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여상길을 둘러싼 동상이몽
“아버지, 부르셨어요?”
엄상현 회장의 호출을 받은 엄현주가 서재로 들어왔다.
엄상현 회장은 대답 없이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궁금한 기색이 전혀 없는 담담한 표정을 보니 무슨 일로 호출 받았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왜 불렀는지 알고 있지?”
“모르겠어요.”
“뭐?”
그녀가 반대로 얘기하자 엄상현 회장이 당황했다.
“최덕일 변호사가 어떤 얘기도 해 주지 않았어요.”
‘능청스러움도 늘었군.’
엄상현은 그녀가 모르는 척한다는 걸 알면서도 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었다.
기업체를 경영하면서 경쟁하다 보면 능청스러움뿐만 아니라 싸움 실력도 늘게 된다.
“새로운 기획전략팀장이 왔다더구나.”
“아! 네. 그것 때문에 부르셨군요. 아버지도 아시는 여상길 씨를 스카우트했습니다.”
“네가 여상길에 대해 뭘 안다고 스카우트를 해?”
“제 사업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만 알면 되지 않나요?”
그녀의 대답에 엄상현 회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여상길이 마음제과 매각 정보를 가져왔다는 거 하나로 판단했다는 거냐?”
“아니에요. 그 이후에도 이 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 줬어요. 그 능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여상길은 네가 하는 일에 적합하지 않아. 그러니 회사에서 내보내.”
“아버지…….”
엄현주는 아버지의 명령에 적잖이 놀랐다.
아버지는 일과 관련해 자신에게 명령하거나 지시한 적은 있지만, 직원 인사까지 간섭하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일을 시켰다는 건, 아버지도 능력을 인정한다는 거잖아.’
아버지 엄상현 회장은 여상길에게 하이큐브반도체 매각을 무산시키는 일을 맡기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실력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이스타에서는 내보내라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자신 곁에 있는 게 싫은 걸까?
‘아니야.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잖아.’
능력 있는 사람이 딸 곁에서 돕는 걸 싫어할 아버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서?
‘하지만 계약 관계로 묶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어쨌든 엄현주는 아버지의 지시에 자기 생각을 얘기해야 했다.
“제 생각은 아버지와 달라요.”
“뭐어?”
신경질적인 엄상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엄현주는 하던 얘기를 이어서 했다.
“아버지, 마음제과 인수에 다른 기업이 끼어들었어요. 저는 이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요. 그래서 여상길 씨가 필요해요.”
“기업 인수에 경험 많은 사람으로 보내 주마.”
그의 대답은 엄현주를 화나게 했다.
아버지가 보내 준 사람이 마음제과를 인수하면, 그 일은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의 것이 된다.
그렇게 마음제과를 인수하고 송우사장이 된다고 한들 아버지는 자신을 오빠들처럼 그룹 승계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제과 인수 건은 이미 아버지가 허락하셨어요. 이 일에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
“여상길이 아니어도 능력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왜 이렇게까지 여상길 팀장에 신경 쓰시지?’
엄현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내게서 여상길 팀장을 떨어뜨리려 하는…… 아!’
순간 엄현주의 머릿속으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여상길 팀장이 내게 얘기하지 않은 뭔가가 있구나.’
여상길이 자신에게 얘기했던 아버지와의 일은 궁극적으로 송우그룹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얘기하지 않은, 어쩌면 아버지와 여상길의 관계에서 숨기고 싶은 게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아버지의 지시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 지시에 따라 줄 생각은 없다.
‘어쩌면 꽤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어.’
만약 여상길이 아버지의 약점을 알고 있다면, 필요할 때 자신을 위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여상길 팀장을 내 곁에 둬야 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지시가 이뤄질 수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와 갈등과 충돌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방법으로.
“좋아요. 능력 있고 경험 많은 분을 보내 주신다니, 아버지 뜻에 따를게요.”
엄현주의 대답에 안심이 되는 듯 엄상현 회장이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
“비서실에 훌륭한 인물을 물색하라고 이르마.”
“네. 하지만 그 이전에 해결할 게 있습니다.”
“……?”
“문제가 생기지 않게 여상길 팀장을 해고할 이유를 알려 주세요?”
“뭐?”
“여상길 팀장, 똑똑한 분이에요.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없이 해고되면 외부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요.”
“…….”
“그런 문제가 일어나면 마음제과 인수에도 지장이 생기고 결국 송우그룹에도 좋지 않을 거예요.”
“…….”
그녀의 얘기가 일리가 있는 탓에 엄상현은 즉각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엄상현은 그녀가 요구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할 수는 없다.
그녀를 설득하려면 과거에 있었던 여상길과의 문제를 얘기해야 하는데, 자신의 약점을 승계 경쟁하는 자식에게 훤히 드러낼 수는 없는 법.
“여상길에게 내 명령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거다.”
“여상길 씨가 아버지의 명령을 두려워할까요? 그랬다면, 제게 정보를 주기 전에 아버지께 먼저 얘기하고 허락을 받았겠죠.”
“……!”
정곡을 찔린 엄상현 회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 모습을 포착한 엄현주는 이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기보다는 타협의 여지를 남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지금 얘기해 주실 수 없으면, 기다릴게요.”
“…….”
“여상길 팀장을 신중히 지켜보며 아버지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릴게요. 언제라도 그 이유를 얘기해 주시면, 아버지 뜻에 따를게요.”
“…….”
엄현주는 싫은 소리 없이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아버지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여상길을 해고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 * *
“현주 얘기를 어떻게 생각해?”
엄현주가 돌아간 후, 엄상현 회장은 최덕일 변호사에게 물었다.
“일리는 있습니다만, 회장님께서 그 이유를 얘기하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사기 전과범이라고 하면?”
“먹히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께서 출소한 여상길에게 일을 맡기셨으니까요. 그리고 유태규 검사를 통해 그런 과거 이력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여상길을 스카우트했다면 만족할 만한 뭔가를 주었다는 거군.”
“그런 것 같습니다.”
골치가 아픈 듯 엄상현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어찌해야 좋을 거 같은가?”
“회장님, 지금은 지켜보셨다가 차후에 여상길을 이용하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엄상현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최덕일 변호사를 응시했다.
“여상길은 송우그룹으로 들어오는 방법으로 라이스타를 선택했습니다. 과거, 회장님께서 약속하셨던 것을 자기 스스로 이루려는 욕망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
“그러니 출소 후에도 회장님과 송우그룹 주변에서 일한 것이겠죠.”
“음, 그렇지.”
엄상현 회장은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는 여상길은 출소 후 송우리조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을 스스로 나간 후에는 성국조선 주가조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관계를 이어 오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겁니다. 그러다 묵직한 것을 그에게 짊어지게 하는 거죠.”
“……!”
엄상현 회장은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털어 버려야 하는 문젯거리가 생기면 그에게 떠넘기자는 것.
엄상현 회장은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당장 그를 떼어 낼 수 없다면 차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에 엄상현 회장은 승인 결재하듯 최덕일에게 얘기했다.
“음…… 자네가 한번 잘 계획해 봐.”
* * *
“아버지가 불렀다고?”
“예, 사장님.”
그날 저녁, 엄현식은 현주가 다녀갔다는 얘기를 박경국 과장에게서 들었다.
“마음제과 인수 진행이 잘 안 된다는 정보를 들으신 걸까?”
엄현식이 흥미로운 기색으로 물었다.
왜 아니겠는가.
수양제과를 끌어들여 엄현주의 계획을 방해한 그였다.
아버지가 그 소식을 알고 그녀를 불렀다면, 그의 방해 전략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거기까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만, 엄현주 사장님에게 좋은 일이었다면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얘기하셨겠죠.”
“그건, 그렇지.”
엄현식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현주도 이참에 알아야지. 자기 그릇은 딱 라이스타 정도라는 거.”
엄현식이 자기가 계획한 방해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시각, 엄현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거 같네요.”
유태규가 의아한 시선으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불안함과 초조함을 보였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콧노래도 흥얼거리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 보여요?”
“최근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달라 보이네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왠지 일이 잘 풀릴 거 같아서요.”
“새로 스카우트한, 여상길 씨가 일을 잘하나 봐요?”
“그런 거 같아요.”
미소로 대답하는 염현주는 속마음을 숨겼다.
바로, 여상길이 아버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그가 아버지의 약점이 되는지 확실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괜히 여상길의 가치를 높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필요할 때 여상길을 이용하면 될 뿐.
엄현주가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할 때, 현호는 여상길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엄현주 사장이 회장님께 불려 갔지만, 아무런 변화는 없었습니다.]
“엄현주 사장에게서 성북동에서 있었던 어떤 얘기라도 들은 게 있습니까?”
[회장님이 이해하셨다는 얘기만 했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여상길 팀장님의 해고는 없을 거라는 얘기죠. 마음제과 인수 작업에 신경 써 주세요.”
[그럼요. 제 일이니까요. 다시 연락하죠.]
“네.”
통화를 끊은 현호는 만족스러웠다.
* * *
한편, 현호가 계획한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며칠이 흘렀을 때, 송우생명 김진명 사장은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사장님.”
비서가 상기된 얼굴로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송우카드 민호철 과장이 연락 두절입니다.”
김진명 사장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투자에 실패한 거야?”
“그렇습니다. 선물옵션 투자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것 같습니다.”
“좋아. 이제 곽태수에게 쓴맛을 보여 줄 차례군.”
김진명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곽태수는 송우카드 사장이다.
얼마 전 그는 송우생명의 영업을 위해 곽태수 송우카드 사장에게 카드 회원 정보를 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곽태수가 그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엄현호를 뒷배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송우카드 이사이자,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자신에게 그렇게 나올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곽태수를 송우카드에서 쫓아내기 위해 계획했던 일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이에 김진명 사장이 명령하듯 비서에게 얘기했다.
“떠들썩하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 * *
한편, 김진명 사장이 보고를 받던 그 시각, 곽태수 송우카드 사장은 아직 닥쳐올 문제를 알지 못했다.
[사장님, 자금부 부장님께서 급한 일로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비서가 인터폰으로 알리자 곽태수 사장이 대답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자금부 부장이 들어오는데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부장님,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저희 부서 민호철 과장이 어제 오후부터 연락 두절입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제 잠시 외근을 다녀오겠다고 나간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민 과장 집에도 전화했는데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락도 안 되고요.”
“……!”
곽태수 사장은 나쁜 일어났다는 걸 직감했다.
단순히 개인의 행방불명이 아니라 회사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