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갑작스러운 그녀의 방문
다음 날 성북동.
가족들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모여 아버지 엄상현 회장과 어머니 최유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엄현식이 무슨 얘기라도 먼저 할 텐데, 오늘은 그도 입을 닫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사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SW시스템로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엄현식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아니었다.
잠시 분위기를 살피던 엄현태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형, 어제는 미안하게 됐어.”
“뭐……?”
뜬금없는 엄현태의 말에 엄현식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감사 결과가 어제 나왔잖아. 가족으로서 형이 힘들 때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일 때문에 늦게 들어왔어. 그래도 형은 잘 이겨 내리라 믿어.”
“야, 엄현태. 하아…….”
엄현식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그를 노려보는데, 엄현주가 끼어들었다.
“작은오빠, 지금 큰오빠 엿 먹이는 거야?”
“뭐?”
예상 못 한 엄현주의 말에 엄현태가 당황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나는 동생으로서 형이 처한 상황이…….”
그의 말을 엄현주가 자르며 얘기했다.
“어제 저녁에 내 동창한테 전화가 왔어. 작은오빠와 작은 새언니가 나라일보 배원우 사장 내외분과 즐겁게 식사하고 있다고.”
“……!”
“이제야 알았네. 처가 식구와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줄 알았는데, 비즈니스였구나.”
“…….”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진 엄현태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고 엄현주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데.
“뭘, 축하하려고 하신 거죠?”
불쑥 엄현식의 아내 채연희가 얘기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하자, 채연희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얘기했다.
“형의 아픔을 외면하고 처가로 달려갔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사돈지간인데 축하할 일이 있으면 다 함께해야죠.”
“형님.”
배희진이 얼른 끼어들었다.
“어머니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입원하셨다가 어제 퇴원하셨어요. 그이와 함께 어머니를 뵈는 게 딸의 도리가 아닐까요?”
“아! 그랬구나. 입원하신 김에 코와 쌍꺼풀 성형 수술하신 거구나. 그 병원에 친구가 있어서 얘기 들었어. 성형 수술이 아주 잘됐다고.”
“풉. 흐흐.”
엄현주가 입을 막으며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에 배희진이 눈을 부릅뜨고 엄현주를 째려보는데, 현호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 오세요.”
그들을 맞으려 모두 일제히 자세를 바로 했다.
현호는 그런 식구들의 모습을 살피는데,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쏘아보고 있었다.
‘이래야 내 형제들이지.’
성북동에는 따뜻한 정, 남매간의 우애가 사라진지 오래고 경쟁, 적의가 그 자리를 채웠다.
현호는 안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리라는 것을.
* * *
이후 별다른 충돌 없이 며칠이 흘렀다.
마치 이전의 갈등은 없었던 일인 것처럼 겉으로는 웃으며 평소처럼 식사하고 다과 시간에도 서로의 속을 긁는 일은 없었다.
이러는 사이 나라의 큰 이슈였던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기각으로 결정되었다.
그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저녁.
[사장님.]
엄현식은 저녁 식사 전 박경국 과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박 과장, 무슨 일이야?”
[오늘 저녁에 빅토리 컨트리클럽 배원우 사장에 대한 뉴스가 방송될 겁니다.]
“드디어 갚아 줄 날이 왔군.”
[그렇습니다.]
“흐흐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니까, 거실 TV가 잘 나오는지 확인이나 해 줘.”
[알겠습니다.]
엄현식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배원우에 관해 어떤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과를 위해 가족들이 거실에 모였을 때, 슬쩍 뉴스 시간을 체크한 후 입을 열었다.
“제수씨.”
“예?”
갑작스러운 엄현식의 부름에 배희진이 흠칫 놀랐다.
“사돈어른이 여전히 빅토리 컨트리클럽 이사장이시죠?”
“아, 예. 맞아요.”
“작년에 골프장을 크게 확장해서 우리나라 최대규모로 만들었다면서요?”
“예, 그렇게 알고 있어요.”
“대단하시네요.”
“예……?”
엄현식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배희진은 어리둥절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엄현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형,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이러는 거야?”
엄현태가 신경질적으로 얘기하자 엄현식이 능글맞게 대꾸했다.
“대한민국 최대규모,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지. 큰 결심과 강한 실행력이 있어야 하는 거거든.”
“…….”
“뭐,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자기 땅 비싸게 팔아서 확장했다는 건데…….”
엄현태가 그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하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 너, 모르냐?”
“뭘……?”
“네 장인이 클럽 주주들에 의해 고발당했다는 거.”
“뭐어?”
“네에?”
소스라치게 놀란 엄현태와 배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모습에 희열을 느낀 엄현식은 조롱하듯 다음 말을 이었다.
“야, 장인과 오붓하게 식사도 하는 네가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냐? 지금이라도 알고 싶으면, TV를 봐. 뉴스에 나올 테니까.”
“…….”
충격에 두 사람이 멍해졌는지 아무 대꾸가 없자 엄현식이 그의 아내 채연희에게 얘기했다.
“여보, TV 좀 켜 봐. 사돈어른댁의 기쁜 일은 몰라도, 안타까운 일은 함께 알아야지.”
“그래야죠.”
입가에 미소를 띤 채연희가 TV를 뉴스채널에 맞추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빅토리 컨트리클럽의 주주들이 클럽 이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어머, 배임이라뇨?”
채연희가 일부러 놀란 척 대꾸했다.
[작년 빅토리 컨트리클럽은 골프장과 시설에 대한 확장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로 인해 골프장은 대한민국 최대규모가 되었습니다.]
“확장기념 이벤트 때 가 봤는데, 좋더라고요.”
채연희가 추임새를 넣듯 얘기했다.
[그런데 골프장 확장을 위해 토지를 매입했는데, 그 토지의 주인이 배원우 클럽 이사장이었습니다. 클럽은 그 토지를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했습니다.]
TV 화면에 한 중년의 남자 모습이 나왔다.
[클럽 주주 : 문제는 말입니다,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한 사실을 클럽 이사장과 소수의 간부들만 알고 있었던 겁니다. 왜 그렇게 비싸게 매입했는지 우리 주주들에게는 일절 설명이 없었습니다.]
TV 화면에 다시 빅토리 컨트리클럽의 건물 모습이 보였다.
[배원우 이사장의 토지를 왜 비싸게 매입했는지 클럽에도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제수씨.”
엄현식이 다시 배희진을 불렀지만, 표정이 굳어 있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입꼬리가 올라간 엄현식이 다음 말을 이었다.
“사돈어른께 전해 주세요. 검찰 조사를 잘 준비하시라고.”
“……!”
그의 얘기에 배희진이 원망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이번 사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엄현식은 그 눈빛을 무시하듯 엄상현 회장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 저 정도 배임이야 좋은 변호사 구하면 금방 해결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말을 마친 엄현식은 마치 승리를 축하하듯 찻잔을 들어 올려 보이며 한 모금을 마셨다.
엄현식 부부만이 행복한 저녁, 거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내 당부를 귀담아들어라.”
이때까지 아무 말을 하고 있지 않던 엄상현 회장이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자 엄상현 회장이 다음 말을 이었다.
“오늘 뉴스에서 본 빅토리 컨트리클럽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와 관련한 것은 이 집의 누구라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마치 부하에게 명령하듯 엄상현 회장이 지시했다.
나라일보가 SW시스템에 관한 기사를 실었을 때 괘씸한 마음에 광고를 주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더 악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장남 엄현식이 배원우에게 되갚아 준 게 그의 기분을 나아지게도 했지만, 더 악화되면 재계와 언론계의 싸움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말, 알아들었으면 대답을 해.”
“예, 아버지.”
싫은 내색을 하지 못한 채 모두가 그의 지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 지시로 인해 엄현식의 SW시스템로를 얘기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날 이후, 마치 다툼은 없었던 것처럼 속마음을 숨긴 채 겉으로는 평화가 유지되었다.
* * *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송우미디어는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뮤직월드, 송우미디어에서 새로운 출발]
곽상진 부사장이 추진했던 뮤직월드 음악방송 채널이 송우미디어의 품으로 들어왔다.
“축하합니다.”
현호의 축하 인사에 곽상진 부사장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사장님, 이게 축하 인사를 받아야 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방송 채널 운영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게 됐는데, 당연히 축하해야죠.”
“사장님, 마치 개업 집에 온 손님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동안 인수작업 하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대뜸 축하 인사를 받자 곽상진은 농담처럼 당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데, 이어진 현호의 대답에 한층 더 당황하게 되었다.
“비유를 잘하셨네요. 그렇습니다. 뮤직월드는 부사장님의 개업 집이고, 저는 손님이 맞네요.”
“예에?”
“부사장님이 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일이니, 부사장님이 책임지셔야죠.”
“아…….”
곽상진이 멍한 표정을 짓자 현호가 피식 웃었다.
“축하는 진심이고, 책임지라는 건 농담입니다.”
“아, 예.”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 멍했던 곽상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보며 현호가 다음 말을 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본 경험은 있지만, 채널 운영은 새로운 영역이고, 송우미디어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죠. 적극적으로 지원할 테니, 부사장님의 계획대로 해 보세요.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곽상진이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곽상진 부사장이 사장실을 나간 후, 최명준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사장님.”
“무슨 일입니까?”
“여상길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어 합니다.”
“무슨 일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어요?”
“제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목소리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현호는 여상길의 태도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상길입니다.]
“엄현호입니다. 저와 통화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엄 사장,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이 라이스타에 왔어요.]
“예……?”
현호는 흠칫 놀랐다.
현호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여상길의 횡령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였다.
여상길이 송우리조트를 퇴사한 이후 그녀와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형들과 누나도 엄수경과 연락하는 관계는 아니다.
더구나, 4년 전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다툰 이후로 그녀와 작은아버지는 할아버지 제사 때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기에 특별히 만나야 할 이유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엄현주를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갑자기 라이스타에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