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방법은, 내부 반란
[불법대선자금 수사 대기업 등으로 전면 확대]
이런 소식이 전해져 온종일 송우그룹의 분위기가 뒤숭숭했을 때, 미국에서 귀국한 박영준 전 검찰총장이 성북동을 찾아왔다.
“어서 오게, 박 총장.”
구원자라도 만난 듯 엄상현 회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리하고 올 일이 있어서 이제야 왔습니다.”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좀 더 공부하고 올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게 됐네.”
“아닙니다. 도와주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은 알고 있나?”
“예. 후배에게 들었습니다.”
검찰청에 있는 그의 라인 검사에게서 들었다는 말이었다.
“방법이 있을 거 같아?”
“회장님, 지금은 비를 맞아야 합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인가?”
“국민의 분노가 큽니다. 그 분노를 해소시켜야 합니다.”
엄상현 회장은 의아한 눈길로 물었다.
“박 총장 말은, 검찰이 송우그룹을 압수수색하고 나를 소환하는데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가?”
“압수수색과 소환 모두 검찰 쪽과 조율할 겁니다. 사실, 검찰은 국민에게 보여 줄 게 필요합니다. 그걸 방해하면 송우그룹이 검찰과 척을 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은, 압수수색하고 조사는 받겠지만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이번 일은 회장님만 연루된 사건이 아니라 복잡합니다. 하지만 처벌을 피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찾을 겁니다.”
엄상현 회장과 박영준 전 총장이 수사에 대한 대처를 얘기하는 그 시각, 엄현식은 박경국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박영준 전 총장과 만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사장님.]
“분위기는 어때?”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얘기가 빨리 끝났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들은 얘기 있어?”
[서재에 차를 가져갔을 때 들었는데, 압수수색과 회장님 소환 조사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다는 거야?”
[예, 사장님.]
그의 대답에 엄현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알았어. 다른 정보 알게 되면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박경국 과장과 통화를 끊은 엄현식은 곧장 김진명 송우생명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김 사장님, 엄현식입니다.”
[엄 사장, 안 그래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어.]
“아버지 상황을 체크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 상황은 어떤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음…… 안타까운 일이군. 그래서 자네 생각은……?]
“지금이 송우생명 기관투자자를 만나야 할 때인 거 같네요.”
엄상현 회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엄현식에게는 기회였다.
세상 사람들에게 엄상현 회장을 대신할 후계자가 자신이라고 알릴 기회.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 줄 만한 게 있어야 한다.
‘그게 송우생명 2대 주주가 되는 거야.’
사람들은 엄상현 회장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대신할 장남을 후계자로 정했다고 생각하게 될 테니까.
[알겠네. 곧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네.]
* * *
김진명 사장이 약속한 기관투자자와의 만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행장님, 안녕히 가세요.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엄현식은 호텔 주차장에서 배웅 인사를 했다.
송우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신우은행장을 김진명 사장의 주선으로 만났던 것.
“엄현식 사장님도 조심히 가세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엄현식과 김진명은 그가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걸 지켜봤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진명 사장이 얘기했다.
“신우은행장이 꽤 우호적이었지?”
“김 사장님 덕분입니다.”
“하하. 그 말을 들으려고 물었던 건 아니네.”
“사실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하하.”
첫 시작이 순조롭게 풀리자 두 사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제 다음 기관투자자를 만나러 가야지.”
얼굴 가득 미소를 담은 김진명이 얘기하자 엄현식이 흠칫 놀랐다.
“두 분이나 약속을 잡으신 겁니까?”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옛말이 있지 않나. 이왕 결심했으니 서둘러서 나쁠 거 없지.”
“김 사장님의 추진력은 제가 배워야겠습니다. 하하.”
“이게 다 송우그룹을 위한 마음이지.”
“그 마음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분을 만납니까.”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이네. 다른 룸으로 예약했으니 나랑 함께 가세.”
“예, 가시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갔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 * *
송우미디어 사장실.
최명준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엄현식, 김진명 사장 두 분이 함께 있습니다. 시간차를 두고 신우은행장과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을 만났다고 합니다.”
“……!”
현호는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기관투자자를 만났군요.”
“기관투자자라면……?”
“신우은행과 공무원연금공단 모두 송우생명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죠.”
“그럼, 김진명 사장이 두 기관투자자를 엄현식 사장과 만나도록 주선한 거네요?”
현호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그런데 두 분이 뭘 하려는 걸까요?”
“김진명 사장이 큰형을 선택한 거죠. 그 자신의 방패가 되며 미래도 열어 줄 후계자로.”
“후계자요?”
최명준 실장이 화들짝 놀랐다.
“회장님이 결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김 사장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회장님이 결정하지 않았으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회장님이 후계자를 정했으면, 이런 일을 벌일 필요도 없었겠죠.”
“이런 일이라면…… 짐작하는 게 있습니까?”
“큰형을 송우생명 2대 주주로 만들려는 거죠. 1대 주주가 아버지이니, 큰형이 2대 주주가 되면 사람들은 큰형이 그룹을 승계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아……!”
최명준 실장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듯 다음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곤란한 상황일 때 이런 일을 벌이고, 타이밍도 꽤 좋네요. 그런데 어떻게 막으실 생각입니까?”
“최 실장이 해 줄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신문 기사 하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왜……?”
“이번 일은 김진명 사장이 주도한 겁니다. 자금 동원부터 주식 매수까지.”
“그렇죠.”
“이번 일을 막으려면 김진명 사장을 송우그룹에서 쫓아내야 합니다.”
“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 * *
현호의 작전이 펼쳐지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앙 일간지에 금융감독원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금감원, 특정 그룹 금융계열사 특별검사 고민?]
“사장님, 기사가 실렸습니다.”
최명준 실장이 기사가 실린 신문을 현호의 책상 위에 놓으며 얘기했다.
그 기사 내용을 확인한 현호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이제 송우생명 부사장에게 연락해서 약속 잡으세요.”
“알겠습니다.”
그날 저녁.
현호는 오영환 송우생명 부사장을 만났다.
“반갑습니다, 오영환 부사장님.”
현호는 룸으로 들어오는 오영환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네요.”
그는 미소를 짓기는 했으나 긴장한 듯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갑자기 엄상현 회장의 막내아들이 만나기를 청했으니.
“가까이서 인사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죠. 누나 결혼식 때 인사드렸는데, 기억하시죠?”
“아! 그걸 기억해요? 하객이 많아서 나를 기억 못 할 줄 알았어요.”
현호가 그를 기억하자 기분이 들뜬 듯 보였다.
“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인데, 당연히 기억해야죠.”
“그렇게 얘기해 주니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다른 손님은 없는 겁니까?”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변했다.
현호는 그가 왜 이렇게 묻는지 이해했다.
그를 만나자는 이유가 송우생명과 관련한 것이라면 김진명 사장도 오는 것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다른 손님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왜 나를 만나자고 한 겁니까?”
“오영환 부사장님을 만나 뵙고 상의 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현호는 가져온 신문을 그의 테이블 쪽에 놓았다.
“이 신문 기사를 읽어 보셨습니까?”
오영환은 그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에 보이는 헤드라인은 이랬다.
[금감원, 특정 그룹 금융계열사 특별검사 고민?]
“읽지 않은 기사네요. 오늘 일이 좀 바빠 모든 일간지를 살펴보지는 못했어요.”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 기사 내용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특정 그룹 금융계열사가 바로 송우생명입니다.”
“예에?”
화들짝 놀란 그의 눈이 커지며 신문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런 후.
“이 기사에는 송우생명이라는 말이 없는데요?”
“금감원에서 기자에게 확인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칫 틀린 정보가 나갈 수 있으니 신문사가 기업 상호까지는 넣지 못했습니다.”
“아…….”
고개를 끄덕이는 오영환은 현호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감독원 원장이 엄상현 회장의 처남이다. 현호가 말하는 정보가 금감원장에게서 나온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실, 현호는 그 점을 노리고 허위 기사를 낸 것이다.
현호는 상황이 엄중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금감원이 송우생명에 대한 특별검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니, 왜 송우생명만 특별검사를 한다는 겁니까?”
“그건 오영환 부사장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예? 제가 뭘……?”
“도대체 계열사에 얼마나 편중지원을 한 겁니까?”
“아……!”
오영환 부사장이 뭔가를 알아차린 듯 보였다.
“지금 대선자금 수사로 송우그룹과 회장님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송우생명이 특별검사까지 받으면 그룹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 그건…… 사장님이 지시하신 겁니다.”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오영환 부사장이 얘기했다.
이에 엄현호는 애써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보니, 계열사 지원은 부사장님께서 지시하셨다고 하던데요.”
“제가 담당자에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그건 사장님 지시를 받고 한 겁니다.”
“어쨌든 부사장님이 책임지게 되겠군요.”
“예에?”
화들짝 놀란 오영환 부사장의 입이 벌어졌다.
“아니, 그걸 왜 저 혼자 책임을 져야 합니까?”
“김진명 사장님이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예? 아…….”
“하지만 부사장님의 지시를 들은 직원들은 여러 명입니다.”
“……!”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오영환 부사장이 불안한 얼굴로 얘기했다.
“엄 사장님, 특별검사를 막아 주세요.”
“예?”
“금감원장님과는 가족이시잖아요. 금감원장님이 도와주시면 특별검사를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아…….”
현호는 답답하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쉰 후 얘기했다.
“부사장님, 금감원장님은 재경부에서도 오랫동안 근무하신 공직자이세요. 그런데 지금껏 송우그룹과 관련된 특혜 시비가 있었습니까?”
“아…….”
“공과 사를 구분하셨기에 지금껏 시빗거리 없이 공직에 계신 겁니다.”
“그러면 특별검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까?”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로비도 힘들죠.”
현호의 대답에 실망한 오영환 부사장이 넋두리하듯 말을 내뱉었다.
“억울합니다. 저는 지시대로 따랐을 뿐이에요.”
“특별검사를 막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예?”
화들짝 놀란 듯 오영환 부사장이 숙였던 고개를 들어 현호를 쳐다봤다.
“방법이 있습니까? 그게 뭡니까?”
“송우생명 내부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겁니다. 내부 반란 같은 거죠.”
“내부 반란이요? 그게 무슨 말인지……?”
“김진명 사장을 송우생명에서 쫓아내는 거죠.”
“예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오영환 부사장.
그 모습을 보며 현호가 싱긋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