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83
당시에 들었던 OST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느낌만은 남아있는 선오였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그와 비슷한 톤을 배제하여 곡을 썼다.
선오는 애초에 배경보다는 인물에 집중하여 작곡하기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꼭 우리나라 사극에 나올 법한 음악이 아니라 어느 배경이든 어울리든 음악으로. 덕만의 성장 서사에 집중해서 썼는데···. 통할까 모르겠네···.”
평가는 선오가 아니라 대중들이 내려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비담 테마는 선방이었으니 기대를 해봐야지.”
지난 삶에는 의 OST가 드라마에 명성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시청률도 12월에 마지막화 가서야 40프로 넘었다는 기사를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을 하니 이미 비담 테마 만으로 소임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고, 드라마 시청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봐도 감정이 격해지는 서사였다.
선오는 어느새 드라마에 푹 빠져 울컥하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를 반복했다.
그날 밤.
선오는 꿈을 꾸었다.
드라마 속 덕만이 선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오는 꿈. 나의 진심을 헤아려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그녀와의 만남에 입을 헤 벌리고 잔 건지,
이튿날 아침 선오는 질질 흘린 침을 닦으며 눈을 떴다.
쓰읍——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집어 음원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의 순위를 확인했다.
이를 보자마자 몸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선오였다.
“대박···.”
[1위. 왕관의 무게 – 리원] hot! new!음원사이트의 1위도,
포털 사이트의 1위도.
1위. 왕관의 무게
2위. 선덕여왕 OST
3위. 리원
.
.
선오의 새 OST로 도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이은 대박에 선오는 뿌듯함과 동시에 어안이벙벙했다.
“한 곡은 운일지 몰라도 두 곡은 실력이잖아.”
선오 자신도 놀랐다.
OST 작곡까지 잘 해낼 줄은 몰랐으니까.
* * *
“네, 좋은 소식 감사드립니다. 방금 저희 직원 통해서 계약서 받았고 일정도 확인했습니다.”
어느덧 드라마 의 방영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
OST의 선방에 힘입어 선오와 리원은 무난하게 OST 계약을 따냈다.
“그럼요. 가사 어레인지 가능합니다. 캐릭터가 바뀌었는데 당연히 맞춰야죠. 보내주시면 바로 재녹음하고 회신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제 큰일들은 잘 마무리가 되었고, 연말까지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타이밍일까?
마침 포털 사이트에는 하이걸즈의 새 앨범 소식이 쏟아지고 있었다.
「신곡 ‘향수’ 돌아온 ‘4人하이걸즈'[스타포토]」
「[종합]”5년간 행복, 성적 부담감 無”··· 컴백 하이걸즈, 겨울 향기 짙은 인간 ‘향수’」
「”무르익었다”···하이걸즈, 우리의 겨울을 데워줄 새 싱글 ‘향수’로 컴백!」
「4人 하이걸즈, 연말 시상식 겨냥? 과거의 ‘향수’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 주목」
「하이걸즈 “성적 부담감? 전혀 없어”」
기사를 읽어내려가던 선오가 피식했다.
“성적 부담감이 엄청난가 보네. 이렇게 강조를 하는 걸 보면.”
어차피 망해버릴 앨범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에 별 관심이 없기에 인터넷 창을 끄려는 찰나,
「前하이걸즈 리원 탈퇴 이슈에 비로소 입을 연 굿엔터 “리원의 개인 사정일 뿐”」
「굿엔터, “하이걸즈는 이제 4명으로 영원히 팬들의 곁에”」
「[단독] 굿엔터, “리원과 관련해 할 말은 많지만 함구하는 것이 전 멤버에 대한 예우라고 판단”」
리원을 언급한 기사들이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뭐야···. 신곡 이슈 만들려고 어그로라도 끄는 건가?”
선오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마우스를 잡은 손이 빨라졌다.
예상대로 이러한 기사에 커뮤니티와 하이걸즈 팬카페, 뿐만 아니라 대중들은 반응하기 시작했으니까.
「리원이 자의로만 탈퇴한 건 아녔나 봐?」
힐링라디오에서 말했던 것만 들었을 때는 자의인 줄 알았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던 듯?
ㄴ 예전에 학폭 논란 멤버도 끌어안고 갔던 굿엔터 아님? 뭔 문제길래···.
ㄴ 엄청난 사생활 문제라도 있나?
ㄴㄴ ㅇㅇ 남자 문제라거나
ㄴ 아이돌한테 학폭보다 심한 문제가 뭐가 있지?
ㄴㄴ 무슨 이상한 동영상이라도 뜬 거 아님?ㅋㅋ
이를 모니터하던 선오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갔다.
“뭐 하자는 거지, 굿엔터?”
굿엔터 정도 되는 기획사라면, 이러한 반응을 일부러 노리고 애매한 스탠스의 기사를 터트린 것이 분명했다.
열이 받기 시작했다.
“하아···. 내 아티스트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줘야겠네.”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 선오였다.
“저번에 리원이 말한, 탄산보이즈 철웅이랑 하이걸즈 리더랑 그걸 터뜨려야하나···.”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아니지. 그건 이슬 선배가 걸려있어서 안 되겠다. 함구하기로 약속도 했고.”
리원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마침 아래에서 보컬 레슨을 받고 있을 시간이었다.
[리원 씨, 레슨 끝나고 제 방에 들러주세요.]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곧바로 안 실장에게도 문자를 써 내려가는 선오였다.
[안 실장님, 예전에 디스터치 기자님 연락처 아직 갖고 계시죠. 저번처럼 부탁드릴 일이 생겨서요.]걸리쉬 음반 사재기 이슈 때 도움받았던 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선오의 손가락은 통화 버튼 위에서 망설였다.
잠시 생각을 고르는 선오였다.
결국,
“어, 형.”
선오가 전화를 건 상대는 바로 지선재.
“다름이 아니라···. 혹시 태양일보 그분 아직 연락해?”
– 영은 씨? 어. 곧 방학이라 한국 들어오는데 진지하게 만나기로 했어. 왜?
“다행이네. 잘해 봐.”
– 뭐냐···. 그런 말 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 테고?
지선재가 전화 너머로 코웃음을 쳤고,
덕분에 선오는 편하게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태양일보 연예부 기자님 몇 분 소개받고 싶어서.”
– 가능하지. 근데 ‘태양일보’가 필요한 거야, 아니면 ‘연예부 기자’가 필요한 거야? 후자면 우리 광고 받는 다른 언론사도 소개 가능해. 태양일보 만큼 큰 곳은 아니라도.
선오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럼 전부 소개해줘.”
129는 누구임?
* *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루머에는 루머, 기사에는 기사로 대응하라고 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쪽이 내세운 건 허위 루머고, 우리가 내놓은 건 팩트고.”
안 실장을 통해 언론사에게 진실을 뿌리고, 그 진실이 기사로 가공되어 선오의 무기가 되기까지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선오도, 안 실장도 일전의 경험이 있었기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이걸즈 리더, 여러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사실 뒤늦게 밝혀져」
「하이걸즈 리더의 음주운전 적발···아이돌 행실 논란, 해법은?」
「’멤버 탈퇴’와 ‘음주운전’··· 하이걸즈, 바람 잘 날 없네」
태양일보 연예부 1면에 실린 보도는, 이후 다른 언론사들이 내놓은 기사에 그 파장과 논란이 여진처럼 번져나갔고,
인터넷 신문이지만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3대 일간지 못지않은 ‘디스터치’도 또 다른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디스터치] 하이걸즈의 센터 멤버 ‘학폭’ 논란 ‘심층 취재’」
··· 본지의 취재 및 팩트 체크 결과,
*학창시절 실제로 학폭이 있었나? → YES
*부모와 합의가 끝났다는 굿엔터 입장이 사실인가? → YES
*당사자 간의 사과가 있었나? → NO
결론적으로 문제를 저지른 하이걸즈 멤버 본인이 반성하거나 뉘우치는 방법이 아닌, ‘돈’과 ‘부모’로 해결된 사안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굿엔터는 ‘사실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해당 멤버는 그 어떤 변명이나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어···
안 그래도 반응이 미적지근하던 하이걸즈의 싱글 앨범 ‘향수’는 연이은 이슈까지 더해져 대중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센터 2명이 문제가 많았네요.”
“네···. 근데 이건 빙산의 일각이죠.”
오늘도 리원은 보컬 레슨이 끝나고 3팀 팀장실을 찾았다.
“빙산의 일각이요?”
“저를 따돌리면서 보낸 욕설 문자들도 있고, 센터 언니들 2명은 종종 숙소에 남자를 데려왔어요. 제 예전 폰에 증거 사진도 있고요.”
“아···. 근데 그런 건 터트리면 리원 씨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고, 출처가 너무 명확해서 굿엔터한테 빌미를 제공해주는 꼴이 될 것 같네요.”
더러운 놈들 계속 상대하기 위해 손에 똥을 묻히는 것보다, 이제 를 잘 마무리 짓고 내년에 릴리즈될 리원의 앨범에 신경을 쓰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 같았다.
“그리고···.”
“그리고요?”
리원이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선오도 덩달아 침을 꼴깍 삼켰다.
“··· 그 언니들 2명만 앨범마다 센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계속해서 푸쉬를 받았던 이유가 따로 있거든요.”
이렇게 말하며 선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리원이었다.
그 잠깐동안 무언가 고민을 하는 걸까, 결정을 하는 걸까.
리원의 두 눈은 알 수 없는 빛으로 빛났다.
“··· 이건, 나중에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래요.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요.”
뭔진 모르지만 보통 사이즈 이상의 큰 건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선오는 더는 묻지 않았다.
이미 선오의 더블 펀치로 상대는 넉다운 상태이기에 당장은 휘두를 주먹이나 무기가 필요 없기도 했고.
진흙탕 싸움은 이쯤하고 보다 생산적인 작업에 에너지를 쏟고 싶었으니까.
* * *
드라마 의 시청률이 40%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새로운 OST ‘너에게 겨눈 연모’와 ‘왕관의 무게’가 음원 차트 5위권 안쪽을 몇 주 째 유지하는 사이.
선오에게 또 다른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돌아온 시상식 시즌.
‘MM어워즈’와 ‘골든뮤직어워즈’에서 쿼드스텔라가 거의 전 부문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이 기세라면 연초로 넘어가서 열리는 ‘서울가요페스티벌’에서도 상당히 성과가 있을 거라는 관측이 가능했다.
“이야···. 쿼드스텔라 데뷔하자마자 3대 시상식 석권 가는 건가?”
“하이걸즈는 출연진 명단에도 없네요?”
시상식 시즌을 맞아 퍼블리싱 본부장실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박철 퍼블리싱 본부장을 필두로,
1팀 팀장 박황, 2팀 팀장 정기석, 그리고 3팀 팀장인 선오까지 모두 4명이 모인 자리였다.
“음주운전과 학폭의 여파가 상당했던 모양인데요?”
선오는 선배들의 대화에 그저 슬며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내 아티스트를 건드리면 절대로 참지 않기로 한 선오였다.
“사실 우리 퍼블리싱 본부가 시상식 준비를 할 건 따로 없어.”
박철 본부장의 말에 3명의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록기가 단독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부서가 새롭게 정리되고 개편되었다.
그러면서 업무의 분배가 효율적으로 나뉜 덕분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3대 시상식을 통해, 내년을 준비하는 거다. 올해의 트렌드를 분석해보고, 또 그 안에서도 상반기에서 하반기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내년 트렌드를 예측해보는 거지.”
박철 본부장의 말이 끝나자 선오가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3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리원 솔로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솔로 앨범이라면, 싱글? 미니?”
“김록기 대표님께서 말씀 주셨던 걸로는 아마도 싱글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정기석 팀장과 박황 팀장도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쿼드스텔라도 이 기세를 몰아서 내년에 미니든 정규앨범이든 뭔가 더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리아이와 더블비도 내년에는 컴백해야 할 것 같고요.”
이에 박철 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1팀과 2팀은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각자 맡고 싶은 아티스트의 기획안을 2개에서 3개 정도 정리해서 올려줘 봐. 대표님과 상의해서 컴백 일정을 짤 때, 너희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볼 테니.”
곰곰이 내년에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니, 어렴풋이 지난 삶의 기억이 떠오른 선오였다.
‘이맘때였나? 아니면 후년이었나? JK엔터에서 신인 걸그룹도 데뷔시켰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