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62
똑똑똑——
열려있는 팀장실 문에 노크 소리가 났고,
“대표님.”
김록기 대표가 몸소 이곳을 둘러보러 온 것이었다.
“팀장실은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빨리 준비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오는 김록기에게 3팀 팀장 제안을 받고 하루를 고민했다.
그리고 오늘은 선오가 그에게 긍정의 답을 전한 바로 이튿날이었다.
“감탄할 거 없어요. 빨리 일 시키려는 속셈이죠.”
김록기의 농담에 팀장실 안에 들어와 있던 3팀 직원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3팀의 팀장으로서 그리고 팀원들로서 맡게 될 첫 업무는···.”
잠시 뜸을 들이는 김록기의 얼굴을 보며 그의 말에 집중하는 3팀 사람들이었다.
“방송사 예능 프로와의 협업이 될 겁니다. 케이블 방송이요.”
이에 다들 각자 고개를 끄덕이거나 입으로 감탄사를 내뱉으며 동요했다.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라 말해줄 수 없는 단계고요. 일단 129 팀장은, 다음 주 화요일 점심에 시간 비워주세요. 국장님, PD님과 미팅이 있습니다.”
선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했다.
‘방송사 예능 프로라···.’
지금의 시기를 고려했을 때, 어떤 프로그램일지 선오에게 짚이는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 * *
“벌써 팀장을 달았다고? 껄껄껄···.”
돌아온 주말.
선오는 정말 오랜만에 장충동 본가를 찾았다.
그동안 쿼드스텔라 앨범 준비로 얼굴을 비추지 못했던 그였다.
때문에 오늘 식사 자리의 주인공은 단연 선오였다.
선오가 온다는 소식에 윤희애 여사는 부엌 사람들에게 일러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준비했다.
닭을 한 입 베어 물자 부드럽게 살살 녹았다.
국물도 끝내줬고, 살코기에도 간이 잘 배어 있었다.
이를 맛있게 음미하며 내적 탄성을 지르는 선오였다.
“일단은 JK엔터 최대 주주로 만족하기로 한 거냐?”
지평학의 물음.
선오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만족은 아니고요. 언젠가 제 회사나 레이블을 차릴 생각입니다만, 당분간은 이렇게 가려고 해요. 아직은 배울 게 더 많거든요.”
“그래, 높이 올라갈수록 겸손한 건 좋은 자세다.”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지평학이었다.
“남의 텃밭에서 이것저것 키워보고 시행착오 해보고 나와야, 내 밭은 실패 없이 풍년으로 일궈내는 법이지.”
이는 선오의 생각과도 같았다.
“차도경 그 사람은 어떻디?”
“일단 말이 잘 통하는 분이라 좋았습니다. 일 처리도 확실하시고요.”
“그 친구가 완벽주의야. 믿고 맡길 만 할 거다. 입도 무거워.”
지오홀딩스의 명목상 대표, 차도경.
선오는 지평학의 소개로 그를 만나 같이 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지오홀딩스는 선오가 JK엔터의 주주가 되어, 나아가 조영준의 지분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었으나,
선오는 이제 지오홀딩스를 기반으로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해나갈 생각이었다.
‘나중에 내 회사나 레이블을 차릴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 같고.’
자금 운용 면에서 가장 간편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선오 너 이제 안 실장 밑에 애들이나, 지오홀딩스 직원들이 더 필요할 텐데?”
지평학의 물음에 선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오가 일을 크게 벌릴수록 지평학은 도움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다음 달부터 우리 비서실에 사람이 늘어나니 일부는 너한테 보내마. 안 실장 통해서 처리할 거야. 네가 신경 쓸 일은 없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지평학에게 꾸벅 인사를 건네는 선오였다.
아들을 생각하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감사하면 인마, 선오 네가 뭘 준비하는지는 이 애비한테 미리미리 공유 좀 해라. 내가 맨날 남들 통해서 듣는 것도 민망하다.”
“하하하···. 죄송해요.”
떠벌리는 것은 선오와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한들 말이다.
때문에 선오는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맞다, 여보. 선하한테 조금 전에 연락이 왔어요.”
윤희애의 말에 지평학은 그녀를 보았다.
“선하? 잘 지낸대? 미국이 얼마나 좋으면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다음 달에 들어와서 9월 초까지 집에 있을 거라나봐요.”
“여름 내내 집에? 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간만에 듣는 둘째 소식에 말은 툴툴대고 있지만, 잔뜩 반색하는 얼굴을 하는 지평학이었다.
그런 지평학의 표정을 읽은 지선재가 거들었다.
“선하가 지금껏 방학마다 여행 다녔잖아요. 거의 세계 일주를 했으니 이제 집에 올 만도 하죠.”
“간만에 우리 3남매랑 다 같이 밥 먹을 수 있겠어.”
지평학의 목소리 톤이 살짝 올라간 게 느껴졌다.
한편, 선오는 그저 두 눈을 끔벅이며 삼계탕 발라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평그룹의 둘째 딸, 지선하.
선오와는 6살 터울의 누나로,
현재 미국 뉴욕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선재 형이랑 같이 훗날 지평그룹을 재계 서열 5위권으로 성장시킬 사람···.’
지선재와 지선하는 지난 삶에서도 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비쳤기 때문에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명문 대학을 나와 MBA를 밟고 선행을 하는 등, 거의 모범적인 뉴스였다.
허나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은 아직 없기에 살짝 긴장되는 선오였다.
‘지선하는 지선오랑 어떤 사이였을까···.’
이같은 상념을 깬 건,
“선오야, 애비가 너한테 도움이 좀 되고 싶다.”
지평학의 말이었다.
이미 충분히 힘이 되어주고 계시기에 무슨 도움을 또 말씀하시는 건가 싶어서 눈을 깜박이며 보는데,
“우리 ‘지평칠성’에서 이번에 가을, 겨울 시장을 목표로 신제품을 출시하거든.”
지평칠성음료.
지평그룹에 속한 종합 음료 회사였다.
“신제품이요?”
“어. 핫초코 음료를 하나 런칭할 거다.”
이에 선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신제품 핫초코 광고를 선오 네가 맡으면 어떻겠냐?”
“아···. 이번에도 뮤비 광고랑 CM송으로 기획 중이신 거예요?”
“아니, 이번에는 그냥 일반 광고.”
“그럼 그냥 광고 음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선오가 헛다리를 짚자,
성질이 급한 지평학은 곧바로 툭 본론을 던졌다.
“··· 너를 광고 모델로 쓰고 싶다는 말이다.”
“저를..요?”
어안이벙벙해진 선오였다.
“그래. 너도 이제 슬슬 언론에 공개하면 어떨까 싶은 거다. 어릴 때부터 너무 꽁꽁 숨겼으니까.”
지평학의 말에 윤희애 여사도 거들었다.
“좋은 거 같아요. 선오가 나중에 자기 회사 차릴 때에도 도움이 될 거고···”
“아뇨. 당분간은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선오의 생각은 달랐다.
‘지평그룹 막내아들 지선오’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선오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실력을 더 인정을 받고 많이 알려졌을 때가 됐으면 싶었다.
선오의 본업이 ‘지평그룹’ 후광에 짓눌려 그림자로 전락하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확고한 어투로 말해온 선오에게,
윤희애는 물론 지평학도 토를 달지 못했다.
“그래, 네 뜻이 아직 그렇다면야···.”
최근에 선오의 예명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쯤이면 됐겠다 싶었던 지평학과 윤희애였으나,
그들의 생각 이상으로 선오는 이상과 목표가 높았다.
선오의 시선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아버지, 그럼 그 핫초코 광고. 제가 이번에 프로듀싱 참여했던 쿼드스텔라 애들한테 맡겨주시는 건 어떠세요?”
만약 이 광고가 성사된다면 데뷔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광고를 따낸 아이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걸 마지막으로 쿼드스텔라는 선오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기에, 유종의 미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날이 입지가 달라지는 쿼드스텔라의 상승 추이 정도면, 회사의 신제품 홍보 효과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고 말이다.
“··· 쿼드스텔라?”
하지만 지평학은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겼다.
“··· 그래, 그렇게 하자.”
잠시 후 선오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고,
이에 지선재는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으나 삼켜버리는 그였다.
그 후로 식탁에는 숟가락과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리다가,
어느새 선오는 대접 하나를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도 올게요. 일어나지 마시고 식사 마저들 하세요.”
선오의 급작스러운 인사에,
미리 포장해둔 삼계탕을 가득 안기며 배웅하는 윤희애 여사였다.
선오가 없는 자리에서, 지선재는 아까 애써 삼켰던 우려를 꺼냈다.
“아버지, 쿼드스텔라는 너무 신인 그룹인데 지평칠성 임원진과 마케팅팀에서 반대하지 않을까요?”
“······.”
“일반인들한테는 선오, 그러니까 129는 음유 대상 수상자 타이틀이라도 달아주면 먹힐 텐데···. 쿼드스텔라는 너무 위험할 거 같은데요?”
지선재는 지평학 역시 자신과 같은 계산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식탁에 침묵이 이어지던 가운데, 돌연 지평학이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떼었다.
“선오가 먼저 저렇게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자기가 프로듀싱한 그룹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
“··· 하지만 이건 신제품 런칭이잖아요, 아버지.”
핫초코 신제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없을지를 결정짓는 광고였다.
거액의 투자금을 들여 개발한 음료인데,
자칫 ‘단종’이라는 결말을 맞게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나는 선오를 믿는다.”
지평학의 짧고 굵은 한마디에 지선재가 그를 쳐다보았다.
“사업에 대해서도 기본 이상은 아는 놈이야. 그런 놈이 신인 가수를 우리 신제품 광고에 덥석 제안했다. 그 녀석은 자기 커리어만 생각하는 놈이 아니야.”
이에 지선재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면서 말이다.
“아버지 뜻이 그러하시면 할 수 없네요. 저도 선오를 더 믿어보는 수밖에.”
* * *
오늘은 쿼드스텔라의 첫 음악방송 출연이 있는 날이었다.
선오도 프로듀서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행했다.
유리아이 때는 집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이렇게 방송에 동행하는 건 처음이었다.
“쿼드스텔라 다같이 오른쪽부터 2초씩 멈췄다가 도실게요.”
찰칵찰칵—— 차차찰카카칵——
음악방송 앞에는 마치 포토월이라도 있는 것 같은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바로 ‘출근길’이라는 문화였다.
음악방송 출근길에 팬들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있었고, 아티스트는 그 앞을 지나면서 인사를 할 겸 포즈를 취해주는 자리였다.
오늘 출근길 무리에는 러블스텔라도 함께였다.
기자들과 견주어도 결코 꿀리지 않는 대포 카메라를 메고서 말이다.
‘우리 애들은 내가 최고로 잘 찍어주겠어.’
투지에 불타 연사 버튼을 눌러대는 그녀였다.
그런데 그녀의 카메라 시야에,
‘어? 저 사람···.’
쿼드스텔라 멤버가 아닌 다른 인물이 들어왔다.
‘129 프로듀서 맞지? 완전 실물 깡패네?’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은 보정이 들어간 거라 그러려니 했는데, 실물 역시 가수라고 해도 믿어질 비주얼이었다.
‘자기보다 잘생긴 연습생만 골라서 구성하다 보니까 쿼드스텔라 같은 애들이 나온 건가?’
러블스텔라는 자기도 모르게 선오의 129의 사진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잘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되게 젊잖아? 애들이 형형형 거리면서 따를만하네.’
잠시 후,
생방송 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방청석에 자리하여 쿼드스텔라의 리허설과 본방송을 담고 있는 러블스텔라였다.
“이번 주, 핫 데뷔! 뮤직시티를 통해 처음으로 음악방송에 도전하는 팀이 있다고 하네요. 4명의 백조, 쿼드스텔라가 부릅니다. ‘Shake the Earth’!”
드디어 쿼드스텔라의 무대가 시작됐다.
—— 쿼드스텔라! 스텔라! 스텔라!
응원과 함성이 뒤섞인 가운데, 전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첫 방송을 하는 신인의 무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표정이며 시선 처리가 자연스러웠다.
4명의 멤버들은 하나가 되어 군무를 추다가도, 대형을 펼쳐 각자의 매력과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4명의 전사 같아. 무대 존멋이다 진짜···. 울 애들 연습 많이 했구나. 이 부분은 무슨 클래식 발레 같기도 하고.’
류치열의 현대무용 실력을 살리는 독무 구간이 5초 정도 있었다.
러블스텔라를 비롯한 관객들은 이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애들 모두 고음도 깔끔하게 처리하고 화음도 수준급이야. 치인다 치여! 이게 첫방 라이브라고 누가 믿겠냐고!’
순식간에 3분 30초 남짓한 무대가 끝이 나버렸다.
—— Shake it! 러블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