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여상길, 송우그룹 내부로
“무조건…… 성공해야 해.”
현호와 통화를 끝낸 엄현주는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중얼거렸다.
이번 일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인수를 두고 벌이는 경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큰오빠가 내 일을 방해하고 있어.”
큰오빠 엄현식이 왜 그렇게 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가 그룹 후계자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만약 마음제과 인수에 성공하면, 자신은 송우식품 사장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룹의 주주나 이사들이 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 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야.”
엄현주는 결심이 선 듯 여상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여상길입니다.]
“엄현주에요. 제가 여상길 사장님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엄현주는 곧장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 * *
“다시 뵙네요.”
엄현주가 사무실로 들어서며 눈인사를 하자 여상길이 소파를 가리키며 얘기했다.
“앉으시죠.”
“그러죠.”
엄현주의 맞은편에 자리한 여상길이 먼저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보내 드린 것은 확인했습니까?”
“제 올케언니가 그곳에 갔더군요. PJ캐피탈 대표를 만난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제 수양제과 임원을 만났다는 제 얘기를 믿을 수 있습니까?”
“네. 의심했던 점은 죄송하게 생각해요.”
“그럼, 제 사무실로 저를 찾아온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엄현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여상길 사장님이 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재밌네요.”
피식 웃는 여상길의 대답에 엄현주가 당황스러운 기색을 띠었다.
“무슨 말씀인가요?”
“엄현주 사장님은 이곳에 봉사자를 찾으러 왔습니까, 아니면 비즈니스를 하러 왔습니까?”
“…….”
“첫 만남에서 나눴던 얘기를 기억해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엄 사장님을 돕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
그 순간 엄현주는 그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가 생각났다.
-제게 이 정보를 주시고 여상길 사장님이 얻는 이익은 뭐죠?
-기업 인수는 쉬운 게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일이 있으면 연락을 주세요.
그랬다.
그는 분명 ‘할 일’이라고 얘기했다.
엄현주는 이제야 그가 말한 의미를 알아차렸다.
마음제과 인수 건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알았다.
자신이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여상길이 원하는 일은 회사 밖에서 외부인의 신분으로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여상길 사장님을 라이스타 기획전략팀장으로 모시겠습니다.”
“기획전략팀장이요?”
“라이스타를 위해 일해 주세요. 그 직과 함께 마음제과 인수팀장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첫 만남에서 그가 아버지 엄상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한 얘기를 기억한다.
-회장님께 여쭤보세요. 성국조선 주가조작에 관한 정보를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하이큐브 반도체가 매각되려다 주주총회의 부결로 무산된 것도 아시죠?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게 만든 게 접니다.
‘아버지가 일을 시킨 사람이라면…….’
그 능력에 대해 따로 검증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인수팀을 구성할 때 그에게 함께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 혼자서도 잘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께 보여 주고 싶었어.’
하지만 큰오빠의 방해를 경험하고 나니 깨달은 게 있다.
‘내 곁에 여상길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해.’
“시작은 기획전략팀장이지만 마음제과 인수를 성공하게 되면 승진하게 되실 겁니다.”
“…….”
“아시겠지만 저는 라이스타 사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겁니다.”
“…….”
“첫 만남에서 제게 마음제과를 인수하고 송우식품 사장이 되라고 하셨죠. 기억하시나요?”
“그랬었죠. 그럼, 목표가 송우식품 사장이 되는 겁니까?”
“아니라는 거 아실 텐데요. 그래서 정보를 가지고 제게 오신 거죠?”
그녀의 말이 맞는다는 듯 여상길이 싱긋이 미소 짓자 엄현주가 다음 말을 이었다.
“더 높이 올라갈 겁니다. 그 길을 함께할 여상길 사장님 같은 분이 필요해요.”
“…….”
“저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야망 있는 분을 좋아하죠. 엄현주 사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의 승낙에 엄현주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일부터 출근해서 일할 수 있도록 조처해 놓을게요.”
엄현주가 돌아가고 난 후 여상길은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현호는 여상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엄현주 사장과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라이스타 기획전략팀장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사장에서 팀장으로 내려갔는데, 축하해야 하는 겁니까?”
[하하하.]
현호의 농담에 여상길이 호탕하게 웃었다.
“송우그룹으로 들어온 걸 축하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옛날 생각이요?”
뜬금없이 나온 여상길의 말에 현호는 의아했다.
[엄상현 회장님이 내게 얘기했죠. 송우그룹에서 회장님 곁에 서게 될 날이 있을 거라고. 그때, 밖에서 회장님을 도와 성장시킨 송우그룹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게 될 거라고 하셨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엄상현 회장은 여상길의 존재가 부담이 되자 가차 없이 그를 교도소로 보내 버렸다.
[엄상현 회장님이 아니라 엄현호 사장이 나를 송우그룹으로 들어오게 했어요.]
“엄현주 사장님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하. 그러네요.]
이것은 현호의 계획이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엄현주 사장이 여상길을 끌어들인 것처럼 보인다.
[회장님은 충격을 받으시겠죠?]
“그러실 겁니다.”
[엄현주 사장이 대처를 잘할까요?]
“회장님의 반대가 클수록 엄현주 사장은 여 사장님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여 사장님이 회장님의 약점이 된다는 걸 알아차릴 테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되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현호에게 최명준이 얘기했다.
“사장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된 것 같네요.”
“그렇기는 한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죠.”
“다음 단계요?”
현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최명준에게 얘기했다.
“PJ캐피탈의 투자를 조사 분석할 전문가를 알아보세요.”
“PJ캐피탈의 투자를요?”
“PJ캐피탈의 약점을 찾는 게 여상길 사장을 돕는 길이죠. PJ캐피탈은 투자사이니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는 게 그 일이니까요.”
현호는 이렇게 말했지만, 알고 있는 게 있다.
전생에서 PJ캐피탈은 마음제과를 매각한다. 그 후 4년 뒤 PJ캐피탈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그들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게 들통이 났기 때문이다. 그 주가조작을 한 시기가 이때쯤이다.
그런 사실은 모르는 최명준은 그의 성격처럼 성실한 태도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서두르겠습니다.”
* * *
여상길이 라이스타 직원으로 출근한 지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회장님.”
난처한 기색의 최덕일 변호사가 엄상현 회장의 서재로 들어왔다.
그의 기색을 본 엄상현은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인가?”
“여상길 씨가 컨설팅 사업을 그만뒀습니다.”
“사업을 그만뒀다고? 그거 아니면 뭘 하려는 거야?”
최덕일 변호사가 짧은 한숨을 내쉰 후 대답했다.
“라이스타에 기획전략팀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뭐어?”
화들짝 놀란 엄상현의 눈이 커지고 언성이 높아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상길이 왜 라이스타에 들어가?”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엄현주 사장이 여상길 씨를 스카우트했습니다.”
“뭐, 현주가……?”
“기획전략팀장이면서 마음제과 인수팀도 맡았다고 합니다.”
너무 황당한 일이라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엄상현은 혼잣말하듯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음제과…… 인수팀…… 아!”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한 엄상현 회장.
‘그때 말한 인맥이 여상길이었어?’
엄상현 회장은 엄현주가 PJ캐피탈에서 마음제과 매각을 생각하고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왔던 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네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아는 거냐?”
-여러 인맥을 통해 그런 정보를 얻는 루트도 있고요.
“아뿔싸.”
엄상현 회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최덕일 변호사가 물었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정보를 준 이가 누구인지 자세히 물었어야 했어.”
“……?”
“현주가 마음제과 인수를 추진한다는 얘기 들었지?”
“예, 회장님.”
“인맥을 통해 마음제과 매각 정보를 알았다고 했어. 그 인맥이 여상길이었던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모든 것들이 여상길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덕일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최 변, 여상길에게 당장 전화 넣어 봐.”
“예, 회장님.”
최덕일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를 통해 여상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상길입니다.]
“최덕일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신 겁니까?]
“여기 성북동인데, 회장님 바꿔 드리죠.”
최덕일이 휴대폰을 엄상현에게 넘겼다.
“자네 어딘가?”
[라이스타입니다, 회장님.]
“무슨 수작이야?”
엄상현이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지만, 여상길은 천연덕스럽게 딴소리를 했다.
[안 그래도 회장님께 소식을 전해야지 생각했는데, 새롭게 일을 시작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제 정신을 차렸으면 제대로 얘기해. 자네가 왜 그곳에 있는 거야?”
[엄현주 사장님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해서 받아들였습니다.]
“뭐, 현주가 제안을 했다고?”
엄상현 회장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여상길이 다음 말을 이었다.
[제게 무슨 힘이 있어 이 자리에 올 수 있겠습니까? 엄현주 사장님께 물으시면 될 일입니다.]
“자네가 현주에게 마음제과 매각 정보를 흘렸지?”
[제가 정보를 전달한 게 맞습니다.]
“송우그룹에 들어오기 위한 계획이었나?”
[그간 함께 보낸 세월이 있는데, 회장님의 말씀은 섭섭하군요.]
“뭐?”
[제가 그 정보를 가지고 성국그룹에 갔어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
엄상현 회장은 순간 말을 멈췄다.
여상길의 말이 틀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동이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다.
엄상현 회장은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내게 오지 않고, 현주에게 갔지?”
[송우식품이 마음제과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제과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분은 송우식품 사장님이 아니라 엄현주 사장님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게 그 정보를 먼저 알리지 않은 게 자네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거, 모르나?”
[제가 회장님께 얘기했다면, 누구에게 맡길 생각이십니까? 결과에 직을 걸어야 하는 송우식품 사장이 적극적으로 맡으려 했을까요? 식품과 제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엄현식, 엄현태 사장님께 맡기실 겁니까?]
“……!”
[정보 전달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엄상현은 대꾸할 수가 없었다.
사실 현주에게는 경험이 없어 그 일을 맡기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얘기처럼 결국 현주가 맡게 되었다.
[회장님, 저는 예나 지금이나 송우그룹을 위해 일합니다. 하지만 제가 라이스타에 있는 게 못마땅하시면 엄현주 사장님께 얘기하세요.]
“…….”
[맡은 일에 자신 없어 도망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엄현주 사장님이 해고하면 그만두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엄상현 회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최덕일 변호사에게 얘기했다.
“최 변, 현주 들어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