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엄현주의 차명 주식
송우미디어 사장실.
“음악방송 채널을 인수하자고요?”
현호는 곽상진 부사장이 가져온 를 살펴본 후 물었다.
“네. 음악방송 채널을 생각하던 차에 인수를 타진해 온 곳이 있습니다.”
“어딥니까?”
“뮤직월드입니다.”
“뮤직월드는 대체로 뮤직비디오만 방송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곽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할 말이 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저는 대부분의 음악방송이 가요순위나 뮤직비디오만 방송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
“계획서에 적혀 있습니다만, 저는 기존 방송 프로그램 외에 다양한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계획서에는 음악 버라이어티 방송이 목표라고 되어 있네요.”
“그렇습니다. 유행하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입니다. 송우미디어는 그런 프로그램을 제작할 능력을 이미 갖추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뜻대로 해 보세요.”
“아…… 얘기가 끝난 겁니까?”
현호가 쉽게 허락하자 오히려 곽상진이 당황한 듯 보였다. 이에 현호가 의아한 듯 물었다.
“내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겁니까?”
“뮤직월드의 가치라던가, 인수금 조달 같은 것은 묻지 않으십니까?”
현호는 그가 왜 당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업을 확장할 때는 언제나 많은 자금이 들지만, 아무도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 투자가 실패하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그래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깐깐하게 따져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단박에 승낙을 했으니 놀랐던 것.
“부사장님, 인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내게 계획서를 가져온 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추진하세요. 송우미디어는 뮤직월드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
자금을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를 곽 부사장도 알아차렸다.
“그럼, 추진하겠습니다.”
곽상진 부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음악방송으로 시작하지만…….’
현호는 곽상진 부사장이 음악방송으로 시작해서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하게끔 송우미디어를 확장시키리라는 걸 안다.
“사장님.”
최명준 비서가 사장실로 들어왔다.
“나해철 대표님을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군요. 갑시다.”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명준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 * *
“오랜만에 뵙네요.”
현호가 룸으로 들어서자 나해철 M&H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반가운 미소로 맞았다.
“보내 주시는 보고서는 잘 보고 있습니다.”
현호가 투자처를 지정하기도 하지만, 나해철은 회사가 보유한 자금을 재량껏 투자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투자 수익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현호에게 보내 주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M&H 인베스트먼트가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 말고 추가로 필요하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자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주식을 처분할 수도 있고,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요.”
“송우전자와 송우생명 주식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나해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어디에 투자를 하시려고요?”
“라이스타 엄현주 사장 아시죠?”
뜬금없이 라이스타 얘기를 꺼내자 나해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만난 적은 없습니다만, 엄현호 사장님 누님이시라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음제과를 인수한다는…… 아!”
나해철은 현호가 왜 라이스타를 얘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음제과 인수자금으로 쓰시려는 거군요? 그런데, 송우그룹 계열사면 일반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을 텐데, 저를 찾아올 일이 있을까요?”
나해철은 의문스러운 눈길로 현호를 쳐다봤다.
현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 대표님을 찾아오게 될 겁니다.”
“…….”
나해철은 자세한 이유를 따져 묻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엄현주 사장이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것은 믿을 수 있다.
지금까지 엄현호가 확신했던 일 중 이루어지지 않은 게 없기 때문이다.
“엄현주 사장이 저를 찾아오면, 라이스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줄까요?”
“송우생명 주식입니다.”
“송우생명 주식이라고요?”
화들짝 놀란 나해철이 확인하기 위해 다시 물었다.
“빌려주는 자금 규모에 따라 송우생명 주식 이외의 것을 더 요구하셔도 됩니다.”
“…….”
“하지만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송우생명 주식입니다.”
엄상현 회장의 자녀들은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주식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송우전자 주식은 그들이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가 없다. 그 대신 송우생명 주식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많은 계열사와 연결된 송우생명의 주식은 승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으므로.
‘아버지가 아주 적은 지분을 나눠주셨지.’
그들은 겉으로는 아버지 엄상현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속마음은 그리 기쁘지 않았다.
‘아버지가 모두 똑같은 지분으로 주셨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서 송우생명 주식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게 하고, 주위에 알려지지 않아야 했기에 차명으로 주식을 사 모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2대 주주가 될 만큼은 확보하지 못했지.’
돈이 있다고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2대 주주가 되도록 해 주겠다는 김진명 전 송우생명 사장의 꾐에 엄현식이 쉽게 넘어간 것도 주식 확보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형과 누나는 모른다는 거지.’
각자가 차명으로 송우생명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알아. 그리고 누나가 형들과 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걸.’
현호는 여상길을 송우그룹에 들어오게 하려고 엄현주에게 마음제과 매각 정보를 흘렸다.
현호의 계획대로 여상길은 라이스타에 스카우트되었고,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계획을 실행할 차례다.
‘누나가 인수자금을 마련할 때, 나는 누나의 송우생명 주식을 차지할 거야.’
* * *
“뭐라고요?”
엄현주의 목소리가 까칠하게 높아졌다.
“대한은행에서 뭐라고 했다고요?”
방금 자신이 들었던 말이 믿을 수 없는지 엄현주는 재무이사에게 다시 물었으나, 그는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신규대출은 어렵겠다고 했습니다.”
라이스타는 PJ캐피탈과 협상을 끝낸 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인 대한은행에 신규대출을 신청했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송우그룹 라이스타에요.”
“저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만 확실히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담당 직원이 뭔가 실수한 거겠죠. 내가 대한은행과 얘기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재무이사가 사장실을 나간 후 현주는 비서에게 얘기했다.
“대한은행 방배동 지점장에게 연결해 봐.”
“예, 사장님.”
비서는 곧장 대한은행 방배동 지점장실로 전화를 걸었다.
“라이스타 사장 비서실입니다. 지점장님과 연결 부탁합니다. 예……? 언제쯤 통화 가능할까요? 아……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비서가 난감한 얼굴로 얘기했다.
“사장님, 지점장님은 외부에서 미팅이 있어 자리에 계시지 않는데, 오늘 회사로 들어오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중요한 때에 통화가 되지 않자 엄현주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대한은행장실에 연결해 봐.”
이런 일로 은행장과 통화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은행에서 일어난 착오를 수습하는 데에는 은행장을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못하도록 라이스타의 힘을 보여 줄 기회이기도 했다.
현주의 지시를 받은 비서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라이스타 사장 비서실입니다. 은행장님과 연결 부탁합니다. 예……?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비서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사장님, 행장님께서는 퇴근하셨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벌써 퇴근했다는 거예요?”
“내일 해외 출장을 가야 해서, 그 준비 때문에 일찍 퇴근하셨답니다.”
“해외 출장이요?”
엄현주는 흠칫 놀랐다.
은행장이 해외 출장을 간다면 며칠간은 통화가 어렵다.
하루하루 인수금을 보내야 하는 날이 다가오는데 은행장이 귀국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결국, 지점장과의 통화를 위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그때.
“사장님.”
여상길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여 팀장님.”
“대한은행이 신규대출을 거절했다고 재무이사님께 들었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점장에게 전화했더니 자리에 없어요.”
“사장님,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예……?”
“라이스타가 송우그룹 계열사라는 걸 지점장이 모를 리 없습니다. 담당자가 지점장에게 보고했을 테고, 위에서 승낙했기에 대출이 거절된 겁니다.”
“그러니까 착오라는 거에요. 라이스타 뿐만 아니라 마음제과 관련 서류도 잘 준비해서 신청했는데 거절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여상길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사장님, 마음제과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곳이 라이스타 뿐이었을까요?”
“그건 아니죠.”
“라이스타가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들에게는 기회가 있는 겁니다.”
“아……!”
이제야 감을 잡은 듯한 엄현주의 미간이 꿈틀했다.
“여 팀장 생각에는 우리 대출에 누군가 개입해서 막았다는 건가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송우그룹을 상대로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죠?”
엄현주는 여전히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왜 아니겠는가.
협상 과정에 개입해서 라이스타에 매각되는 것은 막으려 했다면 쉽게 이해됐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협상은 끝이 났다.
그럼에도 자금조달에 개입한다는 것은 송우그룹과 싸워 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어떤 기업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마음제과를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지 자신조차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의구심을 품은 엄현주의 물음에 여상길이 대답했다.
“마음제과가 송우그룹에 넘어가는 걸 막고 싶은 곳이겠죠.”
“그런 곳이라면…… 성국그룹이 가능성이 있지만…….”
엄현주는 곧 고개를 저었다.
“성국그룹은 아니에요. 성국이 원했다면 협상부터 방해했을 거예요.”
“…….”
여상길이 대꾸가 없자, 엄현주는 계속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의 자금조달을 방해할 만한 기업이 생각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이 하나 있군요.”
“다른 가능성이요? 그게 뭐죠?”
엄현주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사장님의 성공을 방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 성공을 방해하고 싶은…… 앗!”
엄현주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오빠들……!”
“무슨 말씀입니까?”
여상길은 짐작하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마음제과 인수에 성공하면 송우식품 사장이 된다고 내가 얘기했죠?”
“얘기 들었습니다.”
“그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 오빠들이에요.”
“그분들이 대한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아, 송우중공업!”
엄현주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기억에 놀라 소리를 높였다.
“송우중공업의 주거래 은행이 대한은행이에요!”
“아……!”
그녀의 외침에 여상길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시늉을 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정말 엄현호 사장이 얘기한 대로 흘러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