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73
“잘 생각하셨어. 재밌게 해봐요, 오빠!”
이에 장영호가 선오를 보았는데, 눈빛으로 함성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곧장 사케 병을 낚아채듯 들더니 쪼르르르 사람들의 잔을 채워주는 그였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4개의 술잔이 테이블 위에서 경쾌하게 부딪혔고,
다들 본격적으로 젓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사실 궁금했거든.”
말을 거의 하지 않던 방형만이 술이 들어가서인지 먼저 입을 열었다.
“음유 음악경연대회는 거진 신인들의 무대인데, 출전한 지 1년도 안 되어서는 아이돌 프로듀싱을 해낸 수상자는 처음이에요.”
어느새 선오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였다.
“뭐, 출전해서 상 타고 1년 안에 본인이 데뷔한 케이스는 많지. 근데 프로듀싱은 21회 동안 처음이야. 아무리 공동 프로듀싱이라지만···. 게다가 쿼드스텔라 정도면 상업적으로 나름 성과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그 결과물이 궁금한 게 제일 커요.”
이렇게 말을 해오는 방형만을 보며 이슬은 빙긋 미소지었다.
이슬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방형만을 잘 아는 그녀는, 만약 그가 이 제안을 승낙한다면 그것은 129 작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과연 129작가가, 아니 이제 프로듀서지. 129 프로듀서가 내놓은 아이돌은 어떤 놈들일지···. 세간의 평가 말고 내가 가까이서 보고 싶달까···.”
그랬다. 방형만은 JK엔터의 아티스트를 심사하기 위해 심사단 합류를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방형만의 심사 대상은 다름아닌 선오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 자신을 향한 평가대로 둔갑해버린 순간, 선오는 눈을 끔벅끔벅거리며 방형만을 보았다.
그렇지만 그 눈빛을 피하지는 않았다.
선오는 그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아무렴 어때. 내 프로듀서로서의 인생은 이제 시작인데.’
* * *
이제 추석특집 음악예능 의 진행에 탄력이 붙었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 없이 달리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촬영 당일, 관련 기사들이 먼저 각종 포털사이트와 신문을 장식했다.
「 M프라임 ‘추석 오락관’ 화려한 출연진에 이어, 초특급 심사단 공개!」
「‘탄산보이즈’ 이슬 프로듀서, “이번 추석에는 옆집 염탐합니다!”」
「독설가 방형만, “오랜만에 방송 나들이. 실력 있는 출연진 명단에 합류 결심”」
「쿼드스텔라를 이슬이 평가한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예상되는 M프라임 ‘추석 오락실’」
「난데없는 방형만+이슬 지원 사격의 이유? “129 프로듀서와의 인연으로 출연 결정”」
M프라임 예능국 국장은 이처럼 이슈화가 되는 것을 지켜보며 입술을 오므렸다.
“뭐, 잘 되고 있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자꾸 밀려드는 양가감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중이었으니까.
물론 프로그램이 잘 되는 게 좋으나, 그럴수록 자신이 반대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그였다.
그때, 책상 위에 놓인 인터폰이 울렸고
띠리리리리리————
“네, 예능국··· 아, 사장님!”
– 이번에 추석특집 아주 제대로 기획했더만?
“아···. 감사합니다. 여..열심히 했습니다.”
– 수고가 많아. 아니 방현만이를 어떻게 섭외했어?
이는 뜻밖의 연락이었다.
사장이 직접 프로그램 하나를 콕 집어 연락을 주는 것은 흔치 않았으니까.
“그건···.”
– 장영호 피디가 신입이라 패기가 대단한가 봐?
“아, 네···. 장영호···.”
– 암튼 내 기대가 커. 추석 때 우리 손주들이랑 재밌게 볼 테니까. 잘 찍고 잘 만들어보라고들 전해줘.
순간, 국장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일이 커졌다.
자신이 이 기획을 처음에 얼마나 반대했는지 알려지면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를 보내는 국장이었다.
[장 피디, 추석 오락실 기대가 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내 취향에 맞게 잘 나올 거 같네. 오늘 촬영이지? 촬영장에서 내 도움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연락주고.]나중에 후배 얼굴 보기에 조금 민망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껏 이런 방식으로 국장 자리까지 살아남은 그였으니까.
* * *
촬영이 3일에 걸쳐 모두 끝난 지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JK엔터의 음악제작 3팀.
“팀장님, M플러스에서 ‘추석 오락실’ 1차 편집본을 보내왔습니다!”
유은주가 팀장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자,
고혜리와 최철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팀장실에 들이닥쳤다.
시계를 보니 퇴근을 30여 분 앞둔 시각이었다.
“오늘은 야근이네요.”
유은주의 말에,
최철수와 고혜리도 한마디씩 내뱉었다.
“1차 편집본은 못 참죠!”
“야근···. 좋아요···. 아, 신나···. 최고야···.”
팀장실 문 앞에 선 세 사람을 보며,
선오가 씨익 웃더니 품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그럼 일단 저녁부터 시키시죠.”
그들이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사이,
선오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다시 앉아 클라우드에 접속했다.
곧장 유은주가 받아서 공유한 1차 편집본 파일을 열었다.
딸각——
선오의 모니터에 ‘추석 오락실’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선오는 헤드셋을 끼며 집중했다.
???!!!
이를 가만히 보던 선오의 머릿속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음표와 느낌표가 동시에 파바바밧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업 비밀
‘나영이 보컬이 언제 이렇게 늘었지?!’
첫 코너 ‘목소리를 맞춰봐’의 첫 출연진은 유리아이 나영이었다.
1차 편집본 속 나영이는 가림막 뒤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Hero’를 열창하고 있었다.
‘음색도, 감정 처리도 너무 좋다···. 고음도 어쩜 저렇게 깔끔해?’
원래 실력도 있었고, 보컬 레슨도 열심히 받는 멤버 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만난 나영이는 말 그대로 일취월장, 괄목상대할 만한 실력을 갖춘 모습이었다.
선오의 안에 놀라움 다음으로 대견함이라는 감정이 자리했다.
‘이런 애가 지난 삶에는 그렇게 묻혀버렸다니···.’
지난 삶의 나영을 떠올리면 형언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팀장님? 팀장님?”
“네?”
한껏 집중한 사이 유은주가 선오를 몇 번 불렀었나보다.
책상 앞까지 와서 얼굴을 내미는 그녀였다.
선오가 헤드셋을 벗자,
“저희 보쌈이랑 족발 시키고 싶은데, 팀장님도 괜찮으신가 해서요.”
“좋습니다. 난 다 잘 먹어요. 알잖아요. 알아서들 시키세요.”
“어? 편집본 벌써 보고 계신 거예요? 제가 바로 회의실에 세팅할게요. 같이 봐요, 팀장님.”
고혜리가 선오의 모니터를 힐끗 보더니 팀장실을 나서 회의실로 향했고, 최철수도 그녀를 따라나섰다.
잠시 후,
3팀 회의실에 보쌈과 족발을 펼쳐놓은 채
1차 편집본 시사회를 시작했다.
“나영이 진짜 실력 많이 늘었어요.”
“진짜 잘 부른다. 일단 곡이 나영이 음색에 잘 어울려요.”
“이거 나가면 이슈가 꽤 되겠는데요?”
팀원들이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뿌듯해지는 선오였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삶처럼 묻힐 뻔한 유리아이의 생명력이 활활 타오를 수 있었던 건, 선오가 작곡한 음악들 덕이었으니까.
가림막 뒤에 모습을 숨긴 나영의 노래가 끝나자,
– 잘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앳된 걸 보면, 아이돌이시죠?
심사단이 마이크를 잡았다.
– 짐작되는 친구가 있긴 해요.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더 확실할 거 같은데 노래밖에 들을 수가 없으니 답답하네요.
이슬 프로듀서도 상기된 투로 한마디 던졌고,
– JK엔터의 여자 아이돌 중에 이런 보석 같은 보컬이 숨어있었나요? 너무 잘 들었습니다.
한편, 아무 말 없이도 심사단 중 가장 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던 방형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켰다.
그의 표정만이 간간이 카메라에 비치고 있었다.
“방형만 선생님이 너무 말씀이 없으신데요?”
“혹시 너무 독설하셔서 편집된 건가?”
모니터하던 팀원들은 갸우뚱했지만,
선오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형만 선생님이 나영이가 마음에 드셨나봐요.”
방형만이 비판이나 독설을 쏟아내는 것이 보통의 경우라면, 적당히 마음에 들었을 때는 질문을 던지는 그였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흡족한 상황에는 저렇게 침묵을 지킨다는 것을, 선오는 일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오오, 방형만 선생님 마이크 드셨다!”
팀원들은 어느새 젓가락질을 멈춘 채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 유리아이 활동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요. 시청자분들도 지금 같은 걸 느끼고 계실 테니 제가 괜히 긴말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요.
방형만을 비롯한 심사단은 가림막 뒤의 인물이 ‘유리아이 나영’이라는 것을 맞췄고, 가림막이 거둬지며 그녀의 모습이 공개됐다.
환하게 웃는 그녀를 향해 마지막으로 이슬 프로듀서가 한마디 건넸다.
– 나영 씨,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솔로로의 활동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어요.
여기까지 모니터를 한 후, 화면을 멈추는 선오였다.
“혹시 코멘트 하실 분 있나요?”
“방형만 선생님 의외로 순한 맛인데요?”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의 방송이라 카메라 의식하시나?”
선오의 생각으로는 아니었다.
그냥 나영이의 노래가 몹시도 마음에 드는 눈치였을 뿐.
뒷부분에 다른 출연진에 대한 심사평도 들어봐야겠지만 말이다.
“근데 대체 어떻게 섭외하신 거예요?”
“그러게요. 방형만 선생님이랑 이슬 프로듀서 투 샷을 화면으로 보니까 새삼 놀라워요.”
“프로그램 퀄이 확 올라갔습니다! 한 분만 모셔왔어도 대박인데, 초대박을 어떻게 해내신 겁니까, 팀장님!”
선오는 그저 씨익 웃어 보였다.
“영업 비밀입니다.”
“아아···.”
“너무하세요.”
팀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방형만 선생님은 사실 내 프로듀싱 능력을 심사하러 출연을 승낙하신 겁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다른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맞춰봐’도 무난하게 잘 촬영 및 편집된 것을 확인했고,
이제 회의실 화면에는 ‘음악 오락관’ 코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어? 저건 좀 신경 쓰이는데···?”
선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화면을 멈추었다.
그 안에는 앵글의 사이드에서 나영이와 곤이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잡혀있었다.
중심에 다른 출연자가 잡힌 사이, 같이 카메라에 걸린 것인데,
“대중들이야 신경 안 쓰겠지만 양쪽 팬들은 뭐라고 걸고 넘어질 수 있겠네요.”
“네. 둘이 너무 친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팀이 게임 중인데, 둘만의 대화에 너무 열중한 모습도 걸리고요.”
유은주와 고혜리도 선오의 생각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걸로 봐서는 깔끔하게 편집해버리는 게 좋을 듯했다.
“이건 내가 장 피디님께 편집해달라고 부탁드려 볼게요.”
“사이드에 잡힌 걸 발견하셨네요. 저희도 좀 더 꼼꼼히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보쌈과 족발을 배불리 먹고 피곤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팀원들은 커피를 쪽쪽 빨며 두 눈을 빛냈다.
그렇게 마지막 코너 ‘너네곡 우리곡’ 모니터링까지 모두 끝나자 회의실 시계는 거의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은 세분 모두 재택근무 처리하겠습니다. 쉬세요. 장 피디님께 추가 편집 제안할 거 생각나면 언제든 나한테 문자 하시고요.”
선오의 말에 팀원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우와. 감사합니다.”
“배부르고 재밌는 야근이었습니다.”
“저희보다 팀장님께서 피곤하실 텐데···.”
선오는 그저 빙긋 웃었다.
실제로 별로 힘들지 않았으니까.
팀원들을 보내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향하는 길.
선오는 장영호 피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피디님, 다행히 아직 안 주무셨네요?”
– 자기는요···. 오늘도 밤 새야합니다. 편집실에서 썩어가는 중이에요···.
피곤에 찌든 목소리였다.
“다름이 아니고요. ‘음악 오락관’ 코너에서 더블비 팀이 스피드 퀴즈하고 있을 때, 옆에 나영이랑 강곤이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중간중간 카메라 사이드에 잡혀있더라고요. 그거 편집···”
– 아, 그거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잘랐어요. 클로즈업해서 그 두 친구 안 나오게 편집했어요.
역시 장영호는 선호와 죽이 잘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