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송우미디어 찌라시
“현호는 모르는 거지? 그 대통령 주치의 딸이 아버지 계획을 방해한 거.”
엄현식의 물음에 박경국이 대답했다.
“엄현주 사장님이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알면서도 신입사원으로 채용하신 듯합니다.”
“뭐? 그 녀석 제정신이야?”
어이가 없다는 듯 엄현식이 목소리를 높이자 채연희가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아버님 계획을 방해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다니, 이게 말이 돼요.”
“어찌 보면 잘된 일입니다.”
“……?”
미소 띤 박경국의 대꾸에 엄현식과 채연희가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이참에 현호 사장님에게 현실을 깨닫게 해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동안 현호 사장님은 회장님의 계획 아래 송우미디어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라는 미디어그룹을 만들고, 어려움 없이 성장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엄현식이 동의하듯 말을 내었다.
“이번 기회에 알게 해 드려야죠. 기업 경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요.”
그의 얘기에 구미가 당기는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엄현식이 물었다.
“좋은 아이디어 있어?”
“송우미디어의 발전을 정치와 연관시키는 겁니다.”
“정치?”
엄현식이 눈을 크게 뜨며 박경국을 쳐다봤다.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현호 사장님을 타고난 경영인인 것처럼 보고 있습니다. 그 환상을 깨는 거죠.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이 배경이 되어 줄 겁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엄현식도 요즘 현호의 성장이 거슬렸다.
현호가 딱히 송우그룹 승계에 욕심을 보이지 않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의 성장에 제동을 걸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박 과장 생각대로 실행해 봐.”
엄현식의 승낙이 떨어지는데, 채연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보, 나도 방금 생각난 거 있어요.”
“음, 당신 생각은 뭔데?”
“이왕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을 이용하는 거, 아예 입사 특혜까지 묶는 건 어때요?”
“아……! 그것도 좋군. 박 과장 생각은 어때?”
“저도 좋습니다.”
마음이 통한 세 사람은 서로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 *
세 사람이 뭉쳐서 만든 계획이 실행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장님.”
최명준 실장이 굳은 표정으로 사장실로 들어왔다.
현호는 그 표정을 본 즉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최 실장, 무슨 일입니까?”
“찌라시에 잘못된 송우미디어 정보가 나왔습니다.”
“찌라시에요? 무슨 정보입니까?”
“송우미디어의 성공에는 정권의 도움이 있었다는 겁니다.”
“하아.”
현호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짜 정보가 실리는…….”
현호의 말을 최명준이 자르며 얘기했다.
“사장님, 근거가 나와 있기는 합니다.”
“근거가 나와 있다고요? 그게 뭡니까?”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이 입사한 후 빠른 성장을 했다는 겁니다.”
“……!”
현호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과 거짓이 섞인 거짓 정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작은 사실 때문에 진실이라 믿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며 최명준이 물었다.
“찌라시에는 ‘장 씨’라는 것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장수연 씨 정보가 유출된 걸까요?”
그때.
“사장님.”
곽상진 부사장이 급히 사장실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혹시 찌라시에 나온 정보에 대해 들으셨습니까?”
“예, 방금.”
“회사 구조를 정비하고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중 장 씨 성을 가진 사원은 장수연 씨뿐입니다. 혹시, 장수연 씨 부친께서 의사이신지 물어볼까요?”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 대통령 주치의를 하셨습니다.”
“예? 아, 사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곽상진 부사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현호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찌라시에 나온 내용처럼 송우미디어 사업에 정권의 도움을 받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부사장님조차 그런 의심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듣지 않아도 알겠군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찌라시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장수연 씨 부친에 대해 알고 계시기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장수연 씨 부친을 끌어들여 정권의 도움을 받았다면, 장수연 씨를 특별 대우했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했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곽상진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순간 의심이 들었지만, 현호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찌라시의 정보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엄현호는 장수연 사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원에게 특별 대우한 적이 없다. 다만, 능력을 발휘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했다.
더구나 정권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면 자신을 구조개혁팀장 그리고 부사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으리라.
“사장님, 염려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말씀하세요.”
“지금은 찌라시를 접하는 사람만 알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대중적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송우미디어가 해명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현호도 찌라시 내용을 알았을 때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
단순히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명하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찌라시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할 때 최명준 실장이 덧붙여 얘기했다.
“장수연 씨도 곤란할 수 있습니다. 찌라시 내용을 직원들도 알게 될 테니까요.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로 믿는 직원도 있을 겁니다.”
현호는 두 사람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 단계에서 송우미디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사장님, 대응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이번 건을 계속 모니터링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곽상진 부사장이 대답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최명준 실장이 얘기했다.
“사장님, 누가 한 일일까요? 장수연 씨 스스로가 부친의 이력을 얘기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현호도 그 점이 궁금했다.
장수연의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면 그녀의 부친 이력과 송우미디어에서 일하는 것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장수연과 장백진 부녀의 성격을 알기에 ‘정권 도움’이라는 말 자체가 안 된다는 걸 알 것이다.
‘이 일은 나를 타깃으로 한 게 분명해.’
이런 생각을 할 때, 현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엄현주였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현호야, 찌라시에 송우미디어와 장수연 얘기 나온 거 알아?]
엄현주는 얼마 전 장수연이 송우미디어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누나가 한 짓일까?’
이렇게 믿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것이, 그녀의 목소리에서 당혹스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아.”
[야! 내가 흘린 거 아냐.]
“왜 언성을 높여 얘기해?”
[네가 오해할까 봐 그렇지. 장수연 씨가 네 회사에서 일한다는 거 알게 된 후 이런 찌라시가 나오니 나도 당황스러워.]
그녀의 목소리에서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누나는 알고 있다.
장백진과 장수연이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나 마음 알겠어.”
[그렇지? 알지? 괜히 오해하지 말라고 전화한 거야. 그런데, 아버지도 아실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내가 알아서 얘기할게.”
[그래,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럼, 집에서 보자.]
통화를 끝내자 최명준이 얘기했다.
“저는 사실 엄현주 사장님을 의심했습니다.”
“누나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럼, 누굴까요?”
“만약 나를 타깃으로 했다면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찌라시로만 끝내지 않을 테니까요.”
* * *
성북동 서재.
“사장님, 회장님께서 서재로 오시랍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현호에게 박경국 과장이 얘기했다.
엷은 미소가 번지는 그의 표정을 보니 무슨 일로 자신을 호출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박경국 과장이 송우미디어 관련 찌라시를 아버지에게 전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알겠어요.”
담담히 대답한 현호는 서재로 향했다.
“장백진 딸이 네 회사에서 근무하는 게 사실이냐?”
역시나 현호의 예상대로였다.
“네, 맞습니다.”
“장백진 딸이라는 거, 언제 알았어?”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제가 면접관이었습니다. 그때 이력서의 가족 사항을 보고 알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채용한 거냐?”
찌라시의 내용처럼 그녀의 부친인 장백진 대통령 주치의를 이용해 정권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아닙니다. 다른 지원자와 같은 기준으로 면접을 봤고,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어찌할 테냐?”
“장수연 씨는 몇몇 프로젝트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며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데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알았다. 나가 봐.”
“예.”
현호가 깍듯이 인사하고 서재를 나가자, 엄상현 회장은 몸을 의자 등에 기대고 생각에 잠겼다.
엄상현 회장은 장백진과의 대화 녹음으로 협박받은 그때 일을 기억한다.
자신의 딸인 현주까지 엮일 수 있어 계획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 일의 장본인 장수연이 막내아들의 회사에 취직했다.
의아한 엄상현은 나직이 혼잣말을 했다.
“그 계집애, 대담한 거야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거야?”
* * *
며칠 후.
곽상진 부사장과 최명준 실장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송우미디어의 성공에는 정권의 도움이 있었나? 전 대통령 주치의 딸 입사 후 급속 성장]
인터넷 신문에 찌라시의 내용이 실렸다.
그 내용에 전 대통령 주치의 딸이 ‘장 모 씨’로 되어 있는 탓에 송우미디어 직원들은 장 모 씨가 장수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송우미디어는 즉각 반박 보도문을 냈지만, 기사의 내용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전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장수연 씨 아버지가 대통령 주치의였데.”
“그게 문제는 아니지. 장수연 씨 아버지와 사장님이 기사 내용처럼 가까웠느냐가 중요하지.”
“장수연 씨가 그런 얘기 한 적이 없잖아.”
“미쳤어? 누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녀. 그런 일은 은밀하게 하는 거지.”
회사 내 직원들도 장수연 앞에서는 얘기하지 않지만, 삼삼오오 모였을 때 그녀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장수연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 관해 얘기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터라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수연아, 괜찮니?]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력 때문에 딸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염려된 장백진이 전화했다.
그 마음을 아는 장수연은 애써 밝게 얘기했다.
“당연히 괜찮죠. 회사에서 낸 보도문 못 보셨어요?”
[보기는 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회사 직원들이 오해하지는 않니?]
“회사에서 정확하게 보도문을 냈는데 오해를 왜 해요? 평상시처럼 똑같아요.”
[그럼, 다행이고.]
“제 걱정은 마시고 개원한 아버지는 환자 돌보는 데 신경 쓰세요. 그래야 얼른 은행 빚을 갚을 거 아니에요.”
장수연은 오히려 아버지가 걱정되었다.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송우병원을 그만두고 나와 개인병원을 개원한 아버지는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 자신까지 마음의 짐으로 얹어질까 염려됐다.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구나. 혹시라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얘기해야 한다.]
“알겠어요. 저 바쁘니까 이만 끊어요.”
장수연은 이번 일이 불쾌하고 기분 나쁘지만, 곧 사라질 유언비어라고 생각했다.
오해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것도 곧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고 알고 있기에.
하지만 현실은 장수연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전 대통령 주치의 딸, 송우미디어 입사 특혜 논란]
메이저 신문사인 대한일보에 그녀에 관한 기사가 조간신문에 실렸다.
“뭐, 입사 특혜?”
소스라치게 놀란 장수연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