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53
두 사람은 이를 놓고 수시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강곤이 오디션 영상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디카랑 조명기, 마이크 같은 것도 아끼지 말고 지원해주시고요.”
– 네, 오늘 바로 구입해서 전하겠습니다.
“하동혁 관련해서는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중학교 동창들 연락처 수집은 끝났고요. 일부는 기억하기 싫다면서 전화를 끊었고, 일부는 전화로 사실 확인만 해주었고, 또 일부는 직접 만나기로 약속 잡았습니다.
이에 선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말씀드린 대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게 잘 부탁드립니다.”
– 네, 전화 녹음도 다 따놨습니다. 그리고 하동혁 그 친구 아버지네 골프장에서, 말씀 주신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조영준 대표가 오던가요?”
– 네, 정기적으로 와서 접대 골프를 받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골프장 대표가 아마도 현금으로 추정되는 박스를 그의 차 트렁크에 옮겨 싣는 것도 봤고요. 전부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뒀습니다.
선오가 빙긋 웃었다.
심증이 물증을 얻어낸 순간이었으니까.
“정말 수고 많으셨네요.”
– 아닙니다. 하동혁 동창들 잘 만나고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안 실장은 이제 선오와 척하면 척이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진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오도 안 실장이라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었고,
안 실장도 선오가 시키는 일이라면 그게 뭐든 결국 대의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결과로 귀결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충신처럼 보필하는 그였다.
* * *
“저는 밴드 컨셉도 좋고요, 퍼포먼스 위주로 무대에 서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춤 선생님께 칭찬 엄청 듣거든요.”
이든킴의 말에 선오와 정기석 그리고 조영준과 김록기는 피식 웃었다.
네 사람은 회의실에 모여 앉아 지금까지 정리된 후보들을 하나씩 만나는 중이었다.
“프로듀서 선생님들께 정리해주시는 대로 따를게요. 그리고 실장님께도 말씀드렸는데 대학은 안 갈 생각입니다.”
올해 고3이 된 이든킴은 나름대로 자신의 진로를 정해둔 것 같았다.
“요즘처럼 연습 열심히 하고, 얼른 데뷔해서 현장에서 보고 배우는 게 저한테는 대학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의 뜻을 존중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네 사람, 선오와 정기석 그리고 조영준과 김록기였다.
다음으로 만나볼 연습생은 연은우였다.
“안녕하세요, 연은우..입니다.”
그는 선오가 기억하는 대로 낯을 많이 가리는 타입이었다.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4차원 강아지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연은우의 성격도 훗날 덕후몰이를 하는 요소였는데, 지금 이 회의실에서는 마이너스 요소인 것 같았다.
선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
“다이어트···. 할 수 있겠어요? 15킬로는 빼야 데뷔할 수 있어요.”
“여.. 열심히,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 순수한 모습에 선오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회사에서 PT도 붙여줄 거예요. 식단도 제공해줄 거고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빼서, 은우 씨 꿈을 이뤄봅시다. 저희의 꿈이기도 하고요.”
그간 조용히 있던 선오가 이렇게 입을 연 것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연은우의 다이어트를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이에 조영준 대표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이며 턱을 쓰다듬었다.
연은우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간 자리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연습생은 하동혁이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조영준 대표가 연은우 때와는 달리 반색하며 반기는 게 느껴졌다.
“여어, 동혁이. 축하한다. 이번에도 데뷔 조네?”
“···이번에는 꼭 데뷔해야죠.”
어쩐지 퉁명스럽게 대답 하는 하동혁이었다.
“이든킴과 같이 데뷔한다고 들었어요. 그 친구는 밴드 쪽이고 저는 래퍼인데 괜찮을까요?”
본인이 조영준 대표의 픽이라는 걸 아는 걸까?
반대로 주객이 바뀐 듯한 태도를 보이는 그는 믿는 구석이 있어보였다.
앞서 만난 두 친구와는 결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동혁은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서 마치 면접관이라도 된 듯이 거들먹거리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이든킴 조차도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는데 말이다.
이에 허허허 거리는 조영준과 달리,
정기석과 김록기의 표정은 점차 안 좋게 변해가고 있었다.
‘저게 평소의 본 모습이구나. 카메라 앞에서는 포커페이스 잘하더니···. 한눈에 봐도 성격 별로일 거 같네.’
하동혁이 학창 시절 어떤 학폭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어서일까.
선오가 보기에는 특히나 그의 눈빛이 매섭게 느껴졌다.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하동혁.’
어느덧 이든킴, 연은우, 하동혁과의 만남이 끝나고,
“그럼 이제 오디션 자료들 보실까요?”
어제 마감된 오디션의 따끈따끈한 프로필이 선오를 비롯한 네 사람의 앞에 놓여 있었다.
회의실 앞에서는 기획팀 주니어 하나가 화면을 세팅하고는, 접수된 영상들을 하나씩 틀기 시작했다.
“1번 접수자, 류치열 입니다. 영상 틀겠습니다.”
이를 보던 선오의 눈이 잔뜩 커졌다.
‘류치열? 솔로 연애에 나와서 스타가 됐던 류치열?’
선오가 떠올린 그가 맞았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유학 중인 현대무용 전공생.
대구 유지의 아들, 금수저로 유명세를 탔었다.
이 모든 것을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류치열이 훗날 ‘솔로 연애’라는 데이팅 프로그램에 나와 유튜브 스타가 됐던 몸이기 때문이다.
‘맞아 그때도 노래 잘했어. 유튜브에서 인기 장난 아니었지. 취미로 드럼도 쳤던 거 같은데?’
영상을 튼 지 10초도 안 되어 오디션을 열길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오였다.
‘완전 대어가 걸려줬네!’
오디션
“이 친구 괜찮은 거 같습니다. 류치열?”
정기석이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류치열의 이력은 특이했다.
네덜란드에서 현대 무용으로 유학 중인 19살 소년.
때문에 그가 보내온 영상에서 그의 춤은 일반적인 아이돌 연습생의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더 고난도 동작을, 감정까지 풍부하게 섞어가며, 마치 한 편의 작품이자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으니까.
“춤은 걱정 없겠고. 노래는 좀 하려나···?”
조영준의 이 같은 말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이어지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들어도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보컬.
그러나 발성은 타고나길 울림이 좋은 악기였고, 음색 또한 평범하지 않은 듯 동시에 편안했다.
“이 정도면 레슨 좀 받고 다듬으면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특별한 쪼가 없어서 레슨 빨을 잘 받을 거 같고요.”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더니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는 정기석이었다.
영상의 끝부분에는 드럼을 치는 모습이 나왔다.
취미라고 언급하며 연주를 시작했지만 개인 연습실까지 갖추어진 모습이었고, 그의 실력도 아마추어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드럼을 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오디션 영상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이 친구 성격도 좋았어. 솔로 연애에 나왔을 때도 저 외모에 여출들 전원한테 인기 쩔었던 건 당연했고, 남출들 연애 상담해주면서 다들 치열이 형, 치열이 형 했었잖아.’
그의 지난 삶을 떠올리던 선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첫 번째 지원자 류치열은 지명 오디션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로 몇 차례의 영상이 지나가고,
류치열과 같은 대어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야···. 이 친구 보컬 쓸 만하겠는데요?”
회의실에 심드렁하게 앉아있던 네 사람의 등을 펴게 만든 영상은,
“강곤?”
강곤 그였다.
선오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른 세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귀엽네요.”
김록기 이사가 영상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안 실장님이 조명기랑 제대로 세팅해주셨네.’
다행히 강곤의 남자답게 잘생긴 외모는 영상 속에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근데 너무 어린데? 17살이면 고1인가?”
오직 조영준만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지만,
나이 밖에 태클 걸 게 없었나 보다 싶어서 오히려 선오는 확신을 더 할 수 있었다.
“근데 말하는 게 되게 차분하네요.”
“네, 어떤 친구인지는 만나봐야 알겠지만, 고1 같지 않고 오히려 아까 류치열 그 친구보다 성숙한 느낌입니다.”
김록기 이사와 정기석 선배는 잠정적으로 류치열과 강곤을 지명 오디션 대상자로 찜한 것처럼 대화를 이어나갔다.
“춤도 나쁘지 않아요.”
“이 친구는 연습생 출신은 아니죠? 레슨을 좀 받은 거 같은데요?”
정기석의 눈은 예리했다.
선오가 강곤에게 붙여준 레슨 선생님들은 타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 전담 강사였으니까.
“눈빛이 순수해 보이고 나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이 친구.”
김록기는 아까부터 강곤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이 친구 지명 오디션 보죠.”
그렇게 두 번째 지명 오디션 대상자가 탄생했다.
벌써 괜찮은 대어를 두 마리나 낚은 회의실 분위기는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그럼 다음 참가자로 넘어가 볼까요?”
* * *
“대표님, 우리 아빠한테 돈 먹었죠?”
“뭐어?”
그날 저녁.
조영준 대표는 하동혁을 따로 불러 저녁을 한 끼 사주었다.
아까 낮에 있었던 데뷔 조 면접에 관해 이야기도 나눌 겸.
“대답 안 하셔도 돼요. 표정 보니까 답 나왔네.”
“헛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하동혁.”
일부러 조용한 한정식집으로 골랐는데,
하동혁의 입에는 음식이 맞지 않는 듯 보였다.
젓가락을 깨작깨작대기만 하는 그였다.
“네 아버지랑 골프 친구일 뿐이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그딴 소리 다신 입에도 담지 마.”
“골프 친구? 골프 친구끼리 사과 박스는 왜 주고받지?”
“··· 네..네가 뭘 잘못 보고 그런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넌 지금 데뷔에만 집중할 때야.”
하동혁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치더니, 음식을 뒤적거렸다.
“설사 내가 돈을 받았다고 해도 그게 중요하니? 중요한 건 네 데뷔지.”
“또 내 탓, 존나 다 나를 위해서지···. 알겠다고요···.”
역시 입에 안 맞는지 젓가락을 툭 놓고는 팔짱을 끼는 하동혁이었다.
그 모습을 본 조영준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너 멤버들이랑 잘 지내려면 숙소나 연습실에서 이러면 안 된다? 성격 좀 죽여. 데뷔 조는 연습생일 때랑은 달라. 어렵게 데뷔 조까지 됐는데 불화 일으켜서 탈락하고 싶어?”
“그건 안 되죠.”
“그러니까.”
“근데 어차피 나 탈락 못 시키잖아요. 안 그러면 내가 대표님 꼰지를 거니까. 우리 아빠한테 돈 받았다고.”
조영준을 보며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는 하동혁.
“야! 하동혁! 너 헛소리 그만 지껄이랬지!”
결국 조영준은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농담이에요, 농담. 아이, 대표님도···. 돈 안 받으셨다면서 발끈하시기는···.”
하동혁은 여전히 낄낄거렸다.
“걱정 마세요. 나 데뷔만 잘 시켜주면 무덤까지 갖고 갈 테니까. 아, 숙소는 방 각자 따로 쓸 수 있는 깨끗한 신축으로 해주시고요.”
“···데뷔 조에는 넣어줬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는 건 네 몫이야. 다른 애들이 전부 쟁쟁하니까 열심히 해.”
“다른 애들이 어떤데요?”
하동혁은 대화 중 처음으로 궁금한 게 생겼다는 듯이 까만 눈을 빛내며 물었다.
조영준은 이든킴을 비롯하여 현재 데뷔조 멤버로 거론되고 있는 연은우, 류치열, 강곤을 떠올렸다.
“기본적으로 다들 잘생기고 노래를 잘해. 전부 비주얼 멤버에 메인보컬 감이랄까?”
“잘됐네. 저는 노래 대신 랩이니까. 비교우위잖아요?”
“말은 청산유수지···. 그리고 다들 악기를 하나씩 다룰 줄 알고. 아, 한 놈은 아직 모르고···.”
강곤을 떠올리며 말끝을 흐리는 조영준이었다.
“악기야 배우면 되죠.”
하동은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다들 너보다 어려.”
이든킴과 류치열이 19살, 연은우가 18살, 강곤이 17살이었으니까.
“뭐야 다들 10대예요? 아, 존나 재미없겠네···.”
아이돌 연습생은 나이가 무기였다.
마치 운동선수처럼 전성기가 나이로 결정되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동혁은 이번 달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올해로 20살이 되었는데, 이렇게 자신이 불리한 것에는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그였다.
“딴 애들은 재미없겠고, 난 그 사람이 재밌을 거 같던데. 129? 맞죠? 아까 제일 오른쪽에 앉아있던 사람?”
“어. 129는 왜?”
“나랑 나이 차도 별로 안 나 보이는데, 서가페 작곡상 노미도 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