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방해하지 못할 곳은……
“신 비서, 돈을 써서라도 방배동 지점장이 어디서 미팅하고 있는지 당장 알아내.”
“예.”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여상길이 엄현주에게 물었다.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지점장을 만나볼 거예요. 정말 큰오빠가 대출을 막고 있는지 알아봐야죠.”
“만약 그렇다면……?”
“너무 화나지만, 지금은 서둘러 다른 은행으로 알아볼 수밖에 없어요.”
엄현주는 엄현식에게 따져 묻고 사실을 밝혀낼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드러나지 않은 송우중공업의 은밀한 대출 방해를 막을 방법도 없다.
“재무이사에게 신청 준비하라고 일러둘 테니, 여 팀장님도 준비에 차질 없게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 * *
“구창준 지점장님.”
쇼핑백을 양손 가득 들고 아내와 함께 백화점 지하 주차장을 걷고 있던 구창준.
그를 부르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엄현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구범준.
이와는 반대로 입가에 미소를 띤 엄현주가 얘기했다.
“오랜만이에요, 구창준 지점장님.”
“아, 엄현주 사장님이 여기에는 무슨 일로…?”
“미팅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비서가 잘못 알았나 보네요. 아내분과 쇼핑 중이셨는데.”
그녀의 말에 구범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왜 아니겠는가.
근무 시간에 가족과 쇼핑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엄현주에게 들켰으니.
“아, 뭔가 오해를 하셨네요. 저는 모임이 끝나고 우연히 이쪽을 지나다가…….”
구창준이 변명을 하려는데 엄현주가 자르며 얘기했다.
“사진이 잘 나왔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엄현주가 그 앞으로 아내와 쇼핑하고 있는 사진을 내밀었다.
이에 놀라 눈빛이 흔들리는 구창준.
그 모습을 보며 엄현주가 여유롭게 얘기했다.
“미팅은 저와 하셔야겠네요. 괜찮으시죠, 지점장님?”
구창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아내 먼저 보내고, 얘기하시죠?”
“그러죠.”
허락을 받은 구창준은 쇼핑백을 아내가 탄 차에 실어 주고 떠나는 걸 보고 엄현주에게 다가왔다.
이에 비서가 얘기했다.
“룸을 마련했으니, 이쪽으로 가시죠.”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엄현주와 구창준이 따라갔다.
* * *
뭔가 불편한 듯 이리저리 눈빛이 흔들리는 구창준 지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저를 만나려고 하신 겁니까?”
“이유는 지점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뜨끔한 지점장이 시선을 피하며 얘기했다.
“혹시 그 신규대출 건 때문이면, 그건 이미 결정이 난 사항입니다.”
“신규대출 거절이 지점장님 결정인가요?”
“담당자가 여러 사항을 살펴본 후 그렇게 결정한 것을 제가 뒤집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점장님의 결정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겠군요?”
“예? 아, 저, 그게, 지점장이라고 담당자 결정을 함부로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화들짝 놀란 구창준 지점장이 말을 더듬었다.
엄현주는 그의 변명을 믿지 않았다.
라이스타가 마음제과를 인수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구창준 지점장이 직접 자신에게 연락했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며 마음제과의 은행 거래도 부탁한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담당자의 결정을 바꿀 수 없다니.
너무 뻔한 거짓말이었다.
이에 엄현주는 냉랭한 대꾸를 했다.
“결정을 바꾸지 않으면 지점장님의 근무 태만이 언론에 보도될 거예요”
“엄 사장님!”
다급해진 구창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아내와 쇼핑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그녀였으니,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이에 엄현주는 태연히 다음 말을 이었다.
“지점장님께서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실 거예요.”
“…….”
“어떻게 하시겠어요?”
통보와 같은 물음에 구창준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며 고개를 들었다.
“엄 사장님, 실은 그 결정을 제가 바꿀 수가 없습니다.”
“왜죠?”
“은행장님께서 지시하신 거라…….”
그가 말끝을 흐렸지만, 엄현주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대한은행장을 움직인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내분과 쇼핑한 돈은 누구에게서 받으셨나요, 지점장님?”
“예?”
속을 들킨 듯 화들짝 놀란 구창준 지점장이 난감한 기색을 띠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엄현주가 얘기했다.
“송우중공업 엄현식 사장인가요?”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구창준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아닌데…… 어쨌든 송우중공업 쪽에서…….”
솟구치는 화를 누르느라 엄현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했던 일을 실제로 확인하니 더욱 열불이 났다.
반면, 상황이 꼬여 자신에게 불리해졌다고 판단했는지, 구창준 지점장이 조심스레 얘기했다.
“엄 사장님, 신규대출은 어렵겠지만, 기존 대출 상환은 얼마든지 연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내와 쇼핑한 사실을 언론사에 넘기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나 마찬가지였다.
엄현주는 그의 부탁에 답변을 주지 않은 채 얘기했다.
“은행장님의 해외 출장은 원래 계획되었던 건가요?”
“아…….”
난처한 표정의 그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갑작스레 출장 계획이 잡힌 것으로 압니다.”
“……!”
엄현주는 알아차렸다.
대한은행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도 그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기다리는 헛수고를 할 필요 없게 됐네.’
엄현주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 * *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의 주거래 은행은 안 됩니다.”
엄현주는 큰오빠 엄현식만이 자신의 자금조달을 방해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송우건설의 사장이자 둘째 오빠인 엄현태도 기회만 있으면 자신을 방해하리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재무이사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에게서 희망적인 얘기를 들었다.
“세한은행장과 만났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잘됐네요. 수고하셨어요.”
엄현주는 빠른 대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은행장을 공략할 것을 지시했었다.
다행히 계획대로 진행되어 엄현주 또한 한시름을 놓으며 어떻게 큰오빠 엄현식에게 복수할지를 생각하며 지내던 날이었다.
“사장님!”
재무이사와 여상길 팀장이 다급하게 사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대출 결정이 난 거예요?”
“그게 아니고…….”
재무이사가 말끝을 흐리자 여상길이 얘기했다.
“사장님, 이것을 좀 보시죠.”
여상길이 나라일보 신문을 건네자 그것을 본 엄현주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출해 준 중소기업 사장의 부동산을 싼값에 매입한 세한은행장 뇌물 의혹]
신문 기사의 내용은 이랬다.
세한은행장이 몇 개월 전 토지와 빌딩을 시가보다 훨씬 사게 매입했다. 그 부동산을 판 사람은 세한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사장이다.
세한은행장이 싼값에 매입한 부동산이 대출을 해 주는 대가로 받은 뇌물이 아닌가 하는 의혹 기사였다.
“나라일보…….”
엄현주의 입속에서 짜증스레 새어 나왔다.
이 신문 보도로 인해 라이스타가 세한은행장을 움직이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만약, 이 기사가 다른 신문사였다면 이처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이스타가 대출을 신청한 시기에 딱 맞춰서 나라일보에서 이런 기사가 나오다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세한은행장에게 연락해 봤어요?”
엄현주가 재무이사에게 묻자, 그가 어두운 기색으로 대답했다.
“제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사장님.”
그가 대답을 마쳤을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재빨리 통화를 하는 재무이사.
그런데 그의 기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아, 예. 아니, 이전에는 긍정적으로…… 아, 알겠습니다.”
그의 기색을 본 엄현주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세한은행이에요?”
“예, 사장님. 대출이 거절됐습니다.”
“…….”
대꾸하지 않았지만 엄현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장님, 다른 은행을 빠르게 알아보겠습니다.”
재무이사 얘기에 엄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걸음으로 재무이사가 나간 후 엄현주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높였다.
“마음제과를 인수하지 못하게 하려고 두 오빠가 작정한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우연이 일어날 수는 없어요.”
“사장님.”
흥분한 엄현주와는 달리 여상길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다른 은행을 알아본다고 한들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겁니다.”
“…….”
엄현주는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의 주거래 은행만 아니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일보까지 움직여 자신을 방해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라이스타가 접촉하는 어떤 은행이든지 나라일보 기자들이 따라붙으며 거래를 어렵게 만들 기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여 팀장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가 어떤 은행을 접촉하더라도 같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 사채 쪽을 알아볼까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대출해 줄 수 있는 곳은 몇 안 될 겁니다. 그러니 기자들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하아…….”
답답한지 엄현주가 긴 한숨을 내뱉은 후 얘기했다.
“그렇다고 마음제과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송우중공업과 송우건설 그리고 나라일보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제 마음은 그 세 곳과 상대해서 싸우고 싶어요. 그런데 세 곳을 함께 상대할 여력이 안 돼요.”
힘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엄현주는 기운이 빠지는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수금을 줄 날짜는 다가오는데 어떡하죠? 내 개인재산을 급히 처분한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할 텐데.”
“사장님,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그의 말에 엄현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방법이 있다고요? 뭐죠?”
기운 없던 그녀의 눈빛에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사장님의 두 오빠분과 나라일보의 압력이 통하지 않을 곳에서 대출을 받는 겁니다.”
“그런 곳을 여 팀장이 알고 있어요?”
“솔직히 제가 잘 아는 곳은 아닙니다. 컨설팅업을 하면서 어떤 투자사에 대해 들은 말이 있습니다.”
“투자사요?”
“혹시 M&H 인베스트먼트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의 물음에 엄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글로리엔터테인먼트 대주주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송우미디어를 차지하려 할 때 현호에게 송우미디어 주식을 팔았다는 것도요.”
엄현주는 여전히 송우미디어를 차지한 것은 엄상현 회장의 계획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른 얘기도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요?”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전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나 소유하고 있죠?”
“정확한 것은 저도 모릅니다만, 보유량이 상당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이에요?”
엄현주가 흠칫 놀랐다.
“혹시, 아버지 차명 주식을 관리하는 걸까요?”
엄현주로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갖기 힘든 송우전자 주식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고, 송우미디어를 장악할 때, 그 투자사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더욱 잘된 일이죠. 그 투자사와 거래하게 되면 사장님의 두 오빠분이 방해하기 힘들 겁니다.”
“아……!”
엄현주의 눈빛이 반짝하니 빛났다.
“그렇겠죠. 아버지 재산관리인을 공격하면 오빠들이 난처해질 테니까요. 그런데, 만약 아버지 차명재산 관리인이 아니면……?”
“차명재산 관리인이 아니더라도 송우전자 대주주를 방해할 순 없을 겁니다.”
“……?”
“투자사가 송우전자 대주주일 정도이면 성국그룹과의 관계도 알고 있겠죠.”
“아……!”
“투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송우전자 주식은 사장님의 두 오빠분을 상대할 좋은 무기가 됩니다.”
“……!”
엄현주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송우전자 대주주인 투자사를 건드렸다가 자칫 성국그룹에 이로운 거래를 할 수도 있으니.
엄현주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여 팀장님 말이 맞아요. M&H 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나보는 게 좋겠어요.”
“제가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대답하는 여상길의 입가에도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