었으니까.
다 크고 나서는 가족을 만들고 싶고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되어버렸다.
그랬는데 어른이 되고 어느덧 음악은 그저 사회생활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남들 비위 맞추려고 음악을 쓰고, 월세 내려고 작곡 크레딧을 팔아버렸더랬다.
“이번 생에는 절대로 그렇게 음악 하지 말자.”
지금처럼 순수하게 내가 즐거운 음악을 하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이 나뿐만 아니라 다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
“이번 삶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선오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쪽지함의 다음 페이지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작사가인데요. ‘Reborn’ 듣는데 곡이 너무 좋아서 가사가 저절로 떠오르더라고요. 외람되지만 제가 써봤습..]“어? 음하나? 이 사람···.”
쪽지의 발신자는 익숙한 닉네임이었다.
이전의 삶에서 많이 들어본 이름 ‘음하나’.
매년 작사 저작권료 1위에 빛나던 그 이름이었다.
댄스 음악, 틴 팝, EDM, 하우스, 일렉트로니카 클럽 뮤직, 록 음악과 힙합, 미디움 템포 발라드, R&B 등등 음하나의 재능은 세부 장르를 막론하고 K팝 전방위에 이름값을 떨쳤더랬다.
허나 음하나는 얼굴 없는 작사가로 유명했기에 알려진 게 없었다.
성별조차도 베일에 싸여있었더랬다.
때문에 동일인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었으나, 흔치 않은 예명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가사가 신빙성을 더 해주고 있었다.
“가사 좋은데? 내 곡의 리듬감을 그대로 살렸어. 스토리도 확실하고 무엇보다 이미지가 그려진다.”
음하나 가사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가사를 듣다 보면 어떤 그림이나 영상이 그려진다는 것.
선오는 신인 시절의 음하나를 만난 것인가 싶어서 두근거렸다.
곧바로 답장을 썼다.
[안녕하세요, 음하나 작가님. 가사가 너무 좋네요. 특히 ‘시계 위를 빛보다 빠르게 거슬러’ 같은 표현에서 이미지가 선명하게 와닿았어요. 괜찮으시면 제가 이걸로 보컬 녹음까지 해보고 싶어 답신 드립니다. 작가님 크레딧은 밝혀두겠습니다.]실시간으로 답장이 왔다.
그 혹은 그녀도 접속 중인 것 같았다.
[제 가사 써주시면 제가 영광이죠! 곡 테마가 워낙 좋아서 쓰면서 행복했어요. 그 가사는 작가님 비트와 멜로디를 들으며 떠오른 그대로를 쓴 거예요. 듣다 보니 이 곡의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129님의 음색은 또 어떨지 기대됩니당~! 보컬곡 기다리고 있을게요! 즐음!]
흥미로운 쪽지는 이것 말고도 몇 개가 더 있었다.
[안녕하세요. 와이낫미디어 입니다. 솔로 가수(싱어송라이터)로 데뷔를 보장..] [SYP엔터 신인개발팀입니다. 129님을 저희 소속 작곡가로 스카웃 제의..]정글 오디오의 다른 회원이었다면 충분히 구미가 당길만한 쪽지들이었으나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선오에게는 아니었다.
“지금 솔로 가수 준비했다가는 폭망하기 딱 좋은데···. 와이낫미디어? 듣보 회사답게 시장 파악이 느려도 너무 느리네···.”
그랬다.
솔로 가수들의 전성시대는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로 끝이 난다.
솔로 발라드, R&B로 돈을 쓸어 담던 시대의 막차는 이미 떠났다는 뜻이다.
이제 가요계는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가요계 전성기의 포문을 열게 된다.
중독성 있는 후크송과 포인트 안무 위주의 음악을 시작으로, 점차 일렉트로닉 팝 기반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내세우는 댄스 음악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2.5세대와 3세대로 나아가며 힙합 베이스로 또 바뀌지만, 일단 앞으로 얼마간의 대세는 이런 흐름으로 흘러간다.
“뭐, 지선오 정도의 비주얼이랑 음색이면 나중에 음반을 내봐도 나쁘진 않겠지만, 어쨌든 당분간은 아니야.”
굳이 흑역사를 생성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당분간은 작곡을 하고 싶었다.
결국 음악 엔터 산업의 핵심이자 프로듀싱의 중심은 ‘작곡’ 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쪽지의 발신자 SYP엔터.
“SYP엔터 소속의 작곡가라···.”
이곳은 현재 업계 2위의 대형 기획사였다.
하지만 머지않아 3위인 JK엔터에 자리를 빼앗기고는 3위, 4위로 추락하게 될 곳이었다.
게다가 소속 직원들의 이직이 잦았던 기억이 났다.
여러모로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는 곳은 JK엔터인데···.”
반면 JK엔터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지금은 SYP보다 기업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지만, 향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계 1위로 급속 성장할 곳이었다.
JK엔터는 지난 삶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내부 사정을 아주 잘 아는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티스트, 작곡가, 홍보팀, 기획팀, 영상팀 등등 각 분야의 인재들이 넘쳐흘렀다.
그래서 엔터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일하면서 내 사람들을 모으기에 최적인 곳이었다.
“아무리 돈 많은 재벌가라도 집안에서 반대하는 일을 벌이면서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지. 발판이 필요해. 나를 더 높이, 멀리 뛰게 해줄 튼튼한 발판.”
그렇게 발판이 되어줄 JK엔터와 좋게 연을 맺으려면, 여기 정글 오디오 카페를 계속해서 공략하면 된다는 것을 선오는 익히 알고 있었다.
* * *
12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맞다, 기석이 형. 요새도 정글 오디오 하죠?”
“아니. 한동안 바빠서 못 들어가 봤는데? 왜?”
JK엔터의 시니어 작곡가 정기석은 친한 후배 하나와 송년회 겸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치이익———
노릇노릇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삼겹살을 사이에 두고 둘은 언제나처럼 음악 이야기 삼매경이었다.
“형이 나 거기 알려줘 놓고서는···.”
“말도 마. 우리 회사에 내년 데뷔 준비하는 애들 있거든. 걔네 앨범 준비 때문에 죽을 맛이다.”
정기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삼겹살에 쌈장을 푹 찍고는 입에 넣었다.
“JK에서 얼마 전에 신입 작곡가 3명인가 뽑지 않았어요? 근데도 일이 많아요?”
“걔네 한 놈도 안 남았어. 수습 기간 끝나고 하나는 잘리고 둘은 지네 발로 나갔다.”
“와···. JK 무섭네···.”
“회사가 무서운 게 아니라, 요즘 신입들이 무서운 거지.”
정기석은 요즘 애들, 요즘 애들 운운하며 얼마나 끈기가 없는지, 얼마나 실력이 없는지 열변을 토했다.
후배는 귀가 간지럽다는 듯이 손가락을 넣어서 긁다가 화제를 다시 돌렸다.
“암튼 정글 오디오나 들어가 봐요. 미친놈 하나 때문에 난리예요.”
“미친놈이라니?”
“129 몰라요?”
“119? 일일구?”
“아뇨. 일.이.구! 형 진짜로 최근에 정글오디오 아예 안 들어가 봤나 보네요? 모를 수가 없는데···.”
정기석은 궁금함에 눈을 끔뻑거렸다.
“누군데 그래? 비트메이커야? 탑라이너?”
“아뇨. 그냥 언더에서 활동하는 무명인데. 웬만한 비트메이커보다 비트 잘 찍고, 웬만한 탑 라이너보다 멜로디 잘 써요.”
“···정글 오디오에 그런 놈이 나타났다고?”
후배는 침까지 튀겨가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니까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홀숫날마다 자정 12시 9분에 새 곡을 올리는데, 그저께는 트래픽 터져서 자정부터 버벅거리고 그랬어요.”
“이틀에 한 곡씩? 성실하네.”
“성실한 정도가 아니라 미친놈이라니까요. 퀄은 또 얼마나 고퀄이게요? 믹서 뭐 쓰는지 물어봐도 답도 안 해주고.”
후배는 투덜대며 소주를 입안에 털었다.
“그런 놈들 때문에 제가 음악 그만두고 레슨하잖아요. 재능도 있고 성실하기까지 한 놈들 더럽게 많은 더러운 세상···.”
정기석은 후배의 반응에 입술을 오므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삼겹살 다 먹었지?”
“네, 더 시킬까요?”
“아니. 2차 가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했다.
후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따라나섰는데,
정기석이 향한 곳은 그 건물 바로 위층이었다.
“PC방?”
“곧 자정이잖냐. 홀숫날. 네가 그렇게 극찬을 해대는데 들어가 봐야지.”
그렇게 PC방으로 들어가 앉아 곧장 정글오디오 카페에 접속하는 그였다.
후배 녀석의 말대로 인기 글 순위권은 전부 129로 도배되어 있었다.
“형도 들으면 깜짝 놀랄걸요?”
정기석은 후배의 호들갑을 뒤로하고 헤드셋을 꼈다.
반신반의하며 1위 글 속에 첨부된 음악을 클릭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