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71
결혼을 비즈니스로 생각한다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는 듯 보였다.
“남들이 보면 뭘 이렇게까지 하냐 싶겠지만···. 우리처럼 잃을 게 많은 사람들한테는 당연한 거 아냐?”
“맞지.”
지난 삶의 지선재도 많이 잃었으니까.
배신을 당한 것도 서러웠을텐데, 혼인 후 취득한 재산이 더 많다는 이유로 유책 배우자에게 상당한 위자료를 지급했던 그였다.
지평그룹이 지켰던 건 오직 양육권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다른 4명 중에는 또 별로 거나 추천할 언니 없구?”
사실 딱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그렇다 할 무언가를 남기지 않은 사람들 같았다.
하지만,
“이분은 개인적으로 뺐으면 싶은데···.”
이전 삶이 아니라 이번 삶에서 딱히 가족의 연을 맺지 않고 싶은 이가 있었으니,
“M프라임 예능 국장님네 주희 언니?”
“어.”
“··· 하긴, 오빠보다 키도 크고, 남자들이 좋아할 외모가 아니라 나도 고민되긴 했어. 사실 나랑 그나마 제일 친한 게 이 언니라 못 뺀 것도 있었고···.”
선오가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아도 지선하가 알아서 서류를 정리했다.
“근데 주희 언니보다, 국장님이 우리 오빠를 엄청 좋게 보셨는지 되게 기대하셨는데 어쩌나···.”
그렇게 태양일보 첫째 딸과, M프라임 예능 국장의 딸. 이 2장의 프로필은 빼서 접어버리고,
남은 3장의 프로필만 파일에 챙기는 그녀였다.
“여기에 태양일보 둘째 언니만 더 알아봐서 오빠한테 넘기면 내 일은 끝이다.”
“언니가 아닐 수도 있어, 누나.”
“뭐? 나보다 어릴 수도 있다고?”
“비슷하거나 조금 어릴 거 같은데?”
태양일보의 두 딸이 나이 차가 꽤 났으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뭐, 나보다 어린 새언니도 나쁘지 않지. 사람 좋고 오빠랑만 잘 맞으면···. 암튼 난 끝까지 최선을 다해볼게. 누굴 택하느냐는 오빠 몫이겠지만.”
이렇게 말하며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지선하였다.
“가는 거야? 또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오빠가 잘 살면 거기에 내 지분 50프로는 있을 듯. 너는 20프로? 근데 만약 오빠가 못 살면 그건 오빠 탓이야. 우리가 이렇게 신경을 써줬는데 말이지···.”
씩씩하게 가방을 메고 나서는 그녀를 보니 왠지 든든했다.
‘나도 나중에 결혼이라는 걸 한다면 누나가 이렇게 신경 써 주려나?’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 것 같았다.
결혼이라는 단어는 선오에게 굉장히 낯설었다.
지난 생에는 내 한 몸 건사하기조차 힘들었으니까.
‘결혼, 내 가정, 내 아내 그리고 아이···.’
지금 꿈꾸고 있는 세계 최정상 프로듀서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다음 꿈은 이게 되겠구나 싶었다.
아직은 먼일이지만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졌고, 안정감이라는 게 느껴졌다.
* * *
「’달달 핫초코’ 출시 2주 만에 편의점 품절 대란」
「N세대가 선택한 ‘달달 핫초코’」
「때이른 핫초코 대란… ‘달달 핫초코’ 인기 비결은?」
이같은 언론 보도에 지평칠성음료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지평칠성음료의 사장실.
생산본부장에게 구체적인 수치가 적힌 보고서를 받던 사장의 입이 귀에 걸릴 듯했다.
“아직 가을이 오기도 전인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꿈에도 예상 못 했습니다, 사장님.”
“하하하. 핫초코 생산 로트 늘리고 24시간 주7일 풀가동해봅시다.”
매년 여름에 비해 매출이 크게 떨어지던 가을·겨울 시즌은 지평칠성의 오랜 컴플렉스였다.
하지만 올해는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부장이 사장실을 나간 후에도,
사장은 한참을 인터넷 기사를 훑으며 마우스를 굴렸다.
「N세대의 이열치열 – 초코초코 달달 핫초코!」
「달달핫초코&쿼드스텔라 “신제품+신인그룹의 만남”」
「쿼드스텔라, 새롭게 떠오른 광고계 블루칩」
이러한 기사들 더미 속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책상 위의 인터폰이 울렸다.
띠리리리리리——
“어.”
– 사장님, 회장님 연락이십니다.
“회장님? 바로 바꿔.”
곧바로 입꼬리를 올리며 목소리 톤도 같이 올리는 사장이었다.
“회장님!”
– 반응 좋더라. 수고했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쿼드스텔라 모델 기용도, 신제품에 바로 로고송 붙이자고 제안해주신 것도 회장님이셨으니까요!”
– 제품력이 좋으니 광고빨도 받는 거지. 껄껄껄···. 잘 만들었드만? 우리 집사람도 맛있다 하더라. 여자들이 좋아해.
두 사람은 기분이 좋은지 수화기에 대고 연신 칭찬 일색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이는 자화자찬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신제품에 로고 송도 그렇고, 신인 그룹도 그렇고요···.”
– 그랬나?
지평칠성 임원단과 마케팅팀에서 전혀 티를 내지 않았으니 이같은 속사정을 모를 수밖에 없었던 지평학이었다.
“그런데 역시 우리 회장님 안목은 탁월하십니다! 그때 말씀 주신 것처럼 저희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껄껄껄···. 잘들 하고 있다. 그 로고 송 이벤트는 어떻게 되고 있어?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지평학 회장이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주다니.
세심한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사장이었다.
– 그래? 뜨겁기까지?
“네, 아까 대행사 직원 연락받았는데요, 접수자 숫자가 예상치를 훨씬 넘었고, 수준급 참가자들도 많다고 했습니다.”
– 그렇단 말이지···. 그럼 잘 뽑아서 제대로 이슈 한 번 만들어보자. 2차 파급력을 노려보는 거다.
사실 사장은 매출에 취해 로고송 이벤트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지평학 회장이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 대행사에서 1차만 추리고 최종 선발은 전문가들한테 맡기라고 지시해라.
“전문가요?”
– 누가 전문가겠어. JK엔터. 로고 송 만든 놈들이 전문가지.
지평학은 이렇게 말하며 막내 아들을 떠올렸다.
자꾸만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 내가 말했잖아. 우리 로고 송 담당한 129 작곡가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라고.
그 일거리 속에서 다른 기회를 찾든, 뭔가 쓸 만한 것을 발견하든. 그건 선오의 몫이려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확실한 차별화
* * *
지평 핫초코가 출시된 지 어언 한 달쯤 된 어느 날.
JK엔터의 음악제작 3팀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팀장님, 방금 2차 선발 끝낸 음원들 클라우드에 올렸습니다. 저희 셋이 만장일치로 거른 결과물입니다.”
팀장실에서 유은주가 이 같은 보고를 올리자,
“수고 많았어요. 사실 이번 TF팀이랑은 상관없는 업무였는데.”
“그래도 재밌게 했습니다. 일반인치고는 실력이 상당한 지원자들도 많았고요.”
선오는 품 안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팀장님···. 자꾸 이러시면 저희가 카드 받으려고 일하는 것 같아서···.”
“내가 한 약속인데 지켜야죠. 팀원들 모집할 때 걸었던 약속이니까요.”
“그렇긴 한데···. 저희 살찌겠어요.”
“깡마른 것보다야 그편이 보기 좋습니다.”
결국 유은주는 선오가 건넨 카드를 받아들었다.
“이번 건은 갑자기 추가된 별도 업무였으니, 간식 말고 회식하세요. 비싸게 몸보신 할 수 있는 걸로요.”
“넵! 감사합니다, 팀장님.”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는 유은주의 얼굴에 명쾌한 미소가 번졌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라 저런 자리에 오른 걸까.’
유은주는 3팀에 들어와서 129팀장을 대할 때마다 이 같은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대답을 명쾌하게 찾은 것 같았다.
‘역시 나이나 연차가 중요한 건 아닌가 봐. 애초에 저분은 저런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꼭 카드를 잘 써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팀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이끄는 모습이 그랬으니까.
유은주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모른 채,
선오는 팀장실 문이 닫히자마자
탁——
곧바로 클라우드를 확인했다.
달달 핫초코 로고 송 이벤트의 최종 선발은 선오의 몫이었다.
당초 예상치를 훨씬 넘어가는 지원자가 몰려서,
대행사에서 1차 선발을 거쳐 보내왔고,
그래도 심사 분량이 꽤 되었기에 유은주, 고혜리, 최철수를 시켜서 2차 선발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서 선오에게 올려진 최종 인원이 바로 지금 선오가 마주하고 있는 결과물이었다.
— 내 혀끝에 달달해
— 초코초코 달달 핫초코
— 날 녹여줘 따스한
— 달콤달달 초코 핫초코
일단은 한꺼번에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쭉쭉 들어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네.”
유은주의 말대로 일반인치고는 퀄리티가 좋았다.
그렇게 무심히 의자에 기대어 듣던 중,
“어?”
선오의 등을 의자에서 떼게 만든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어? 이거···. 설마, 윤설?”
그랬다. 분명 윤설이었다.
여자 솔로 아이돌이자 배우. 올라운더 만능 엔터테이너로 성장하게 될 바로 그 윤설의 앳된 목소리였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 목소리였지만, 워낙 매력적인 음색으로 유명했던 그녀였기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오는 음원 파일과 같은 번호의 지원자 서류를 뒤졌다.
“맞네, 윤설! 대박이다···. 아직 13살? 13살이면 중학생? 아니구나 아직 초등학생이구나.”
이를 확인하는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다.
‘연락해서 연습생 오디션 넣어보라고 할까?’
‘근데 내가 JK엔터에 언제까지 있을 줄 알고? 남들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지···.’
‘지난 삶에서 윤설은 3대 아이돌 기획사 오디션에 다 떨어지고 나중에 겨우겨우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했었어···. 그 회사가 나중에는 윤설 하나로 엄청 커졌지만···. 어쨌든 지금부터 무리해서 선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내린 결론으로,
선오는 윤설의 프로필 서류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리고는 이 사진을 안 실장에게 전송했다.
[실장님, 지평 키다리가 후원할 새로운 학생 ‘윤설’ 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가족들이 흩어져 산다고 들었습니다. 전셋집과 각종 레슨 지원을 제안해주세요.]전생을 통해 기억하고 있던 윤설의 일화를 떠올린 선오였다.
부모님이 자신과 동생을 친척 집에 맡기고 돈을 벌러 다니셨다고 했다.
그때 오디션을 열심히 보러 다니는 그녀를 보며 친척 어른들이,
‘가수는 아무나 해? 기집애가 제 부모 뼈 빠지게 고생하는 거 알면 얌전히 공부나 할 것이지 제까짓 게 가수를 한다고 나대?’
라며 뒷담화하는 것을 몰래 듣고 이를 악물었다고 했던 인터뷰 내용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재능, 더 편안하고 더 빠르게 꽃 피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네.”
프로필 서류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윤설의 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선오였다.
* * *
바람에 가을의 냄새가 조금씩 섞이기 시작하는 여름의 끝자락.
– 선오야, 나 인천공항. 잘 지내라. 내년에 봐.
여름의 시작과 함께 서울에 왔던 선하 누나는 가을이 시작되자 가버렸다.
– 참, 태양일보 둘째 딸 알아봤는데 괜찮아서 리스트에 넣고 오빠한테 전달했어. 전부 4명인데 잘 만나는지 네가 옆에서 감시 좀 해줘.
이 전화 통화를 끝으로, 미국 번호를 전송해주고는 비행기에 올라탄 지선하였다.
지선재 형도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닌 듯했다.
출장이 있을 때 빼고는 주말 저녁마다 가족 식사에 빠지는 법이 단 한 번도 없던 지선재였는데,
이번 주에는 약속이 있다며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엄마도 대충 짐작하셨는지 그와 관련해서 긴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한편,
선오 역시 9월이 되자 바빠졌다.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장영호 피디와 선오가 준비하고 있는 M프라임 추석 특집 예능의 프로그램명은 로 확정이 되었고, 촬영을 코앞에 남겨두고 있었다.
“팀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팀장실 문을 두드린 건 유은주였다.
그녀가 가져온 자료에는, 다른 방송사에서 추석 특집으로 준비 중인 프로그램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프로그램 이름과 출연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였다.
“우리랑 비슷한 음악 예능을 다들 편성해놨더라고요. 냄새를 맡았는지, 아니면 요즘 업계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한 건지···.”
갑작스러운 소식에 긴급회의가 소집됐고,
유은주, 고혜리, 최철수는 팀장실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