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약점 교환
“외숙부, 박만희 씨와 성국그룹이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현호가 묻자 최해식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현호야, 어쩌면 좋으냐. 매형에게 얘기해 도움을 구할 수도 없고. 부원장도 성국그룹 사람인 거 같아 함께 상의할 수도 없고.”
“외숙부, 성국그룹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뭐어?”
화들짝 놀란 최해식의 눈이 커졌다.
현호가 이런 얘기를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성국그룹이 영상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거짓 영상이기는 하지만 거짓이라 밝혀 줄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없다니?”
“박만희가 해외로 출국했어요.”
“아…….”
최해식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제 나는 성국그룹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요.”
“응?”
“우리도 성국그룹의 약점을 잡고, 서로의 약점을 교환하는 거죠.”
“약점을 교환한다고?”
그럴듯한 아이디어였다.
“현호야, 성국의 약점을 네가 알고 있어?”
“성국그룹이 알려 줬잖아요.”
“응?”
“금융계열사 특별검사를 취소하라는 건, 그들 내부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에요.”
“아! 그렇구나.”
놀란 표정을 짓던 최해식이 이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특별검사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약점을 잡을 수 있어?”
“외숙부와 제가 함께 찾을 수 있어요.”
“함께? 어떻게?”
“자세한 방법은 그때그때 알려 드릴게요. 우선 외숙부는 성국그룹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척하시면 돼요.”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성국그룹은 아버지의 움직임을 살필 거예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아버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테니, 외숙부를 의심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어둡게 굳어 있던 최해식의 얼굴이 한결 편하게 풀어졌고, 현호를 보는 그의 눈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현호야, 정말 고맙다. 나 혼자 얼마나 속을 끓였던지. 네가 나의 든든한 배경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어.”
최해식은 그동안 현호의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엄상현 회장만큼 든든한 배경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번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엄상현 회장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현호는 자기 일처럼 자신을 도와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이제부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너와 상의하마. 네 도움도 꼭 갚을 거야. 갚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그런 모습을 본 현호는 싱긋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힘이 될 수 있어 기뻐요.”
* * *
다음 날 출근한 최해식은 한종혁에게 전화를 했다.
“최해식입니다.”
[결정하셨습니까, 원장님?]
“금융계열사 특별검사 계획을 취소하죠.”
[현명한 판단을 하신 겁니다.]
“다시 연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하하. 섭섭한 말씀을 하시네요. 좋은 인연을 맺었으니 앞으로 자주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건방진 놈.”
최해식의 입에서 거친 말이 흘러나왔을 때였다.
그의 비서가 인터폰으로 얘기했다.
[원장님, 자산운용 검사국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게 하세요.”
[네.]
잠시 후, 자산운용 검사국장이 원장실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원장님.”
“이 국장, 미안한 얘기를 해야겠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3대 그룹 금융계열사 특별검사 계획은 취소해야겠어요.”
“예? 아니, 왜……?”
“국가 경제와 기업 경영 환경 등 여러 가지 것을 고려한 결정이에요. 아쉽겠지만 사정을 이해해 주면 좋겠어요.”
“아…… 예.”
“그리고 이 국장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최해식은 성국그룹의 약점을 찾기 위해 어제 현호가 얘기한 것을 다시 떠올렸다.
-외숙부, 성국그룹 금융계열사에서 다른 계열사로 간 자금 중 의구심을 들게 한 게 있었는지 알아봐 주세요.
“원장님,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최해식에게 묻는 이 국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최근 몇 년간 성국증권이나 성국생명에서 그룹 계열사로 간 자금 중 이상하게 생각된 게 있었어요?”
“음…….”
이 국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예. 하나 생각이 나네요.”
순간 최해식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게 뭐였죠?”
“2년 전쯤 수천억 원의 자금이 성국유통에 대출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왜 이상하게 생각됐어요?”
“그 후에 성국유통이 상장되었는데 특혜 시비가 있었습니다.”
“아……!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죠.”
최해식도 그때 일이 기억났다.
성국유통이 상장심사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인터넷 언론사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인터넷 언론사의 영향력이 낮은 탓도 있었고, 성국그룹과 한국거래소에서 반박하면서 그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쉽게 잊혀졌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기는 하네. 상장을 앞두고 수천억 원의 대출을 받았으니.’
최해식의 얼굴에도 의아한 기색이 흘렀다.
“원장님, 그건 왜 물으십니까?”
이 국장의 목소리에 최해식은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참고할 게 있어서 물었는데,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아, 예.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이 국장이 원장실을 나가자 최해식은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최해식과 통화 중이었다.
[현호야, 어제 얘기한 대로 한종혁에게 전화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짐작한 대로 박만희 영상을 빌미로 성국이 나를 컨트롤하려는 것 같아.]
“놀랄 일도 아니네요. 제가 부탁한 것도 알아보셨어요?”
[그래, 알아봤어.]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최해식의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2년 전쯤 성국생명이 성국유통에 수천억 원을 대출해 준 적이 있어. 그 후에 성국유통이 상장되었는데, 상장 특혜 시비가 있었어.]
“아……!”
현호도 기사로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현호는 그것을 염두에 둘 수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아버지와 형제들 틈에서 글로리 엔터와 송우미디어를 차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했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기에 왜 그 많은 자금을 대출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의아하기는 하네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 알겠다.]
현호가 통화를 끊으며 소파 맞은편에 앉은 최명준 실장에게 얘기했다.
“최 실장, 상장되기 전에 왜 수천억 원의 자금이 건너갔을까요?”
“상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아닐까요.”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요?”
“글쎄요.”
최명준이 테이블 위 자신의 노트북에서 인터넷을 열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뭔가를 뚫어지게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 같아도 상장했을 겁니다.”
“예?”
“성국유통 액면가 5천 원이던 주식이 50만원으로 뛰었는데요.”
“대단하군요.”
“대주주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을 겁니다. 그러니 상장 안 할 수 없죠.”
“안명기 회장이 최대주주겠죠?”
최명준 실장이 다시 검색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명기 회장이 최대주주가 맞습니다.”
“대출금과 상장…… 어떤 연관이 있을 거 같은데…….”
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남현민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사장님, 엄현호입니다.”
[엄 사장, 어쩐 일입니까?]
“부탁할 게 있어 연락했습니다.”
[엄 사장 부탁이면 들어줘야죠. 뭡니까?]
“최근 2년간 성국유통과 관련한 사건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어려운 부탁도 아니네요. 재판 중인 것까지 포함해서 알려 드리죠.]
“고맙습니다.”
엄현호가 통화를 끊자 최명준이 물었다.
“사장님, 성국유통 특혜 상장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송우미디어 비서실장에게 그 기자가 자세한 얘기를 해 줄까요?”
최명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렇죠. 안 해 주겠죠.”
“일단 남현민 검사장의 연락을 기다려 보고 다음 할 일을 정하도록 하죠.”
“네, 사장님.”
그렇게 결정하고 각자의 일을 한 지 반나절이 지났을 때, 남현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엄 사장, 부탁한 거 알아봤어요.]
“사건이 있습니까?”
[부당해고 건으로 행정소송 중인 게 있어요. 그러니까 해고된 직원이 지방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고 판정받았는데, 성국유통이 행정소송을 걸었어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직원 정보는 줄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검사장님.”
통화를 끝내자 현호의 휴대폰 메시지로 직원의 이름과 주소가 전달되었다.
이에 현호는 최명준 실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남현민 검사장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부당해고 소송 중인 성국유통 직원이 있어요. 이름과 주소를 보낼 테니 우리 일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 * *
어둠이 내려앉는 주택가 골목길.
최명준은 몇 시간째 차 안에서 한 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만나야 할 곽창명이 살고 있는 원룸. 그 창문에 불이 꺼져 있었다.
최명준이 시간을 확인하려 할 때 30대 중반의 남자가 최명준의 차를 지나쳐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잠시 후, 곽창명의 원룸 창문에 불이 켜졌다.
‘아! 조금 전 그 남자구나.’
최명준은 곽창명의 생김새를 알게 됐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그에게 접근해 정보를 알아낼지를 궁리해야 했다.
적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은 채 30여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어!”
원룸 창문에 불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곽창명이 건물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그는 최명준의 승용차를 지나쳐 걸어가자 최명준은 차에서 내려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쯤 걸어갔을 때 곽창명이 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편의점 안을 살핀 최명준은 그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걸 알게 됐다.
‘손님이 많아.’
곽창명에게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 손님이 편의점을 찾았다.
그래서 최명준은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손님의 방문이 뜸해지기를 기다렸다.
두 시간이 지나자 편의점을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한가해 보였다.
최명준은 카페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과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곽창명은 통화 중이었다.
최명준은 물건을 고르는 척하며 곽창명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밥 잘 먹고 있어요. 이미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단했으니까 소송도 이길 거예요. 또 연락할게요.”
전화를 끊은 곽창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당해고 기분 더럽죠?”
“예?”
곽창명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최명준을 쳐다봤다.
이에 최명준이 계산대로 다가가 음료수 두 개를 건네며 얘기했다.
“저도 부당해고 당해 봐서 그 기분 알아요.”
계산하는 것도 잊은 채 곽창명이 최명준을 응시하며 물었다.
“어느 회사였어요?”
“송우그룹 비서실에서 일했어요.”
“송우그룹에서 부당해고 당했어요?”
곽창명이 계산대에 놓인 음료수 두 개를 계산하며 물었다.
“네. 퇴근하는 길에 문자로 해고 통보 받았어요.”
“와, 나쁜 놈들.”
최명준은 곽창명이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랄까.
‘의외로 얘기가 잘 되겠는데.’
최명준은 과거 박경국 과장에게서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를 받았었다.
그 경험이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