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79
“그렇지만 이번에는 내 판단보다는 음악하는 사람, 여기 129 피디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말에 리원은 고개를 들어 선오를 보았다.
“리원 씨가 129 피디의 안목과 믿음을 입증해주세요. 내가 틀렸다고, 129 피디와 리원 씨가 옳았다고 보란 듯이 증명해달라는 말입니다.”
김록기는 지금 자신의 계산기 속 숫자보다, 눈앞의 사람에게 베팅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네, 최선을 다해 증명해볼게요.”
눈을 빛내며 답하는 리원의 목소리는 어쩐지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했다.
그런데,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아까부터 간간이 울리던 김록기의 휴대폰이 어느새 쉴 새 없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띠리리리리리리———
이제는 인터폰도 울렸다.
무슨 일이 터진 건가 싶은 생각이 스칠 때,
“네, 무슨 일이죠?”
– 대표님, 홍보팀에서 급히 찾으십니다!
김록기는 인터폰 수화기를 들자마자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를 마주했다.
지이이이이이잉——
그리고는 홍보팀 직원의 번호가 찍혀있는 전화를 받았다.
“네, 회의 중이어서 못 받았··· 네?”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든 그가 선오와 리원을 번갈아 보았고,
“알겠습니다···. 일단 내가 지금 리원 씨랑 같이 있으니까 사실 확인부터 해보고 바로 연락하죠.”
이에 선오와 리원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 열애설 기사가 터졌어요. 리원 씨, 탄산보이즈 철웅이랑 만납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김록기를 보며 리원의 표정은 더더욱 얼어붙었다.
“아뇨. 제가 아니에요. 철웅이 오빠는 리더 언니가 여름에 잠깐 만났었는데, 그때 제가 바람잡이 역할을 해준 게 다예요. 자주 같이 끼어서 만났다가 제가 빠져줬거든요. 리더 언니가 그렇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허나 김록기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고,
“진짜예요! 탄산보이즈 쪽에 연락하셔서 직접 물어보세요!”
리원은 몹시 억울하다는 듯이 울상을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선오가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슬 선배에게 다이렉트로 연락을 취한 것이다.
“선배님, 지금 철웅 열애설 관련 말인데요. 아, 네···. 그랬군요···. 그럼요. 함구하겠습니다.”
리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표님, 탄산보이즈 이슬 피디님께 여쭤봤는데요, 철웅이 말하길 ‘하이걸즈 리더가 자꾸 대쉬하는 바람에 리원까지 셋이 몇 번 같이 놀았고 진지한 관계는 절대 아니었다’라고 하더랍니다.”
비로소 의심의 눈초리를 풀고 고개를 끄덕이는 김록기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 시간부로 계약하고, 우리는 리원 씨 입장의 반박 기사를 내보내는 거로 하죠.”
그가 이렇게 말하며 리원의 앞으로 계약 서류를 내밀었다.
“그럼 저는 바로 솔로 앨범 준비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리원이 선오와 김록기를 번갈아보며 조심스레 묻자, 김록기도 선오를 바라보았다.
“리원 씨, 하이걸즈를 의식하는 거죠? 이번 겨울 목표로 싱글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 때문에.”
“네···.”
선오의 물음에 리원은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으니까.
선오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슬며시 미소 지었다.
‘하이걸즈의 이번 겨울 싱글은 데뷔 이래 가장 처참한 성적으로 망할 겁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 싱글을 또 낼 텐데 거기서는 조금 만회했던 걸로 기억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선오였다.
‘물론 그것도 예전의 하이걸즈 명성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요. 그래도 음방 1위도 한두 번 해볼 거고, 무엇보다 그 앨범이 앞으로 하이걸즈가 낼 성적에서 가장 최고치가 될 거거든요. 그 후로 새 멤버 영입하면서 쭉 하향길만 걸을 테니까.’
자신을 보는 선오의 눈빛에서 무언가 읽은 것인지, 리원이 다시 입술을 뗐다.
“··· 제가 많이 조급한 걸까요?”
“네, 그겁니다. 조급하게 굴면 될 일도 안 돼요. 하이걸즈가 리원 씨의 목표라는 건 알겠어요. 근데 우리는 리원 씨만의 템포로 갈 겁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리원이었다.
“하이걸즈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죠. 그럴 때마다 리원 씨 자신만 생각하세요. 리원 씨의 음악, 리원 씨의 팬들을요. 그래야 리원 씨가 비로소 자유로워 질 겁니다. 그래야 하이걸즈를 가뿐히 이길 수 있을 거고요.”
“네···. 그래 볼게요. 감사합니다, 피디님.”
어느새 안도감이 깃든 미소로 화답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당장 솔로 앨범 준비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에 눈을 깜박이며 선오를 보는 리원과 김록기였다.
선오가 보여준 기세로는 당장이라도 앨범 준비를 추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번 겨울, 리원 씨는 독립한 멤버로서 존재감을 알리는 시간을 보내게 될 거예요.”
“어떻..게요?”
물음표를 띄운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선오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드라마로요.”
순간, 김록기와 리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드라마..요?”
“피디님, 저는···. 연기 쪽은 전혀 아닌데···.”
선오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연기 말고. 드라마 OST를 공략할 겁니다.”
자신 있다는 목소리였다.
“팬들 사이에서 리원 씨 별명이 음색 요정이잖아요. 그 장점을 확실히 살리는 겁니다.”
이에 김록기와 리원의 얼굴에 느낌표가 파바밧 떠오른 듯했다.
“드라마 OST라···. 괜찮은 작품 있습니까?”
“지금 방영 중인 M본부 월화 드라마 에서 중후반부에 투입될 새로운 OST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선오의 대답에 김록기가 난색을 보이며 되물었다.
“이면 시청률 40%를 목전에 두고 있지 않나요? 솔직히, 드라마 OST를 전문으로 했던 작곡가나 아티스트가 아닌데 우리가 뚫는 게 가능할까요···?”
이에 눈을 빛내는 선오였다.
“제 곡과 리원의 음색으로 승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선오의 자신감을 읽은 김록기는 피식하고 웃었다.
“네, 내가 129팀장을 믿어봐야지 별수 있나요.”
“그리고, 하나 더 트라이 해볼 생각입니다.”
선오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덕여왕 후속으로 M본부에서 1월부터 방영될 라는 드라마 OST에도 데모를 들이 밀어볼 계획입니다.”
“파스타···?”
곧바로 이를 검색해보는 김록기였다.
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요리사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사랑과 성공스토리를 담은 드라마였다.
“로그라인은 나쁘지 않네요.”
허나 김록기는 출연진 명단과 타 방송사 드라마 편성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난감한 얼굴을 했다.
“근데 이거···. 출연진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요? 동 시간대 다른 드라마들 주연 배우에 좀 밀리는 느낌인데요?”
충분히 그런 우려를 표할 수 있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의 메인 배우들은 주연급이긴 하지만 타 방송사의 주연 배우들보다 입지나 화제성이 약한 것은 기정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오는 이 드라마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틈새시장이 될 겁니다. 리원 씨랑 2연타 홈런. 만들어보겠습니다.”
어느새 도전 의식과 승부욕이 들끓어 올랐다.
자신 있었으니까.
신인이 된 것 같은 기분
* * *
“정말이지 마의 40프로네요···.”
“우리 이러다 40프로 못 넘고 종영하는 거 아니겠죠?”
종영까지 약 2개월 남짓 앞둔 드라마 팀의 회의실에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드라마 연출자인 감독과, 음악감독 그리고 제작피디까지 책임자 3명이 모인 자리였다.
지난 5월에 방영을 시작한 뒤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그 덕에 원래는 50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연장을 거듭하여 12월 말로 종영이 미뤄졌다.
그리하여 이제는 시청률 30%대에 안착한 상태였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면 그다음 목표가 생기는 법이었다.
드라마 의 제작사 대표나 방송사 M본부 임원들은, 책임자이자 실무진들에게 반드시 40%를 넘겨야 한다는 압박을 은근히 가해오고 있었다.
이유야 뻔했다. M본부의 창사 특집 드라마이기도 하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계산과, 연말 시상식이나 내년 백상예술대상까지 휩쓸어보고자 하는 심산이 합쳐졌을 것이다.
“하아···. 시청률 40프로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기사만 두 달 넘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은 최고 시청률 37%, 38%까지 치솟았다가도 다시 꼬꾸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제작피디가 손가락으로 볼펜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이럴 때 쓰는 특효약이 보통은 카메오를 출연시키는 건데···.”
“우린 아무래도 정통 사극이라 한계가 있죠?”
감독이 동조하며 한숨 섞인 되물음을 내놓았다.
이미 드라마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카메오 출연을 3차례나 진행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외적으로 변화를 꾀해보는 건 어떨까요?”
음악감독이 던진 말에 감독과 제작피디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고,
“이제 방영 중후반으로 치달으면서 드라마 안의 인물들 상황과 위치가 많이 달라졌으니, 새로운 OST를 투입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에 맞게요.”
솔깃한 이야기였다.
“일단 시도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피디님.”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고,
제작피디는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바로 예산 알아보고 집행하겠습니다. OST 제작사뿐만 아니라 음반 기획사 쪽에도 모집 공고 뿌려볼게요.”
의욕적으로 나오는 제작피디였다.
감독도 턱을 쓰다듬으며 상기된 투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대안 중에 가장 그럴 듯한 것 같습니다.”
허나,
“곡이 잘 나오면야 효과가 있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OST라는 게 아무리 힘줘도 결과가 뜻대로 안 나오기도 하고···. 의외의 곳에서 터지기도 하는 거라···.”
이 의견을 처음 낸 사람이자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음악감독이 오히려 반신반의에 가까운 얼굴을 하며 말끝을 흐리자,
드라마 감독도 의견을 보탰다.
“OST 제작사에서 판에 찍어내듯 만드는 곡 말고 조금은 독특한 곡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곡만으로도 이슈를 만들 만큼요.”
이에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음악감독이었다.
“드라마 OST라는 게 은근 까다롭거든요. 저처럼 드라마 음악 하는 사람들이 잘 쓰는 BGM이랑은 또 다르고, 그렇다고 가요하는 사람들이 쓰면 후킹에만 신경쓰고 드라마나 캐릭터를 너무 못 녹여요.”
이에 감독과 제작피디도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그래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죠. 시청률 40프로의 벽을 넘겨줄 백마 탄 초인을···.”
회의실 안의 공기는 잠깐 희망에 들떴다가 다시금 무겁게 착 가라앉고 있었다.
* * *
「[단독] 하이걸즈 리원, 굿엔터와 아름다운 이별..FA대어」
「리원, ‘하이걸즈 후광 벗고 우뚝 설까?’」
선오는 간만에 팀장이 아닌,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서 곡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1주일간 아지트에서 재택근무를 자처하면서 말이다.
정확히는 ‘조금 전까지 몰두했었다’였다.
지금은 연신 포털사이트의 뉴스 창을 새로고침하고 있는 선오였으니까.
아직은 어제자 기사들만 떠 있었지만,
‘오늘 정오부터 기사가 릴리즈 될 겁니다.’
김록기 대표가 귀띔해준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정오가 땡 하자마자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前하이걸즈’ 리원, 유리아이·쿼드스텔라와 한솥밥」
「리원, JK엔터에 새 둥지 틀고 새로운 비상 준비」
「리원의 솔로 홀로서기, 지원군은 JK엔터」
선오는 이를 훑어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언론과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물어뜯기 딱 좋은 소재였기에,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리원이 건강한 멘탈을 가졌다는 점.
선오는 그녀가 이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에는 출혈 경쟁으로 치닫겠지만 결국에 물어 뜯겨서 저기 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은 하이걸즈가 되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 선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좋은 곡을 쓰는 일이었다.
일단 첫 번째로 드라마 의 OST.
제대로 된 곡을 쓰기 전까지는 이 아지트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지금 선오의 안에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리원의 홀로서기 시작점이 자신의 곡에 달려있다는 부담감.
난생 처음 해보는 드라마 OST 작업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
그럼에도, 미래를 알고 있기에 드라마 팀에서 원하는 곡을 써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또한, 잘 해내면 선오 또한 즐겨보았던 인기 드라마 속에 내 곡이 흘러나올 거라는 기대감.
이 모든 감정이 한 데 엉켜서 선오의 가슴 속에 커다란 덩어리처럼 자리 잡고 있었고,
어쩌면 이것 때문에 쉽사리 곡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비워내야만 했다.
“캐릭터에 어울리면서도, 드라마의 진행을 해치지 않고 감정선을 북돋아 주는 곡···. 그러면서 후킹도 살아있는 곡···.”
지금껏 드라마 OST를 직접 써 본 적은 없는 선오지만, 이전의 삶에서 관련 공부는 많이 해왔던 그였다.
언젠가 음악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던 지난 삶이었기에 이야기에 음악을 붙이는 작업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
작곡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들, 잡념을 비워내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작곡 작업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선오는 어젯밤 의 최근 회차를 몰아보았다.
앞으로 남은 드라마의 가장 큰 서사는 덕만이 드디어 왕좌에 오르며 군림해나가는 모습이었다.
“변모한 덕만의 상황과 캐릭터에 맞게 새로운 OST 테마가 필요할 거야.”
다음으로 선오의 관심이 향한 등장인물은 비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