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담판, 그리고 투자
“뭐하자는 거야!”
당황한 남현민 검사는 화들짝 놀라 언성을 높였다.
그가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남현민이 성국전자를 수사하려 한다는 기사가 돌기라도 한다면, 성국그룹이 가만히 있을 리 없을 테니까.
“당신이 검사야? 왜 멋대로……!”
탕!
현호가 테이블을 강하게 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쏘아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당신 좋아하는 백지수표 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잖아.”
“…….”
급기야 말까지 낮췄음에도 남현민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냉철함을 잃은 그는 현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도 부족한가? 좀 더 확실한 게 필요해? 그래서 하나 더 준비했지.”
“……?”
“내 전화 한 통이면, 지금 그 자료가 모든 언론사에 보내질 거야. 남현민 검사에게 제보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남현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침착함을 잃었는지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표정을 본 순간, 현호는 이미 상대가 넘어왔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쐐기를 박기 위해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 정도로도 부족해? 다른 것도 얹어서 줄까?”
“그만해!”
듣기 괴로운 듯 남현민 검사가 고함을 쳤다.
그 모습에 현호가 피식 웃으며 차분하게 예의 바른 말투로 돌아왔다.
“재계 5위 송우그룹이라 만만했습니까?”
“…….”
이 물음의 역설적 의미를 아는 남현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중수부에 들어가며 나름의 힘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성국그룹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 컸다.
만약 성국그룹이 자신을 의심하고 내친다면, 자신이 재계 5위의 송우그룹을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검사님이 어떻게 수사해야 하는지 아시겠죠?”
이미 방송이 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기에 무작정 덮을 수는 없다. 대신 수사 방법을 컨트롤해야 한다.
남현민 검사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현호는 명함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송우그룹 법무팀장의 명함이었다.
“저희 법무팀장에게 연락하세요.”
* * *
“최 변호사에게 연락받았다.”
엄상현 회장은 의아한 눈으로 현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남현민 검사를 만나는 걸 허락하긴 했지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덕일 변호사로부터 남현민 검사와 통화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것도 남현민 검사가 먼저 연락이 했다고 한다.
대체 무엇으로 담판을 지었길래.
“네가 얘기한 그 물건이 뭐였지?”
남현민 검사를 만나기 전, 현호는 그와 담판 지을 물건이 있다고 얘기했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남현민 검사와 딜을 했습니다.”
사실이 아니다.
다만 다른 이와 그러한 약속을 한 건 사실이었다.
현호는 비자금 자료를 준 명성부품엔지니어링 강상수 사장에게 약속했다. 자신에게 넘긴 자료 때문에 그가 곤란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엄상현이 성국그룹의 비자금 자료에 대해 알게 되면, 누구와 무슨 약속을 했든 상관없이 그 자료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그 검사와 약속했다고 지금 내게 말할 수 없다는 거냐? 내가 발설이라도 할까 봐?”
현호의 태도에 당황한 엄상현이 확인하듯 물었다.
“남현민 검사와의 일은 비즈니스이고, 이제 막 계약서에 사인한 관계입니다.”
“……!”
엄상현은 대답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남현민 검사와의 일은 끝나 버린 비즈니스가 아니라 이제 시작된 비즈니스라는 것.
현호가 이렇게 나오자 엄상현은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알겠다. 어쨌든 수고했고 나가 보거라.”
“제가 받을 보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면, 보상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
엄상현은 뉴스 방송을 보던 식당에서 했던 말을 기억했다.
-누구든 나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내면, 그에 맞는 보상은 당연한 게 아니냐.
“그건 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한 얘기였어.”
“조금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건은 제게 비즈니스였다고. 만족하지 않으세요?”
“허허…….”
엄상현은 헛웃음이 나왔다. 현호가 물은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자신과 거래를 하려는 것이다.
평생 사업가로 살아왔는데 자신이 한 말 때문에 경쟁자도 아닌 막내아들과 거래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뭔가 크게 한 방 맞은 것 같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게 있겠지?”
“예.”
“그게 뭐냐?”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제 지분을 갖고 싶습니다.”
엄상현의 허락을 받아 진행 중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송우문화재단이 최대 주주가 될 것이다.
언젠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영권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
“5퍼센트입니다.”
“3퍼센트. 네 형들이나 누나도 첫 사업에 5퍼센트를 준 적은 없어.”
역시 예상한 대로 아버지가 반응했다.
“이 일을 해결한 것에 맞는 보상이 3퍼센트라는 얘깁니까?”
“내 아들이니까.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 정도의 보상은 어림도 없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애초부터 5퍼센트는 바라지도 않았다.
현호가 처음 생각했던 지분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3퍼센트를 받게 됐으니,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 * *
M&H 인베스트먼트.
“부담스러운 곳인데…….”
투자 회사, M&H 인베스트먼트의 부장, 아니 이제는 대표가 된 나해철은 미국의 한 회사 자료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는 회사의 새로운 최대 주주의 임명으로, 한순간에 부장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르며 쉴 틈 없이 바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아닌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뭐, 다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나해철은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새로운 주인에게 나름의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송우그룹 엄상현 회장의 막내아들 엄현호.
그는 망나니라는 소문과 달리, 실제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노련한 모습으로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를 순식간에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다음 투자처까지 알아봐 두었던 그 모습은 앞으로의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나 대표님.”
대표실 안으로 엄현호가 들어왔다.
“아, 이사장님. 오셨습니까?”
나해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저쪽으로 앉으시죠. 그런데 최명준 비서는 어디 가고, 혼자 오신 겁니까?”
현호를 응접 소파로 안내한 나해철.
그는 함께 다니는 최명준 비서가 보이지 않자 의아해 물었다.
“누구를 좀 잡아야 해서요.”
“예……?”
“그럴 일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아, 예. 우선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사장 취임식에 저는 이사로…….”
현호가 말을 끊었다.
“나 대표님, 취임식은 없을 겁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할 겁니다.”
“아니, 그래도 최대 주주이신데…….”
겉으로 드러난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지분 구조는 송우문화재단이 46퍼센트, M&H 인베스트먼트가 35퍼센트,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서호창 전 대표가 16퍼센트다.
현호가 보유한 지분은 나머지 3퍼센트에 불과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자면, 어디까지나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는 송우문화재단인 셈.
그러나 글로리 엔터테인먼트 서호창 전 대표가 지닌 지분을 1년 후 M&H 인베스트먼트가 매수하기로 되어 있기에, 1년 후에는 M&H 인베스트먼트가 송우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을 앞서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M&H 인베스트먼트의 주인은 바로 현호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나해철은 사실상 현호를 최대 주주라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었다.
“그보다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투자처에 대해선 알아보셨습니까?”
“안 그래도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투자처 얘기가 나오자 나해철의 안색이 흐려졌다.
“당장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높은 투자처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우선, 미국의 비디오 대여 시장은 블록버스터라는 회사가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습니다.”
현호가 나해철에게 투자를 위해 알아보라고 지시한 미국 회사는 다름 아닌 넷프리, DVD 우편 대여 서비스 회사였다.
나해철은 넷프리에 투자를 하기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너무나도 불안정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현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나 도전자는 있었고, 시장의 질서는 변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사회, 환경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시장의 변화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니까요.”
“넷프리의 운영 방식은 새롭게 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우편으로 DVD를 받아 보는 방식이니까요.”
“그 점이 현재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나해철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미국 가정의 인터넷 보급률’이라는 문서를 현호에게 건넸다.
“이 자료를 보시죠.”
“40퍼센트 정도네요.”
“네, 맞습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인터넷 환경이 상당히 열약합니다. 넷프리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부터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이 자료도 한번 보세요.”
나해철이 ‘미국 가정의 DVD 플레이어 보급률’이라는 문서를 건넸다. 현호가 그 문서를 살펴보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20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이 VHS 카세트테이프로 비디오를 봅니다.”
“인터넷과 DVD 플레이어 보급률은 점차 높아질 겁니다.”
“그렇겠죠. 당연히 세월이 흐를수록 보급률은 높아질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때까지 넷프리가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해철이 그러한 의문을 갖는 건 당연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수많은 기업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니까.
그러나 현호는 알고 있었다.
넷프리가 불과 2년 후에 상장까지 할 만큼 성장하고, 10년 후에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이름을 알리는 글로벌 회사가 된다는 사실을.
“나 대표님,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신다면 결코 미래를 감지할 수 없습니다. 저는 넷프리가 세상에 맞춰 변화하는…… 아니, 세상을 이끌 기업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처럼 말이죠.”
잠시 현호의 표정을 지그시 보던 나해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해철이 바라본 현호는 철없는 망나니가 결코 아니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고, 생각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글로리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을 때처럼, 분명 이번에도 자신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그는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과 접촉해서 언제쯤 투자 미팅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예. 이른 시일 내에 잡도록 하겠습니다.”
* * *
현호가 M&H 인베스트먼트가 있는 빌딩에서 나왔다.
찰칵찰칵!
맞은편 도로, 검은색 차 안에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남자가 있었다.
현호의 몸짓 하나 놓칠세라 남자가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던 그때였다.
챙그랑!
조수석 유리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소스라치게 놀란 남자가 고개를 돌리니, 야구방망이를 든 사내가 창밖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최명준 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