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59
이사실을 나서면서, 맞은편 대표실을 물끄러미 보더니 인사를 잊지 않는 그였다.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라. 마지막 기회를 먼저 걷어찬 건 너야, 영준아.”
* * *
며칠 후, 콧노래를 부르며 쿼드스텔라 뮤직비디오 진행에 관하여 확인하던 조영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일정표에 버즈스튜디오 고하얀 감독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었으니까.
곧바로 버즈스튜디오로 전화를 넣는 조영준이었다.
“네, 일전에 전화드렸던 조.. 아니, 김록기 입니다. 제가 분명히 한 달 통째로 비워달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미 페이도 선불로 받으셨고요.”
– 네, 그래서 말씀 주신 그 작업만 진행 중입니다만···. 쿼드스텔라 Shake the Earth요.
순간, 조영준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스케줄만 비워달라고 요청 드렸고, 아직 구체적인 작업은 의뢰하지 않았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한 조영준은 즉시 전화를 끊고는 비서실을 호출했다.
자초지종을 전부 듣고는,
“··· 그래, 나가봐.”
혼자 남은 대표실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되었다.
“씨발!! 김록기 그 개자식!!!”
어떻게 알고 미리 손을 쓴 걸까.
자신이 김록기 계좌로 버즈스튜디오에 입금한 작업비는, 고하얀 감독의 발을 묶는 데에 쓰인 것이 아니라, 이미 쿼드스텔라 뮤직비디오 작업에 쓰이고 있었다.
벌써 콘티 초안이 나왔을 정도로 발 빠르게 진행되어 버린 것이다.
조영준이 꼭대기 대표실에서 책상을 쾅쾅쾅 내려치며 노발대발하고 있는 사이,
아래층 음악 제작 2팀에서는 고하얀 감독이 보내온 콘티 초안을 놓고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쿼드스텔라 앨범과 관련된 직원들이 전부 모인 자리였다.
“콘티만 봐도 카메라 워킹이 엄청 역동적인 게, 이 곡의 강렬한 사운드에 제격일 것 같습니다.”
선오의 말에 다른 직원들이 거들기 시작했다.
“초안이 맞나 놀랐어요. 굉장히 공들인 티가 나는 콘티예요.”
“감독님 센스가 좋으셔요. 129 작가님 음악과 쿼드스텔라 컨셉을 이보다 잘 이해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저희가 요구했던 4마리 백조의 상징성도 잘 활용해주셨고요.”
기획팀과 홍보팀도 상기된 투였다.
“미장센이 기대되는 뮤비가 될 듯합니다.”
팔짱을 낀 채 회의를 물끄러미 지켜보던 정기석 선배와 김록기 이사 또한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고,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건, 4명의 멤버들을 한 명 씩 조명하는 시퀀스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데뷔곡인 만큼 멤버들을 각인시키는 게 이 뮤비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니까요. 이 부분 제가 다시 고하얀 감독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러한 선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들의 시선은 계속해서 선오를 향하고 있었다.
이후 콘티 수정 작업, 그리고 촬영까지 무난하게 이어졌다.
선오가 그렸던 그림대로 말이다.
고하얀 감독은 전생에 드러냈던 재능을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가감 없이 선보였고, 선오를 비롯한 JK엔터 사람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JK엔터의 작업실에서는 다른 수록곡도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을 거쳐 차근차근 완성되고 있었고,
지하 연습실에서는 쿼드스텔라 멤버들이 매일 같이 잠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연은우의 살이 처음보다 15킬로 가까이 빠졌을 무렵.
드디어 쿼드스텔라의 데뷔 티저가 공개됐다.
「쿼드스텔라, ‘Shake the Earth’ 티저 공개… 거침없는 매력」
「쿼드스텔라, 데뷔 임박!」
「’JK엔터의 야심작 보이그룹’ 쿼드스텔라, 모습을 드러낸 4명의 백조」
예고 없이 갑자기 공개된 티저에 아이돌 팬들을 비롯한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온종일 장식하기도 했다.
이틀 후, ‘Shake the Earth’ 뮤직비디오 공개와 동시에, 미니앨범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D-3
정식 발매일은 3일 후였는데,
그날은 음반뿐만 아니라 동시에 전곡 음원도 공개되는 날이자,
무엇보다 데뷔 쇼케이스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반응과 선판매 추이를 지켜보던 선오도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공동이지만 어쨌든 프로듀서로서 첫발을 내딛었네.”
그리고 4명의 멤버들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 위에 지난 삶에서 보았던 그들의 모습이 하나둘 겹쳤다.
“지금 내 인생이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처럼, 나를 만난 이들의 인생도 빛을 봤으면 좋겠다.”
이는 염원이자 기도였다.
종교가 없는 선오였으나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신이 존재하기를 바라며, 그 신께 간절히 빌고 있었다.
* * *
“쿼드스텔라? 그 신인 가수 앨범을 우리 회사 임원들.. 아니지, 팀장급 이상의 인원만큼 구입해봐.”
지평그룹의 회장실.
지평학 회장은 수석 비서를 불러서 조금은 독특한 업무를 지시하고 있었다.
“··· 네? 쿼드..”
“쿼드스텔라! 아직 창창한 놈이 나보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몰라서야 쓰나?”
“네, 쿼드스텔라. 팀장급 이상의 직원 수만큼 구매하겠습니다.”
곧바로 메모하는 수석 비서였다.
“그거 아직 정식 발매는 아니고 예약 판매를 받을 거다. 지금 바로 예약 걸어라.”
독특한 업무 지시에 고개를 갸웃하는 수석 비서에게, 지평학 회장은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애써 입을 다물었다.
지금 지평학이 입에 귀에 걸린 채 보고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쿼드스텔라 뮤직비디오가 띄워져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수석비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며 회장실을 나섰다.
‘회장님이 새로운 취미가 생기셨나? 아이돌 팬이라도 되신 건지···. 참나···.’
한편,
쿼드스텔라 미니앨범 선주문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가 또 있었으니,
“미친, 4명 다 존잘이네?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일단 뮤비만 봤을 땐 노래도 다 잘하고.”
바로 일전에 걸리쉬의 가장 큰 팬 페이지 ‘러블걸리쉬’를 운영하던 홈마였다.
지난 연말에 걸리쉬 탈덕 후, 반년 넘게 팬질을 쉬고 있는 그녀였다.
딱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지인들의 부탁으로 용돈 벌이 겸 다른 그룹들을 찍으러 다니는 정도로만 활동해왔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덕후 DNA를 자극하는 새 그룹이 눈에 띈 것이다.
눈에만 띈 것이 아니라 귀도 사로잡았다.
“전 멤버가 비주얼 되고, 보컬도 되는데 내가 별수 있나? 한낱 힘없는 덕후가···.”
뮤직비디오를 195번쯤 돌려봤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이건 신의 계시다. 본진 점지···.”
곧바로 데뷔 쇼케이스 무대 일정을 확인하고는 이를 응모하기 위해 선주문 앨범을 사들이는 그녀였다.
다른 그룹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돌려 부탁을 했고, 홈페이지도 만들기 시작했다.
[러블스텔라]홈마가 처음도 아닌 만큼 뭐든 뚝딱이었다.
“이든킴은 이제 완전 남자 같다. JK들어가길 잘했네. 음유 때는 그냥 귀염상이었는데 용 됐어.”
그녀는 포토샵을 켜서 각 멤버의 사진과 프로필을 엮어 홈페이지를 꾸미고 있었다.
“류치열? 네덜란드 현대무용 유망주라니···. 어쩐지 춤선이 예사롭지 않더라.”
오랜만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연은우는 무슨 조각이야? 무슨 남자가 이렇게 이뻐? 으아···. 빨리 실제로 보고 싶잖아! 실물은 어떨지···.”
그냥 비주얼 멤버인 줄로만 알았는데, 뮤직비디오 속에서 고음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그 모습을 자기도 모르게 계속 돌려보고 있는 그녀였다.
“랩하는 애가 막내구나. 강곤. 얼굴은 미소년인데 목소리 완전 동굴 저음! 크으! 치인다 치여!”
이 정도 멤버 구성이면 악성 개인 팬은 판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다들 다른 그룹에서 센터였을 것 같은 멤버들만 모아 만든 모양새였다.
벌써부터 자랑스러움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제발 당첨돼라, 쇼케! 우리 애들 내가 진짜 최고로 이쁘게 찍어줄 수 있어.”
러블걸리쉬에서 이제 ‘러블스텔라’가 된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두근거림과 벅차오름을 느끼고 있었다.
* * *
D-1
쿼드스텔라의 데뷔 앨범 발매와 쇼케이스를 하루 앞둔 오늘.
“부르셨습니까?”
선오는 간만에 이사실에 올라왔다.
김록기 이사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지 선오를 보는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고 이사실의 공기도 묘했다.
“수고가 많아요. 129 작가, 아니지 이제 프로듀서죠. 쿼드스텔라 미니 앨범 선주문만 오늘까지 8만 장이라고 들었어요. 회사 주가도 오르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반가운 이야기를 해오는 김록기의 말투와 표정은 잔뜩 무거워 보였다.
덕분에 선오는 점점 낌새를 채가고 있었다.
평소에 김록기는 주가 이야기 같은 것을 직원한테 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 회사가 당분간 좀 시끄러울 겁니다. 129 프로듀서는 지금처럼 똑같이 맡은 업무에만 집중하면 돼요. 앞으로 터질 모든 잡음은 129 프로듀서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이 보다 더 나은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한 거니까. 날 믿어주세요.”
“네, 이사님.”
이제 선오도 알아챈 듯 굳은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129 프류듀서가 내게 건넸던 칼을 비롯해서 그동안 내 무기를 잘 갈아뒀어요. 이제 그걸 뽑아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내 식구들과 내 아티스트들을 위해서.”
허공에서 부딪힌 선오와 김록기의 시선이 같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같은 시각,
JK엔터의 모든 이사와 감사는 다들 같은 내용의 문자와 이메일을 받아 든 상태였다.
[긴급 이사회 소집 통지서]– 안건 : 조영준 대표 프로듀서 해임안 –
JK엔터
대표이사 김록기 배상
지선오와 오선지의 축배
쿼드스텔라의 데뷔 쇼케이스가 저녁에 열리는 당일.
그보다 이른 오전, JK엔터에서는 이사회가 소집됐다.
[ JK엔터 대표 프로듀서 조영준 해임안 ]“JK엔터의 이사 김록기 입니다. 오늘 임시 의장으로 이사회를 진행하겠습니다.”
안건이 안건인 만큼 더 엄숙한 분위기였다.
상석에는 여느 때처럼,
대표 프로듀서 조영준과, 대표 이사 김록기가 각자의 명패가 적힌 종이 앞에 앉아 있었는데,
조영준의 표정은 몹시 불안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회 자료 맨 뒷장에 있는 주식 지분 현황을 살펴보고 있는 조영준의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김록기 18.2%로 두 번째로 지분이 많았고,
조영준은 3%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원래 각자 17%대를 유지하며 비슷한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김록기는 오늘을 위해 그간 야금야금 지분을 모아왔고,
조영준은 이사회 소집 통지서를 받은 후, 자신을 ‘지오홀딩스’ 대표라고 소개한 어떤 남자와 블록딜 거래를 일으킨 결과였다.
‘대표 차도경입니다. 최근 저희 지오홀딩스는 JK엔터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6%의 주식만을 소유하고 있지만, 조영준 대표님께 블록딜 거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 블록딜의 목표는 김록기 이사의 독주를 막고자 합니다. JK엔터는 지금처럼 양강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오홀딩스가 얼마나 믿을 만한 회사이고 자금력이 얼마나 큰지를 설명해주며 블록딜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대표님의 주식을 오늘 종가에서 7% 프리미엄을 붙여 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해임이 걸린 이사회 소집을 코앞에 둔 조영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지분 14%를 팔았다.
7%라는 프리미엄까지 준다는데 안 팔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조영준 역시 김록기 이사의 독주를 막고자 한다는 상대의 의지가 이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블록딜을 체결한 지 바로 이튿날 JK엔터의 최대주주 변경 관련 공시와 함께 ‘지오홀딩스’라는 신생 법인에 관한 기사가 떴다.
지오홀딩스 대표라는 자의 말에 의하면 이를 무기로 JK엔터 이사회의 중립파 안에 김록기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만들고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의 차도경 대표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없는 번호라고 뜨기까지 했다.
때문에 주식 지분 현황 페이지에 적힌,
[지오홀딩스 20%] 부분을 손톱으로 긁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조영준이었다.오늘 이사회에 참석할 자격은 없었지만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주였다.
뒤에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숫자였기에,
조영준은 자신의 해임안 현수막이 걸린 바로 앞 상석에 앉아 아직도 일말의 기대를 버릴 수가 없었다.
‘분명히 중립파들 데리고 뭔가 수를 써놨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나한테 7%나 프리미엄을 줬을 리가 없잖아.’
한편, 김록기는 조영준의 표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이사회를 진행했다.
“해임안 찬반 투표 진행에 앞서서, 나눠드린 자료를 살펴보시겠습니다.”
그 안에는 조영준 대표 프로듀서 해임 안건을 내기까지의 경위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1. 조영준 대표는 유리아이 정규 앨범 준비 당시, 직권을 남용하여 사촌 조규태가 저지른 만행을 덮어주었다. 이는 자칫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었을 수도 있는 행위로 대표 프로듀서의 자격이 없음을 시사한다.
2. 조영준 대표는 전 연습생 하동혁을 데뷔 조에 넣어주는 대가로 부친으로부터 골프 회원권 접대와 현금 박스 등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바 있다.
3. 조영준 대표는 김록기 이사를 모함하기 위해 회사 계좌를 이용, 버즈 스튜디오를 매수하려는 시도를 통해 JK엔터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이를 증명할 사진과 녹취록 발췌 글도 함께였다.
“전문이 담긴 녹취 파일은 메일로 이미 확인하셨으리라 봅니다.”
이사회장에 앉아있는 이사와 감사 중 소위 ‘친 조영준파’의 표정은 착잡하게 굳어 있었다.
“질문 없으시면 바로 찬반 투표, 거수로 진행하겠습니다.”
김록기 이사의 말에 비장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친 조영준파의 지분 합과, 친 김록기파의 지분 합은 거의 비슷했다.
때문에, 중립파 이사 중 과반수가 해임안을 찬성한다면 오늘 안건은 가결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