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감사 결과
“엄현식 사장님은 가족 아닙니까?”
현호가 건넨 문서를 본 김동현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저희 집안 문제보다 아드님 문제를 신경 쓰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듯한 김동현은 현호를 설득하려는 걸 체념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약속을 깨게 되면 엄현식 사장이…….”
김동현이 말끝을 흐렸지만, 현호는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알 것 같았다.
그가 현호의 요구대로 한다면, 엄현식은 아무런 예고 없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꼴이 된다.
배신당했다고 느낀 엄현식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되는 것이다.
“실장님은 엄현식 사장과의 약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약속을 파기해도 되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요.”
“…….”
“이제 실장님의 결정을 얘기해 주시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김동현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죠.”
* * *
며칠간 성북동은 별다른 다툼이나 소동 없이 조용했다.
가족끼리 함께 식사하고 다과를 할 때, 엄현태는 큰형 엄현식에게 비즈니스와 관련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엄현식은 그런 그의 태도를 자신과 충돌을 피하려는 것으로 생각해 내심 우쭐했다.
반면, 엄현태는 그의 의기양양함을 보는 게 속이 쓰렸는데, 그의 아내가 배원우 사장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배희진이 아버지 배원우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요즘 엄현식 사장은 어떻게 지내냐?]
“의기양양하죠. 아주 꼴사나워요.”
[흐흐흐. 그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배희진의 화색이 밝아졌다.
[내일 엄현식 사장에 관한 기사가 나갈 거야.]
“정말요?”
[이번 기사로 SW시스템로는 가라앉게 될 거야.]
“아버지!”
순간적으로 기쁨이 차오른 배희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밤 잘 자거라.]
“예, 아버지도 안녕히 주무세요.”
배희진이 통화를 끊자 곁에 있던 엄현태가 호기심이 차오른 눈빛으로 물었다.
“좋은 소식 있는 거야?”
“네. 내일 아주버님에 관한 기사가 나올 거래요.”
“정말이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사가 나온다는 건…….”
배희진이 그의 말을 끊으며 얘기했다.
“끝장낼 걸 찾았다는 거죠.”
그녀의 말에 엄현태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나라일보에서 엄현식을 타깃으로 한 보도가 나왔다.
[SW시스템로 최대 주주 엄현식 송우중공업 사장은 왜 김동현 국무조정실장을 만났나?]
그 내용은 이랬다.
SW시스템로는 로디복권 시스템사업자다.
로디복권 시스템사업자에게 책정된 높은 수수료율로 특혜 의혹을 지적하는 보도가 나간 후, 복권위원회는 시스템사업자 선정 과정과 수수료율 책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 발표를 한 다음 날 오후, SW시스템로의 최대 주주인 엄현식 송우중공업 사장과 복권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김동현 국무조정실장이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로디복권 시스템사업 특혜 의혹의 관계자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두 사람은 밝힐 필요가 있다.
기사와 더불어 만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도록 두 사람이 룸에서 함께 나오는 컬러 사진도 신문에 실렸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나라일보의 보도로 인해 엄현식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충격도 가라앉기 전에 김동현 국무조정실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실장님, 죄송합니다.”
[계속 언론 보도가 나오면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난번에 얘기했지 않습니까?]
“…….”
엄현식도 기억한다.
그에게 다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배원우 사장의 열일곱 살 아들이 건물주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계속 기사를 내보내면 배원우 사장과 가족이 다칠 수 있다는.
그 협박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엄현식의 오판이었다.
[이제는 나까지 이 사건에 끌어들였어요.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실장님에게까지 폐를 끼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보도는 저희가 얘기만 잘 맞추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나라일보가 뭘 가지고 있는 줄은 알고서 얘기하는 겁니까?]
“예……? 아…….”
그 물음에 엄현식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냉담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받았던 물건은 다시 보냈습니다.]
“실장님!”
화들짝 놀란 엄현식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날 만났던 건 중공업계가 처한 여러 어려움을 듣기 위해서 만난 겁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실장님, 저와 잠깐 만나서…….”
[개인적으로 만날 일은 없을 거 같네요. 그럼.]
뚝.
통화가 끊어지자, 분노에 찬 엄현식이 언성을 높였다.
“아우! 배원우! 씨발!”
곁에서 보고 있던 아내 채연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여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박경국 과장한테 연락해서 당장 오라고 해.”
“알았어요.”
엄현식이 방을 서성이며 화를 삭이는 동안 채연희는 박경국 과장을 호출했다.
잠시 후, 방으로 찾아온 박경국은 엄상현 회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 기사를 보신 엄상현 회장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기분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 기분은 당연히 좋지 않겠죠. 남도 아니고 사돈지간인데,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가 있어요?”
화가 난 채연희가 불평하듯 얘기했다.
그 아내 옆에서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엄현식이 입을 열었다.
“박 과장.”
“예, 사장님.”
“동원할 수 있는 사람 모두 동원해서 배원우 사장 털어 봐. 뭐라도 걸리면 내게 즉시 보고해.”
“……!”
박경국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무엇이 됐든, 배원우에게 꼭 갚아 주겠다는 것.
“알겠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배원우 사장의 공격으로 엄현식이 골머리를 앓던 그 시각, 현호는 김동현 국무조정실장과 통화 중이었다.
“엄현식 사장과 통화는 하셨습니까?”
[예, 했어요.]
“어떠셨습니까?”
[제가 먼저 약속을 깬 것이 아니니, 엄현식 사장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어요.]
“제가 예상한 대로네요.”
김동현이 엄현식과의 약속을 먼저 파기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때 현호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었다.
“감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막바지에요. 곧 발표될 겁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와의 통화를 끊은 엄현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 * *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복권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로디복권 시스템사업자 선정 과장에는 특혜가 있지 않았으나, 다른 공공기관 수수료율의 책정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 높은 수수료로 인해 복권 이익금이 원래 취지인 시민 복지에 쓰이지 못하고 있어 시급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의 수수료율을 해외의 사례와 국내 공공기관 사례를 종합 검토하여 대폭 낮출 것이며 문제를 일으킨 사업자는 계약기간 종료 후 시스템사업자 입찰 공모에 제한할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후, 가장 기뻐한 이는 엄현태였다.
“아버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엄현태가 직접 배원우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사 결과를 봤나?]
“네, 봤습니다. 감사 결과가 괜찮게 나왔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사업자는 다음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압니다. SW시스템로와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SW시스템로는 다음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거죠.”
[하하하. 이 정도면 SW시스템로의 생명은 시한부인 거나 마찬가지지.]
기분 좋게 웃는 배원우의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의 기분에 장단 맞추듯 엄현태가 대답했다.
“모든 게 아버님이 애써 주신 덕분입니다. 좋은 곳을 예약했는데 희진 씨와 함께 모시러 가겠습니다.”
[알았어. 기다리고 있겠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이 기쁘게 통화할 때, 엄현식은 분을 삭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원우…… 당신이 감히 나를…….”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성북동 박경국 과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박 과장이?”
약속되어 있던 게 아니어서 엄현식도 의외이기는 했다.
“예.”
“들여 보내.”
비서가 나가고 잠시 후, 박경국 과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복지위원회 발표를 봤습니다.”
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얘기하자 엄현식이 대범한 투로 대꾸했다.
“김동현 실장과 만났다는 보도가 나간 후 예상했던 거야.”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랫사람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
“우선, 저기에 앉지.”
“예, 사장님.”
박경국이 소파로 가서 앉자 엄현식이 다가와 상석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거야?”
“지난번에 배원우 사장을 털어 보라고 지시하신 것 때문에 왔습니다.”
“뭔가 찾았어?”
순간 엄현식의 눈이 불꽃을 튀듯 반짝였다.
“배원우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빅토리 컨트리클럽이 지난해 크게 확장했습니다.”
“아…… 그래, 기억나. 그 확장으로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골프장과 시설을 갖췄다고 했지. 그런데, 그 클럽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확장하기 위해 산 땅이 있습니다. 그 땅의 주인이 배원우 사장이었습니다.”
“아……!”
엄현식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클럽에서 그 땅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했습니다.”
“배원우 사장이 클럽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자기 땅을 훨씬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거네?”
박경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클럽 내부 몇 사람 정도만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 땅 매입 결정의 최종책임자가 누구야?”
[배원우 이사장입니다.]
그 대답에 엄현식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한층 더 맑아졌다.
“클럽 입장에서는 배임이 될 수도 있겠는걸.”
[언론에 자료를 넘겨 바로 보도할 수 있게 할까요?]
“아니, 잠깐만……!”
엄현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박 과장, 클럽 운영직원이나 간부들이 대부분 배원우 사장과 가까운 사람들이지?”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랜 기간 이사장으로 연임을 하고 있으니까요.]
빅토리 컨트리클럽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회원이 주주이기도 하다. 배원우 또한 주주이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만약 이대로 언론에 내보낸다고 해도 배원우와 가까운 클럽 집행부들이 감싸고 돌면, 일이 묻히지 않겠어?”
“아……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엄현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배원우 사장이 오랫동안 이사장을 맡아 왔어. 바뀔 때도 됐잖아?”
“그 말씀은……?”
박경국은 엄현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이 된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누군가 이사장이 되려고 했지만 배원우 때문에 될 수 없었던 사람이 있었을 거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에게 우리가 가진 자료를 넘겨.”
“아……! 알겠습니다.”
엄현식은 그를 명예로운 이사장으로 남겨 둘 마음이 없다.
오늘 배원우는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으리라.
하지만 그도 곧 자신처럼 비참함이 뭔지 알게 해 주리라.
배원우에게 앙갚음을 계획하는 엄현식.
그는 모른다.
SW시스템로와 함께 품었던 희망을 좌절시킨 게 현호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