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70
“치열이는 아직은 곡을 많이 탑니다. 특히 새로운 곡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려요. 자기한테 맞는 곡에서만 메인 보컬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더더욱이 ‘목소리를 맞춰봐’에 맞는 출연자네요. 류치열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곡으로 선곡하면 대박일 테니까요.”
이에 선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쿼드스텔라는 보컬에 신경을 쓴 그룹이니 전원 명단에 넣어보죠. 그리고 유리아이는 리드보컬 나영이랑 메인보컬 율희 둘 다 챙겨주시고요.”
선오가 유은주에게 시선을 주자,
그녀는 이미 노트북으로 이를 정리하는 중인 듯 보였다.
“은주 씨, 다른 아티스트도 보컬 라인만 추려서 명단 만들고, 곡은 각 아티스트 팀에게 문의해서 출연자별로 2곡씩 후보로 정리해서 장영호 피디님께 전달해주시겠어요?”
“네, 지금 바로 아티스트팀에게 넘기고, 내일 오전까지 곡 받아서 오후에는 M프라임에 전달하겠습니다.”
선오는 팀원을 잘 뽑았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팀이라면 이번 추석 특집 프로그램은 망할래야 망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역시 국장이라는 산을 넘으니 모든 게 물 흐르듯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좋네요. 그쪽에서 피드백 오는 대로 혜리 씨랑 철수 씨는 바로 우리 아티스트 팀에 전해서 무대 준비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고요.”
“네넵!” “넵!”
“이걸로 회의 마치겠습니다.”
회의실 문을 나서려던 선오는 뭔가 생각난 듯,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수고 많으셨어요. 이 카드로 음료나 간식 사드세요.”
이 모습에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메신저에서 보았던,
[*추신) 매번 회의 전후로 식사 같은 간식 무한 제공] 문구가 떠올랐다.곧바로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는 그들이었다.
* * *
쿼드스텔라가 타이틀 댄스곡 ‘Shake the Earth’에 이어 밴드 곡 ‘Super Star’로도 활동을 이어가며 연이은 음악방송 1위는 물론 인지도와 유명세를 쌓아가던 사이.
이들의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과 대조적이게, 올해 8월은 덥지 않은 여름으로 이슈가 되었다.
「평년과 달리 덥지 않은 여름, 피서지 한산」
「덥지 않은 여름, 화력발전소 판매 실적 부진」
「무덥지 않은 8월 백화점에서는 가을·겨울 여성복 인기」
이러한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평칠성음료의 ‘달달 핫초코’도 출시를 앞당기면서 쿼드스텔라의 첫 광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내 혀끝에 달달해
— 초코초코 달달 핫초코
— 날 녹여줘 따스한
— 달콤달달 초코 핫초코
이 소식에 가장 흥분한 사람 중 하나는 ‘러블스텔라’였다.
“와, 미쳤다. 완전 귀여워!”
그녀는 지면 광고와 CF가 뜨자마자 팬 페이지로 퍼다 나르며 흥분 상태가 되었다.
“무대에서랑은 완전 다르잖아. 이런 달달한 곡도 찰떡이네, 내 새끼들.”
러블스텔라의 게시판에는 이미 관련 글이 하나둘 올라오고 있었다.
역시 명실상부 쿼드스텔라의 대표 팬 페이지였다.
아직 공식 팬클럽이 창단하기 전이라 팬덤 안에서 ‘러블스텔라’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아니, 팬클럽이 창단한 후에도 그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분위기였다.
“달달 핫초코 공동구매를 진행해볼까? 우리 애들이 첫 광고 찍었는데 매출 쫙 올려줘야지.”
러블스텔라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지평칠산음료 홈페이지에 접속해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뒤졌다.
“어? 로고 송 이벤트?
그러다가 팝업창으로 뜬 이벤트를 발견했다.
“이런 걸 하면 홍보를 제대로 해야지. 쯧쯧···. 느려터져서는 이벤트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투덜대며 이 화면을 캡처하더니 웹주소를 따서 자신의 팬 페이지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에 퍼다 나르는 러블스텔라였다.
“우리 애들이 관련된 거라면 뭐든 제일로 핫해야 해.”
한편,
달달 핫초코 광고로 또 잔뜩 흥분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장충동 본가 거실에 모여서 CF를 보고 있는 지평그룹 식구들이었다.
30초 동안 숨을 죽이며 보다가,
광고가 끝나자 비로소 지평학이 먼저 입술을 뗐다.
“참 잘 나왔다.”
“네, 지평칠성 직원들이 좋아할 거 같아요. 이번 신제품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으니까요.”
“열심히 해야지. 여름은 업계 1위인데, 그동안 가을·겨울 매출이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왔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지평학과 지선재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초코초코 달달 핫초코— 일단 노래가 좋지 않냐? 껄껄껄.”
“이걸 선오가 쓴 거라구요?”
소파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꼰 다리를 까딱거리며 묻는 지선하였다.
“그렇다니까. 네 동생이 더는 예전에 그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 지선오가 아니야.”
지선재가 상기된 투로 말했고,
윤희애 여사도 싱글벙글했다.
“저 애들이 요새 그렇게 인기대요? 내 친구들도 알던데요? 쿼드스텔라.”
“그래?”
“멤버 선발부터 우리 선오가 책임진 거라는데, 역시 우리 애들은 우릴 닮아서 안목이 좋아요.”
부부의 대화에 지선재도 한마디 보탰다.
“아버지, 막내 강곤이라는 애 기억하시죠? 선오가 직접 후원도 했잖아요. 지금은 빵 떠서 후원이 필요 없게 됐지만.”
“기억하지. 갑자기 재단을 만든다 하더니 돈을 턱턱 쓰길래 선오 이놈이 언제부터 이렇게 통이 커졌나 싶었는데···. 역시 우리 막내는 다 계획이 있었다. 껄껄껄.”
“후원? 재단?”
지선하가 물음표를 띄웠다.
“선오가 얼마 전에 ‘지평 키다리’라는 재단을 만들었거든. 아직 운영 규모는 작아. 선오가 직접 재능있는 애들을 선발해서 지원하고 있어.”
“진짜 지선오···. 못 본 사이에 전혀 딴 사람이 됐네···.”
놀랍다는 듯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녀였다.
“선오 그 놈아는 더 잘 될 거다. 싹수가 있다. 기업을 하려면 사람 보는 눈이 제일 중요한 법이거든.”
지평학의 이 같은 인정에 지선하는 더욱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칭찬에 박한 아버지의 성정을 아는 그녀였기 때문에 이러한 인정의 의미 또한 잘 알고 있었으니까.
‘선오가 사람을 잘 본다고···?’
잠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치기 시작하는 지선하였다.
[지선오, 나 너네 집 한번 놀러 가도 되냐? 내 동생 어떻게 사나 구경도 할 겸. 의논할 게 있어서.. 단둘이.]선오의 몫
* * *
“이야, 전망 완전 좋다!”
이튿날 저녁.
선오의 청담동 집에 방문한 지선하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거실의 파노라마 뷰로 오렌지빛 노을이 한강 변을 수놓고 있는 풍경이 보였다.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뭘 이렇게 사 왔어?”
“너네 집에 처음 오는데 그럴 순 없지. 벽에 걸어두라고. 이거 풍수학적으로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그림이래.”
지선하는 자신이 현관에 세워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집을 빙 둘러보던 그녀는,
“뭐야? 요리도 할 줄 알아.”
식탁에 간단하게 차려진 요깃거리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아니. 나도 방금 퇴근했어. 스테이크는 엄마가 보내주신 거 데우기만 한 거고, 샐러드는 배달시킨 거고.”
“오오···. 근데 플레이팅 근사하다?”
“할 이야기가 뭔진 몰라도 뭐라도 먹으면서 해야지.”
“그건 그래. 한강 뷰도 식후경이지. 잘 먹을게.”
지선하는 식탁에 앉아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물더니,
“으음···. 맛있어! 우리 집 주방 이모님들 솜씨 최고지 않냐?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솔직히 부모님 보고 싶은 생각보다 이 음식 생각이 그렇게 나더라고.”
선오는 공감한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에 열중하던 두 남매였다.
잠시 후,
“나 왜 왔는지 궁금하지?”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지선하가 불쑥 이렇게 물으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녀가 식탁 위에 촤르르 늘어놓은 것은 이력서처럼 보이는 서류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단순한 이력서가 아니었다.
물음표를 띄우는 선오를 향해 그녀가 말했다.
“새언니 후보들.”
그 말에 선오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5명의 사진과 프로필을 물끄러미 보았다.
“일단 내가 집안이나 프로필 맞춰서 몇 명 소개할 거야. 그럼 오빠가 만나보고 마음에 드는 여자랑 연애라도 하겠지? 그런데 네가 사람을 잘 본다며, 지선오.”
선오는 이제야 지선하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
5장의 프로필을 하나씩 손에 쥐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종이로만 보는 게 애매하면, 내가 호텔 라운지나 카페에서 이 언니들 만날 테니까 네가 옆자리에서 지켜보는 방법도 있구.”
“그럴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어느새 잔뜩 집중한 얼굴이 되어버린 선오였다.
“여자분들 집안이 전부 언론사 아니면 방송사 쪽이네?”
“어. 우리 집이 그쪽으로 약하잖아. 오빠가 나중에 회사 물려받을 때도 그편이 도움이 될 테고. 대중들이 상속이나 세습 경영에 너무 예민하게 구니까.”
지금은 10위권 안팎에 불과한 지평그룹을 훗날 괜히 5위권으로 올려놓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지선하의 판단력은 옳았다.
선오의 기억에 따르면 지평그룹의 이미지는 나날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사와 사돈 관계를 맺은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그래, 생각났어. 이 여자였네.’
선오는 지난 삶에서 지평그룹 차기 안주인이 누구였는지 떠올렸고,
그 프로필을 들어 올리며 살펴보았다.
“태양일보 맏딸 태영주.”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관심을 보이는 지선하였다.
“왜? 이 언니가 괜찮아? 사실 집안은 제일 좋긴 하지. 학벌이 조금 아쉽지만. 미국 촌구석에 완전 듣보잡 학교더라고.”
“··· 아니. 이분이랑은 절대 안 돼.”
그랬다가 지선재는 전생에서처럼 배신당한 채 이혼하게 될 테니까.
“진짜? 태양일보인데···. 아쉽네···.”
태양일보는 국내 3대 언론사였다.
국내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골든뮤직어워즈’를 주최하는 등 사회 문화에 전방위적으로 관여하는데다가, 언론 재벌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탄탄한 집안이라 지선하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누나, 이 집에 딸이 하나 더 있지 않아?”
“어. 딸만 둘이라더라.”
“차라리 그분이랑 주선을 해봐.”
“그래? 이 집 자매에 대해 뭐 아는 거 있어?”
아는 거야 많았다.
우선, 지금 혼기가 꽉 찬 첫째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태양일보가 사교계에 꽁꽁 감추고 있는 것이 있었다.
첫째가 얼굴만 예쁘지 실상은 그 집의 애물단지라는 것.
‘그때 이혼 사유가 남자 문제라고 들었어. 항간에는 유학 시절부터 손댄 마약을 못 끊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지금 선오의 손에 들어온 5장의 프로필 중 집안은 제일 좋지만, 본인 스펙은 가장 딸리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선오가 기억하는 건,
총명한 둘째 딸이 태양일보를 물려받게 되는 미래였다.
맏딸과 나이 차도 나고, 지금처럼 대외적인 행사에서 늘상 미모의 맏딸을 대동하고 다녔던 태양일보였기에 그것은 미래의 대중들에게 의외의 뉴스였다.
선오가 이 같은 상념에 잠겨있자,
지선하는 답답하다는 듯이 재촉했다.
“왜애! 말해봐. 왜 첫째는 안 되고 둘째를 추천하는 건데?”
선오는 재빠르게 둘러댈 말을 생각해냈다.
“나 한때 주식에 관심 있었거든. 이제 한국 주식은 안 하지만.”
“증권가에 찌라시라도 돌았어?”
지선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찌라시는 아니고. 태양일보 쪽을 파보니까 그렇더라고. 둘째 딸이 아직 어린데 지금 아이비리그에 있잖아. 지금은 일단 혼기가 꽉찬 첫째 딸부터 시집 보내려고 대외적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는 거야. 누나가 알아본 프로필만 봐도 스펙이 많이 딸리잖아.”
그러자 돌연 심각한 얼굴이 되는 지선하였다.
“그렇긴 해···. 집에서 엄청 푸쉬했을 텐데, 오빠랑 동갑이 이 정도 아웃풋이면···.”
턱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했다.
“게다가 얼굴 이쁘고 인상 참한 거에 비해 아직 결혼을 안 한 것도 이상해. 많이 노는 언니인가? 암튼 빛 좋은 개살구라는 뜻이지?”
이에 선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선오야, 솔직히 우리 오빠 정도 되면 내조가 필요한데···. 아이비리그 나온 새언니가 괜찮을까?”
“내조랑 외조도 같이 받으면 좋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만···.”
첫째 딸 태영주랑 결혼하게 되면 내조 조차 못 받게 될 텐데.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그리고 훗날 태양일보의 후계자 수업을 받게 될 둘째 딸은, 지금 지선하가 상상하는 듯한 철의 여인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 미래의 여성 리더’ 같은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 났다.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암튼. 내가 보기에는 그래. 집안을 좀 낮춰서 다른 분들을 주선하거나, 태양일보를 잡고 싶으면 첫째는 절대 아니니까 둘째 딸을 추천해.”
“그래, 알겠어. 내가 널 믿어본다. 쿼드스텔라를 만든 안목이니···.”
이 말에 선오는 순간적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누나, 아이돌 만드는 거랑 우리 집안 새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 분을 택하는 거랑은 좀 다르지 않아?”
“뭐가 달라? 결국 비즈니스인 건 똑같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