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a wealthy family is really good at music RAW novel - chapter 91
이런 생각이 미치자 선오의 안에 뿌듯한 감정이 파도치듯 밀려들었다.
한편, 무대 뒤.
마케팅 TF팀의 대기실.
유은주의 진두지휘 아래, 팀원들은 노트북을 응시하며 실시간 반응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및 트위터의 반응들, 그리고 129팀장이 지시했던 몇몇 팬 사이트와 아이돌 커뮤니티가 모니터 대상이었다.
「리원 솔로 앨범 쇼케이스 불판」
(링크) 같이 보자규!
ㄴ 여기가 천국인가요?
ㄴ 리원아.. 언니 가져.. 음색 너무 달달하다..
ㄴ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는데 전부 리멬 곡들이구나
ㄴㄴ ㅇㅇ 나도 방금 앎. 원곡들보다 더 좋지 않아?
ㄴㄴㄴ 아까 서울살이는 진심 원곡보다 고퀄
ㄴ 완전 좋네? 이건 주문 각이다ㅋㅋ
반응은 뜨거웠다.
게다가 벌써부터 쇼케이스 짤이 만들어져 돌아다니고 있었다.
「서희가 허락할 만 했네ㄷㄷㄷ」
리원이 부르는 서희의 ‘오랜만이야’ (짤.gif)
ㄴ 이건.. 찐이다! 인정!
ㄴ 와;; 쪼끄만 애가 왜케 잘 부름?
ㄴ 이거 방금 쇼케에서 부른 오프닝 곡임! (링크) 아직 쇼케하는 중이니까 들어와서들 보라고! 지금은 이선율도 같이 등장ㅋㅋ 듀엣으로 달라진 우리 부른 는 중ㅋㅋ
ㄴㄴ ㄱㅅㄱㅅ
ㄴㄴ 이선율???
ㄴㄴ 갑자기 선율이 횽이 왜 여기서 나옴ㅋㅋ
이를 살펴보는 TF팀원들의 얼굴에는 다들 미소가 피어있었다.
무대에서는 이제 리원과 이선율의 듀엣이 막바지로 치달았다.
하지만 테이프 속——
우리 추억은 영원해——
너와 나의 시간은
그곳에 영원해——
이에 싸이랜드 실시간 댓글창 또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ㄴ 와···. 리멬 다신 허락 안 한다던 선율이 형을 움직였네? 리원이?
ㄴ 음색 합 실화냐? 찰떡이다..
ㄴ 음색도 음색인데 리원 성량 원래 이랬음? 이선율한테 안 뒤지네?ㄷㄷㄷ
ㄴ 리원이는 하이걸즈 나온 게 신의 한 수다
ㄴ ㅇㅇ 이렇게 노래 잘 하는 줄 모름
ㄴ 이건 라이브로 봤어야 했네;;
ㄴ 개소름.. 와 현장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 개부럽..
ㄴ 리원이 원래 이렇게 노래 잘하는 멤이었음?
ㄴ 하이걸즈에서 분량 맨날 쩌리더니 솔로로 날아다니네
무대 위의 반주가 잦아들며,
달라진 우리——
달라질 수 없는 우리——
리원과 이선율이 서로를 마주본 채 마지막 화음을 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악
— 꺄아아아아아악
무대에서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함성이 터져나왔고,
이선율은 정말 만족한 무대에서만 보여주던 그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리원을 살포시 안아준 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퇴장했다.
어두운 객석, 선오 또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함박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 * *
지금 이 순간,
“진짜 129 이 친구를 누가 말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싸이랜드 생중계를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박철 본부장도 있었다.
“이런 것도 한결같다고 해야하나?”
입사 시절부터 그랬다.
박철이 보아온 129는 항상 능력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며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아니, 능력을 뛰어넘는 성과가 아니라, 이 친구 능력을 애초에 내가 과소평가 했던 걸지도···.”
말끝을 흐리는 박철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라기보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나는 왜 김록기 대표님처럼 후배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게 잘 안 되는지···. 하아···.”
지난번에 승진하자마자 맡은 광고 CM송 때도 그랬고, 이번 리원 솔로 마케팅 때도 그랬다.
129는 박철의 우려를 낳는 급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머지않아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는 것은 매번 박철의 몫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면 초동 성적이 못해도 중박 이상은 나올 것 같은데···. 이번 건은 내가 확실하게 사과를 해야겠어.”
마케팅 회의 때 다른 직원들 앞에서 대놓고 129의 이름을 들먹이며 반대했던 것이 멋쩍어질 만큼 성공적인 쇼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박철 본부장은 휴대폰을 들어 문자 메시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지이잉——
TF팀에서 보낸 급한 연락인가 싶어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한 선오는, 순간 어안이벙벙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129팀장, 내가 선배로서 본부장으로서 좀 더 믿어주고 지지해줬어야 했는데···. 나 역시도 잘 모르는 영역임에도 마케팅 회의 때 너무 흥분하고 날 선 반응을 보였던 것 같아 미안하네. 항상 응원하고 있어. 단독 프로듀싱 성공적으로 해낸 거 축하해.]박철 선배의 문자였다.
“어휴, 선배님답지 않게···.”
허나 박철의 성정을 잘 아는 선오는 애초에 마케팅 회의에서 벌어진 일을 이미 잊은 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박철은 다 같이 잘 되자는 마음에 항상 걱정이 앞서는 타입이지, 선오에게 개인적으로 악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선배님 마음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식 생각하는 엄마처럼 애정에서 비롯된 잔소리를 하시는 분이라는 것도요. 리원 초동 결과 나오면 한시름 놓을 거 같으니 그때 술 한잔 사주십시오.]얼른 답장을 보내고는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챙겨넣는 선오였다.
잠시 후,
리원의 쇼케이스가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성공적인 마무리.
이에 리원을 비롯한 전 팀원들과 직원들이 잔뜩 흥분했다.
선오는 먼저 출연자 대기실 두 곳을 들러서 리원과 이선율 선배를 챙겼다.
“수고했어요. 리원 씨. 실수 하나없이 최고로 멋졌어요.”
아티스트는 칭찬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했다.
이미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을 많이 받았어도, 내심 프로듀서가 하는 칭찬을 기다리고 있던 리원이었다.
그녀는 선오의 말에 안도한 듯 활짝 웃어 보였다.
이선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배님, 최고의 히든카드였습니다. 역시 ‘달라진 우리’는 선배님의 음색으로 들어야 제맛이라더라고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에 이선율은 쑥스러운 듯 미소짓더니 선오를 와락 안고는 등을 두드려주었다.
“고마워요. 정말.”
짧은 한마디였지만 여러 감정이 전해졌다.
선오도 이선율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알지만 딛고 일어서 다시 훨훨 날아다니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그런 속마음을 간직한 채로.
그리고는 바로 옆 대기실로 가서 TF팀원들을 만나는 선오였다.
“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반응이 미쳤습니다!”
“하이걸즈 팬들도 반응 좋지만, 무엇보다 라이트한 대중들의 관심이 상당합니다!”
팀원들은 마치 어미 새를 기다려온 아기 새들처럼 짹짹거렸, 아니 소리쳤다.
선오를 기다렸다는 듯 노트북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음반 주문량도 대폭 늘었다고 연락 왔습니다.”
“쇼케이스에서 발표한 곡들은 전부 음원 차트도 10위 안에 들었어요!”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선배님들의 원곡도 차트 20위권, 30위권 안에 올라오는 중입니다!”
“리원이 타이틀곡 ‘오랜만이야’는 계속 1위고요!”
선오는 팀원들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해주었고, 그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선오 또한 몹시 뿌듯한 순간이었다.
조필영, 서희, 이선율, 김완식 등등.
원작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에게 호언장담하며 약속은 했지만, 걱정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들의 음원 또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약속을 지킬 수 있음에 안도했고 보람을 느끼는 선오였다.
“확실한 유종의 미네요. 다들 그동안 급진적인 팀장 밑에서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선오의 말에 손사래를 치는 팀원들이었다.
선오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에 팀원들이 하나둘 물음표를 띄우기 시작했고,
“금일봉입니다.”
봉투에는 팀원들의 이름이 선오의 자필로 쓰여있었다.
팀원들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며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여러분들 덕분에 리원이라는 친구는, 하이걸즈 시절의 아픔을 딛고 솔로 가수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선오는 그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금일봉을 전했다.
“그리고 리메이크를 어렵사리 허락해주신 선배님들의 추억과 기대 또한 훼손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정말 수고 많았고 고맙습니다.”
선오의 진심 어린 말에 팀원들은 저마다의 각자의 생각을 떠올렸지만, 그 생각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멋있다, 129 팀장님.’
‘나도 저런 상사가 되고 싶어.’
‘오히려 내가 선물을 드리고 싶을만큼 많이 배웠는데 이렇게 금일봉까지 따로 주시고···.’
‘다음에 또 129팀장님 TF팀에서 일하고 싶다.’
선오를 보며 눈을 빛내는 그들이었다.
* * *
리원의 앨범 발매 및 쇼케이스가 끝나고 1주일의 시간 동안 선오는 바쁘고 떨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오늘 초동 성적표를 받고 나서는 오히려 무덤덤할 정도였다.
“129 팀장, 축하해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 여자 솔로에 초동 15만 장이라니···. 기대 이상의 초대박이네요.”
출근길에 마주친 이들에게 축하 세례를 받았으나, 이렇게 김록기 대표가 팀장실로 직접 행차까지 할 줄은 몰랐다.
선오는 눈을 끔벅이며 김록기 대표를 맞았다.
“감사합니다. 어우, 너무 바쁘게 보냈더니 오히려 초동 뜨고 나서는 무덤덤합니다.”
“하하하. 휴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건가요?”
“아, 아뇨.”
선오가 피식하며 고개를 젓자,
“농담입니다. 포상 휴가를 주고 싶은 내 진심을 농담으로 내뱉어봤어요.”
김록기 대표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선오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진심이에요. 한 1주일 푹 쉬고 왔으면 합니다. 그래야 내가 129팀장한테 미안해하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도 맡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요. 당연히 유급 휴가고요. 이번 성과에 따른 성과급도 따로 나갈겁니다.”
그의 눈빛을 읽은 선오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리원 씨 이번 주 음방 일정까지만 같이 다니고 휴가 내겠습니다.”
이에 김록기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15만장이라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숫자예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그에게 선오는 그저 빙긋 웃어보였다.
“원곡자들 반응은 어때요?”
“다행히 다들 만족해하셨습니다. 특히 이선율 선배님은 또 피쳐링 무대같이 설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연락 달라고 하셨고요.”
“그래요? 하하하. 이선율이 그렇게 나왔다는 말이죠?”
선오의 말에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김록기였다.
“서희 선배님, 김완식 선생님께도 인사차 전화 드렸더니 앨범 활동 끝나면 밥 한번 사시겠다고 리원 씨랑 같이 놀러 오라고 하셨고요.”
“보통 마음에 안 들면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어하실 양반들인데···. 상당히 만족하셨나 보네요.”
지이이이이이잉——
그리고 때마침 걸려온 또 한 통의 전화,
“급한 전화면 받으세요.”
“조필영 선생님이십니다.”
선오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네, 선생님.”
– 129 피디, 이번 앨범 좀 더 보내줄 수 있어? 리원이 싸인까지 있으면 더 좋고. 우리 손녀가 친구들한테 나눠준대서.
“어우, 그럼요 선생님. 몇 장 필요하신지 말씀 주시면 내일까지 넉넉히 보내겠습니다.”
조필영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까지 들렸는지, 소리 없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김록기 대표였다.
선오를 보는 그의 얼굴에서는 연신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 * *
리원의 솔로 앨범이 초동 성적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타이틀곡은 ‘뮤직시티’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뮤직점프’에서 처음으로 1위 후보에 올랐다.
이곳 대기실로 향하는 출근길 복도.
선오와 리원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여어···. 이게 누구야?”
“안녕..하세요.”
바로, 하이걸즈 멤버들 4명과 이들을 담당하는 굿엔터 이사였다.
“어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