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약점 하나 플러스 알파
“그쪽은 어디서 근무했어요?”
최명준이 곽창명에게 물었다.
“저는 성국유통이요.”
“재계 1위 성국그룹도 그렇게 합니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최명준이 얘기하자 곽창명은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말도 마세요.”
이에 위로하듯 최명준이 캔 음료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하나 드세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마음은 가까워졌다.
그리고 음료수를 마신 곽창명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부당해고 당한 후 어떻게 했어요?”
“앞이 깜깜했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랑 똑같네요. 저도 그랬거든요.”
“다행히 회사분이 연락 오셔서 도움을 주셨어요.”
“어떤 도움을……?”
“좋은 회사에 취직하게끔 도와주셨어요.”
“정말 운이 좋으셨네요. 그런 좋은 분 만나시고.”
최명준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최명준이라고 합니다.”
“곽창명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얘기하며 분위기가 더욱 친근해지자, 최명준이 더 자세한 얘기를 물었다.
“조금 전 전화할 때 소송 얘기하는 것 같던데?”
“아주 골치 아파요.”
곽창명이 할 말 많다는 표정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방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로 판단했는데 회사에서 행정소송을 냈어요.”
“아니,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후우.”
답답한지 곽창명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요.”
“성국유통이면 2년 전쯤 상장해서 잘나가는데, 무슨 회사의 명예가 손상될 게 있다는 겁니까?”
“그때쯤인 걸 아시네요?”
“약간 소란이 있었잖아요. 상장 특혜라는 인터넷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요.”
“그 일 때문이에요.”
“예? 그게 무슨……?”
최명준은 짐작이 되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회사는 내가 기자에게 내부 허위정보를 줬다고 생각해요.”
“아…… 억울하겠네요.”
“예?”
당황한 곽창명이 눈을 깜빡였다.
“그런 정보를 안 줬는데 줬다고 회사에서 믿으니까요.”
“…….”
대답이 없는 곽창명.
최명준은 그에게 뭔가 사정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회사는 왜 창명 씨 얘기를 안 믿는 거예요?”
“……저의 상사가 내부정보를 줬거든요. 저도 공범이라 생각하는 거죠.”
“상사요?”
“경리과 과장님이요.”
“아, 그랬군요. 그럼 그분은……?”
“퇴사하셨어요. 그런데 그분은 각오하고 하신 일이니까요. 저에게 많이 미안해하시고 도와주려고 하세요.”
“그러니 창명 씨가 미움을 받고 있는 거죠.”
“예?”
곽창명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회사에 미운털 박힌 과장이 도와주는 사원을 누가 좋아합니까?”
곽창명이 동의하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래도 과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제 곁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의 풀죽은 모습을 보며 최명준이 얘기했다.
“창명 씨도 운이 좋네요. 도와줄 사람이 한 명 더 생겼으니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화들짝 놀라 눈을 깜빡이는 곽창명.
최명준은 싱긋이 미소 지으며 그에게 얘기했다.
“제가 도와줄게요.”
* * *
최명준이 곽창명을 만난 이틀 뒤.
현호와 최명준이 탄 승용차는 송우미디어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신문 기사에서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성국유통 직원이 심사 전부터 만났다고 했어요.”
현호가 최명준에게 얘기했다.
“그 본부장은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나 본부장, 아무도 언론사 상대로 고소하지 않았어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으니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았겠죠.”
그의 말에 동의하듯 최명준이 고개를 주억이자,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장복호 과장이라고 했죠? 성국유통 내부정보를 기자에게 얘기했다는 사람이.”
“네, 맞습니다.”
“그 정보라는 게…….”
“성국유통과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상장심사 전 이미 통과를 약속해 놓았다는 거죠.”
현호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 언론 기사, 이상하네요.”
“어떤 점이 이상하다는 겁니까?”
“그런 기사를 쓰면서 정황만 있었어요. 겨우 성국유통 상무와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같은 시간에 같은 건물에 있었다는.”
“저도 그 점이 이상했는데, 쓰다만 기사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장복호 과장의 행동도 이상해요. 겨우 그런 정보만 기자에게 주려면 왜 회사를 퇴사한 걸까요?”
최명준이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이며 얘기했다.
“제 느낌이지만 곽창명 씨가 말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최 실장을 믿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장복호 과장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해 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호는 그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후 자기 자랑을 해도 될 텐데, 최명준은 그런 법이 없다.
‘자기 자랑하는 법이라도 알려 줘야 하나.’
이후로 한 시간을 달려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엄현호라고 합니다.”
룸으로 들어선 현호는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했다.
까끌까끌한 턱수염이 자라 있고 피곤한 기색의 장복호는 무뚝뚝하게 얘기할 뿐이었다.
“장복호라고 합니다.”
“과장님과 통화한 최명준입니다.”
최명준이 이어서 인사하자, 장복호는 자리에 앉으라며 손짓을 했다.
“두 분 앉으시죠.”
세 사람이 마주 보며 앉자 장복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성국유통이 소송을 취하하게 만들어 곽창명 씨를 회사에 복귀시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과장님께서 도와주시면.”
현호가 대답했다.
“제가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합니까?”
“왜 곽창명 씨가 해고되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회사 측은 창명 씨가 저와 함께 허위정보를 외부에 얘기했다고 생각한다는 걸.”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
“기자를 만나셨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 혼자…….”
현호가 그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신문 기사를 읽어 봤습니다. 시리즈로 나오려던 기사가 초반 부분에서 멈춰 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현호는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그를 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왜 정보제공을 포기했습니까?”
“머, 뭐 하자는 겁니까?”
정곡을 찔려 놀랐는지 장복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을 더듬었지만, 현호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제 의도는 곽창명 씨, 장복호 과장님 그리고 저희가 힘을 합쳐 원하는 걸 얻자는 겁니다. 그래서 진짜 이유를 물은 거죠.”
“제가 원하는 건 곽창명 씨가 회사로 복귀…….”
현호가 그의 말을 끊었다.
“곽창명 씨가 복귀하면 최소한 과장님이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뒤의 일은 과장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
장복호 과장이 아무 말을 하지 못하자 현호가 다음 말을 이었다.
“인사이동, 차별, 왕따로 곽창명 씨 혼자 고립되다 결국 퇴사할 겁니다.”
“그러면 어쩌라는 겁니까? 회사 복귀하지 말라고 해요?”
“네.”
“……예?”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장복호의 표정이 멍해졌다.
“곽창명 씨가 원하면 회사 복귀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고생을 하는데 그것으로 끝낼 수는 없죠. 곽창명 씨와 과장님 모두 언제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넉넉한 자금까지 성국유통으로부터 받아 내겠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장복호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과장님이 저희에게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죠.”
“…….”
장복호가 망설이자 현호는 다음 말을 이었다.
“최 실장, 가져온 계약서를 드리세요.”
“예.”
최명준이 건넨 계약서를 보고 눈이 커진 장복호.
그 모습을 본 현호가 얘기했다.
“계약서는 제가 조금 전 말한 대로 심플하지만, 말로만 약속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거기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현호는 그에게 결정할 시간을 주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계약서를 보며 생각하더니 잠시 후 계약서에 사인했다.
“해고된 진짜 이유를 물으셨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성국유통이 상장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왜죠?”
“그럴 만한 자격이 없었습니다.”
“자격이요? 심사팀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장복호가 현호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분식회계를 했어요.”
“아……!”
“저를 포함한 몇 사람이 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괴로웠어요. 지금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문제가 더 커져서 터질 게 뻔하니까요.”
“…….”
“그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것을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요.”
“그래서 언론사에 제보하기로 결정하신 거군요.”
“상장 통과라도 막아 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정복호가 힘없이 얘기했다.
“그런데 왜 인터넷 언론사에 제보했어요? 좀 더 힘 있는 언론사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잖아요.”
“접촉했습니다. 그런데 확답 못 하더라고요. 아마, 성국그룹에서 받는 광고 때문인 거 같았어요.”
현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인터넷 언론사에 제보해서 기사화가 됐는데, 증거라고 하기에는 모호했습니다. 왜 그 이후에 후속 보도가 없었습니까?”
“회사에서 저를 찾아와 회유하고 협박했어요. 그때는 내가 정보를 준 게 아니라고 잡아뗐어요.”
“…….”
“그런데 저 때문에 곽창명 씨가 해고되는 걸 보니 겁이 났어요. 창명 씨는 분식회계와도 상관이 없었는데 말이죠. 보도가 계속되면 더 많은 직원이 해고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의 고통이 생각나는지 장복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성국유통에서 회유했다는 건 뭡니까?”
“자료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으면 돈도 주고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주겠다고 했어요.”
“자료, 가지고 있습니까?”
“성국유통 직원이 찾아왔을 때는 자료가 없다고 했죠. 믿지 않는 눈치였는데, 자료는…… 있습니다. 퇴사하기 전 은밀히 모아 뒀어요.”
“……!”
현호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지만, 속에서 쾌재를 불렀다.
성국그룹의 약점 하나를 얻게 된 것이기에.
하지만 의아한 것은 있었다.
“왜 자료를 주지 않았어요?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요.”
“저를 보호할 게 필요했으니까요.”
“……?”
“그 자료를 주었다면 횡령 혐의를 만들어 제게 보복했을 겁니다.”
“아…… 그럴 일 없게 만들겠습니다.”
그 말에 장복호가 현호를 잠시 응시하다 믿음이 생기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과장님, 혹시 성국유통이 성국생명으로부터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여러 허위 증빙자료들을 만들었죠.”
“허위 증빙자료요?”
“그 자금 중 일부가 뇌물로 사용되었으니까요.”
“상장심사 통과를 위해서 말입니까?”
“예.”
“아! 기사화가 된 성국유통 상무와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게 그걸 의미하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가증권시장본부장만 뇌물을 받은 건 아닙니다.”
그 순간 현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분식회계라는 성국그룹의 약점 하나를 알게 됐다.
그런데 그 하나에 플러스알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