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명동 오 부장을 찾아라
“너희들이 명동 오 부장을 찾겠다고?”
예상하지 못한 현호의 제안에 엄상현 회장이 다시 물었다.
“최 변호사님 혼자 하시는 것보다 저희들이 함께 찾는 게 효과적일 거 같아서요.”
“달리 어려운 게 아니라 명동 오 부장이라는 별명을 쓰는 사채업자가 많기 때문이야. 그들 중 누가 찌라시의 오 부장인지를 가려내는 게 힘든 거다.”
그들이 모두 자기가 짜리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는 모두 부인할 수도 있다.
그러니 명동 오 부장을 찾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아, 그런 어려움이 있군요.”
현호는 이제야 어려움을 알았다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곧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각자 명동 오 부장을 찾아 아예 리스트를 가져오는 게 어떨까요?”
“뭐, 각자?”
현호의 제안이 솔깃했는지 엄상현 회장이 다시 현호를 쳐다봤다.
“명동 오 부장이라는 사람을 찾아서 최 변호사님께 알려 주는 건 의미 없잖아요. 대신 저희 중 누군가 리스트를 가져오면 보상해 주실 거죠?”
“보상?”
엄상현 회장이 예상하지 못했는지 흠칫 놀란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현호의 말에 누구보다 놀란 이들이 있다.
바로, 세 남매였다.
현호가 아버지에게 보상까지 얘기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성과를 거두면 보상해 준다는 게 아버지 경영 철학이잖아요. 리스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국그룹에 복수할 수도 있고, 송우그룹이 다른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는 둘 다 할 수도 있죠.”
“음…….”
엄상현 회장은 현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위공무원의 인적사항이 담긴 리스트다.
그 리스트를 잘 이용하면 송우그룹이 필요할 때 고위공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리스트의 공개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성국그룹에게 복수하는 동시에 송우그룹의 이익도 끌어낼 수 있다.
‘괜찮은 보상을 얘기하면…….’
자식들은 리스트를 찾으려 그들의 역량을 쏟을 것이다.
어쩌면 그 방법이 리스트를 찾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엄상현 회장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좋다. 보상을 해 주지. 누구든지 진짜 리스트를 가져오면 송우전자 주식 1퍼센트를 주겠다.”
“아버지, 정말이에요?”
엄현주가 믿어지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왜 아니겠는가.
다른 회사도 아닌 송우전자 주식이다.
송우전자의 주식 없이 송우그룹의 회장이 될 수 없다.
1퍼센트이기는 하지만, 그 가치는 다른 계열사에 비해 엄청 높아 무시할 수 없다.
“누구든지 진짜 리스트를 가져오거라. 약속대로 보상해 주마.”
엄상현 회장의 단호한 말에 세 남매의 얼굴이 확연히 밝아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현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 * *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네 남매는 거실에 모였다.
식사 후 다과를 하며 대화하는 일종의 가족 시간이다.
하지만 식사 때 특혜 분양 리스트와 보상에 관해 얘기했던 엄상현 회장은 일부러 자리를 피해 주었다.
자식들이 어떤 얘기들을 할지 짐작하고 있기에.
아니나 다를까.
엄현식이 동생들의 마음을 떠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너희들 리스트에 관심 있냐?”
그의 물음에 엄현태가 대꾸했다.
“형, 리스트에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송우전자 주식에 관심 있는지 물어야 하는 거 아냐?”
“야, 그 말이 그 말이잖아.”
“형은 관심 없어?”
“대답부터 해. 형이 묻는데 자꾸 되묻냐?”
“당연히 관심 있지.”
엄현태의 대답을 들은 엄현식이 현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현주, 너는 어때?”
“나도 관심 있어.”
다음으로 엄현식이 현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현호, 너는?”
“나는 관심 없어.”
“뭐?”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현호를 쳐다봤다.
왜 아니겠는가.
엄상현 회장에게 리스트를 가져오면 보상으로 송우전자 주식을 약속하게 한 게 현호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송우전자 주식에 관심 없다는 것은 그룹 승계에 관심 없다는 의미였다.
엄현식은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정말 관심 없다고?”
“형, 관심 있다고 하면 리스트를 찾아야 하잖아. 솔직히 일이 많아서 그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그런데 왜 아버지께 리스트를 찾으면 보상해 달라는 얘기했어?”
“형과 누나가 관심 있잖아. 그래서 내게 찌라시에 대해 물어본 거 아냐?”
“아니, 뭐, 그렇기는 한데…….”
말문이 막힌 엄현식이 어물거리자 현호가 자르며 얘기했다.
“이왕 아버지 도와 드리는 거 선물까지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얘기했는데, 송우전자 주식을 주신다고 하니 나도 놀라기는 했어. 그만큼 아버지가 이번 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겠지.”
현호가 말을 마치자 엄현태가 물었다.
“그래서 너는 리스트를 찾지 않겠다는 거야?”
“얘기했잖아. 나는 그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 지금도 내 방에 가면 검토할 서류가 산더미야.”
이쯤 되자 현호를 쳐다보던 모두의 의아한 시선이 풀리며 안심이 되는 기색을 보였다.
경쟁자 한 사람이 스스로 대열에서 떨어져 나갔으니 왜 흐뭇하지 않겠는가.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현호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현호는 관심 없으니까 제외하고, 우리 함께 리스트를 찾는 게 어때?”
장남 엄현식이 불쑥 제안하자 깜짝 놀란 엄현태와 엄현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솔직히 이건 시간 싸움이야. 아버지가 먼저 명동 오 부장을 찾아서 리스트를 가지면 송우전자 주식은 날아가.”
“…….”
“그런데 우리가 먼저 명동 오 부장을 찾고 리스트를 아버지께 가져가면 송우전자 주식이 생겨. 함께 찾으면 시간도 절약하고 속도도 우리가 훨씬 빨라.”
‘응? 무슨 꿍꿍이지?’
현호는 엄현식의 얘기를 들으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엄현식은 남을 배려하거나 협력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형제에게 협력을 제안하는 건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현호는 차분히 그들의 대화를 듣기로 했다.
“주식은 공평하게 n분의 1로 나누고.”
“n분의 1로 공평하게? 세상에 공평한 게 어딨어?”
엄현식의 협력 제안에 엄현태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뭐?”
“누가 더 공이 많은지에 따라 나눠야지. 솔직히 누군가는 열심히 찾고, 누구는 놀았는데 n분의 1로 나누는 건 불공평한 거야.”
엄현주 또한 가세했다.
“명동 오 부장 찾는 노력은 다른 사람의 몇 배로 해도 못 찾을 수 있잖아. 그러면 공이 없다는 거야? 그 공을 세운다는 기준도 너무 애매해.”
그러자 엄현식이 발끈했다.
“야! 그럼 시간 없는데 각자 하자는 거야?”
이에 엄현태가 즉각 대꾸했다.
“형, 우리가 가진 조건 중 시간이 가장 공평해.”
“뭐?”
“시간은 아버지나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졌으니까.”
그의 대답이 아니꼬운지 엄현식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흥. 처가댁 신문사 기자들 이용할 생각하니, 시간은 네게 문제가 되지 않나 보지?”
“뭐라고?”
“그리고 현주 너는 검사 남편 이용하면 될 테고.”
“오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야! 네가 너희들 속을 모를 줄 알았냐? 그래, 좋아! 각자 하자.”
‘그럼, 그렇지.’
엄현식의 마지막 말에 현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결국, 큰형 엄현식은 그 자신이 협력을 제안한 이유를 스스로 얘기한 꼴이 되었다.
엄현태의 아내는 나라일보 사주의 딸이다.
그녀의 영향력이면 여러 기자를 동원해 명동 오 부장이라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묻고 탐색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기자들이라 세 남매 중 가장 유리할 수 있다.
엄현주 또한 검사 남편의 능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찾는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세 남매 중 가장 불리하다고 생각했던 엄현식이 협력을 제안했지만 보기 좋게 퇴짜 맞은 꼴이 되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 알았어!”
화가 난 엄현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거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어이없이 쳐다보던 엄현태와 엄현주도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거실에 혼자 있게 된 현호는 최명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명준입니다.]
“명동 오 부장은 잘 준비됐습니까?”
[네, 사장님]
“수고했어요.”
현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 * *
한편,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 찌라시로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은 노발대발했다.
특혜 분양을 책임졌던 시행사, 성국 공간엔지니어링 대표 차승국이 불려와 있었다.
“리스트가 어떻게 존재해? 모두 없앴다고 했잖아!”
곤혹스러운 표정의 차승국 대표가 대답했다.
“회사에서 보관하던 리스트는 모두 없앤 게 맞습니다. 하지만 분양 초기에 만들어진 리스트가 어디론가 새어 나갔다면…….”
탕!
차승국 대표가 말끝을 흐리자, 미간을 찌푸린 안명기 회장이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치며 언성을 높였다.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그런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대표 월급 받고 있었어?”
“죄송합니다.”
“꼴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
차승국 대표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가자 안명기 회장이 곁에 있던 한종혁 법무팀장에게 얘기했다.
“이 사건 마무리되면, 저 새끼 잘라.”
“예, 회장님.”
“명동 오 부장이라는 자는 찾고 있어?”
“예.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을 최대한 풀어서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리스트를 확보해서 없애야 해.”
“예, 회장님.”
리스트 관련 찌라시로 안명기 회장이 골치를 앓고 있을 때, 마음이 들뜬 이가 있었다.
바로, 남현민 검사장이었다.
현호는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엄 사장,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 찌라시, 알고 있어요?]
남현민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당연하죠. 저희 그룹도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심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되죠. 명동 오 부장이라는 자를 찾아야죠.]
“제 아버님이 판단하실 겁니다.”
물론 아버지와 형과 누나는 열심히 리스트를 가진 명동 오 부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남현민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아직 리스트에 대한 얘기가 없습니다.”
[아직은 찌라시일 뿐이고, 성국그룹이 단단히 틀어막고 있기도 하죠.]
“참! 재기수사명령을 한 후 국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던데요?”
[하하. 응원 전화가 많이 왔습니다.]
“기쁜 일이네요.”
[그런데 내가 재기수사명령을 하니까 평소에는 연락하지 않던 간부들이 전화해서 화를 내지 뭡니까?]
남현민의 목소리에는 그들에게 향한 섭섭함이 담겨 있었다.
“성국그룹과 인연 있는 분들이겠죠.”
[재밌는 건, 특혜 분양 리스트 찌라시가 뜨니까 내게 따지던 그들 중 아무도 연락을 안 해요.]
“몸을 사리는 건가요?”
[어쩌면 자기 이름이 그 리스트에 존재할 수도 있죠.]
“그 리스트의 존재가 밝혀지면 검사장님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을 수 있겠네요.”
[하하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리스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으면 합니다.]
“그래야죠.”
남현민이 왜 이리 들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리스트가 세상에 드러나면 잠실 탑힐 특혜 분양에 대해 재기수사명령을 한 그의 존재감이 부각될 터.
하지만.
‘당신이 이번 일로 다시 주목받을 일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