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엄현식과 엄현태의 방해 작전
“최 변호사!”
김진명 사장의 비리 고발 기자 회견이 끝난 후, 최덕일 변호사가 찾아왔다.
“그 기자 회견 때문에 온 건가?”
“네.”
“그거 사실이 아니야.”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닙니까? 사촌 동생이 설계하고 판매한 사모펀드에 투자한 게 아니라는 겁니까?”
“아니…… 그, 그건 말이야. 그 당시에는 정말 좋은…….”
최덕일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투자 실패한 이후에도 왜 숨겼습니까?”
“숨기다니, 그건 아니야. 회장님이 오해하실까 봐…….”
“그것뿐입니까?”
“어?”
“가족이나 친척이 관련된 곳에 투자한 게 세원증권 사모펀드 하나뿐입니까?”
“어, 그, 그게 말이야…….”
김진명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최덕일의 시선을 피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것만이 아니군요.”
“이보게.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가족, 친척 구분해서 투자를 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맞는 말입니다. 다만 따져 봐야겠죠.”
“어?”
“그 투자가 수익을 냈는지, 손실을 냈는지 말입니다.”
“그게 무슨…….”
“그동안 사장님 지시로 이뤄진 투자에 대해 감사가 진행될 겁니다.”
“……!”
김진명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나를 해고하겠다는 건가?”
“직접 사직서를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
“결정은 빠를수록 좋으실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최덕일이 사무실을 나가자 힘이 빠진 김진명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디링, 디링.
그때,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연속으로 울렸다.
[지금은 주식 거래를 얘기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거 같네요. 다음 기회에 봅시다.]
[송우생명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주식 거래는 다음 기회에 얘기합시다.]
엄현식을 2대 주주로 만들기 위해 접촉한 기관투자자 대표들이 보낸 메시지였다.
다음 기회라고 둘러서 얘기했지만, 사실상 거절이었다.
“아이, 씨발.”
욕이 튀어나왔을 때, 엄현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김 사장님, 기관투자자에게서 연락받았습니다.]
“엄 사장, 끝난 게 아니야.”
[허어.]
기가 막힌다는 듯한 헛웃음이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끝난 게 아니라고요?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머, 뭐라고?”
엄현식이 대뜸 버릇없이 나오자 김진명은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당신과 엮이면 내 꼴이 우스워지는 거 몰라요?]
“뭐, 꼴이 우스워?”
[송우그룹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 아버지 뒤통수나 치고 있었으면서?]
“그러는 너는? 회장님이 어려운데, 넌 후계자 될 생각만 했잖아?”
[송우그룹을 걱정한다는 당신 말을 믿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일이 터져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나도 당신한테 속아 넘어갈 뻔했으니까.]
“흥. 내 장담하는데 너는 송우그룹 후계자가 못 될 거야.”
[뭐요!]
엄현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김진명은 개의치 않고 이어서 얘기했다.
“너는 매일 속고 있어. 네 가까이 있는 놈이 널 속이는데도 너는 아무것도 모르거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 말에 내가 속아 넘어갈 것 같아?]
“내 말 똑똑히 기억해. 너는 속고 있고,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한 뒤에야 내 말뜻을 알게 될 거야.”
뚝.
전화를 끊은 김진명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멍청한 놈. 동생에게 속는 것도 모르고.”
* * *
불어오는 바람에 손발이 얼얼해지는 겨울이 왔다.
여러 사건이 겹쳐 일어났던 송우그룹.
그 때문에 엄상현 회장 일가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새해를 맞기 전 김진명 사장은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송우생명을 떠났고, 오영환 부사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새로운 송우생명 사장이 선임되었고, 엄상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후.
[PJ캐피탈과 라이스타, 마음제과 매각 협상 타결.]
엄현주는 PJ캐피탈과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마음제과 인수에 합의할 수 있었다.
“축하해요, 엄 사장.”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결국 해냈군요. 축하해요.”
그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사람에게서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여상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여 팀장님, 축하해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축하 인사는 좀 빠른 거 같네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소 가득했던 엄현주의 표정이 의아하게 바뀌었다.
“인수 합의만 했을 뿐 거래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인수 자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당연히 확보해야죠. 하지만 협상이 막 끝났잖아요. 오늘 같은 날은 즐겨도 돼요.”
“…….”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지인들과 만나 기분을 좀 내세요. 저는 이만 퇴근할게요.”
엄현주가 사무실을 나간 후, 여상길은 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소식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엄현주 사장은 기분 내러 일찍 퇴근했습니다.”
[하하, 그럴 거라 예상했습니다.]
“인수 대금을 나누어 지급하기로 했지만, 엄현주 사장이 그 돈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마련해야겠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예?”
기대와는 다른 대답에 여상길이 미간을 찌푸렸다.
“엄현주 사장은 그걸 모른 채 즐기러 퇴근한 겁니까?”
[누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왜 다르게 생각하시죠?”
[형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
여상길은 그제야 기억을 했다.
엄현주는 엄상현 회장에게서 약속을 받았다. 마음제과 인수를 성공하게 되면 송우식품 사장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그녀의 오빠들은 그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걸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그건 엄현주 사장에게 물어야죠.]
“예?”
[하하.]
현호는 호탕하게 웃은 후 다음 말을 이었다.
[그 문제는 당장 고민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편히 쉬세요.]
여상길은 현호의 말이 일리가 있어 수긍했다.
“그렇게 하죠.”
* * *
한편 엄현주가 가족 저녁 식사도 빠진 채 지인들과 협상 타결을 축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에 반해 차남 엄현태는 심기가 불편했다.
“제기랄.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하다니.”
“아직 인수가 성공한 건 아니에요.”
그의 아내 배희진이 잘못된 답을 고치듯 얘기했다.
“무슨 말이야?”
“원래 라이스타가 가진 채무가 있을 텐데, 인수 자금까지 마련해야 하잖아요. 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인수를 못 하는 거죠.”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있는 거야?”
“송우건설과 송우중공업, 그리고 나라일보까지 함께 행동한다면 막을 수 있을 거예요.”
“형과 함께?”
“자금줄을 꽁꽁 묶으려면 송우건설 하나보다는 송우중공업도 함께 움직여야 해요.”
엄현태는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했다.
“좋아, 형과 얘기해 보지.”
엄현태는 방 밖으로 향했다.
* * *
“네가 웬일이냐?”
엄현식은 소파 맞은편에 앉은 엄현태를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형과 의논할 게 있어서.”
“뭔데?”
“현주가 마음제과를 인수하게 된 거 알고 있지?”
“그래. 신문 기사 봤어.”
“어떻게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야?”
엄현식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되지만, 모르는 척 되물었다.
“현주가 송우식품 사장이 될 거야. 괜찮아?”
“너는 불편하구나?”
“솔직히 불편해. 형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해서 왔는데 아니야?”
“뭐, 유쾌하지는 않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엄현식은 여유로운 척했지만 엄현태의 생각이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협상이 완료된 거지 마음제과 인수가 마무리된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네 말은, 현주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자는 거야?”
“맞아. 사실 인수 협상은 시작일 뿐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금 마련 아니겠어?”
“그렇기는 하지.”
엄현식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얘기해서 현주가 별 어려움 없이 라이스타를 경영하고 있으니, 마음제과와 송우식품 경영을 우습게 보고 저지른 일 아니겠어?”
“내 생각도 그래.”
“그게 어렵다는 걸 알게 해 줘야지. 형 생각도 나와 같아?”
“어떻게 할 생각인데?”
엄현식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라이스타 주거래 은행이 송우중공업 주거래 은행과 같아.”
“아……!”
엄현식은 그가 무슨 얘기를 할지 알 것 같았다.
“은행장에게 압력 넣어서 대출을 못 받게 해 달라는 거냐?”
“자산 규모만 보더라도 송우중공업과 라이스타는 비교가 안 되잖아. 형은 은행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건 그렇지!”
엄현식이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 이내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러면 너는 뭘 할 건데?”
“현주는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다른 은행들을 알아볼 거야.”
“그렇겠지.”
“나는 그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현주가 접근하는 은행들에 압력을 넣어야지. 물론, 형에게도 그런 정보를 알려 줄 거야.”
“음…….”
엄현식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이 거래하는 은행이면 압력이 통하겠지만, 거래하지 않는 은행은 어떻게 할 건데?”
“그때는 내 안사람 도움을 받아야겠지.”
“아……!”
엄현태의 아내 배희진은 나라일보 사주의 딸이다.
만약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이 나서기 어렵다면, 나라일보를 통해 압력을 넣겠다는 것.
기자들이 은행장과 은행에 대해 파고들면 그들도 골치 아플 테니.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현주가 사채 시장 쪽으로 가면 어쩌냐?”
“그쪽도 마찬가지야. 기자들이 파고드는 걸 끔찍이 싫어하니까.”
“하하하.”
엄현식이 호탕하게 웃었다.
“현태야, 오랜만에 내 마음에 드는 말을 하네.”
“형 생각을 확실히 얘기해 줘. 나와 같이할 거야?”
“그래. 같이하자.”
엄현식과 엄현태, 두 형제는 오랜만에 서로를 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 * *
“형.”
방으로 돌아가던 엄현태는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현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형,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 큰형 방에 갔었어.”
“큰형에게 무슨 일 있어?”
“그런 거 없어. 그냥 이런저런 사업과 시국에 관해 얘기했어.”
현호는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안다.
평소 서로를 적대시하던 두 사람이다.
그런데 사업과 시국 얘기를 했다고?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그렇구나. 아 참! 누나 소식 알고 있지? 마음제과 인수하게 된 거.”
“알아.”
“친구들과 파티 중이래.”
“뭐, 그러면 아직 집에 안 들어온 거야?”
엄현태가 신경질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해 줘. 오늘은 기쁜 날이잖아.”
“그 기쁨이 얼마나 간다고…….”
현호는 그의 입매가 미세하게 비틀리는 걸 포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척 물었다.
“음? 무슨 말이야?”
“아니야, 아무것도. 너는 들어가 쉬어.”
“어. 형도 잘 쉬어.”
성큼성큼 발을 옮기는 엄현태.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현호는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전화했다.
“나해철 대표님, 내일 저와 만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