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반격을 진압하다
횡령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며칠 후, 횡령 직원 민호철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송우카드 횡령 직원 A씨, 스스로 경찰에 자수, 회사에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
그런데 그가 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 곽태수 사장을 비난하는 사설이 신문에 실리기 시작했다.
[다시 떨어진 카드사 신뢰, 송우카드 곽태수 사장의 책임도 있다.]
[호언장담했던 곽태수 사장, 내부통제시스템 붕괴도 몰랐다니.]
[다시 찾아온 송우카드 위기, 누구 탓인가?]
[고집불통의 곽태수 사장, 직원들은 괴롭다.]
“시작됐군.”
현호가 신문 사설을 보며 중얼거렸을 때였다.
“사장님.”
최명준 비서가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송우카드 임시이사회가 소집되었습니다.”
“역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짐작했던 현호는 놀라지 않았다.
“안건은요?”
“대표이사 해임입니다.”
“그건 막아야 하는데…… 지난번에 송우생명 영업 활동에 대해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됐습니까?”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
현호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최명준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송우생명 실적이 타사에 비해 월등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뭡니까?”
“회사에서 보험설계 사원들에게 인터넷 쇼핑몰 회원 정보를 나눠 주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회원 정보를 산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송우생명 보험설계사들에게서 증언과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들에게서 증언과 자료를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을.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것은 뭡니까?”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실, 송우생명 직원의 증언과 자료만으로는 김진명 사장을 압박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
김진명 사장이 그 자신은 몰랐다며,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몰과 개인정보 거래를 할 때 작성한 계약서에 김진명 사장의 사인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사본을 받기로 했습니다.”
‘역시, 최명준 실장이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최명준의 실력에 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얘기했다.
“확보되면 내게 알려 줘요. 김진명 사장을 만날 테니.”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이고, 엄 사장. 많이 기다리셨나?”
송우생명 사장실로 김진명이 들어오며 현호에게 얘기했다.
소파에서 일어난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사장님과 만날 약속도 하지 않고 왔는데, 이 정도는 기다려야죠.”
현호는 사실 그에게 연락하지 않고 왔다.
연락하게 되면 용건을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호가 송우생명에 도착했을 때 김진명 사장은 외부에서 약속이 있어 자리에 없었다.
이런 상황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현호는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앉아서 얘기하지.”
“예.”
김진명 사장이 소파 상석에 앉았다.
“갑자기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
“송우카드 임시이사회가 소집된 것은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네. 안건이 대표이사 해임이더군.”
“이사회가 소집되기 전에 모르셨습니까?”
“뉴스에 보도된 송우카드 횡령 사건은 들었지만, 송우생명 일이 바빠 신경을 못 썼네. 그런데 이사들이 실망이 컸나 보군.”
“그렇군요.”
현호는 그가 거짓말한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얘기했다.
“사장님께서 나서 주셔야겠습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대표이사 해임안이 부결되게 힘을 써 주셔야겠습니다.”
김진명 사장이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현호를 쳐다봤다.
“엄 사장, 자네가 곽태수 사장을 신뢰한다는 것은 아네만, 이번 일은 곽 사장을 두둔하기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자그마치 120억 원의 손실을 봤어.”
“그 손실보다 많은 영업 이익으로 만회할 겁니다.”
“자네 마음은 모르지 않지만, 이번에는 자네 뜻에 동의할 수 없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자네 책임도 있어.”
“…….”
“자네가 적극 추천한 사람이 곽태수 사장이지 않은가. 그런데 회사가 엉망이 됐어.”
“취임 후 지금까지 이뤄 놓은 성과는 보시지 않는군요.”
“성과를 이뤄 놓으면 뭐 하나? 하루아침에 무너졌는데.”
“그렇군요.”
현호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차갑게 돌변했다.
“같은 말을 사장님께도 해 드리고 싶네요. 지금껏 이뤄 놓은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뭐라?”
신경질적으로 짧게 내뱉은 김진명 사장이 현호를 쏘아봤다.
그 눈길을 피하지 않은 채 현호가 얘기했다.
“송우생명 직원들이 불법적인 영업 활동을 했더군요.”
“무, 무슨 말인가?”
‘불법적’이라는 말이 나오자 뜨끔했는지 김진명 사장이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현호는 테이블 위로 녹음기를 올려놓았다.
“이게 뭔가?”
김진명의 물음에 현호는 녹음기를 틀었다.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들에게 영업하라고 개인정보가 있는 문서를 나누어 줬어요. 인터넷 쇼핑몰 회원 정보인데, 주소나 전화번호 외에도 여러 관심사나 특이사항이 있어서 맞춤 보험을 하는 데 유리했죠.]
“회사가 직원들에게 불법적으로 영업하게 했다는 증언입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김진명이 부인하자 현호는 문서를 꺼내 김진명 사장에게 건넸다.
“헉!”
그 문서를 본 김진명 사장의 눈이 커졌다.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받았던 인터넷 쇼핑몰 회원 정보 문서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나는 모르는 일이야.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조사해 보겠네.”
“사장님은 정말 모르는 일입니까?”
“몰랐네. 사장인 내가 영업 활동까지 직접 챙기지는 않아.”
“그런데 왜 사장님의 사인이 있는 걸까요?”
“뭐?”
현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김진명 사장에게 다른 문서를 꺼내 건넸다.
“인터넷 쇼핑몰과 개인정보 거래할 때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그 계약서에 사장님 사인이 있네요.”
“……!”
순식간에 김진명 사장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몰랐다는 발뺌이 통하지 않을 거 같네요.”
“…….”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송우생명에서도 이사회가 열리겠죠? 대표이사 해임 안건으로.”
“…….”
대꾸하지 못하는 김진명 사장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잠시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네가 원하는 게 곽태수 대표이사 해임안 부결이지?”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겠네.”
그의 대답에 현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얘기했다.
“감사합니다.”
사실, 현호가 가진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면 김진명 사장은 해임되기 이전에 송우생명을 떠날 것이다.
그럼에도 현호가 그렇게 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송우생명을 떠난다고 송우카드 곽태수 사장의 해임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을 품은 김진명 사장이 그와 가까운 송우카드 이사들을 자극해 곽태수 대표이사 해임안이 가결되도록 만들 위험이 있다.
지금 상황은 위험을 제거해야지, 맞서 싸우도록 해야 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 * *
며칠 후.
송우카드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결과는 곽태수 대표이사 해임이 부결되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곽태수 사장이 사장실에 온 현호에게 물었다.
“직접 보셨지 않습니까. 안건이 부결된걸.”
“임시이사회 소집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결될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런 분위기가 막상 당일에 역전되어 해임안이 부결되다니, 곽태수 사장님이 운이 좋으신가 봅니다. 그 좋은 운으로 송우카드 잘 경영해 주세요.”
“훗.”
현호의 속마음이 파악된 듯 곽태수 사장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오늘 일에 대해서는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
“취임식 때 제가 한 약속한 대로 송우카드가 업계 최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현호와 곽태수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각, 김진명 송우생명 사장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느라 눈을 감은 채 석고상처럼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던 비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불편하시면 병원으로 모실까요?”
그의 말에 김진명 사장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 듯 무겁게 가라앉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엄현호에게 이런 식으로 계속 당할 수는 없어, 그렇지 않나?”
“아, 예. 그렇습니다.”
“그놈의 망나니짓을 막아 줄 방패가 필요해.”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룹 후계자를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어.”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으셨는데요?”
아리송한 표정으로 비서가 묻자 김진명 사장이 날 선 눈빛을 발하며 대답했다.
“회장님의 고민을 덜어 드려야지. 쉽게 선택하실 수 있도록.”
* * *
며칠 후.
최명준 실장이 서류 봉투를 가지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사장님, 지난번에 지시하는 PJ캐피탈 투자에 대한 조사와 분석 자료가 왔습니다.”
여상길이 라이스타 기획전략팀장이 되었을 때 현호는 최명준에게 지시한 게 있다.
마음제과 매각 계획이 있는 PJ캐피탈의 투자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담당할 전문가를 알아보라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일을 맡겼는데, 그 보고 자료가 온 것이다.
현호는 서류 봉투 속 자료를 꺼내 살펴봤다.
‘역시…….’
현호가 보는 문서에 주가조작을 의심하는 전문가의 보고가 있었다.
실제 전생에서 PJ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했다가 몇 년 후 밝혀져 처벌을 받았다.
“사장님, PJ캐피탈이 투자하는 코스닥 상장사 중 주가조작이 의심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최명준 실장이 얘기하자 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자료를 이용할 때가 있을 겁니다. 일단, 이 자료 사본을 여상길 팀장에게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현호가 기다리는 때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틀 후, 엄현주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PJ캐피탈, 마음제과 매각한다.]
[PJ캐피탈, 수양제과와 마음제과 매각 협상 시작]
마음제과 매각 협상 소식이 실린 신문을 손에 쥔 엄현주는 빠른 걸음으로 기획전략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장님.”
여상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엄현주는 그 책상 위로 신문을 펼쳐 놓았다.
여상길의 시선으로 보이는 헤드라인.
[PJ캐피탈, 수양제과와 마음제과 매각 협상 시작]
“어떻게 된 겁니까?”
엄현주가 굳은 표정을 물었다.
“글자 그대로입니다. 수양제과와 매각 협상을 시작한다는 거죠.”
“누가 글자를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요? 이렇게 공개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막았어야죠.”
“사장님 가족분이 끼어들었을 때 이렇게 진행되는 게 정해져 있었습니다.”
엄현주는 그가 말한 게 무엇인지 안다.
그녀의 큰오빠 엄현식과 아내 채연희가 수양제과를 PJ캐피탈과 연결했던 것.
“그래서 여 팀장님을 스카우트한 거잖아요. 그거 막고, 우리가 마음제과 인수하려고.”
흥분한 듯한 엄현주의 말에도 여상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사장님, 협상에는 성공만 있지 않습니다. 결렬도 있죠.”
“……!”
순간, 엄현주의 눈이 이채로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