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of the returning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그 방법, 내가 알려 줄게
“큰아버지의 두 번째 계획이 시작된 건 작년이었어. 올해는 세 번째야.”
“아, 그랬구나.”
현호는 담담히 얘기했지만 내심 아버지가 보이는 집착에 놀라기는 했다.
“그러니까 작년 불법대선자금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어.”
* * *
1년 전.
“뭐라고요?”
화들짝 놀란 엄수경이 재무이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 은행 모두가 어떻다고요?”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
그 순간 엄수경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큰아버지가 또……?’
어떻게 모든 은행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하겠는가.
틀림없이 큰아버지 엄상현 회장의 짓이리라.
그는 송우미디어와 송우리조트를 차지하기 위해 주거래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금압박을 실행했던 적이 있다.
다툼이 커져 서로를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 후에 송우미디어는 현호에게 빼앗겼지만, 다행히 송우리조트는 지킬 수 있었다.
그 후로 엄수경은 만약을 대비해 여러 은행과 거래를 했다.
그런데 모든 은행에서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했다니.
‘큰아버지의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이야.’
엄상현 회장은 또한 영리했다.
‘빅토리 컨트리클럽이 확장한 후라…….’
송우리조트의 골프장을 이용하던 고객들의 상당수가 빅토리 컨트리클럽으로 이동하며 영업이 힘들어졌다.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기에 다른 골프장의 손실보다는 덜하지만, 영업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한 때에 대출 만기까지 거절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게 뻔했다.
“사장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걱정스러운 재무이사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겼던 엄수경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 문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그녀는 이런 일을 대비해서 마련해 둔 것이 있다.
“예?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까?”
놀라서 묻는 재무이사를 향해 엄수경은 담담히 얘기했다.
“네. 방법이 있어요.”
엄수경은 엄상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날 피하는 거야.’
이에 엄수경은 엄상현 회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도 받지 않았다.
마치 그녀와는 어떤 통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뜻대로 안 될 거야.’
엄수경은 곧장 엄상현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상현 회장님, 송우리조트 엄수경 사장이에요. 1시간 후에 송우호텔 레스토랑 VIP 룸에서 봬요. 성국그룹이 송우바이오 대주주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5분 이상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 말고, 회장님이 오셔야 합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지켜보고 있던 재무이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의 물음은 정말 해결할 수 있습니까, 라는 의미였다.
왜 걱정이 안 되겠는가.
그녀가 걸었던 두 번의 전화가 거절되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니.
그걸 모르지 않는 엄수경이지만 확신하듯 대답했다.
“연락이 올 거예요.”
디리리.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엄수경은 재무이사에게 미소를 보이며 안심하라는 듯 얘기했다.
“제가 연락 올 거라고 했죠?”
“아, 예.”
그런데 엄수경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아닌가.
이에 재무이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사장님, 왜 전화를 안 받으십니까?”
“할 얘기는 이미 했으니까요.”
엄수경은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신경에 쓰이지 않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올게요.”
사장실 밖으로 향했다.
* * *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엄수경은 자신의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했다.
3분 후면 룸에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엄상현 회장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초조함에 다시 시계를 쳐다볼 때, 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엄상현 회장이 못마땅한 표정을 한 채 들어왔다.
‘역시, 안 올 수가 없었겠지.’
엄수경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엄상현 회장님.”
그녀 맞은편에 앉은 엄상현 회장은 냉랭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어른에게 나오라는 메시지 하나 보내 놓고 전화도 안 받는 못된 버릇은 누구한테서 배운 거냐?”
“제 기억과 다르게 말씀하시는 건 여전하시네요. 회장님도, 회장님의 비서도 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해야지. 나와 내 비서는 네 전화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전화기만 붙잡고 있기에는 제가 할 일이 많아서요.”
“그렇게 할 일이 많은데 왜 나를 만나려는 거냐?”
“회장님께서 이미 아시잖아요.”
그녀의 대답에 엄상현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송우그룹 식구도 아닌 네 일을 내가 어찌 알겠어?”
그가 모른 척하자 엄수경은 속에서 화가 치솟았지만 길게 숨을 내쉬며 차분하게 얘기하려 애썼다.
“자금압박을 다시 시작하셨더군요.”
“자금압박이라니?”
“송우리조트를 가지고 싶으세요?”
“또 어렵다고 하소연할 생각이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거라. 네 하소연을 듣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아.”
엄수경은 그가 완벽히 시치미를 떼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로 문제 해결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느꼈다.
그래서 쐐기를 박듯 다음 말을 했다.
“1시간 내로 자금압박 푸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국그룹 안명기 회장이 송우바이오 대주주가 될 테니까요.”
“뭐라?”
안명기 회장을 언급하자 엄상현 회장의 미간이 신경질적으로 구겨졌다.
“송우바이오가 신약개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다는 거 알고 계시죠?”
“……!”
“그때 사모펀드가 투자를 했습니다. 운용사는 라이트랜드라고 하죠.”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의아한 눈빛으로 바뀐 엄상현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녀의 말처럼 그 당시 송우바이오는 신약개발 비용의 예산초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신약개발이 성공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여서 계열사에서도 투자를 꺼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엄상현 회장 자신도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한 때에 신약개발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사모펀드 투자자가 바로 저예요.”
“뭐어?”
화들짝 놀란 엄상현 회장의 눈이 커졌다.
그의 놀란 모습에 엄수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1시간 후 자금압박이 안 풀리면, 제가 직접 안명기 회장님을 만나러 갈 거예요. 회장님의 빠른 판단 부탁드립니다.”
엄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한 후 룸을 나갔다.
* * *
“그 후, 자금압박이 풀렸어?”
현호가 엄수경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금압박이 풀렸어. 그리고 큰아버지가 송우리조트를 차지하겠다는 마음을 버렸으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닌 것 같아.”
“아닌 것 같다니……?”
불확실한 그녀의 대답에 현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확실한 근거 없이 아버지를 의심하는 거야?”
그의 물음에 그녀가 답답한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부터 큰아버지가 송우리조트 대주주를 만나고 계셔.”
“……!”
“송우리조트에 마음이 없으면 왜 그렇게 하시겠니?”
“누나가 대주주를 만나서 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아봤어?”
“그저 덕담만 나눴다고 하더라. 네가 나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니?”
“…….”
사실 현호가 그녀의 입장이라도 덕담만 나눴다는 얘기는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의심스럽다는 심증만으로 작년에 했던 협박을 다시 할 수도 없다.
“혼란스러운 누나의 마음은 이해해.”
“네가 이해해 주니 고맙네.”
“오해하지는 마.”
“뭐?”
흠칫 놀란 듯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누나가 라이스타까지 찾아간 의도를 듣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을 뿐이야.”
“……!”
“누나의 의도는 알겠어. 나와 여상길 팀장의 관계를 엄현주 사장에게 말하지 않을 테니, 송우리조트를 지켜 달라는 거잖아.”
“…….”
“그런데 송우리조트를 지키는 건 누나가 해야 할 일이야.”
사실 현호가 송우미디어를 차지할 때, 마음만 먹었다면 송우리조트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전생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전생에서 엄수경은 송우리조트를 지키려만 했을 뿐, 우리 남매간의 승계 경쟁에 개입하거나 일방적으로 한 사람을 지원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 엄수경의 모든 것이 될 송우리조트를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생의 그녀는 다급해지자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다.
“내가 현주에게 얘기하면 네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거야.”
“누나, 여상길 팀장은 아버지와 연결되어 있어. 나와의 관계를 얘기하면 아버지와의 관계도 드러날 텐데, 아버지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겠어?”
“……!”
“그리고 내게도 누나가 곤란해질 자료가 있어.”
순간 그녀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포착했지만 현호는 멈추지 않고 다음 말을 이었다.
“누나, 리조트를 지키는 일에 내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어.”
“…….”
대꾸를 하지 못한 채 굳은 얼굴로 생각을 하던 엄수경이 입을 열었다.
“현호야, 나랑 협력하자.”
“뭐?”
“너는 나를 도와주고, 나는 너를 도와주고.”
“누나,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내가 송우리조트를 도와야 할 이유가 없다고.”
“현호 너의 목표는 송우그룹 후계자가 되는 거지?”
갑작스레 목표를 묻자 현호는 당혹스러웠다.
“누나,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거야?”
“송우그룹 후계자가 되려면 송우전자 주식이 중요하지?”
당연히 중요하다.
그걸 모르는 송우그룹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호가 의아한 것은 그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얘기를 하는가, 이다.
현호는 그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며 그녀의 얘기에 집중했다.
“우리 아버지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어.”
“……?”
“고모가 차명으로 송우전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
“아아…….”
그녀의 말에 현호가 무심하게 대답하자 엄수경이 놀란 눈치였다.
“너,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고 있다. 전생에서 경험했으니까.
고모 엄상희는 송우호텔의 주인이다.
결혼 지참금 명목으로 할아버지가 송우호텔을 그녀에게 넘겨줬고, 그녀는 송우호텔을 꽤 훌륭하게 경영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송우그룹 회장 가족의 일원인데 어찌 그룹에 대한 욕심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고모는 알고 있었어.’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을 치며 노력해도 송우그룹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그녀의 큰오빠인 엄상현 회장을 상대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고모는 다른 방법을 이용했지.’
그것은 차명으로 송우전자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모는 때를 기다렸지.’
우리 남매의 승계 경쟁이 치열해질 때까지 그녀는 기다렸다.
그리고 계열사를 받는 조건으로 그 주식의 의결권을 장남 엄현식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런 사연을 엄수경에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충분히 추리할 수 있다는 듯 얘기했다.
“누나, 고모도 할아버지의 자식이야. 욕심이 없다는 게 믿기 어렵지 않겠어?”
“…….”
“그 욕심을 채워 줄 수 있는 게 송우전자 주식일 거고, 우리 아버지 때문에 공개적으로 소유하기는 어려웠을 테니 차명으로 했겠지.”
“고모의 주식이 널 방해할 수도 있어.”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고모가 송우전자 주식을 현호의 형이나 누나를 위해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방법을 찾아야겠지.”
현호의 얘기에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방법, 내가 알려 줄게.”