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63
—— 와아아아아아아!!
저절로 흥얼거리거나 몸을 들썩이게 하는 비트로 가득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고, 이내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생방송 뮤직시티! 모든 가수분들의 무대를 만나봤는데요, 이제 1위 후보 두 팀 무대 앞으로 나와주세요.”
MC가 호명한 두 팀 중 하나는 쿼드스텔라였다.
첫 방송부터 거뜬히 1위 후보에 오른 것이다.
“두 팀의 결과, 보여주세요!”
화면에 디지털 음원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방송 점수, 음반 점수가 차례로 떴다.
아직 방송 점수는 거의 바닥이었으나 나머지 부분, 특히 음반 점수와 음원 점수는 쭉쭉 고점까지 치고 올랐고,
“오늘 1위의 주인공은···.”
MC의 이 같은 멘트에,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지켜보던 선오도 침을 꼴깍 삼키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집중했다.
판을 잘만 짠다면
파바바밧——
무대 위에 폭죽이 요란하게 터졌고,
“네, 쿼드스텔라! 1위 축하드립니다!”
팬들이 지르는 함성 또한 크게 터졌다.
러블스텔라는 감동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4명의 멤버들은 믿기지 않는지 끔벅끔벅 눈을 깜박이며, 어디 고장이라도 난 듯 느린 움직임으로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이 가운데 이든킴이 리더답게 정신줄과 마이크를 붙잡고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 팬분들 사랑하고요, 저희 앨범 멋지게 만들어주신 129 작가님이자 프로듀서 형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쿼드스텔라, 이제 시작입니다. 더욱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테니 지켜봐 주세요!”
횡설수설 길어진 수상소감의 끝에는 선오의 이름도 등장했다.
대기실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선오는 피식 웃었다.
“좋긴 좋네. 내가 상 받은 거 같고.”
지금 이 기쁨은 작년에 음유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와 비슷했다.
상이나 트로피 자체에 연연한다기보다는, 잘살고 있다는 다독거림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선오가 살아온 방식 혹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철학 등이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계속 살아도 된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으니까.
같은 시각,
이 장면을 TV 화면으로 지켜보며 선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먼저, 장충동 지평그룹 본가의 지평학이었다.
그는 1위에 자기 아들이 만든 그룹인 쿼드스텔라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지켜본 후, 폰을 꺼내어 문자를 하나 전송했다.
무언가 굳게 결심한 표정이었다.
[새 핫초코 CF모델. 신인 그룹 쿼드스텔라를 기용하는 걸로 하자.]지평칠성음료 사장에게 보내는 문자였다.
데뷔하자마자 1위를 먹어버린 그룹이라면 신제품의 사활을 걸어볼 만 하다는 판단이 섰다.
작년 지평물산 광고로 선오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과, 백호전자의 CM송으로 형에게 어깨를 폈던 일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자신이 아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그였다.
물론 이를 뛰어넘는 냉철한 판단도 함께였다.
그리고,
지이잉——
JK엔터 대표실 TV로 이 영광의 순간을 지켜보던 김록기 대표도 문자를 하나 받았다.
[대표님, 올해 저희 추석 특집 예능에 JK엔터 프로그램 편성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쿼드스텔라와 유리아이 위주의 가족 예능 프로로 생각 중입니다.]발신인은 케이블 방송국 ‘M프라임’의 국장이었다.
M프라임은 국내 3대 대중음악 시상식 ‘MM어워즈’를 개최하기도 하는 굴지의 음악방송 채널이었다.
김록기 대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
[결정 감사드립니다. 협업을 이끌 저희 새 팀장과 화요일에 인사드리겠습니다, 국장님.]* * *
서울 상암동.
중식 코스 요릿집의 프라이빗룸 안에,
M프라임 예능국 국장과 PD 하나가 자리를 잡고서 약속 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JK엔터에서 같이 협업할 담당자는 누군지 혹시 들으셨습니까?”
피디의 물음에 국장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아니. 오늘 인사시켜준다는 말만 하던데?”
이에 피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조영준 전 대표보다 김록기 새 대표가 사람이 빠릿빠릿해. 말귀도 잘 알아먹고 말이야. 전에는 소통이 잘 안 돼서 답답한 적이 많았거든.”
드르르르륵——
그때,
룸의 미닫이문이 열리며,
“안녕하세요, 저희가 늦은 건 아니죠?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김록기 대표가 뒤에 선오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닙니다. 저희가 일찍 와 있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능국 피디 장영호 입니다.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JK엔터 대표 김록기 입니다.”
“음악제작 3팀 팀장 129입니다.”
순간, 장영호 피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129 작가님.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에 선오가 물음표를 띄운 얼굴로 바라보자,
“이번에 쿼드스텔라 공동 프로듀서에 이름 올라와 있던 분이시죠?”
“네, 맞습니다.”
“저희가 쿼드스텔라를 눈여겨보고 있다 보니···. 요 며칠 돌풍이잖아요? 아무리 예능 피디라도, 음악 채널에서 일하다 보면 업계에 도는 얘기에 빠삭해지는 편이거든요. 주변 음악 방송 피디들이 다들 129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작년 음유 대상도 타시고, 서가페에도 노미네이트 되시지 않으셨어요?”
“아아, 네.”
선오는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예능 피디라니.
게다가 다른 이도 아닌 장영호 피디가 말이다.
“허허허. 시작부터 우리 장 피디가 기선 제압인가?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합시다.”
국장의 말에 두 사람과 김록기는 서빙된 해산물 냉채를 향해 젓가락을 들었다.
“으음. 맛있습니다.”
한 입 넣자마자 감탄사를 내뱉는 선오였다.
역시나 잘 먹는 선오의 모습을 보며 김록기 대표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다행입니다. 그럼 먹으면서 추석 특집 이야기를 곁들여볼까요?”
국장의 말에 다들 입을 오물대며 집중했다.
“추석 연휴에 방영될 특집 방송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합니다.”
“JK엔터의 아이돌이 함께 가족오락관 같은 게임을 한다든지,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 포맷을 생각했습니다.”
M프라임 국장과 장영호 피디의 설명에 선오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다가,
“그래도 음악 방송과 아이돌 기획사의 만남이니만큼, 음악 예능을 추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선오에게로 쏠렸다.
“일반 예능의 포맷을 저희 아티스트가 따르는 것보다는, 저희 아티스트만 보여줄 수 있는 코너 위주로 진행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구체적인 포맷은 차차 생각을 해봐야겠지만요.”
장영호는 이 말에 솔깃한 듯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고,
반면 국장은 굳게 다문 입술을 쭉 내밀며 달갑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 그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취지라는 게, 명절답게 아이돌 멤버들이 마치 주시청층인 가족들처럼 둘러앉아서 오손도손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친근한 재미거든요.”
국장은 자신이 JK엔터와 함께 하는 추석 특집 예능을 편성에 집어넣은 이유를 피력했고,
선오는 그것을 집중해 들으며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지난 생에도 M프라임에서 여러 기획사를 돌며 아이돌을 데리고 다양한 예능을 시도했었다.
특히 설날과 추석 특집으로 거의 매년 나왔던 ‘아이돌 오락관’이 유명했고, 공중파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아이돌 선수 대회’ 같은 것이 그나마 선오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중 장수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시청률은 어느 정도 나와주었으나, 매번 논란이 일었으니까.
팬들은 ‘아이돌 오락관’처럼 자신의 아티스트가 본업과 관계없이 광대로 소비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내 아이돌이 편하게 등장하기는커녕, 프로그램 특성상 망가지는 것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아이돌 선수 대회’에서는 다치는 멤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만드는 프로그램은 그런 프로의 전신 격이 될 거야. 일회성으로 사라질 수도 있고···. 어쨌든 나는 우리 애들이 M프라임의 실험 쥐가 되지 않게, 우리한테 보탬이 되게끔 판을 짜줘야 할 의무가 있어.’
선오는 어느새 해산물 냉채를 싹싹 비우며 생각을 정리했다.
“제가 한번 129 작가님과 머리를 맞대고 포맷을 짜 보겠습니다, 국장님. 온가족이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으면서도, 음악 방송에서 선보이는 예능의 정체성을 챙기는 방안으로요.”
장영호 피디가 패기 넘치는 말투로 말해왔다.
국장의 두 눈썹이 주름을 만들며 꿈틀거리는 것은 알아채지 못한 듯했지만 말이다.
선오는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이 재밌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네, 저희 애들의 실력과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장은 입을 댓 발 내민 채로 고개를 숙이며,
이제 막 서빙된 불도장과 해삼을 입안에 욱여넣었다.
“··· 시청률이 잘 나올만한 포맷이 아니면 편성 자체를 재고해볼 생각이니 그리들 아세요. 크흠.”
이제야 국장의 불편한 속내를 눈치챈 건지 장영호 피디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국장님!”
더욱 파이팅 넘치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고,
국장의 미간에는 더욱더 깊은 주름이 만들어졌다.
‘신인 시절부터 장 피디님은 꽤나 열정맨이셨구나.’
피식 웃음이 나오는 선오였다.
장영호 예능PD.
20대의 그는 지금처럼 M프라임이라는 음악 채널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만, 머지않아 공중파에 진출하는 것을 비롯하여, 훗날 공중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종합편성채널에서 맹활약하게 될 인물이었다.
선오가 오선지로 살았던 마지막 해에는 장영호 피디가 방송사 사장보다 연봉을 높게 받는 걸로 기사까지 뜨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니까.
‘아무리 장영호라고 하더라도 망한 프로그램은 있었겠지. 지금 같은 신인 시절에는 더더욱 그랬을 거고. 하지만 우리랑 하는 프로가 장영호 피디의 망한 필모로 남는 건 절대로 안 되는 일이지···.’
재능과 가능성을 겸비한 인재 풀이 모인 배라고 할지라도, 사공이 너무 많거나 애초에 망가진 나침반을 쓴다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의욕이 샘 솟는 선오였다.
‘장영호 피디님과 함께니까, 내가 판을 잘만 짠다면 이 배는 순항할 수 있을 거 같다.’
* * *
같은 시각, JK엔터에서는
“얘들아, 너희 첫 CF가 들어왔어. 축하한다.”
박철 본부장이 쿼드스텔라 연습실 문을 두드리고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오오오와아아아!!”
이 한마디에 잔뜩 상기된 아이들이었다.
“무슨 광고예요?”
“지평칠성 알지? 거기서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핫초코 음료.”
“핫초코!”
나름 대기업 계열사의 대중적인 음료였다.
덕분에 다들 기대로 가득 찬 눈빛이 되었다.
“이든이는 이미 경험해봤겠지만, 쿼드스텔라로서는 처음이니까 잘 해보자.”
“이번에도 지평그룹이네요? 아, 알겠다. 지평그룹 회장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건가? 그래, 그건가 보네!”
이든킴의 농담 섞인 자뻑에 연습실에는 폭소가 터졌다.
“맞다 형, 그 미녀는 자연을 좋아해~~ 그거 기억나. 진짜 웃겼는데.”
지난가을과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문제의 CM송을 장난스레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강곤이었다.
“그때만해도 내가 형이랑 이렇게 같이 무대에 설 줄은 꿈에도 몰랐잖아.”
“그래서 좋다는 거냐 싫다는 거냐, 강곤?”
“당연히···. 좋다는 거지! 유치하게 뭘 그런 걸 묻냐?”
막내는 지지 않았다.
17살 막내 강곤은 형들에게 결코 밀리는 법이 없었다.
“본부장님, 그럼 그때처럼 이번에도 뮤비도 찍고 그래요?”
“아니 이번에는 그냥 일반적인 광고야. CF찍고 지면 광고만.”
박철 본부장의 설명을 듣고는 가만히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든킴과,
난생처음 CF를 찍을 생각에 설레하고 있는 류치열, 연은우, 강곤이었다.
“그럼 로고송 나오고 콘티 나오면 전해줄게. 마저 연습들 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이들은 연습실을 나서는 박철을 향해 기합이 단단히 들어간 목소리로 폴더 인사를 했다.
박철은 본부장실로 향했다.
좋은 소식을 전한 그의 얼굴이 어쩐지 심각해 보였는데,
지이이이이잉———
한숨을 푹푹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 보니 김록기 대표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네, 대표님.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 우린 이제 상암동 미팅 마치고 출발한다고요. 본부장님은 왜?
잠시 뜸을 들이는 박철 본부장이었다.
“그···. 지평 핫초코 광고 로고송 말인데요. 전에도 이런 로고송 해본 다른 애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왜죠? 129 작가가 작년에 허니팝이랑 지평물산 건도 잘 해냈잖아요.
박철은 짧은 찰나에 자신이, 본부장 직함을 단지 얼마 안 되어 까탈스럽게 구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광고 로고송은 분명 아이돌 음악과 달랐다.
“작년에 그 광고들은 대표님도 아시는 것처럼 그냥 아이돌 음악 쓰는 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단순 로고송이 아니었고, 뮤비도 찍고, 평소 우리 애들 앨범 내듯 한 거니까요···.”
– 129 작가 정도면 단순 로고송도 잘 해내겠죠. 뭘 그렇게 걱정을 하나요?
이제야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하는 박철이었다.
“저도 129 작가를 믿는 입장이고, 그동안의 활약도 좋게 지켜봐 왔지만, 이번 건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게 좋겠다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 그리고?
“129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에게도 골고루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전화 너머의 김록기는 이제야 박철이 이렇게 나오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