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엄현주의 구원자
“사장님,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
사장실로 들어온 비서가 엄현주에게 얘기했다.
PJ캐피탈 상무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난 엄현주는 자신의 모습을 점검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에 먼저 도착한 엄현주였다.
‘올 때가 됐는데.’
시간을 체크하는 엄현주는 긴장이 되었다.
마음제과 인수를 위한 첫 만남인 탓도 있지만 이런 일에 경험이 없는 게 더 큰 요인이었다.
‘쉽게 보여서는 안 돼.’
엄현주는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상대편에 이용될 수 없도록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얘기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구현수 PJ캐피탈 상무가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구현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엄현주에요.”
서로 마주 앉은 두 사람.
‘뭐지?’
엄현주는 구현수 상무가 미소는 띠고 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지 않은 어색한 표정을 포착했다.
“저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색함을 모면하려는 듯 구현수가 먼저 얘기했다.
“네,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이스타는 송우그룹 계열사이고, 엄현주 사장님은 엄상현 회장님의 따님이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의 PJ캐피탈에서 투자받을 이유가 있습니까?”
“네?”
투자라는 말에 놀란 엄현주가 당황했다.
‘내가 만나자고 한 이유를 모른다고?’
엄현주는 인수팀장이 했던 이야기를 재빨리 기억했다.
-라이스타는 마음제과에 관심이 있고, 그것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수팀장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다.
그런데 구현수 PJ캐피탈 상무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일과 헷갈려 착각한 건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엄현주는 애써 밝은 어조로 얘기했다.
“상무님,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네요.”
“오해요?”
“오늘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마음제과 때문입니다.”
“…….”
“마음제과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구현수 상무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해는 엄현주 사장님께서 하신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는 마음제과 매각을 고려한 적이 없습니다.”
“…….”
충격을 받은 엄현주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구현수 상무가 이어서 얘기했다.
“만약 그것 때문에 저를 만나려고 나오셨다면 시간 낭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헤어지는 게 좋은 듯싶네요. 안녕히 돌아가세요.”
시간에 쫓기기라도 하듯 말을 내뱉자마자 구현수 상무가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나갔다.
* * *
“내가 정말 어이없고 황당해서…… 확실히 얘기한 거 맞아요?”
라이스타 사장실로 돌아온 엄현주.
속에서 솟구치는 짜증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사장실로 호출되어 온 인수팀장에게 닦달하듯 언성을 높였다.
왜 아니겠는가.
마음제과 인수를 위해 준비해서 나갔는데, 상대방에게 시간 낭비라는 말을 들었으니.
하지만 인수팀장 또한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마음제과 문제로 만나고 싶다고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구현수 상무 마음이 하루 사이에 바뀌었다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수팀장은 고개를 숙였다.
억울하고 변명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어쨌든 실무를 담당한 건 그였기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나가 보세요.”
“예.”
인수팀장과 얘기해도 분이 풀리지 않던 엄현주는 순간 걱정이 되었다.
‘매각이 사실이 아니면……?’
자신이 곤란해진다.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조건부로 마음제과 인수를 맡는 것을 허락받았는데,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게 될 위기다.
자신이 우스운 꼴이 될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다시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떡하지…?’
엄현주는 남편 유태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 여자였다.
[유태규 검사님 휴대폰입니다.]
“라이스타 엄현주에요.”
[아, 사모님. 유 검사님은 지금 회의 중이신데, 급한 일이 아니시면 메모를 남겨 놓아도 될까요?]
“……다시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주는 사무실을 잠시 서성이며 생각하다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무슨 일이야? 아 참! 오늘 PJ캐피탈 상무와 만나기로 했지? 어떻게 됐어?]
“현호야, 일이 이상하게 됐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상무가 얘기하길, 자기들은 마음제과 매각을 고려한 적이 없다는 거야.”
[뭐어? 누나, 확인하고 만나러 간 거 아니었어?]
“인수팀장은 마음제과 얘기를 확실히 했다고 하는데, 어쨌든 너무 황당한 상황이야.”
[누나에게 처음으로 얘기해 준 사람은 뭐래?]
엄현주는 모를 것이다.
현호가 그녀를 여상길과 다시 연결하기 위해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아, 그 사람과는 아직 통화 안 했어.”
[그 사람이 사기 친 거 아냐?]
“정말 그러면 어떡하지? 아버지께 큰소리쳤는데.”
[누나, 처음 얘기해 준 사람에게 연락해 봐. 만약, 누나를 상대로 사기 쳤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둘 거야.]
“현호야…… 고마워.”
엄현주는 자신을 생각해 주는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적어도 한 사람은 자신의 편이지 않은가.
[누나, 일단 정확한 상황을 알아야 대처 방법도 마련될 테니까, 정보를 최대한 모아 봐.]
“알았어. 다시 연락할게.”
통화를 끊은 엄현주는 조금 전보다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여상길이라고 했지.”
그녀는 책상 서랍을 열어 여상길이 주고 간 명함을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했다.
[여상길입니다.]
“라이스타 엄현주에요.”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내게 거짓말을 했나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PJ캐피탈 구현수 상무를 만났어요. 마음제과 매각은 고려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그렇게 얘기했을 겁니다.]
“뭐라고요?”
엄현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 말로 빠져나가려는 건가요? 감히, 송우그룹을 상대로 속임수를…….”
그녀의 얘기를 여상길이 잘랐다.
[라이스타 엄현주 사장님보다 수양제과 쪽 사람을 먼저 만났습니다. 어제 만남이 있었죠.]
놀란 엄현주가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생각을 하더니, 다시 얘기했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죠? 내게 한 거짓말이 들통나니 빠져나가려고 지어낸 말인지, 의심이 되네요.”
[어제 만남에 총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엄현주 사장님과 가까운 분도 있었습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요?”
엄현주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자신과 가까운 사람 중 PJ캐피탈 임원을 만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한 엄현주가 따지듯 물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게 누구예요?”
[명운대학 채연희 교수님입니다.]
“……!”
충격을 받은 엄현주는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을 어떻게 믿어요? 큰언니는 PJ캐피탈과 수양제과가 만나는 곳에 갈 이유가 없어요.”
[만난 장소와 시간을 알려 드릴 테니, 가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뚝. 전화가 끊어졌다.
“뭐야?”
엄현주가 황당해하는 찰나, 디링. 여상길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가 보내기로 한 장소와 시간이었다.
엄현주는 즉시 비서를 호출했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엄현주는 여상길에게서 받은 정보를 메모지에 적어 비서에게 건넸다.
“레스토랑 직원에게 돈을 줘서라도 알아봐요. 채연희 교수 사진을 보여 주고 어제 왔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왔었는지. 서둘러요.”
“네, 사장님.”
서둘러 비서가 나간 후, 엄현주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정말 수양제과가 끼어들었다면…….’
PJ캐피탈 쪽에서는 나쁠 게 없다.
라이스타와 경쟁을 시켜 더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을 테니.
그런데 왜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아예 라이스타를 배제할 생각이 아니라면…… 아!’
순간 엄현주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큰언니!”
큰언니가 PJ캐피탈을 만난 게 라이스타를 배제시킬 목적이었다면 구현수 상무가 그렇게 나온 게 이해가 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큰언니 채연희 혼자 생각해서 한 일이 아니다.
“큰오빠도 함께 계획한 거야.”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하려는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큰오빠가 나섰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레스토랑을 찾아간 비서로부터 얘기를 들어야 한다.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으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디리리리.
엄현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기다리던 비서의 전화였다.
“알아봤어?”
[사장님, 채연희 교수님께서 어제 레스토랑을 방문한 게 맞습니다.]
엄현주는 여상길이 말한 사실이 확인되자 입술을 깨물었다.
[여러 분이 함께 오셨다고 하는데, 그중 한 분은 알아냈습니다. 레스토랑 단골이라 알더라고요.]
“누구야?”
[PJ캐피탈 사장님입니다.]
‘이런!’
엄현주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지만, 비서에게 차분히 얘기했다.
“다른 사항은?”
[1시간 정도 룸에서 대화를 나눈 후 떠났다고 했습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알았어. 수고했어.”
전화를 끊은 엄현주는 다시 현호에게 전화를 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현호가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사실 현호는 엄현주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상길을 통해 왜 갑자기 구현수 PJ캐피탈 상무가 마음제과 매각에 대한 다른 얘기를 했는지를 듣게 되고 확인한 후 자신에게 전화하리라 생각했다.
현호는 전화를 받으며 애써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누나, 뭔가 알아냈어?”
[현호야, 어제 PJ캐피탈 사장과 상무가 수양제과 사람을 만났어.]
“정말이야?”
현호는 일부러 믿기 힘들다는 듯 얘기했다.
[그래, 사실이야.]
“음…… 그렇다고 누나한테 마음제과를 매각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PJ캐피탈 쪽에서는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텐데.”
[라이스타를 배제시키려고 한 사람이 있어. 그 작업이 성공한 거겠지.]
“그게 누군데?”
[큰오빠와 큰언니.]
안다.
하지만 현호는 정말 놀란 듯한 반응으로 대꾸했다.
“뭐, 정말?”
[레스토랑에 가서 확인했어. 어제 만남에 큰언니도 함께 있었다는 거.]
“와, 큰형 진짜 너무하네.”
[현호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큰오빠에게 가서 따져도 오리발 내밀 게 뻔한데.]
“누나, 큰형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나와 누나가 통화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자세한 정보까지 알아낸 거야?”
[여상길 사장이 알려 줬어.]
그렇다.
엄현주는 엄현주의 입에서 그의 얘기가 나오게 하려고 물었던 것.
하지만 현호는 여상길을 모른 척해야 한다.
“여상길?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야?”
[내게 전화해서 마음제과 매각 소식을 알려 준 사람이야.]
“아…… 그렇구나.”
[현호야, 어떡하지? 이 상황을 역전시킬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도 돕고 싶은데,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어. 누나, 혹시 여상길 씨에게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어?]
“누나에게 처음 정보를 준 것도 그 사람이고, 상황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알아낼 정도면, 보통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그렇겠지?]
“누나가 영 내키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지만,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다시 만나 보는 것도 방법인 거 같아.”
[현호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어?”
뚝. 전화가 끊겼다.
‘역시, 예상대로 움직이네.’
현호는 엄현주가 어떻게 할지 짐작이 되어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