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엄수경의 방문 이유
“어머, 오해하지는 마세요. 규모가 작은 컨설팅 회사였다고 해서 여 팀장님의 능력을 낮추려는 의도는 없었어요.”
그녀가 슬쩍 물음에 대한 답을 피해 갔다.
마치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밝히려 했던 게 아니라는 것처럼.
“오해하지 않았습니다.”
여상길 또한 집요하게 답을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간단히 대답하며 충돌을 피했다.
“능력은 이뤄 놓은 성과를 보면 알 수 있죠. 수양제과도 못한 것을 해 냈으니 엄현주 사장이 능력자를 스카우트했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녀가 꽤 후한 칭찬을 했지만 여상길은 건조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다음 말을 이었다.
“오늘은 첫 만남이라 서먹하지만, 다음에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
‘또 만나자고?’
인사치레로 하는 말 같지 않아 여상길은 의아한데, 엄수경이 이어서 말을 했다.
“컨설팅도 하셨으니 만나서 사업적인 부분에 조언도 구하고 싶네요.”
말을 마친 엄수경이 허락을 구하듯 엄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되지?”
“어?”
예상하지 못한 요청에 엄현주가 당황해 대답하지 못하자 여상길이 대신 얘기했다.
“엄수경 사장님, 저는 라이스타 직원이지, 프리랜서 컨설턴트가 아닙니다.”
여상길이 확실하게 거절의 대답을 하자 당황했던 엄현주가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의 대답을 들은 엄수경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같아 아쉽네요.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자기 회사 직원만 만나지는 않아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게 서로에게 이익이 되죠. 그런 의미였어요.”
“……!”
엄수경의 의도를 알아차린 여상길은 대꾸하지 않았다.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관계의 다리를 그녀가 다시 이으려고 하는 것이다.
‘왜지……?’
* * *
[여상길입니다.]
현호는 곽상진 부사장과 얘기를 끝낸 직후, 여상길이 자신과 통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최명준에게서 전달받았다.
그에게 전화하자 가라앉은 여상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엄현호입니다. 저와 통화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엄 사장,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이 라이스타에 왔어요.]
“예……?”
현호는 놀랐지만, 이내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얘기했다.
“팀장님을 만나러 왔다는 겁니까?”
[사장실에서 만났어요. 저를 처음 보는 사람으로 대하더군요.”
“엄수경 사장이 여상길 팀장님을 보고도 모르는 척했다는 겁니까?”
[그래요. 하지만 엄수경 사장은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왔어요. 엄현주 사장에게 마음제과 인수 협상 팀장이었던 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도 했고요.]
“일부러 찾아와서 팀장님을 만나려고 했다는 건데, 엄수경 사장이 왜 그랬는지 짐작되는 게 있습니까?”
[내 생각에는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 같아요. 얘기 중에 그런 의도를 내비쳤어요.]
‘다시 관계를 회복한다고?’
현호는 여상길의 대답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 짐작이 맞을 수 있어.’
엄수경은 여상길을 직접 만나고서도 과거에 대해 엄현주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뒤에는 자신이 있으며 그녀에 불리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처지이기에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엄현주를 이용해 여상길을 위협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정리한 현호가 입을 열었다.
“엄수경 사장의 얘기를 들어 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예……?]
“엄수경 사장이 우리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을 허용하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수경 사장이 우리를 귀찮게 할 의도가 있다면, 대처 방법을 마련해야겠죠. 하지만 우선은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여상길이 동의하자 엄현호가 다음 말을 이었다.
“제가 엄수경 사장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예. 결과를 알려 주세요.]
“그러죠.”
현호가 여상길과 통화를 끊자 곁에 있던 최명준이 물었다.
“지금 전화를 하실 겁니까?”
“늦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현호는 엄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수화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네요.]
“그러네. 어떻게 지내?”
[사업가가 사업하면서 지내지.]
“여상길 팀장을 찾아간 걸 보니 사업이 잘 안 되나 봐?”
[…….]
현호는 자신의 짐작대로 정공법으로 물었는데, 속내를 들킨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다 잠시 후 얘기했다.
[역시, 내 짐작대로 여상길 씨가 라이스타에 들어간 거, 네 계획이구나?]
“내 계획이 궁금해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여상길 팀장에게 보낸 건 아닐 텐데.”
[내 메시지를 알아들은 걸 보니, 역시 여상길 팀장이 감각이 있네.]
“좋아, 만나.”
[어……?]
단번에 만나겠다고 나오자 엄수경이 당황한 듯했다.
“언제 만날까?”
[아! 뭐, 오늘 저녁이라도…….]
“좋아. 장소는 문자로 알려 줄게.”
[그래, 나중에 보자.]
현호가 통화를 끊자 최명준 실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왜 이렇게 급히 만나려는 겁니까?”
“내가 급한 게 아닙니다.”
“예……?”
최명준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엄수경 사장이 얼마나 급한지 알아보려고 했던 거예요.”
“아……!”
현호의 의도를 이해한 최명준이 얘기했다.
“출발하기 전까지 최근 송우리조트 사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아무 사정을 모른 채 엄수경을 만나지 않게 하려는 최명준의 마음을 아는 현호는 그를 향해 싱긋이 미소 지었다.
* * *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한 현호는 예약된 룸으로 들어갔다.
룸에는 엄수경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
“어서 와.”
현호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얘기했다.
“안부는 전화로 물었으니까 바로 본론을 얘기할까?”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그렇게 하자.”
“여상길 팀장이 라이스타에서 일한다는 거 알고 온 거야?”
엄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고 갔어.”
“왜 여상길 팀장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엄현주 사장을 통해서 만난 거지?”
“직접 연락했으면 날 만나려고 했을까?”
여상길 팀장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는 만남을 거부했을 것이다.
엄현주는 열심히 일하던 그를 횡령이라는 누명을 씌우려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순순히 만나 줄 여상길이 아니었다.
“아니었겠지. 그래서 라이스타를 찾아갔다는 건데, 그렇게까지 해서 여상길 팀장을 만나야 할 이유가 뭐야?”
“두 가지 이유가 있어.”
“…….”
“현주가 곧 송우식품 사장이 된다고 하더라. 그렇게 되면 그룹 내 현주의 위상도 달라지는 거잖아.”
“…….”
“현주가 여상길 씨를 스카우트했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그 사람을 신뢰하는지, 회사 내 그의 위치가 어떤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 이게 첫 번째 이유야.”
“…….”
현호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게 확인되면 너와 얘기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야.”
“뭐, 나와 얘기한다고?”
“현주는 자기가 여상길 씨를 스카우트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여상길 씨를 라이스타 팀장으로 만든 건 너지?”
“…….”
사실이 그러니 현호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현주는 여상길 팀장을 아주 많이 신뢰하더라.”
“…….”
“이런 상태가 깨어지는 걸 원하지 않겠지?”
“……!”
현호는 그녀가 말한 두 가지 이유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녀가 라이스타 내 여상길의 상황을 파악한 것은 일종의 협상카드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나와 여상길 팀장의 관계를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 관계를 엄현주 사장에게 얘기하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걸 아니까.’
그걸 빌미로 결국 나를 만나려고 했던 것.
“현재까지 누나의 계획은 성공적이네? 나를 만나게 됐잖아.”
“칭찬으로 들을게.”
현호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이며 물었다.
“그 약점을 잡고 내게서 얻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누나, 알고 있잖아? 누나가 곤란해질 자료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거.”
그 사실이 언짢은 듯 엄수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야.”
“……?”
순간 현호는 의아했다.
최명준 실장이 급히 알아본 송우리조트의 상황은 구석에 몰려 고양이를 물어야 할 만큼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고양이를 물어야 할 만큼 누나에게 다급한 일이 생겼다는 거야?”
현호의 물음에 엄수경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작년에 빅토리 컨트리클럽이 확장했다는 거, 알아?”
“알아. 그 클럽 이사장이 배원우 나라일보 사장이니까.”
최명준 실장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작년 빅토리 컨트리클럽이 확장되면서 송우리조트의 영업이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개발했기에 다른 골프장에 비해 피해가 덜한 편이다.
“타격은 있었지만 나름 선방했어. 그런데 빅토리 컨트리클럽이 커지면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시작된 거야. 성경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지만, 현실에서는 골리앗이 이기지.”
“……!”
현호는 그녀가 얘기한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송우리조트 주력 사업이 골프장이잖아. 빅토리 컨트리클럽의 확장 계획을 알았을 때, 예상할 수 있었어. 결국 커지는 영업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걸.”
“…….”
“그래서 송우리조트의 사업 분야를 넓히려는 계획을 세웠어. 수영장과 물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 건립 계획을 마련했어.”
“…….”
현호는 그녀가 사업 분야 확장을 계획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큰아버지가 송우리조트를 차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계셔.”
“정말이야?”
현호는 자신이 몰랐던 얘기에 놀랐다.
“네가 큰아버지를 더 잘 알 거 아냐? 지는 것을 못 견뎌 한다는 거.”
“……!”
아버지는 작은아버지와 다툰 후 자금압박으로 송우미디어와 송우리조트를 차지하려 했었다.
하지만 송우미디어는 현호가 차지했다.
‘내가 아버지 아들이었기에 남몰래 계획했다는 얘기를 믿으셨지.’
현호는 아버지와 송우그룹을 위해 은밀히 계획을 진행했고, 차지했다고 했다.
덕분에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송우리조트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여상길이 송우리조트의 상무가 되어 나타나면서 아버지의 계획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상길이 송우리조트에서 퇴사하자 다시 송우리조트를 차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누나에게는 무기가 있잖아.’
그녀는 송우미디어 주식을 자신에게 팔았다.
그 자금으로 송우바이오에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했다.
“누나가 송우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거 알아. 송우리조트를 지키려고 그렇게 한 거잖아.”
“…….”
“아버지를 상대하려면 그걸 이용하면 되잖아.”
현호의 얘기에 엄수경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큰아버지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
“작년에 일이 있었어.”
“……!”
뭐?
그럼 아버지의 계획이 시작된 게 올해가 아니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