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전 대통령 주치의 딸
영원할 것만 같던 여름날의 뜨거웠던 열기가 차츰 옅어져 갔지만 현호의 송우미디어그룹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뜨겁게 받기 시작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
[송우미디어 소속 가수 신곡 앨범 연이어 히트]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한국 대표 드라마 영화 제작사로 급부상]
[송우미디어와 글로리 엔터의 협업, 송우미디어그룹을 단숨에 최고의 미디어 기업으로 만들어]
“광고 거절이라고요?”
라이스타 사장실.
엄현주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마케팅 부장을 쳐다봤다.
엄현주는 월드컵 이후 한류 스타가 된 아이돌 드림Four를 라이스타 광고모델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송우미디어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라이스타라고 얘기했어요?”
“네, 사장님.”
“그런데도 거절했다고요?”
엄현주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송우미디어와 라이스타는 송우그룹이라는 큰 우산 속 한 식구가 아닌가.
더구나 라이스타 사장인 자신은 그룹 오너의 딸이다.
당연히 광고모델을 수락할 줄 알았는데, 거절이라니.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거절한 이유가 뭐예요?”
마케팅 부장은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 경쟁업체와 겹치기 광고는 안 된다고…….”
“뭐라고요?”
마케팅 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현주가 언성을 높였다.
“경쟁업체라고 했어요?”
“네. 사장님.”
“하아, 기가 막혀.”
속에서 화가 치솟는지 얼굴이 붉어진 엄현주는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어쩐 일이야?]
“너, 어디니?”
[사무실이지.]
“기다려, 내가 갈 테니까.”
[왜 오는 건데?]
“할 얘기 있어.”
뚝. 전화를 끊은 엄현주는 마케팅 부장에게 얘기했다.
“내가 해결하고 올게요.”
엄현주는 곧장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 * *
“어떻게 오셨습니까?”
송우미디어 안내데스크 직원이 엄현주에게 물었다.
“엄현호 사장님 만나러 왔어요. 엄현주에요.”
엄현주는 직원을 향해 내가 누군지 알지? 라는 시선으로 보며 얘기했다.
그러자 직원이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아! 예. 연락받았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엄현주는 안내데스크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이르렀다.
마침 그때, 지하에서 올라와 멈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여자 한 명만이 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누른 엄현주가 멈칫했다.
‘응? 낯익은 얼굴인데?’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여자의 얼굴이 어디선가 본 듯했다.
엄현주는 자신의 뒤에 있는 여자 쪽으로 몸을 돌려 다시 확인했다.
“어머!”
화들짝 놀란 엄현주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새어 나왔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전 대통령 주치의의 딸!’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와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장백진 대통령 주치의를 협박하는 대화를 들려주었던 장수연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엄현주 사장님.”
장수연도 이내 엄현주를 기억해 인사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이름이 장수연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장수연 씨가 왜 여기 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여기, 송우미디어에 왜 온 거예요?”
“아, 저는 여기서 일합니다.”
“일한다고요? 여기 직원이라는 말이에요?”
엄현주는 장수연의 대답이 믿어지지 않아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네. 송우미디어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수연이 대답을 마쳤을 때.
딩.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장수연이 문 앞으로 나서며 얘기했다.
“먼저 내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장수연이 내리자 엄현주는 혼잣말을 했다.
“직원? 직원이라고?”
엄현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현호는 이 사실을 모르는 거겠지?’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도 모든 회사 직원을 알고 있지는 않으니.
장수연으로 인해 어안이 벙벙했던 엄현주는 사장실 앞에 이르자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 여기에 온 목적은 따로 있잖아.’
그때, 최명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최 실장, 현호 안에 있죠?”
“네, 기다리고 계십니다.”
최명준이 문을 열어 주자 엄현주는 안으로 들어갔다.
* * *
“누나, 무슨 일로 온 거야?”
궁금한 눈빛의 현호는 엄현주가 앉은 소파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너, 라이스타가 드림Four를 광고모델로 하고 싶어 하는 거 아니?”
“몰랐는데.”
“뭐어?”
너무나 태연히 모른다고 하는 현호의 말에 엄현주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높아졌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담당 직원이 얘기했을 거 아냐?”
“광고계약을 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 당연히 모르지.”
“아니, 내 말은, 라이스타에서 제안한 걸 담당자가 네게 얘기했을 거 아냐?”
“누나, 담당자는 연락 오는 곳마다 사장에게 얘기하지 않아. 계약이 확정되면 보고하는 거지.”
“라이스타잖아. 송우그룹 회장의 장녀, 네 누나.”
“그래서……? 내 직원이 미리 얘기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거야?”
예상치 못한 현호의 대꾸에 엄현주는 당황스러웠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당연하지. 송우미디어와 라이스타가 남남이니? 드라마와 영화 촬영 때 장소 협찬도 하고, 송우그룹 같은 식구잖아. 그러면, 광고모델도 협력해야지, 우리 경쟁업체 때문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돼?”
현호는 이제야 그녀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누나가 왜 왔는지 알 거 같은데, 내가 결정을 바꿀 수는 없어.”
“뭐, 없다고?”
놀란 엄현주의 눈이 커졌다.
“광고계약을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야. 드림Four뿐만 아니라 매니저, 홍보팀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의논해서 결정해. 그걸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송우미디어 소속 가수가 라이스타 경쟁업체의 광고모델이 될 수 있니?”
“비지니스야. 누나도 라이스타의 생존이 먼저잖아.”
“뭐……?”
예상하지 못한 현호의 대답에 엄현주는 당황스러웠다.
“송우카드가 어려웠을 때 라이스타 생존이 먼저여서 지원하지 않았잖아.”
“……!”
정곡을 찔린 엄현주는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해해 주면 좋겠어, 누나.”
“…….”
“송우미디어에는 드림Four 뿐만 아니라 다른 좋은 가수와 연기자 그리고 방송인이 많아. 광고모델로 다시 생각해 줘.”
“칫.”
엄현주는 현호에게 눈을 흘겼지만, 기분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
생존이 먼저라는 말에 섭섭했던 마음이 누그러진 탓이다.
“원한다면 지금 담당자를 소개시켜 줄 수도 있어.”
“됐어. 아!”
엄현주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혹시 전 대통령 주치의 딸, 장수연이라고 기억하니?”
“기억해. 그런데 그게 왜?”
“엘리베이터 안에서 장수연 만났어. 송우미디어 직원이라고 하더라.”
“알고 있어. 신입사원 면접 때 내가 면접관이었는데.”
“뭐……? 야! 너 제정신이야!”
잠시 멍했던 엄현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왜 소릴 질러?”
“너, 장수연이 아버지께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해?”
“원만하게 해결됐잖아. 서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아버지 대화를 녹음해서 협박했어.”
“협박은 아버지가 대통령 주치의한테 먼저 했지.”
“하아…….”
엄현주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나랑 아버지가 불편해할 사람을 직원으로 삼다니, 이것도 비즈니스야?”
“당연하지. 누나는 모르겠지만 장수연 사원이 낸 아이디어 때문에 드림Four가 한류 스타가 된 거야.”
“뭐, 정말?”
“그러니까 누나도 신입사원 채용할 때 학벌, 인맥 그런 거 따지지 마.”
“시끄러. 잘난 척은.”
엄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호도 따라 일어섰다.
“갈 거야?”
“나도 라이스타 생존이 먼저라서 다른 엔터 회사 광고모델을 찾아봐야지.”
섭섭한 감정이 실린 뒤끝 있는 말투에도 현호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잘 가, 누나.”
* * *
나무와 꽃들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
저녁 식사를 끝낸 유태규와 엄현주는 정원 테이블에 앉아 얘기하고 있었다.
“한결 바람이 시원해졌어요.”
유태규의 말에 동의하듯 엄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오늘 바빴어요? 낮에 전화했더니 외출했다던데.”
“현호한테 갔었어요.”
“무슨 일로……?”
“광고모델…….”
엄현주는 말을 하다 멈췄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송우미디어에서 광고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썩 유쾌한 일은 아니기에 엄현주는 다른 얘기를 했다.
“어쨌든 일이 있어 갔는데, 좀 놀라는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요?”
“내가 얘기한 적 있죠?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이 어떻게 아버지의 계획을 무산시켰는지.”
“아! 대통령 주치의를 이용해 송우제약 홍보하려다가 취소했다는 그 일?”
“맞아요.”
“그런데 그 일과 송우미디어와 무슨 상관이에요?”
“오늘 송우미디어에 갔다가 전 대통령 주치의의 딸을 만났어요. 송우미디어 직원이더라고요.”
“예에?”
놀란 유태규의 눈이 커졌다.
“처남은 알고 있는 거예요?”
“알고 있어요.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현호가 면접관이었데요.”
“그런데 채용했다고요?”
“일은 잘하나 봐요.”
“하긴 처남이라면…….”
유태규는 부친의 식당에서 있었던 집단 식중독 해프닝을 생각했다.
집안 식구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부친을 이해했고, 사돈 관계가 알려지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니 엄상현 회장의 계획을 무산시킨 여자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었으리라.
“잘 판단해서 결정했을 거예요.”
유태규의 생각과는 다르게 판단한 이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바로, 박경국 과장이었다.
엄현주와 유태규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러 오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된 것.
사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박경국은 현호를 싫어한다.
망나니짓을 하던 때는 한심하게 생각했을 뿐 자신의 관심 밖에 있었다.
송우그룹 승계와 멀었던 그였기에 박경국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귀국 후 사고가 나고 깨어난 뒤부터 현호는 달라졌다.
그의 형제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오랜 세월 쌓았던 성과를 그는 불과 4년도 안 되어 이뤄 냈다.
이제는 견제를 신경 써야 할 만큼 성장한 그였다.
‘전 대통령 주치의 딸…… 잘 이용하면…….’
* * *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소파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채연희가 일어나 문을 열었다.
“박 과장,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과 사모님께 전할 얘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와요.”
박경국이 방안으로 들어오자 소파에 앉아 있던 엄현식이 물었다.
“무슨 할 얘기가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사장님.”
맞은편에 앉으며 박경국이 대답했다.
“무슨 일인데?”
“조금 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회장님께서 전 대통령 주치의를 이용해 송우제약을 홍보하려는 계획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엄현식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놀라는 눈치였다.
“회장님과 엄현주 사장님만이 알았던 계획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왜 무산이 된 거야?”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이 개입해서 무산시킨 모양입니다.”
“뭐, 대통령 주치의의 딸?”
엄현식은 믿어지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예, 엄현주 사장님이 유 검사에게 하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분 딸이 뭐하는 사람이길래 아버지 계획을 방해해?”
“지금 송우미디어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어?”
“어머!”
화들짝 놀라는 엄현식과 채연희.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박경국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