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송우식품 사장이 되셔야죠
“엄 사장, 회장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잠시 멍했던 여상길이 정신을 차렸는지 그의 생각을 얘기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과거 여상길은 엄상현 회장의 로비스트로서 은밀히 그를 위해 일했다.
현재도 엄상현 회장은 은밀히 진행해야 하는 일을 그에게 맡긴다.
그런 역할의 사람을 송우그룹으로 들어오게 할 회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호는 엄상현 회장의 허락을 받을 생각이 없다.
“회장님의 허락을 받을 생각이면, 영원히 송우그룹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여상길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회장님의 허락 없이 나를 끌어들일 방법이 뭡니까?”
“제가 마음제과 매각 정보를 왜 엄현주 사장에게 전하라고 했겠습니까?”
“…….”
여상길은 오늘 엄현호가 했던 말을 빠르게 되짚어 보다가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얘기가 기억나며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누나에게 이 일이 필요합니다. 마음제과를 인수해서 송우식품 사장이 되어야죠.
“엄현주 사장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도움을 원하게 하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통할까요? 엄현주 사장은 회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 하지 않을 텐데요.”
“이번 기회에 테스트해 보시죠.”
현호의 여유로운 대답에 여상길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교도소로 자신을 찾아온 현호를 처음 만날 날부터 신기하게도 여상길은 현호가 마련한 계획이 실패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할 일을 다 아는 사람처럼 여유로웠지.’
그의 여유로운 태도를 보니 자신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알겠어요. 엄 사장 뜻대로 하죠.”
* * *
다음 날.
라이스타 사장실.
“사장님.”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 엄현주는 난감한 표정의 비서 얼굴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야?”
“여상길 씨라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여상길……?”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 사람이 누군데?”
“저도 잘 모르는 분입니다. 사장님과 통화하기를 원하길래 제 선에서 차단하려고 했습니다.”
“…….”
“그런데 좀 이상한 얘기를 하길래 전화번호를 받아두었습니다.”
“어떤 이상한 얘기를 했다는 거야?”
“마음제과 인수에 관심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뭐, 마음제과 인수?”
화들짝 놀란 엄현주가 묻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분명히 마음제과 인수라고 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던 엄현주가 비서에게 물었다.
“여상길이라는 사람이 남긴 메모를 보여 줘.”
“예.”
비서가 가져온 메모지를 엄현주에게 건넸다.
그걸 본 엄현주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길 컨설팅, 여상길.”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그녀의 기색을 살피며 묻는 비서에게 엄현주가 결심한 듯 얘기했다.
“전화 넣어 봐.”
“예.”
그 즉시 비서는 여상길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여상길입니다.]
“라이스타 사장실입니다. 엄현주 사장님 바꿔드리겠습니다.”
비서가 엄현주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엄현주입니다.”
[여상길입니다.]
“컨설팅을 하신다고요?”
[비서분께 마음제과에 관해 들어서 아시겠지만, 컨설팅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죠.]
“사실, 그것 때문에 당혹스럽네요. 그런 정보를 왜 일면식도 없는 제게 얘기하는 겁니까?”
[엄 사장님은 제가 낯설겠지만, 저는 이미 엄상현 회장님과 인연이 있습니다.]
“……?”
아버지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당황한 엄현주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사이 여상길의 말이 이어졌다.
[엄상현 회장님과의 인연을 생각해 알려 드리려는 겁니다. 저를 만나는 게 내키지 않으면 거절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엄현주는 빠르게 생각했다.
‘아버지와 인연이 있다고?’
그가 이것을 언급한 것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의미이리라.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여상길에 관해 물으면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는 게 나쁠 거 같지는 않았다.
“좋아요. 만나서 얘기 들어 보죠.”
통화를 끊은 엄현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엄현주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누나, 무슨 일이야?”
[현호야, 너 혹시 마음제과에 관해 들은 얘기 있어?]
현호는 그녀가 왜 묻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얘기했다.
“마음제과 주식이 갑자기 오르기라도 했어?”
[뭐라고?]
예상하지 못한 현호의 대답에 어이없다는 듯한 엄현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거 아니야? 그럼, 무슨 얘기?”
[이를테면 마음제과가 매각된다는 그런 얘기.]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내가 제과 쪽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런데 마음제과 매각 얘기가 나왔어?”
현호는 마음제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보이려고 애썼다.
[공식적으로 말이 나온 건 없어.]
“비공식적으로는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거네. 누나, 관심 있어?”
[동종업계에 있는데 당연하지.]
“누나는 외식사업 쪽이잖아.”
[야! 그게 그거지.]
엄현주의 앙칼진 소리가 나오자 현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런데 누나가 더 잘 알 텐데, 왜 나한테 전화해서 마음제과에 관해 물어보는 거야?”
[사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그 정보를 알려 줬거든.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무작정 믿기도 어려워서…….]
“정보 체크 차원으로 전화했구나. 그런데 그 사람 혹시, 사기꾼 아냐? 모르는 사람이 왜 누나에게 그런 정보를 알려 주는 거야?”
여상길이 사기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현호가 이렇게 얘기한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함이다.
그래야 현호에게 좀 더 자세한 것을 의논할 테니.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해?”
[아버지와 인연이 있다고 했어.]
“사업적으로 아버지와 인연이 있다는 거야?”
[그런 거 같아.]
“그래도 그 사람을 먼저 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만나서 얘기 들어 보고. 사기꾼인지 아닌지는 말을 들어 보면 알 테니까.]
“알겠어. 누나가 잘 판단해서 하리라 믿어.”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그래, 누나.”
통화를 끊은 현호는 계획대로 되는 것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서울을 벗어나 달리는 엄현주의 승용차는 풍경 좋은 곳에 있는 레스토랑 앞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린 엄현주는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 의해 룸으로 안내되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자 여상길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처음 뵙습니다, 여상길입니다.”
“안녕하세요, 엄현주예요.”
악수를 하기는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그와 마주 앉은 엄현주는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려 먼저 말을 꺼냈다.
“서로 아는 게 없으니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도 문제가 없을 거 같네요.”
“그러시죠.”
“마음제과 인수에 관심 있느냐고 얘기하셨는데, 마음제과는 PJ캐피탈에…….”
여상길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PJ캐피탈에서 매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순간 엄현주의 눈에 호기심이 들어찼다.
“여상길 사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시죠? 저는 그에 관해 들은 게 없는데요.”
여상길은 그녀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들었다.
동종업계에 있는 그녀가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엄현주 사장님은 마음제과 최대주주인 PJ캐피탈 임원과 친분이 없으시죠?”
“……!”
엄현주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마음제과 매각 건은 PJ캐피탈 임원에게서 나온 얘기라는 것을.
“어느 시점이 되면 공식적으로 매각 얘기가 나오겠죠. 하지만 그 전에 엄 사장님이 준비할 수 있고, 또는 먼저 PJ캐피탈에 접촉할 수도 있기에 얘기를 전한 겁니다.”
“저는 그 이유도 무척 궁금하네요. 제 아버지와 인연이 있으시다고요?”
“그렇습니다.”
“이런 정보를 제게 먼저 해 줄 정도로 아버지와 가까우신데, 왜 제가 여상길 사장님을 모르는 걸까요?”
“엄 사장님은 송우그룹 사장단과 재벌가 사람들을 제외하고 엄상현 회장님과 인연이 있는 분들을 얼마나 알고 계시죠?”
“…….”
엄현주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엄상현 회장의 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과 재벌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해서 그를 무작정 믿을 수는 없기에 엄현주는 나름 적절한 대응을 했다.
“제가 꼭 알아야 할 분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상길 사장님에 관해서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긴, 엄상현 회장님께서 제 얘기를 하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왜죠?”
“성국조선 주가조작 사건을 드러나게 한 게 엄상현 회장님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그 얘기가 나와서 엄현주는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 사건은 관계인의 폭로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폭로가 나오게끔 만든 배경에 엄상현 회장이 있다.
그것을 엄현주도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왜 갑자기 그 얘기를 하는 거죠?”
“회장님께 여쭤보세요. 성국조선 주가조작에 관한 정보를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그의 말에 엄현주가 화들짝 놀랐다.
“여상길 사장님이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
“회장님께서 반도체에 관심 있으신 거 잘 아시죠?”
“그렇습니다만.”
“하이큐브 반도체가 매각되려다 주주총회의 부결로 무산된 것도 아시죠?”
“그건 알지만……, 그게 왜……?”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게 만든 게 접니다. 회장님의 뜻이었죠.”
“……!”
엄현주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아버지 엄상현 회장이 여상길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가 했던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송우그룹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가 얘기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게 있군요.”
“얘기하시죠.”
“그 정도로 아버지와 가까우신데 왜 마음제과 정보를 아버지가 아닌 제게 알려 주시는 거죠?”
그녀의 물음에 여상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가 엄상현 회장님께 마음제과 매각 건을 얘기했으면, 회장님은 누구에게 인수하게 했을까요? 라이스타보다 몇 배나 몸집이 큰 마음제과를 엄현주 사장님에게 맡길까요?”
“……!”
그의 물음에 엄현주는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마음제과 인수가 물밑에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언젠가 다른 기업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인수전에 뛰어들게 되면 엄현주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걸 엄상현 회장이 모를 리 없으니, 처음부터 자신에게 인수를 맡기지 않을 수 있다.
‘이 정도로 아버지를 파악하고 있다면…….’
그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정보를 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상길 사장님은 저를 모르시잖아요. 그런데, 다른 저의 형제들보다 왜 제게 먼저 얘기하시는 거죠?”
“저는 사업적으로 회장님과 협력하지만, 생각 없이 일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제과는 송우식품이 품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라이스타 사장이에요.”
“마음제과를 인수해서 송우식품 사장이 되셔야죠.”
“……!”
순간 엄현주의 눈이 커지고 그 눈빛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