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유태규의 반전 전략
“내가 리스트는 쓸모없게 될 거라고 했잖아요.”
“아……!”
최명준 실장은 현호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현호가 확보한 리스트를 형제들에게 넘기려고 할 때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현호가 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리스트를 가지려는 그의 형제들이 송우전자 주식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다.
“다른 이유가 뭔지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현호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얘기했다.
“성북동은 전쟁터. 전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최명준이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그래서 유태규 검사가 성국그룹 법무팀장을 만나는 거군요.”
그때였다.
현호의 휴대폰이 울려서 보니,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였다.
“엄현호입니다.”
[엄 사장님, 일전에 말씀드린 마이포춘 투자사에 1백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자금을 어떻게 할까요?]
현호는 이번 리스트 찌라시가 있기 전 나해철 대표에게 새로운 회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번 일로 인해 생긴 자금을 투자 관리할 때 M&H 인베스트먼트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송우생명 주식을 확보하세요.”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최명준 실장이 물었다.
“송우전자가 아니라 왜 송우생명 주식입니까?”
“그 돈으로 송우전자 주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송우전자의 주가는 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팔 사람은 거의 없죠. 일반적인 거래로는 송우전자 주식 1퍼센트를 사는 것도 힘듭니다.”
그렇기에 형과 누나가 리스트를 차지하기 위해 경매하듯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가.
“대신 송우생명 주식은 좀 여유가 있죠. 송우카드 위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송우카드에 많은 자금을 대출해 준 송우생명이었다.
송우카드가 부도 위기에 몰리며 주식이 하락하자 송우생명도 덩달아 하락했다.
“채권단 지원 발표 후 하락이 멈추고 서서히 오르고는 있지만,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송우생명을 선택한 건 다른 이유도 있는 거죠?”
최명준 실장이 현호의 속내를 안다는 듯이 물었다.
그 물음에 현호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송우생명은 송우그룹의 머리와 다리를 연결하는 몸이에요.”
송우그룹의 머리는 송우전자이고 다리는 각 계열사이다. 송우생명이 그 중간에서 연결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최명준이 이해했다는 대답을 하자 현호는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수고해 주신 그분, 명동 오 부장에게도 약속대로 지급했죠?”
“네. 20억 지급했습니다. 곧 한국을 떠날 겁니다.”
“이번 일 수고 많았어요.”
* * *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를 입수한 엄상현 회장은 그것을 터트릴 언론사를 나라일보로 정했다.
그리고 며칠 후, 엄상현 회장은 나라일보 사주 배원우를 송우호텔 VIP 룸에서 만났다.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배원우가 룸으로 들어오는 엄상현을 향해 인사했다.
이에 엄상현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배 사장님도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예. 덕분에요.”
사돈지간인 두 사람.
하지만 오늘 만남은 비즈니스이기에 두 사람은 딸과 아들에 대한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특종이 될 정보를 저희에게 주셨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사실 엄상현은 리스트를 나라일보에 넘기기 전 방송국 쪽을 알아봤다.
그들은 리스트의 내용을 팩트 체크해야 했고 고위층 승낙까지 받으려면 방송되기까지 기간이 꽤 걸리게 되어 포기했다.
그 후, 몇몇 신문사를 접촉했다.
하지만 그들은 꽤 난처해했다.
다른 기업이 아닌 성국그룹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특혜 분양 리스트’라는 기사가 나가면 성국그룹의 광고가 중단될 게 너무도 뻔했다.
“나라일보처럼 훌륭한 언론사가 맡으니 저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나라일보는 리스트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 특종을 보도하지 않으면 언론사가 아니죠, 하하.”
배원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최근 나라일보와 성국그룹의 관계는 좋지 않다.
성국조선 주가조작 사건 때 나라일보가 꽤 많은 기사를 낸 것이 안명기 회장을 화나게 했다.
그 후, 성국그룹이 나라일보에 광고를 주지 않고 있다.
‘잘하면 이것을 계기로 다시 광고를 받을 수 있지.’
특혜 분양 리스트를 터트리면 성국그룹은 꽤 곤란하게 된다. 후속 보도를 막으려면 나라일보에게 그만한 대가를 주어야 했다.
그런 그의 속내를 모르는 엄상현 회장이 물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일 조간 1면에 크게 실릴 겁니다. 한동안 나라가 시끄러울 것 같네요. 성국그룹도 편안하지는 못할 거고요.”
“하하, 훌륭한 언론사가 이런 일을 맡아 주니 나라가 발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하하.”
* * *
배원우와 기분 좋게 헤어진 엄상현 회장이 막 성북동에 도착했을 때였다.
최덕일 변호사가 서재로 다급히 들어왔다.
“회장님.”
“최 변,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어. 내일 나라일보 조간에 특혜 분양 리스트가…….”
최덕일이 엄상현 회장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회장님, 잠시 후에 경찰 발표가 있습니다.”
“응? 무슨 경찰 발표?”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 건이라고 합니다.”
“뭐?”
“유태규 검사가 제게 연락해 알려 줬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엄상현 회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최덕일이 손목시계의 시간을 체크하더니 얘기했다.
“저도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발표 시간이 되었으니 확인해야 할 거 같습니다.”
최덕일이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화면에 경찰관이 단상 앞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화면 아래 자막에는 라고 쓰여 있었다.
그 자막을 본 엄상현 회장이 화들짝 놀랐다.
“저거 뭐야? 리스트 조작단 수사발표?”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태규가 알려 줬다고 하지 않았나?”
“유 검사도 발표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때, TV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 조작단 수사발표를 하겠습니다. 이들은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성국그룹에 불리한 가짜 특혜 분양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짓 정보를 찌라시로 퍼트려 성국그룹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저게 뭔 개 같은 소리야!”
엄상현 회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찌라시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트리기 전, 이들은 잠실 탑힐 분양자들에 대해 조사를 했으며, 그중 고위공무원을 타깃으로 마치 특혜가 있는 양 거짓 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회장님.”
다급히 박경국 과장이 서재로 들어왔다.
“배원우 나라일보 대표님께서 통화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엄상현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시선은 TV 화면에 멈춰 있었다.
[이들은 명동 오 부장이라는 가명까지 사용하였으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조작된 리스트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정보를 얻으려 접촉한 이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아직 붙잡히지 않은 공범 등을 더 조사할 것이…….]
“박과장!”
엄상현이 목청을 높이자 박경국이 얼른 대답했다.
“예, 회장님.”
“당장, 현태 들어오라고 해!”
“예, 회장님.”
* * *
엄현태의 승용차가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한 건물 앞에 멈췄다.
운전석에 있던 이지홍 비서가 급히 내려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뒷좌석의 창문이 열리며 보이는 얼굴, 엄현태였다.
그는 이지홍 비서가 들어간 건물을 신경질적인 눈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이지홍 비서가 허탈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사장님, 사무실이 비어 있습니다.”
“뭐어?”
“건물 관리실에 확인해 보니, 그 사무실을 임대해 쓰던 사람이 며칠 전 나갔다고 합니다.”
“전화는?”
“전화도 해지한 것 같습니다. 없는 번호라고 합니다.”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엄현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
“아악! 씨발!”
디리리리.
그때, 이지홍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지홍입니다.”
[성북동입니다. 회장님께서 사장님 당장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전하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이지홍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사장님, 회장님께서 성북동으로 들어오시랍니다.”
“아악! 이 개새끼! 가만두지 않겠어.”
엄현태는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되기에 더욱 화가 치솟았다.
하지만 지시가 떨어진 이상 성북동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경찰의 잠실 탑힐 특혜 분양 리스트 조작단 수사발표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으하하하.”
엄현식이었다.
“리스트를 갖지 못한 게 천만다행이네. 잘난 척하더니 120억을 사기당했어. 으하하하.”
하지만 이 순간 엄현식보다 기쁜 이가 있었다.
바로, 엄현주였다.
“오늘 우리 외식해요. 내가 좋은 곳에 예약할게요.”
엄현주는 남편 유태규와 통화하고 있었다.
[아버님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요?]
“일 때문에 늦는 거로 알 텐데, 무슨 상관이에요. 오늘 같은 날은 즐겨야죠.”
[알겠어요.]
“당신 참 대단해요. 어떻게 이렇게 선수 칠 생각을 했어요?”
[나는 아이디어만 냈을 뿐이고, 작업은 모두 성국 쪽에서 했어요.]
“성국도 당신에게 고마워해야겠네요. 120억보다 훨씬 싼 값에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테니.”
[작은형님은 지금쯤 아버님께 불려 갔겠죠?]
“당연하죠.”
그랬다.
엄현주가 유태규와 통화 중이던 그 시각.
엄현태는 엄상현 회장의 질타를 듣고 있었다.
“사기꾼에 당해!”
“죄송합니다.”
엄현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우리가 준 정보가 내일 조간신문에 실릴 뻔했다. 오늘 경찰 발표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 거 같아?”
“…….”
엄현태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사기꾼의 장단에 춤을 출 뻔했어. 이게 무슨 망신이야.”
“죄송합니다.”
“평소 너답지 않게 일 처리를 이렇게 한 건, 송우전자 주식 때문이냐?”
“…….”
엄현태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실, 리스트가 가짜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가짜일 수 없다고 믿었다.
아버지의 말처럼 송우전자 주식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다른 형제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그것에 집중했었다.
“네게 주기로 한 보상은 없던 일이 될 거다. 불만 있어?”
“불만 없습니다.”
불만이 왜 없겠는가.
어쨌든 자신의 행동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한 일이었다. 그리고 많은 자금 또한 사용했다.
그런 자신의 노력은 보지 않고 단칼에 자르는 아버지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나가 봐.”
“예.”
돌아서 서재 밖으로 향하는 엄현태의 눈에 날카로운 날이 섰다.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은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날 비웃고 있겠지.’
자신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형과 여동생이 비웃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자신은 경쟁에서 이겼음에도 아버지에게 신뢰를 잃었다. 승계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보다 못한 형과 여동생이 자신보다 앞서게 되는 건 참을 수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뭔가 해야 해.’
엄현태는 모른다.
그렇게 현호가 계획한 싸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