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52
“이든이를 데리고요?”
정기석의 말에 선오의 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직 몇 명이 될지, 연습생 중에 누구를 데뷔 조로 픽할지 모든 게 미정이다. 나도 내가 전면에 나서서 프로듀싱 하는 건 처음이라, 네 서포트가 나한텐 무지 중요해. 잘 부탁한다, 129.”
그의 말에서 기합이 느껴졌다.
“그럼 컨셉이고 뭐고 아직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어. 김록기 이사님이 밴드 아이돌 이야기를 꺼내긴 하셨는데, 일단은 정해진 거 없이 자유롭게 구상해보라 하셨고.”
일종의 ‘이든킴과 아이들’ 이었다.
정해진 것은 단 하나, 이든킴을 데리고 만드는 보이 그룹이라는 것뿐이었으니까.
오히려 좋았다.
선오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뜻이었다.
탁——
선오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정기석이 파일 하나를 테이블 위로 꺼냈다.
“이거 우리 회사 남자 연습생 명단. 복사본이니까 너 가져가서 봐봐.”
이를 펼쳐보자 익숙한 인물들의 앳된 사진과 프로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각 연습생들의 특장점들과 비교적 아쉬운 점들, 그리고 각종 특이사항이 담긴 파일이었다.
“그리고 꼭 이중에서만 선발하지 않아도 된다셨어. 실력이 있고 뜰 놈이라면 어떤 루트로든 열어두고 캐스팅해 보자.”
허공에서 마주한 선오와 정기석의 사이에 단단한 고리가 느껴졌다.
선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의미가 컸다.
우선, 첫 번째 삶에서의 은인인 정기석 선배가 처음으로 전면 프로듀싱에 나서는 그룹이라는 것.
그리고, 이든킴이 이번 생에는 망길로 걷지 않게 데뷔부터 다시 설계해줄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잘 해내면 선오에게도 남들보다 빠르게 단독 프로듀싱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JK엔터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해보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전의 삶에서는 프로듀싱이라는 것을 꿈꿔만 봤지 직접 해본 적이 없으니, 막상 실전에 가면 부딪히는 게 많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JK엔터의 평사원일 때 경험해보고, 만약 실패를 통해서만 배워야 하는 게 생긴다면 그 실패도 이 울타리 안에서 하는 게 선오에게는 이득이었다.
그 이후로는 성공만 할 수 있게. 내 회사를 따로 차리든, JK엔터를 인수하든 말이다.
“일단 그룹의 컨셉과 멤버를 정하는 일이 우선이겠네요.”
“그렇지. 컨셉을 먼저 못 박아놓는 것보다, 일단 최선의 멤버로 구성해보고 그들의 합 안에서 낼 수 있는 적당한 컨셉을 붙이는 게 나을 수도 있겠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오였다.
이든킴 하나를 보고 떠올린 것은 ‘밴드 아이돌’ 컨셉이었으나, 다른 멤버들을 붙여보면 더 나은 안이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조금 더 열어두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너나 내가 각자 여러 안을 만들어보고, 그것들 갖고 이야기해보고,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냐?”
“네! 파이팅 하겠습니다.”
선오는 정기석에게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연습생 명단이 든 파일을 두 팔로 안았다.
꽤나 두둑했다.
“진짜 못 말린다. 뭐가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나는 일할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프로듀싱.”
품에 안은 파일을 향해 눈을 빛내며 잔뜩 상기된 선오였다.
* * *
선오는 청담동 아지트로 돌아오자마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서 거실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에 방금 받아온 파일을 꺼내놓고 말이다.
“퍼즐을 맞춰볼까?”
일단 시작은 테이블 한가운데에 이든킴의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습생 파일을 펼쳐서 그 면면을 한 명씩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 친구들의 미래를 알고 있는 거잖아. 묘하다 기분.”
어느새 선오의 손이 아이들의 프로필을 자연스럽게 분류를 하고 있었다.
– 같이 일해서는 안 되는 요주의 연습생
– 묻혔거나 실력 부족으로 데뷔 못 한 연습생
– 지난 생에 데뷔 후 반응이 좋았던 연습생
그리고는 반응이 좋았던 연습생 프로필만 모아서 다시 살펴보았다.
“JK에서 데뷔한 놈도 있고, JK 나가서 더 잘 된 놈도 있고···.”
그렇게 프로필을 뒤지며 골똘히 따져보던 선오의 손이 어느 한 프로필에 한참을 멈춰 섰다.
“어?”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는 선오였다.
대어
* * *
“와···. 그게 뭐야?”
선오의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정기석이 물었다.
설 연휴가 끝난 첫날부터 선오와 정기석은 소회의실에 앉아 머리를 맞댄 중이었다.
두 사람에게 명절 후유증 같은 것은 사치였다.
“제 판단에 괜찮은 연습생만 모아서 찍은 거 정리해봤어요. 폰에 넣고 수시로 보면서 떠오르는 영감들 메모도 했고요.”
“이게 그 스마트폰이라는 거구나? 이게 프로필을 사진 찍은 거야? 화질 좋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아직은 이전의 삶에서 애용하던 어플 같은 기능은 없었기에, 선오는 메모에 몇몇 연습생의 사진과 프로필 특징을 넣어둔 것을 보며 회의에 임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정기석이 물어온 것이다.
“그래서 네 픽으로는 연습생 애들 몇 명 정도 추려졌는데?”
“3명이요.”
이든킴에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자만 고르자니 막상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선오의 휴대폰 화면을 같이 보며 3명의 연습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정기석이었다.
“얘는 다 좋은데 비주얼이 아쉽잖아.”
“맞아요. 그래서 이 친구를 넣으면 ‘전원 비주얼 멤버 컨셉’은 버려야 해요.”
“전원 비주얼 멤버 컨셉?”
“네. 보통 비주얼 멤버가 따로 있잖아요? 근데 전원이 다 비주얼 멤버인 그룹을 만들어 보는 걸 생각해봤어요.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같은 느낌으로요.”
정기석이 손가락을 튕기며 상기된 투로 말했다.
“그거 괜찮은데? 비주얼은 기본이고, 각자 개성과 실력도 갖춘 아이돌! 그거 하자.”
“네, 선배. 그럼 이 친구는 아웃.”
“나머지 둘은 누구?”
선오는 다시 정기석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얘는 실력은 모든 방면에서 좋은데 이든킴이랑 너무 이미지가 겹치지 않아? 캐릭터야 만들면 되는데, 외모나 음색이 너무 비슷해.”
“네, 맞아요. 그 점이 저도 걸렸어요.”
“나머지 하나는, 연은우···?”
순간 정기석의 미간에 주름이 만들어졌다.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그룹으로 가자며?”
“네.”
“연은우는···. 너무 통통, 아니 아이돌 기준으로는 너무 뚱뚱하지···.”
“살 빼면 괜찮을 거예요. 제가 전에 이 친구 중학교 땐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사진을 봤거든요.”
“하긴 지금도 살에 비해 이목구비 뚜렷한 편이고 나쁘지는 않아···. 네가 보기에 연은우는 안 긁은 복권 같다는 거지?”
‘안 긁은 복권 같다’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안 긁은 복권이었다.
연은우는 지난 삶에서 6년에 가까운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살 때문에 연이어 데뷔 조에 탈락했었다.
그래서 결국 JK엔터를 나가서 중소 아이돌로 데뷔를 했는데, 그때 살을 쫙 빼고 나와 비주얼 멤버가 된 데다가 원래 갖고 있던 실력도 돋보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이돌 멤버가 되었다.
‘그래서 팀 내에서 왕따를 당했던 건가···.’
하지만 연은우의 말로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를 사랑했던 팬들이 많은 만큼 그를 저격하는 악플러들도 항상 따라다녔다.
모든 아이돌에게 악플러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었으나, 문제는 연은우가 우울증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훗날 밝혀진 것이지만, 그 우울증의 원인은 팀 내에서 오랜 시간 왕따를 당한 것 때문이었다.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비운의 아이돌로 남았던 그였다.
‘왕따를 당했던 건 혼자서 JK출신이라, 원래부터 그 회사 출신 멤버들이 가만히 안 뒀던 거랬어···.’
그러니 이번 생에는 JK엔터에서 데뷔를 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어느새 연은우를 어떻게 하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할지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는 선오였다.
“129, 왜 이렇게 표정이 심각해?”
선오의 상념을 깨준 건 정기석의 물음이었다.
“네 말대로 연은우가 살을 빼고 외모가 업글되면, ‘비주얼이 기본이고 각자 실력도 확실한 아이돌’ 컨셉에 가장 잘 들어맞긴 하겠다.”
선오도 그의 프로필을 정리해 둔 것을 다시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통하다는 것만 빼면 연습생 기간이 길었던 만큼 춤, 노래 모두 최상급이니까. 기타도 잘 쳐서 이든킴이랑도 잘 맞을 거 같고···. 조건부로 데뷔조에 넣어보자.”
“다이어트를 조건으로 걸자는 말씀이세요?”
“어.”
“그럼 PT도 붙여주고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살을 안 빼고 싶어서 안 뺀 게 아닐 테니까요.”
“알겠어. 그 부분 이사님께도 어필해볼게. 안 긁은 복권이라···.”
정기석은 연습생 프로필이 쌓인 파일 안에서 연은우의 프로필을 꺼내어 따로 빼놓았다.
“나도 이든킴이랑 비등한 애들을 찾으려다 보니까 못 찾겠더라고···. 이든킴이 독보적이긴 하잖냐. 그냥 솔로로 데뷔시키시지···.”
정기석의 푸념에 선오는 뜨끔했다.
김록기 이사와 이든킴 본인에게, 솔로가 아니라 그룹 데뷔를 주장한 건 바로 선오였으니까.
물론 이는 이든킴을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의 시장이 솔로 가수들에게 박하게 돌아갈 것인데, 다시 망길을 걷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잘 찾아야지. 이든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애들을.’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선오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오디션을 봤으면 합니다.”
“오디션?”
“네, 너무 번거롭지 않게 온라인 오디션으로 영상을 받아 보고요. 그중에 괜찮은 애만 추려서 지명 오디션을 보는 방식으로요.”
“흐음···. 그래 좋다. 공고 만들어서 결제받아보자.”
“네, 지금 바로 만들어서 올릴게요.”
“··· 그리고, 선오야.”
정기석이 어쩐지 뜸을 들이며 뭔가를 망설이는 것 같았다.
“네?”
“··· 하동혁은 어떠냐?”
“하동혁이요? 왜요···?”
선오가 일찍이 ‘같이 일해서는 안 되는 요주의 연습생’으로 분류하고 쳐다도 보지 않았던 연습생에 관해 물어오고 있는 정기석이었다.
“얘도 괜찮을 거 같아서···.”
하동혁. 비주얼 최상, 노래는 최하지만, 춤은 중간 이상이고 랩은 최최상인 연습생이다.
노래는 이든킴과 연은우가 있다면 커버가 가능하니 실력으로만 본다면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래서 지난 삶에서도 데뷔는 하긴 했는데···. 학폭 밝혀져서 난리난리 났었어. 결국 탈퇴하고.’
때문에 선오에게는 고려조차 불가한 대상이었다.
이를 정기석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까 잠시 고민하는데,
“실은 하동혁···. 조영준 대표 픽이야.”
의외의 말에 선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조영준 대표님이 추천하신 멤버라고요?”
“어···. 날 따로 불러서 신신당부하시더라고. 작년에 데뷔할 뻔했던 보이 그룹 엎어지면서 못 한 애니까 이번에는 꼭 데뷔조에 좀 넣어달라고.”
“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선오였다.
왜 조영준 대표가 하동혁을 밀고 있는지도 기억이 났으니까.
‘이거 잘하면 하동혁 쳐내면서 조영준 대표도 같이 보내버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또 하나의 기회가 선오의 앞에 다가온 것이었다.
“그럼 일단 후보로 넣어서 만나보고, 다른 멤버들 오디션으로 모아보고 결정할까요, 선배?”
* * *
“대표님, 나이스샷!!”
짝짝짝짝짝——
골프 리조트 하하CC.
이곳을 운영하는 하 대표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앞에는 조영준 대표가 홀인원을 성공시키고는 두 팔 벌려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한동안 저희 CC에 안 나오시더니 딴 데 가서 많이 치셨나 봐요? 어쩜 이렇게 시원하고 이쁘게 넣으셨을까?”
하 대표는 조영준 대표의 기분이 좋은 틈을 타서 운을 뗐다.
“저희 동혁이 이번에는 데뷔하는 거죠?”
“에이, 걱정 마시라니까. 작년에 엎어져서 올해는 보이그룹 하나 꼭 만들 거예요. 이든킴이라고 아시죠?”
“알죠. 음유 최연소 수상자.”
아들의 데뷔 때문에 대중음악 업계에 관심이 많은 하 대표였다.
“이든킴 때문에라도 올해 보이그룹은 무조건 만들기로 했어요.”
“아 그러면 우리 동혁이가 이든킴이랑 같이 데뷔한다는 말씀이세요?”
하 대표가 화들짝 놀란 건지 함박웃음을 짓는 건지 모를 얼굴로 물어왔다.
“네, 동혁이 랩도 프로수준이고 무엇보다 잘생겼잖아요.”
“하하하. 네, 저를 닮아서···. 그리고 춤도 잘 춥니다. 노래는 조금 약한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으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거고요.”
하 대표가 잔뜩 신이 나서 거들었다.
“대표님은 이제 제가 죽을 때까지 평생 회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까지도 VVIP셨지만 앞으로는 우리 CC 최고의 손님이 되실 겁니다. 하하하.”
한편, 저 멀리서 카트를 타고 카메라로 몰래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찍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니.
바로 안 실장이었다.
* * *
“안 실장님, 제가 드린 오디션 메일 보셨죠?”
– 네, 받아서 강곤 학생에게 전달했습니다.
선오는 며칠 전, 이번 일과 관련하여 안 실장에게 몇 가지 자잘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