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틀어지는 엄현주의 계획
“그런데 현주는 왜 갑자기 마음제과를 인수하겠다는 거야?”
엄현식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자 박경국이 대답했다.
“인수에 성공하면 보상으로 송우식품 사장 자리를 달라고 했답니다.”
“뭐어?”
엄현식이 못마땅한 듯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허락하신 거야?”
“허락은 하셨지만,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허어……!”
엄현식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은 후 불평을 쏟아냈다.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으신다고? 아니,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니 판단이 흐려지시는 거야? 라이스타 운영하기도 벅찬 애한테 송우식품 사장이 가당키나 해?”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실패하면 송우식품 사장 자리는 없다고 못 박으셨습니다.”
이때, 걱정스러운 목소리의 채연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보, 현주 아가씨를 얕보면 안 돼요. 신랑 될 사람 구해 놓고 열애설 터트리는 거 봤잖아요.”
“잔머리는 잘 굴리지.”
“아가씨가 송우식품 사장이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알고 있어. 자기가 뭐라도 된 것 마냥 나와 현태에게 도전해서 그룹 후계자가 되려고 하겠지.”
“현주 아가씨가 더 자라지 못하게 이번에 확실히 밟아 줘야 해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엄현식이 박경국에게 물었다.
“외환위기 때 누가 마음제과를 인수했지?”
“PJ캐피탈입니다.”
“어머, PJ캐피탈이라고 했어요?”
화들짝 놀란 채연희의 모습에 박경국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네, 사모님. 왜 그러십니까?”
“PJ캐피탈 한국대표가 우리 명운대학 졸업생이에요.”
“정말이야?”
엄현식이 반색하며 물었다.
“네. 이번 경영대학에서 주최한 특강에서 재학생들을 위해 강의도 했어요.”
“그럼, 명운대학에 PJ캐피탈 대표와 연결할 인맥이 있다는 거잖아?”
“당연하죠. 그 대표와 특강을 계획하고 초청한 교수님이 깊은 인연이 있는 거 같았어요.”
“잘됐어. 그 교수를 이용해서 PJ캐피탈 대표를 마음제과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과 연결하는 게 어때?”
“마음제과에 관심 있는 기업을 어떻게 알죠?”
채연희의 물음에 박경국이 대답했다.
“사모님, 그건 의외로 쉽습니다. 우리나라 제1의 제과 회사, 수양제과는 반드시 관심 있을 겁니다.”
엄현식이 맞장구치듯 끼어들었다.
“그렇지. 마음제과를 다른 회사에 뺏기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게 뻔한데, 매각 정보를 알고서 가만히 있지 못하지.”
그들의 대답에 표정이 밝아진 채연희가 결정사항을 전달하듯 얘기했다.
“알겠어요. 그럼, 당신이 수양제과 쪽에 매각 정보를 얘기해 주고 내게 알려 주면 교수님과 PJ캐피탈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할게요.”
“좋아, 그렇게 해.”
대답하는 엄현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한편, 엄현식 부부의 방해 공작을 알지 못하는 엄현주는 PJ캐피탈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구현수 상무가 마음제과 운영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와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던 때.
“사장님.”
비서가 사장실로 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마음제과 인수팀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PJ캐피탈 상무와 만날 약속을 잡았다고 합니다.”
“정말이야?”
“네, 방금 연락받았습니다.”
“잘됐어.”
엄현주는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것 같아 기뻤다.
이제 시작한 걸음이지만 첫걸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느낌이 좋았다.
“팀장은 어디 있어?”
“지금 밖에서 회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들어와서 보고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알았어. 도착하면 여기로 바로 오라고 해.”
“예, 사장님.”
* * *
엄현주가 순조로운 시작을 기뻐하는 그 시각, 최명준 실장이 운전하는 승용차는 구현수 PJ캐피탈 상무의 차를 뒤따르고 있었다.
엄현주가 엄상현 회장의 허락을 받은 후 현호가 그에게 지시한 게 있다.
-최 실장, 앞으로 PJ캐피탈 구현수 상무의 움직임을 주시해 주세요.
구현수 상무는 마음제과 매각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호는 박경국 과장이 정보를 알아냈을 것이고, 그것을 큰형에게 전달했으리라 생각했다.
큰형은 담당자인 구현수 상무에 접촉하려 할 것이기에 그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게 중요했다.
이에 최명준은 구현수를 따라 움직이는데, PJ캐피탈이 있는 건물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구현수 상무는 강남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누군가 만날 약속이 있나 보군.”
점심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가 만나야 할 외부 사람이 있다는 의미였다.
최명준이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주차장에 주차한 구현수 상무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입구로 향했다.
“나도 내리자.”
구현수를 놓치면 안 되기에 최명준도 덩달아 내리려던 찰나.
“앗!”
최명준이 얼른 차 문을 닫고 운전대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낯익을 얼굴을 본 것이다.
“채연희 교수님인 것 같은데……?”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최명준은 조심히 고개를 들어 살피는데.
“맞구나!”
채연희가 주차장에서 레스토랑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최명준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일행이 있었다. 나이 지극한 분과 중년의 남자.
“헉!”
중년의 남자는 최명준도 아는 사람이었다.
“PJ캐피탈 대표잖아.”
구현수 상무를 따라 움직이기 전 최명준은 정보를 얻기 위해 PJ캐피탈에 대해 조사했었고 그 과정에서 PJ캐피탈 대표의 얼굴도 알게 됐다.
“PJ캐피탈 대표가 왜 채연희 교수와……?”
최명준이 당황하던 그때였다.
“구 상무.”
PJ캐피탈 대표가 구현수 상무를 불렀다.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구현수가 흠칫 놀라며 허리 숙여 깍듯이 인사를 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구 상무도 시간 맞춰 왔군.”
“예.”
“함께 가지.”
“예.”
PJ캐피탈 대표를 비롯한 채연희의 일행과 구현수 상무가 함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최명준은 승용차에서 내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유심히 안을 살폈지만 채연희의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룸에서 얘기하는 모양이군.’
최명준은 룸에서 나오는 손님들을 볼 수 있는 홀 한쪽에 자리했다.
그런 후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최명준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구현수 상무가 가는 레스토랑을 따라왔는데, 이곳에서 채연희 교수님을 봤습니다.”
[큰형수님이요?]
“네. 그런데 혼자 온 게 아니라 노신사분과 PJ캐피탈 대표님과 함께 오셨는데, 구현수 상무도 합류했습니다.”
[큰형이 명운재단 인맥을 이용하는 것 같네요.]
“모두 룸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그분들이 헤어지면 구현수 상무를 따라갈까요?”
[…….]
현호가 잠시 말이 없었지만, 최명준은 재차 묻지 않았다. 현호가 지금 골똘히 생각 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다시 현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 실장, 큰형수 일행 중에 다른 분은 없었습니까?]
“노신사분을 봤습니다.”
[그분은 명운대학 재단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분은요?]
“제가 본 것은 그렇게 네 사람이었습니다.”
[최 실장이 본 것은 명운대학 재단 두 사람과 PJ캐피탈 쪽 두 사람입니다. 대학재단과 투자사가 만나 마음제과 매각 건을 얘기한다는 건 어색한 일이죠.]
“아! 그러네요.”
[그 모임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도착하기 전 이미 레스토랑에 도착했다면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모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을 따라가세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최명준은 룸이 있는 복도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주시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어!’
복도에서 걸어오는 무리가 보였는데, 주차장에서 보았던 채연희의 일행이었다.
‘아! 못 봤던 사람이 있네.’
역시 엄현호의 추측이 사실이었다.
중년의 점잖게 생긴 남자가 채연희의 무리에 섞여 걸어 나오고 있었다.
룸에서 나눈 얘기가 만족스러웠는지 그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함께 주차장으로 이동한 다섯은 서로 인사를 한 후 각자의 차에 올라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움직이네.’
최명준은 조심히 주차장으로 이동해 상황을 지켜봤다.
그가 따라가야 할 중년의 남자는 채연희 일행을 모두 보낸 후에 자기 승용차에 타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최명준도 그의 차를 조심히 뒤따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어!”
중년의 남자가 탄 차가 한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수양제과!”
빌딩 상단부에 커다랗게 장식된 브랜드 이름이 보였다. 국내 제1의 제과회사였다.
최명준은 즉시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최명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사장님, 채연희 교수님 일행이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냈습니다.]
“누굽니까?”
[수양제과 쪽 사람입니다.]
“역시, 그렇군요.”
짐작이 사실로 나타나자 현호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놀라지 않고 담담한 현호의 반응에 최명준이 물었다.
[예상하셨습니까?]
“마음제과 인수에 가장 관심이 클 회사니까요. 수고했어요.”
[예. 곧 회사로 들어가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현호는 여상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엄현호입니다. 엄현주 사장에게서 연락 온 게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엄현주 사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인수팀을 구성했고 아버지께 조건부로 허락도 받았습니다.”
[그러면 PJ캐피탈과 접촉하려 하겠군요.]
“그렇겠죠. 구현수 상무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입니까?”
[이틀 전 함께 골프를 쳤습니다.]
“그렇다면, 모르시겠군요.”
[무엇을……?]
“수양제과 쪽에서 나섰습니다.”
[아…… 엄현주 사장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네요.]
“여상길 사장님께는 좋은 소식이죠. 자세한 얘기는 메일로 보내 드릴 테니 엄현주 사장 만남에 준비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 * *
그날 저녁.
현호는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엄현주에게 다가갔다.
“누나.”
“어, 현호야.”
“매형은?”
“야근이래.”
“그렇구나. 마음제과 인수 건은 잘 진행되고 있어?”
현호는 그녀가 마음제과 매각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알고 싶어 물었다.
“잘 진행되고 있어. 사실, 내일 마음제과를 담당해 온 PJ캐피탈 상무를 만나기로 했어.”
“와, 잘됐네.”
현호는 기쁜 척 얘기했지만, 사실 좀 의아했다.
최명준 실장에 의하면 그 상무는 오늘 큰형수 일행과 수양제과 쪽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만날 약속이 되어 있다고?’
“진도가 빠르네. 언제 그 회사 상무와 만날 약속까지 잡은 거야?”
“오늘 오전에.”
그녀의 대답을 들은 현호는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라이스타와 만나기로 한 이후에 상황이 바뀌었구나.’
이렇게 된 게 큰형과 큰형수 합작의 결과이리라.
현호는 내일 만남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얘기했다.
“내일 만남에서 좋은 결과 있을 거야.”
“그래야지.”
엄현주가 자신감을 담은 미소를 현호에게 보였다.
그 미소를 보며 현호도 싱긋이 미소 지으며 속으로 얘기했다.
‘누나, 내일이면 그렇게 여유롭지 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