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여상길에게 기회를
“여상길 사장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엄현호는 오랜만에 여상길에게 전화를 했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어서야 하게 된 연락이니 몇 개월은 그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엄 사장 지원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탁한 것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엄 사장은 예지력이라도 갖고 있는 겁니까?]
예지력이라는 말에 현호는 뜨끔했다.
사실 그가 잠실 탑힐 특혜분양 리스트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을 때 부탁한 것이 있다.
미래를 알기에 부탁한 것이지만 그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모르는 척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예전부터 엄 사장이 시기에 잘 맞춰 일을 진행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정보가 있어 연락하려던 차에 전화를 걸어오니 신기해서 그럽니다.]
“여 사장님께 칭찬 듣는 거 같아 기분이 좋은데요.”
[허허, 타고난 감각을 얘기한 거예요. 어쨌든 칭찬으로 들었다니 고맙네요.]
기분 좋게 웃는 여상길의 목소리가 수화기로 흘러나왔다.
이에 현호도 덩달아 웃었다.
“아, 그런가요, 하하.”
[만났으면 하는데 언제 시간이 됩니까?]
“퇴근하고 늘 만나던 곳에서 뵙겠습니다.”
[그러죠.]
통화를 끊은 현호는 잠시 생각했다.
‘여상길 사장을 송우그룹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겠는데…….’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여상길이다.
현호가 송우그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그가 밖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송우그룹으로 들어오는 게 낫다.
그걸 위해 계획을 마련했지만, 여상길은 아직 모른다.
‘다행히 여상길 사장이 자기 역할을 잘 해냈어.’
여상길 사장이 만나자고 하는 것은 현호에게 유익한 정보가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 이 계획을 실행하면서 걱정도 있었다.
전생에서 송우그룹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작이 좋아.’
현재까지 계획한 대로 되고 있으니.
* * *
[김 사장, 이번에도 실적이 좋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송우생명 김진명 사장은 엄상현 회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특별한 방법이 있으면 혼자만 알지 말고 다른 사장들에게도 알려 줘. 다들 자네 같이 능력을 발휘해 주면 내가 걱정이 없겠어.]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운이 좋았습니다.”
김진명 사장은 말로는 겸양을 표했지만, 싱글거리는 얼굴에 희열이 가득했다.
왜 아니겠는가.
엄상현 회장이 직접 다른 사장들과 비교해 자신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니.
[성과금은 섭섭지 않게 지급될 거야.]
“감사합니다, 회장님.”
[조만간 식사 자리 마련할 테니 그때 보세.]
“예, 회장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김진명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비서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사장님,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도 접촉을 해 볼까요?”
“다른 인터넷 쇼핑몰이라…….”
“계속 실적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생명보험회사와 비교해 송우생명의 실적이 높다.
김진명 사장은 엄상현 회장에게 그저 최선을 다했노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과의 거래를 통해 고객 정보를 확보했다. 보험설계사들에게 그 고객 정보를 나누어 주고 영업하게 했던 것.
“자네 말이 맞기는 한데…… 이왕이면 금융정보가 있는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게 영업하기에 더 좋지 않겠어?”
김진명 사장이 묻자 비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너무 좋죠. 하지만 은행은 고객 정보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은행과 거래할 필요 없어. 좋은 거래처가 될 곳이 가까이에 있잖아.”
“어디를 말씀하시는지……?”
비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김진명이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얘기했다.
“송우카드.”
“아……!”
“송우카드 회원 수가 인터넷 쇼핑몰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많을걸.”
“그러네요. 카드회원 수는 쇼핑몰 회원과 비교가 안 되죠.”
“송우카드 사장에게 전화 연결해 봐.”
“예, 사장님.”
비서는 즉시 곽태수 송우카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송우카드 사장실입니다.]
“여기는 송우생명 사장실입니다. 곽태수 사장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연결음이 흐르더니 곽태수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곽태수입니다.]
“김진명입니다.”
[김 사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러네요. 송우카드 소식은 간간이 듣고 있었습니다. 차근차근히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이사님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송우그룹 식구인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김진명은 그가 곧 부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얘기했다.
[아, 네. 서로 도울 수 있으면 힘이 되죠.]
“곽 사장이 그렇게 얘기하니, 제가 마음이 한결 놓이네요.”
[네……?]
“이번에 곽 사장이 저를 좀 도와줘야겠어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카드사도 신규 회원이 늘어야 성장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기는 하죠.]
“우리 생명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보험 영업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곽 사장이 조금만 도와주면 송우생명 영업이 한결 나아질 거 같아요. 내가 또 송우카드 이사이고, 송우생명이 최대주주 아닙니까. 도움만 받고 모른 척하지 않을 겁니다.”
김진명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그 의미는 협박에 가까웠다.
송우카드의 이사라는 위치와 최대주주라는 것을 내세워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게 할 생각인 것.
[제가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합니까?]
“송우카드 회원 정보를 우리 쪽에 넘겨주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 말뜻을 알 텐데요.”
[혹시, 송우카드 회원의 개인정보를 달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김 사장님.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순간 김진명은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해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저희 카드 회원의 정보는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뭐라고요?”
거절하리라 예상하지 못한 김진명은 당혹스러웠다.
“못 준다고 했습니까?”
[네, 사장님. 드릴 수 없습니다.]
“이거 보세요, 곽 사장!”
김진명은 버럭 언성을 높였다.
“송우생명이 남입니까? 같은 식구 아니에요? 같은 식구가 도와 달라는데 어떻게 단칼에 자를 수가 있어요?”
[김 사장님,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면 도와 드리죠. 하지만 저의 회원 정보를 유출할 수는 없습니다.]
“뭐, 유출이요? 같은 그룹, 같은 금융계에 있는데 유출이라고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다른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습니다. 하지만 회원의 개인정보는 드릴 수 없습니다.]
김진명이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른 후 냉랭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곽 사장, 당신이 송우카드 대표이사가 된 게 누구 덕인지 압니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겁니까? 누구 덕이라뇨?]
“실력으로 당당하게 대표이사가 되었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 자리 내가 앉게 해 줬어요.”
[하아…….]
어이없다는 듯한 곽태수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사장님, 이런 얘기하실 거면 전화 끊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이 새끼!”
당황한 김진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순간적으로 화가 솟구치는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전화를 제멋대로 끊어? 감히, 나를 상대로!”
그의 손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자 비서가 얼른 차가운 물 한 잔을 내밀었다.
“사장님, 한 모금 드시죠.”
김진명은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고 나자 감정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던 김진명이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곽태수, 그놈이 믿는 구석이 있는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현호, 그 애가 곽태수를 데려왔잖아. 곽태수는 자기를 보호해 줄 사람이 있다고 믿으니,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거야.”
그렇게 말한 김진명은 인상을 찡그렸다.
‘엄현호…….’
그는 엄현호에게 약점이 잡혔다.
그래서 그의 요구대로 곽태수를 송우카드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쉽게 대표이사가 된 그의 눈에는 엄현호만 보이리라.
이대로 두면 자신의 권위가 위협받게 된다.
“엄현호를 믿고 내게 오만하게 구는 곽태수를 가만히 둘 수 없잖아, 안 그래?”
김진명 사장이 묻자 비서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아, 예.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가르쳐 줘야지. 내게 오만하게 굴면 어떻게 되는지.”
* * *
한순간에 김진명 송우생명 사장과 곽태수 송우카드 사장의 관계가 틀어진 것을 모르는 현호는 여상길을 만나고 있었다.
“제게 알려 주실 정보가 뭡니까?”
현호가 여상길에게 물었다.
“이미 짐작할 텐데요. 내게 PJ캐피탈 임원과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얘기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거 아닙니까?”
그렇다.
현호는 여상길에게 PJ캐피탈 임원과 관계를 맺으라고 얘기했었다.
PJ캐피탈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마음제과 매각, 맞습니까?”
“맞습니다. PJ캐피탈 상무가 얘기하더군요.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마음제과는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났고, 글로벌 투자사 PJ캐피탈에게 매각되었다.
사실 전생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비공식적 루트로 매각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송우그룹을 포함한 여러 그룹이 관심을 보이던 때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터져 버렸다.
그 때문에 정작 공식적으로 매각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송우그룹을 포함한 재계 5대 그룹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휘말려 나서지 못했다.
“내게 그 얘기를 흘린 건, 인수할 회사를 알아봐 달라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 사장이 마음제과 인수에 관심 있을지 몰랐어요.”
“제가요?”
현호의 되물음에 여상길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마음제과 인수에 관심 있어서 내게 PJ캐피탈에 대해 얘기한 거 아니었어요?”
“오늘 정보는 제가 아니라 다른 분께 전했으면 합니다.”
“누구에게요?”
“엄현주, 라이스타 사장입니다.”
“예에?”
놀랐는지 여상길의 눈이 커졌다.
“아니, 왜 엄현주 사장에게 정보를 넘기려고 하는 거죠?”
“제과회사 인수는 송우식품이 하는 게 좋을 거 같으니까요.”
“엄현주 사장은 송우식품 사장이 아니에요. 송우식품 외식사업부 라이스타의 사장이죠.”
여상길이 사실을 제대로 짚어 주듯 얘기했다.
“그러니까 누나에게 이 일이 필요합니다. 마음제과를 인수해서 송우식품 사장이 되어야죠.”
여상길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엄현주 사장에게 그런 기회를 주려는 겁니까?”
“그래야 여상길 사장님이 송우그룹에 들어올 기회가 생길 테니까요.”
현호의 대답에 여상길이 잠시 멍한 얼굴이 되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여상길 사장님이 송우그룹에 들어올 기회를 만들려는 겁니다.”
“예에?”
이제야 말뜻을 알아들은 여상길.
화들짝 놀란 그의 눈이 커졌다.
그 모습에 현호는 싱긋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